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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생존형 딸딸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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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형 딸딸이 (1)
아다폭격기가 되고 싶었다.
성숙한 매력으로 여자 후배들을 사정없이 따먹고 다니는 복학생 선배.
여자관계가 더러워서 친구와 같이 욕하는 선배, 그럼에도 자꾸만 눈이 가는 선배.
나 같은 평범한 찐따도 복학 버프를 받으면 그런 선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멋진 미래를 꿈꾸며 의미도, 보람도 없는 군 생활을 버텼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복학 타이밍이 애매해져서 동기들의 숫자가 적었고, 친구가 없으니 자연스레 아싸가 되었다.
그래도 완전한 아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같이 다니는 친구 둘은 있었으니까.
“야. 세연아.”
“왜.”
“벌써 7시인데 밥이나 먹고 할까?”
고요한 스터디룸.
내 반대편에 앉은 여자는 동기인 김세연이다.
신입생 때부터 외모로 이름을 날렸지만, 모종의 이유로 아싸가 되어 버린 비운의 과탑이랄까.
이제는 제법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광경.
청춘 드라마 속 첫사랑처럼 청순한 그녀가 답했다.
“아까 빵 먹었잖아. 돼지냐?”
세연이는 입이 거침없는 편이다.
상대가 나라서 그런가?
“빵이 무슨 밥이야? 그리고 이렇게 마른 돼지가 어디 있어?”
“두 봉지나 먹어 놓고는. 난 배 안 고파. 혼자 먹고 오든지.”
“넌 다섯 봉지 처먹었으니까 배가 안 고프지.”
“어쩌라고.”
내게 뻐큐를 날린 그녀는 다시금 과제에 집중했다.
우리가 해가 질 무렵까지 함께 있는 이유는 당연히 조별 과제 때문이다.
내게 이렇게 예쁜 애랑 단둘이 저녁까지 붙어 있을 이유라고는 과제나 시험공부뿐이 없는 것이다.
펜을 끄적이며 세연이를 흘겼다.
새하얀 피부에 청순한 얼굴.
마른 팔다리와는 달리 거대한 가슴.
딱 붙는 검은 시스루 니트티는 그녀의 몸매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뭐 해.
내 여자도 아닌데.
세연이가 내게 발톱 때만큼의 관심도 없다는 사실 못지않게 슬픈 일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우리 조가 두 명이 아닌 세 명이라는 사실이다.
“근데 강성훈 이 새끼는 아무리 봐도 핑계 같지 않아? 어제는 엄마가 아프다고 가야 한다더니, 오늘은 할머니가 아프다는 게 말이 돼?”
강성훈 역시 내 동기다.
복학 타이밍이 꼬인 우리 셋은 밥 친구였다.
밥 먹을 사람이 없거나 조별 과제할 때만 끈끈해지는 시한부 우정이지.
“당연히 핑계지.”
“근데 성훈이가 우릴 속이고 놀러 갈 애는 아닌데……. 말 못 할 사정이 있으면 차라리 솔직히 말하든가.”
“말할 수가 있겠어?”
“?”
피식 웃은 세연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걔 나한테 고백했거든.”
“고백……?”
“엊그제 갑자기 카톡으로 고백하더라고.”
오.
강성훈 이 대단히 영리한 씨발롬.
발표 일주일 앞두고 고백으로 혼을 내 버려?
“이 정도면 무임 승차하려고 고백한 거 아니냐고?”
“뭐래. 한 달 전부터 티 존나 났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어. 찼어?”
“당연한 거 아냐?”
“그게 왜 당연해? 우리 성훈이 뭐 어때서! 키도 크고! 키도 크고! 키도 크잖아!”
“하.”
세연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걔 주제에?’하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재수 없어서 참교육해 버리고 싶은데, 사실 성훈이랑 세연이는 급이 안 맞는 게 팩트긴 하지.
닥치고 과제나 하려는데, 세연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야. 이진현.”
“왜?”
“내가 왜 너랑 붙어 다니는지 알아?”
“내 얼굴이 개쩌니까 그렇겠지.”
“뭐라는 거야. 여자애들은 이미 다 졸업해 버렸고, 남자 동기들은 다 나한테 고백해서 차였거든. 그리고 너 못생겼어.”
웃음기 하나 없이 못생겼단 말을 하는 그녀.
못생긴 사람한테 못생겼다고 말하면 범죄인 거 몰라?
“그래서 어쩌라고.”
“넌 고백하지 말라고.”
“미친년인가? 네가 고백해도 안 사귀어.”
“지랄을 해요.”
“진짠데? 너처럼 남자관계 복잡한 애 진짜 싫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쾅!
난데없이 주먹으로 책상을 치는 세연이.
그녀의 얼굴은 구겨져 있었다.
