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생존형 딸딸이 (2)
* * *
생존형 딸딸이 (2)
나는 딸딸이를 치는 게 아니다.
세연이에게 버프를 걸어주고 있는 거지.
그래. 난 너희를 도와주는 거지, 발정이 난 게 아니야.
“이런 상황에 지금 그게 무슨 짓이냐고!”
하지만 세연이는 아직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야 이진현! 선 넘지 마! 당장 너부터 때려눕힐 수도 있어!!”
강성훈이 버럭 소리쳤다.
어디서 자꾸 달달한 냄새가 난다 했더니, 저 새끼한테서 나는 거였네.
서윗하다 서윗해.
탁탁탁탁.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해서 자지를 흔들었다.
“이진현! 개변태 새끼야! 그만두라고!”
“너 고작 그딴 놈이었어?! 세연아! 내 뒤로 피해! 저 새끼부터 해치우고…….”
“야이 씨발년들아!”
“……?”
“……?”
억울해서 욕설이 터졌다.
좆 같은 배후신 같으니…….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고! 이게 내 스킬인데 어떡해?!”
[귀축 용사가 당신을 음흉하게 바라봅니다.]
[그는 당신의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세연의 신음을 듣고 발딱 세우지 않았느냐 묻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보는 앞에서 폭딸을 칠 생각에 귀두가 빵빵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근데 그건 망상으로나 좋은 거고.
진짜로 하는 건 싫었다고.
세연이와 성훈이는 내 말을 듣고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딴 게 스킬이라고?”
“어? 세, 세연아. 너 머리 위에 뭐가…….”
성훈의 말에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세연이의 머리 위.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그녀의 머리 위에는 칭호가 붙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천박한.
[★☆이진현의 딸♡감이 된 김세연☆★]
백번 양보해서 딸감은 그렇다 치자.
근데 왜 쓸데없이 별 표시로 강조를 해?
동네방네 소문내는 거야?
내가 쟤 보면서 딸치고 있다고?
……근데 그건 좀 꼴리긴 하네.
“내가, 딸감?”
세연이는 수치스럽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이진현. 당장 그만둬. 마지막 경고다.”
성훈이 놈은 여전히 똥폼을 잡고 있었다.
경악하고 있는 것은 그 둘만이 아니었다.
[껍질 기사가 민망해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이진현을 보며 얼굴을 붉힙니다.]
[저런 사악한 종자의 자지는 당장 잘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배후신들까지 나를 경멸하고 있다.
어이가 없어서 눈물은커녕 웃음도 안 나오네.
그때, 세연이의 검이 크게 휘둘러졌다.
퍼석!
키르륵?!
하늘로 통 튀어 오르더니, 바닥에 뒹구는 녹색 덩어리.
그건 고블린의 머리였다.
“이진현…….”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는 김세연.
고블린을 학살하는 모습에서 그 분노의 크기가 느껴졌다.
서걱! 서걱……!
키에에엑!!
세연이의 검격에 고블린의 머리통이 세 개나 떨어졌다.
그것으로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
이대로라면 딸감 버프를 받은 세연이가 무난히 승리할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죽어! 이진현 죽어 버려!!”
푹푹!!
케르르륵……!
분노한 세연이가 내 이름을 외치며 고블린을 학살하고 있다.
몸과 얼굴에 피가 잔뜩 튀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잔혹한 모습에 서윗남 성훈이도 조금 쫄아 버린 상태였다.
쟤는 고블린이 징그럽지도 않나?
아무리 강해졌다지만, 어떻게 망설이지도 않고 괴물을 쑤시고 있는 거지?
마치 살인마 같은 세연이를 보고 있자니, 내 주니어는 자연스레 힘을 잃었다.
말랑말랑, 쭈글쭈글해진 볼품 없는 좆.
열심히 흔들고 있었지만, 다시 일어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귀축 용사가 당신에게 조언합니다.]
[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위로는 딸감 버프를 발동시킬 수 없다고 전합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세연이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천박한 문구는 내 자지가 식음과 동시에 사라졌다.
그리고 고블린을 유린하던 그녀의 검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았다.
그 사이.
고블린들은 다시 기세를 얻었다.
키르르륵!
“크읏!”
“세, 세연아!”
성훈이 놈이 창을 열심히 휘둘렀으나, 녀석의 공격은 고블린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이제보니 창이 엄청 낡아 있었다.
창이 아니라 그냥 긴 막대기 수준.
이제 둘은 다시 고블린들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었다.
