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벽에 끼인 여자를 도와줍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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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끼인 여자를 도와줍시다 (1)
송다희.
귀여운 초코송이 머리를 한 그녀의 인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러했다.
8등신 햄스터.
선한 느낌의 이목구비는 짙은 화장에도 귀여움을 감추지 못했다.
키가 큰 건 아니었지만 얼굴이 워낙 작아서 비율로만 보면 모델 같아 보였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슴이 작은 편인 듯했다.
하지만 그걸 상쇄할 만큼의 장점 역시 가지고 있었다.
골반…… 골반이 진짜 미쳤다.
단지 엉덩이가 큰 게 아니라 뼈가 벌어져 있다는 느낌.
똑바로 서 있어도 허벅지 사이로 삼각형 공간이 만들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었다.
“안녕하세요. 강성훈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미인이시네요. 하하하!”
“아, 넹.”
스윗남 성훈이는 송다희와 악수를 하며 하하하 웃었다.
녀석은 예쁜 여자를 보면 저렇게 빵 터지곤 하지.
역시 스윗한 놈들은 여자에 미쳐 있다니까?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잠시 후 탑 2층으로 이동합니다.]
[2층을 함께 공략할 플레이어와 손을 잡아주세요.]
“시간 다 됐다. 어서 손 잡자.”
다음 층으로 이동하는 방식은 간단했다.
손을 붙잡고 있으면, 같은 파티원으로 인식되어 함께 이동된다.
나는 세연이와 성훈이의 손을 잡았고, 우리 다섯은 강강술래를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5초 후 탑 2층으로 이동합니다.]
카운팅이 시작되는 순간.
세연이가 돌연 손을 뿌리치더니, 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랑 손잡기 싫어서 그런 줄 알고 큰 상처를 받을 뻔했는데, 알고 보니 박건우 손을 잡기 싫었던 거였다.
“…….”
“…….”
세연이와 박건우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시선.
강간 미수범과 피해자의 파티라.
그러고 보니, 박건우 저 새끼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왜 굳이 세연이랑 파티를 하자고 한 거지?
답을 유추해보려고 하는 찰나.
파앗
환한 빛이 시야를 장악했다.
우리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고, 한가운데에 메시지만이 떠 있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
시야는 천천히 회복되었다.
2층은 1층과 마찬가지로 칙칙한 벽돌 던전이었다.
“으윽…….”
“눈뽕 씨발.”
“눈 감으라고 안내를 해주든가.”
대기실과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축축. 눅눅.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한 지하실 스멜.
1층에서의 기억 때문에 냄새만으로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하지만 우릴 괴롭히는 건 냄새만이 아니었다.
[마녀 사냥꾼이 김세연에게 화를 냅니다.]
[어째서 또 변태 플레이어와 파티를 이룬 것이냐고 항의합니다.]
변태 플레이어라면 나를 말하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내 덕에 세연이도 살아 있는 거라니까?
[귀축 용사가 김세연은 이미 더럽혀지지 않았느냐고 반박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화를 냅니다.]
[마녀 사냥꾼이 화를 냅니다.]
[마녀 사냥꾼이 화를 냅니다.]
와. 같은 메시지가 세 번이나 뜨네.
진짜 개빡쳤나 보다.
[마녀 사냥꾼이 딸감으로 쓰인 것은 순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껍질 기사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껍질 기사가 눈을 감습니다.]
[진정한 기사는 오직 명예로운 전투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합니다.]
[귀축 용사가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흥미를 보입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선남선녀인 것에 기뻐합니다.]
이렇게 보니, 배후신들의 성격이 파악되는 것 같다.
마녀 사냥꾼은 플레이어의 순결을 중요시한다.
귀축 용사는 그냥 섹스에 미친놈이다.
둘은 상극.
반면, 껍질 기사가 중요시하는 건 기사도와 명예인 듯했다.
그와중에 나름 점잖은 느낌이랄까.
[껍질 기사가 실눈을 뜨고 플레이어 송다희의 골반을 흘겨봅니다.]
……아니, 골반을 왜 흘겨 미친놈이.
기사 코스프레였냐?
박건우와 송다희의 배후신도 간간이 메시지를 보내긴 했다.
하지만 우리의 배후신들과는 성향이 다른 건지, 감정을 드러낸다든가 말을 걸어오는 일은 없었다.