장난이었는데.
진짜 화났나?
세연이가 이 정도 장난도 못 받아주는 성격은 아닌데?
“갑자기 왜 그래?”
“나 주변에 남자 별로 없거든?”
그 얼굴에, 그 몸매로 남자가 없다고?
어차피 내 여자 될 가능성 제로여서, 혹시 오늘 그날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 이상 밥 친구를 잃으면 곤란하다.
정말로 화장실에서 도시락을 까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아. 소리 질러서 미안. 근데 네가 먼저 시비 걸었어.”
“어 그래. 과제나 하자.”
“…….”
그냥 대충 넘어가자.
다시 펜을 잡고 집중하려는데, 이번엔 전등이 말썽이었다.
파지직!
“?”
스파크가 튀더니, 형광등이 나가 버렸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스터디실만 꺼진 게 아니라, 학교 전체에 정전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아씨. 웬 정전이……?”
“꺅!”
스마트폰을 집으려는 찰나.
부유감이 몸 전체를 지배했다.
찰나의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지진?
설마 건물이 붕괴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갑자기 죽는다고?
그러나 곧 사위가 밝아 왔을 때,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겪은 일은 지진 따위보다 훨씬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을.
“여, 여긴 뭐야?”
잔뜩 겁을 먹은 세연이의 목소리.
“세, 세연아!”
“강성훈?”
그리고 이 목소리는 강성훈이었다.
나, 진세연, 강성훈.
시한부 우정으로 엮인 우리 셋은 벽돌로 된 방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고?”
“나도 모르겠어.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더니…….”
리얼충인 저 둘은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내게는 퍽 익숙한 상황이었다.
이건 ‘전이’다.
이세계 혹은 탑, 미궁 전이.
주변 풍경으로 보아, 탑이나 미궁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그게’ 뜰 때가 됐는데…….
곧 띠링 하는 알림음과 함께, 눈 앞에 글귀들이 펼쳐졌다.
[탑의 플레이어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
[탑 1층]
당신은 인류를 대표하여 탑을 등반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탑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탑의 꼭대기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동료들과 함께 탑을 공략해보세요. 탑 등반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기억을 선사해줄 것입니다.
[공략 조건]
고블린 킹 사냥.
[제한 시간]
없음.
[난이도]
쉬움.
[현재 인원]
3명.
이진현
강성훈
김세연
──────
“이, 이건 또 뭐야?”
“웬 글자가 떠다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둘.
셋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한 건 나였다.
이 상황은 웹소설이랑 비슷했고, 나는 꽤 비위가 좋은 누렁이였으니까.
“다들 진정해. 나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니까.”
“……?”
우선은 당황하고 있는 세연이와 성훈이를 안심시켰다.
내가 앞장서는 것만으로, 둘의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곧 튜토리얼 무기를 줄 거야. 배후신이 등장해서 스킬 같은 것도 주겠지.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해. 그래도 목숨이 여러 개는 아닌 것 같으니 조심…….”
한창 말을 잇고 있는데, 벽 너머에서 소름 끼치는 괴성이 들려왔다.
케르륵.
키륵.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분 나쁜 음성.
그럼에도 나는 그게 고블린의 울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고블린은 ‘케르륵’이 국룰이니까.
키에에엑!
“으아아아악!!”
마침내 나타난 고블린들이 몽둥이를 들고 덤벼왔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키의 녹색 괴물.
작은 크기와는 달리 생김새가 괴이해서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무기는?
무기는 왜 안 주는 건데?
설마 맨손으로 저 괴물들이랑 싸우라고?
비무장 상태로 고블린에게 두들겨 맞게 생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놈들을 마주하니 몸이 굳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 고블린의 몽둥이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꼼짝없이 당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내 뒤에서 커다란 날붙이가 불쑥 고블린의 입을 쑤셨다.
키익……?!
검을 내지른 건 세연이었다.
그 옆에서 등장한 성훈은 창을 휘두르며 고블린들을 위협했다.
“뭐, 뭐야? 무기 어디서 났어?”
“배후신이라는 게 줬어!”
“왜 나는 안 줘……?”
이제 보니, 세연이와 성훈이의 머리 위에 어떤 메시지들이 떠 있었다.
[마녀 사냥꾼이 플레이어 김세연에게 검을 선물합니다.]
[그가 김세연의 순수함에 감탄합니다.]
[껍질 기사가 플레이어 강성훈에게 창을 선물합니다.]
[그가 강성훈의 골격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 둘은 벌써 배후신의 선택을 받은 듯했다.
대체 왜 저 둘이 나보다 먼저 선택받은 거지?
저 둘은 리얼충이고, 난 웹소설 고인물인데?
혹시 내가 제일 좆밥처럼 생겨서 그런 건가?