이대로 둔다면 우리 모두 고블린의 먹이가 될 뿐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김세연!”
“으윽…… 왜 불러 이 변태 새끼야!”
우선 내가 변태라는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스킬을 설명하는 게 우선이겠지.
“이건 버프 스킬이야! 내 딸감이 되면 넌 강해져! 근데 지금은 자지가 죽어서 딸딸이를 칠 수가…….”
아 씨발.
설명하다가 현타 왔다.
정신 차리자.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바지를 벗었다면 상딸이라도 쳐야 한다고!
“……자지가 죽어서 스킬 발동이 안 되는 거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뭘 어쩌긴.
다시 세워야지.
“야한 말이라도 좀 해 보든가!”
“?”
대딸까지는 바라지도 않을게.
그냥 음탕한 말이나 좀 해봐.
*
정전을 겪은 후 정체불명의 장소로 이동되었을 때, 세연은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감각이 너무나 생생했다.
만약 꿈이라면, 그녀가 꾸었던 꿈 중 가장 기분 나쁜 꿈이리라.
‘우욱. 저게 뭐야. 토할 것 같애…….’
자신의 성기를 꽉 쥐고 열심히 흔들어대고 있는 모습은 꽤나 그로테스크했다.
남자의 자지를 본 것도 처음인 세연이었다.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자지를 마주해도 거부감이 들 판에, 웬 녹색 난쟁이들과 생사를 겨루는 상황에서 남자의 자지를 마주한 것이다.
진현은 목숨이 위태로운 자신을 보며 그것을 흔들어대고 있는 상황.
‘저 또라이 새끼……. 난 싸우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건 도무지 현대인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짐승.
아니, 짐승만도 못한 성욕의 노예.
걸어 다니는 정욕 덩어리.
그 어떤 저열한 수식어도 자신을 보며 딸딸이를 치는 대학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으리라.
‘머리 위에 이건 또 대체 뭐냐고!’
더욱 치욕스러운 것은 머리 위에 뜬 천박한 문구였다.
[★☆이진현의 딸♡감이 된 김세연☆★]
딸감.
자신이 누군가의 딸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 적은 있었다.
세연은 인기가 많은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딸감인 걸 알려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갑자기 나타난 녹색 난쟁이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 상황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자신을 보며 자지를 흔들어대는 짐승 이하의 동기.
그녀가 ‘딸감 버프’라는 스킬을 파악하기에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너무나도 어지러웠다.
진현이 스킬에 대해 설명하기 전까지, 세연은 고블린의 머리통을 날린 것이 온전한 자신의 힘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현의 자지가 죽었고,
세연의 버프는 끝났다.
“……자지가 죽어서 스킬 발동이 안 되는 거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야한 말이라도 좀 해 보든가!”
‘진짜 미친 새낀가?’
더는 화도 나지 않았다.
나보고 야한 말을 하라고?
고블린과 생사를 다투고 있는 내가, 뒤에서 발정난 개처럼 딸딸이나 치고 있는 너한테 야한 말을 하라고???
그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다른 생각도 떠올랐다.
‘근데 왜 발기가 풀린 거지……?’
솔직히 진현은 잘생긴 편이 아니었다.
평범한 외모에 평범한 체형.
애는 재밌고 착해서 호감이었지만, 딱 거기까지.
진현은 절대로 자신 같은 여자와 만날 급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평범해 빠진 녀석이.
어딜 가나 남자들의 시선을 받는 이 몸을 보며 사정하지 못한다?
딸감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
진현을 사정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수치심.
그것들이 세연에게 짙은 패배감은 안겨주고 있었다.
“니 주제에…… 날 보고 안 서?”
“미친년아! 내가 무슨 야외 딸딸이나 즐기는 변태인 줄 알아? 나도 이러기 싫다니까?!”
“…….”
“빨리 야한 말 해봐! 이대로 개죽음당할 순 없잖아!”
“읏!”
케륵!
퍼걱!
고블린의 몽둥이가 세연의 다리를 가격했다.
고통이 심했다.
한 대만 더 맞으면 서지 못할 것 같았다.
‘한 번만 더 강해지면 처리할 수 있어.’
남은 고블린의 숫자는 넷.
딱 한 번만 더 딸감 버프가 발동한다면, 세연은 놈들을 순식간에 끝장낼 자신이 있었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해보자. 이런다고 내가 걸레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웅부웅 검을 마구 휘둘러 고블린들과 거리를 벌렸다.
케르르륵.
케륵.
침을 흘리며 빈틈을 노리는 고블린들.