송다희가 귀축 용사의 칭찬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
“후후. 감사합니다. 엄청 센스 있으신 배후신님이네요. 근데 귀축이 무슨 뜻이지?”
칭찬은 미녀도 웃게 한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귀축 용사가 후장 섹스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묻습니다.]
“뭐야? 오빠.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이상한 배후신이네. 진원이 배후신 같은데…… 반응하지 말자.”
아아.
이 미친 노빠꾸 배후신아.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 것이냐.
그리고 내 이름 진원 아니고 진현이라고.
“오빠. 나 기분 너무 더러워졌어. 저딴 게 무슨 신이야? 진짜 짜증나.”
“진원아. 네 배후신 원래 저래? 진짜 쓰레기 같네.”
“…….”
[귀축 용사가 시무룩해합니다…….]
지가 싸지른 말은 생각 안 하고, 시무룩?
가만 보면 여러모로 골때리는 놈이다.
[껍질 기사가 강성훈에게 스킬을 선물합니다.]
[돌연변이 짐승이 송다희에게 스킬을 선물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김세연에게 선물을 주려 합니다.]
[원하는 무기가 있으면 말해보라고 합니다.]
그 뒤로 잠시 배후신들의 선물 타임이 이어졌다.
세연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스킬을 받았다.
세연이는 방패는 도움이 안 된다며 양손 검을 요청해서 받았다.
그래도 방패가 있는 편이 안전하지 않을까 했지만, 워낙에 잘 싸우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껍질화? 세연아! 나 탱커인가 봐! 이제 내가 널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짐이나 되지 마.”
성훈이는 탱킹 스킬을 얻은 듯했다.
“난 돌진 스킬이야.”
박건우는 이동기를,
“전 근력을 높여주는 스킬이에요……. 종아리에 알 생기는 거 아니겠지? 힝.”
송다희는 근력 버프 스킬을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진현. 넌 무슨 스킬이야?”
세연이의 질문에 내게 집중되는 시선.
저들도 궁금하겠지.
변태 배후신은 과연 어떤 스킬을 줄지.
“하아.”
도무지 내 입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스킬창을 띄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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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 버프]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옮기는 기계에 불과하다.
번식! 교미! 섹스! 섹스!
유전자를 남기고 싶습니까? 자손을 낳아 당신의 DNA를 복제하고 싶습니까?
당장 보지에 자지를 박으십시오.
삽입 당한 암컷은 강해질 것입니다.
[효과]
삽입 중인 여성의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당신의 흥분도에 비례하여 효과가 상승합니다.
──────
“…….”
“…….”
“…….”
“…….”
쩜쩜쩜.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점입가경이네.”
“삽입이라니…… 설마 세연이한테 삽입할 건 아니지?”
“강성훈 넌 좀 닥쳐!”
세연이가 강성훈의 턱주가리를 돌려 버렸다.
그대로 쓰러지는 녀석.
맞아도 싸다.
“오빠. 나 또 기분 나빠졌어…….”
“걱정하지 마. 저딴 놈한테 도움 받을 일 없을 테니까.”
“이상해. 뭐야 진짜…….”
나를 경멸하는 두 남녀.
씨발 왜 나한테 그래요?
귀축놈이 준 건데요?
*
충격의 스킬 소개 타임이 지나간 후, 이진현의 파티는 모험을 시작했다.
최고의 플레이어는 단연 김세연이었다.
전에 사용하던 검보다 1.5배는 크고 두꺼운 검을 손쉽게 휘둘렀다.
육중한 날붙이에 고블린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한편, 박건우는 그런 세연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짜 존나게 쌔끈해졌네.’
입밖으로는 절대 꺼내지 못할 천박한 단어로 생각하는 건우.
그가 세연에게 접근한 이유는 간단했다.
‘박고 싶다. 젖탱이 존나 세게 쥐어짜면서 질싸해 버리고 싶다…….’
그녀와 자기 위해서였다.
현실에서 금태양 짓을 해왔던 건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애를 꼬셔서 쾌락에 눈뜨게 해주고, 훌륭한 암컷으로 교육하는 일.
친구의 여자친구나 친구가 눈독 들이던 여자를 가로채서 먼저 따먹는 일.
자신을 좋아하는 여사친들을 섹스 파트너라는 이름 하에 무책임하게 따먹고 다니는 일 등등.
건우는 알파메일 그 자체였다.