“이진현! 무기 못 받았으면 뒤로 빠져!”
굴욕적이게도, 나는 짐짝처럼 뒤로 물러나야 했다.
열심히 싸우는 세연이와 성훈이.
특히 세연이는 중학교 육상부 출신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남달랐다.
내가 세연이처럼 싸울 수 있을까?
성훈이는 키라도 크지. 난 어쩌면 무기를 들고도 고블린에게 처발릴지도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반에 아는 척이나 하지 말걸.
괜히 나대서 쪽팔리기만 하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드디어 내게도 배후신이 접촉해왔으니까.
[귀축 용사가 당신의 자지를 바라봅니다.]
좋아. 드디어 내게도 배후신이…….
근데 메시지가 왜 이래?
내 어딜 본다고?
[귀축 용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귀축 용사가 당신에게 스킬을 선물합니다.]
대체 그 끄덕임의 의미가 뭔데?
기분이 더러웠지만, 일단은 싸우고 보자.
나는 세연이, 성훈이와는 다르게 스킬을 부여받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마지막에 선택받은 것은, 내가 이곳의 주인공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원래 주인공은 조금 늦는 법이니까.
그러나 스킬의 이름을 확인했을 때.
내 기대감은 잡 코인 그래프마냥 수직으로 떡락해 버렸다.
[딸감 버프 스킬을 얻었습니다!]
──────
[딸감 버프]
남성의 딸감이 된다는 것은 곧 훌륭한 암컷이라는 의미!
꼴리십니까? 딸딸이를 치세요!
당신의 딸감은 강해질 것입니다!
[효과]
딸감으로 삼은 여성의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당신의 흥분도에 비례하여 효과가 상승합니다.
──────
“씨발.”
나는 좆됐음을 감지했다.
이건 내가 생각하는 장르와는 많이 달랐다.
“으윽! 야 이진현! 너 배후신한테 뭐 받은 거 아냐?!”
세연이가 소리쳤다.
고블린들의 숫자는 아까보다 늘어나서 이제는 여섯 마리가 넘었다.
“아, 안 받았어!”
설명에 따르면, 내가 저들을 돕기 위해서는 세연이를 보며 딸딸이를 쳐야 한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해?
그냥 죽고 말지.
“네 머리 위에 다 보이거든?! 뭔 버프 받았네!!”
“…….”
“이러다 우리 다 죽겠어! 뭐가 됐든 빨리 해 봐!!”
“이진현 개새끼야! 스킬을 받았으면 싸우라고!!”
세연이와 성훈이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씨발씨발씨발…….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 둘은 죽겠지.
그리고 나도 죽을 거다.
하지만 바지를 벗는다면?
세연이를 보며 폭딸을 갈겨 버린다면?
그럼 우리 셋 다 살 수 있는 거 아냐?
[귀축 용사가 당신을 음흉하게 바라봅니다.]
[그는 당신의 자위를 기다립니다.]
“하으읏! 이진현! 이러다 진짜 죽는다고!!”
세연이의 비명 섞인 외침.
그것은 어쩐지 절정에 이른 암컷의 교성과도 비슷해서, 은근히 꼴렸다.
[귀축 용사가 당신의 딸딸이를 재촉합니다.]
[저 정도면 제법 괜찮은 딸감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이 미친 배후신은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 고추는 정직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케륵!
어느새 전세는 고블린들에게로 크게 기울었다.
녹색 괴물들의 커다란 몽둥이로 괴롭힘당하고 있는 세연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녀가 나를 보며 다시 소리쳤다.
“제발 뭐라도 해봐!”
“진짜 해?”
“으흣……!하라고 제발! 뭐라도 도우라고!!”
“진짜 한다? 너가 하라고 했다?”
“해!!!”
그래. 이건 내 본심이 아니다.
나는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야.
너희들의 목숨을 위해서, 내가 부끄러움을 감수하는 것뿐이라고.
“세연아. 이거 하나만 알아줘.”
나는 바지를 내렸다.
방금 전까지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막상 바지를 벗고 나니 생각이 단순해졌다.
“이건 생존형 딸딸이라는 것을.”
친다.
그리고 싼다.
그럼 세연이가 강해진다.
어차피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갈 텐데.
갈 때 가더라도, 딸 한 발 정도는 괜찮잖아?
내 자지를 본 세연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렇게 놀랄 만한 크기는 아닌데.
“너, 너, 너너 지금 뭐, 뭐하는……?”
탁탁탁.
단단해진 자지를 흔들기 시작했다.
딸감은 고블린과 싸우는 세연이.
아니, 나를 경멸하고 있는 세연이었다.
“이진현 이 미친 새끼야───!”
자지를 보고선 경악하는 그녀.
네가 뭐라도 하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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