잠시라도 한눈을 판다면, 녀석들의 몽둥이가 세연을 가격할 것이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촉박한 상황 속에서, 세연은 머릿속으로 천박한 말을 생각했다.
마침내 대사를 떠올린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빠……. 꼬추 너무 크다…….”
부끄러운 탓에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녀의 말을 들은 고블린들은 무슨 일인지 포효하기 시작했다.
케르륵?
케륵♥
끼효오오오옷───♪
마치 세연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
흥분한 고블린들의 얼굴은 더욱 역겨워졌다.
“야! 넌 그걸 야한 말이라고 하는 거야?!”
“이, 이게 뭐 어때서!”
“하나도 안 꼴리잖아! 너랑 나랑 동갑인데 오빠는 무슨! 그리고 나 꼬추 안 커! 작다고! 씨발 무지 작다고!!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게 큰 건지 작은 건지 어떻게 알아 개변태 새끼야!!”
세연은 야한 말에 익숙하지 않았다.
방금 읊조린 대사도 친구들의 섹스 썰을 생각하며 비슷하게 떠올린 것뿐이었다.
[귀축 용사가 김세연을 비웃습니다.]
[그는 당신이 외모에 비해 색기가 부족하다고 평가합니다.]
“닥쳐!”
분명 ‘신’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런 천박한 신도 존재한단 말인가?
하늘을 향해 엿이라도 날리고 싶은 세연이었으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진현! 나 이런 거 잘 모르니까 그냥 네가 시켜! 네가 하라는 대로 말할 테니까!”
“오? 알았어.”
“오?는 씨발아 빨리 말해! 더는 못 버틸 것 같다고!”
[마녀 사냥꾼이 당신의 말에 탄식합니다.]
[색마의 꾀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네가 뭐라도 주든가!”
[마녀 사냥꾼이 말을 조심하라 이릅니다.]
[자신은 엄연히 신격을 가진 존재라고 이릅니다.]
“칼 하나 달랑 던져준 주제에 신은 개뿔이…….”
[마녀 사냥꾼이 그 칼을 하나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아느냐 생색냅니다.]
부웅! 부웅!
더는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세연은 고블린들을 몰아내기 위해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러야만 했다.
그때, 짧은 고민을 마친 진현이 말했다.
“결정했어.”
“말해!”
두근두근.
가슴이 떨렸다.
내 입으로 얼마나 천박한 말을 하게 될까.
이진현 같은 개변태라면 나는 상상도 못할 저급한 말이겠지.
오랜 시간 지켜온 순수성이 오늘 조금 더럽혀질 터였다.
바로 이 입 때문에.
그러나 진현의 입이 열렸을 때,
세연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한다고 해줘.”
“뭐, 뭐라고?”
“진현아. 사랑해. 너만 사랑해. 라고 해달라고.”
“…….”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충격이었다.
보통 남자들은 천박한 말을 좋아하지 않나?
그런데 뜬금없이 사랑이라니?
세연은 동성 친구들에게조차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차라리 저급한 말 따위라면, 거짓으로 나불대겠지만…… 사랑, 사랑이라.
케르륵!
퍼걱!
“으읏……!”
고블린의 몽둥이가 다시 한번 세연의 허벅지를 후드러 깠다.
힘이 풀린 세연이 바닥에 쓰러졌다.
성훈이 나서서 고블린들을 막아섰으나, 저 허우대만 멀쩡한 전봇대 같은 놈이 오래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사랑…….”
사랑이란 심오한 것.
처음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리라 생각했던 세연이었다.
애석하게도 그 로망은 여기까지.
거짓 사랑 고백으로 삶을 연명할 수 있다면……, 그래. 그렇게 하리라.
세연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이진현! 사랑해!”
“더…… 더 해줘!”
“사랑해! 사랑해 진현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다른 남자는 필요 없어! 씨발 아주 죽도록 사랑한다고 이진현!!”
“으윽!”
띠링♪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머리 위에 떠오르는 글자들.
[★☆이진현의 딸♡감이 된 김세연☆★]
세연은 다시 진현의 딸감이 되었다.
‘이게 되네……. 근데 왜 돼?’
사랑한다는 말에 진현의 자지는 전보다도 크게 부풀어 있었다.
탁탁탁탁.
열심히 자지를 흔들어대는 진현.
게슴츠레 초점 없는 눈을 한 그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헤응…… 나, 나도 사랑해 세연아…….”
‘씨팔.’
이를 꽉 문 김세연.
그녀가 검을 들고 고블린을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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