오히려 대학교 시절보다 최근에 훨씬 더 폼이 좋았다.
그래서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 강간하려고 했던 여자조차도 꼬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
‘일단 한 번 박아야 되는데…… 그러려면 이미지부터 좀 바꿔야지.’
전투가 끝난 후 건우는 세연에게 다가가 헌 옷을 건넸다.
“아무리 예쁜 얼굴이라지만 그러고 있으니 좀 무섭다. 이걸로 닦아.”
“…….”
그러나 세연은 건우를 그냥 지나쳤다.
진현의 뒤로 다가간 세연이 그의 옷에 얼굴을 닦았다.
“야! 헌옷 두고 왜 내 옷에 지랄이야!”
“넌 피 묻힐 일도 없잖아! 이렇게 밥값이라도 해!”
“진짜 또라이네 이거…….”
“이제 알았냐?”
서로에게 고블린 피를 묻혀가며 하하호호 웃는 진현과 세연.
섬뜩한 광경이었으나, 부러운 광경이기도 했다.
그때, 건우의 여자친구인 송다희가 다가왔다.
“오빠. 나 종아리 알 생긴 것 같징……. 그냥 스킬 쓰지 말까? 진짜 짜증나.”
‘병신.’
사실 건우는 탑에 들어오기 전, 다희에게 이별 통보를 할 생각이었다.
원 없이 따먹었고, 원 없이 조교했다.
말이라도 잘 통했다면 더 사귀어줄 수도 있었겠지만, 다희는 지능이 너무 낮았다.
이제는 데리고 다니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괴상한 공간에 함께 갇혀 버리고 만 것이다.
‘김세연 꼬시면 넌 바로 탈락이다. 헛소리 받아주는 것도 그전까지만이야.’
이별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세연과 섹스를 하게 되는 날이 바로 다희와 이별하는 날이 될 것이었다.
다시 이동이 시작됐다.
성훈이 다희와 수다를 떠는 사이, 건우는 진현과 세연 틈에 끼어들었다.
“둘은 어떻게 같이 오게 됐어? 혹시 사귀는 사이?”
“…….”
“…….”
건우가 끼자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나네. 나 부학생회장일 때…….”
“씨발 좀 닥치면 안 돼?”
훅 들어온 세연의 욕설.
건우는 조금 당황하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경멸하는 표정마저도 예뻤으나, 괘씸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세연아. 그래도 내가 오빤데 씨발은 좀 그렇지 않니?”
“좀 그렇지. 씨발은 너무 순해. 개새끼라고 하기엔 개들한테도 미안하고. 그냥 좆이라고 부를게. 너 뇌 대신 좆으로 생각하잖아.”
“세연이 너…….”
“왜? 아, 오빠도 붙여줘? 좆 오빠. 줄여서 좆빠라고 하면 되겠네.”
건우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슬슬 열이 올랐지만 세연의 가슴을 보면서 참았다.
트레이닝복으로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 저 폭력적인 가슴.
그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욕 좀 듣는 게 대수는 아니었다.
“세연아. 그때 일은 내가 사과할”
“야! 여기 뭐 있다!”
진현의 외침이 건우의 말을 끊었다.
그는 벽 한켠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데?”
“구멍이야.”
“구멍? 진짜네.”
진현이 발견한 것은 구멍이었다.
벽에 뚫린 작은 구멍.
잘하면 사람이 드나들 수도 있을 것 같은 크기였으나, 남자의 골격으로는 통과하기 어려워 보였다.
“1층에서는 구멍 같은 거 본 적 없잖아.”
“이진현.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소설에 이런 거 없었어?”
“음…… 어쩌면 숨겨진 보상이 있을지도 모르지.”
“보상이라니?”
“드나들기 어려운 곳에는 히든 보상이 있기 마련이니까.”
진현의 말은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래서 다희는 홀랑 넘어가고 만 것이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 제가 제일 작고 말랐잖아요!”
“다희야. 괜찮겠어?”
“오빠. 지금 나 살쪘다고 말하는 거야? 그만해. 나 화나려고 그래.”
“…….”
도무지 대화가 안 통하는 둘이었다.
다희는 두 팔부터 구멍으로 넣었다.
어깨를 요리조리 비틀더니, 결국 허리까지 넣는 것에 성공했다.
문제는 골반이었다.
잘 벌어진 그녀의 황금 골반이 구멍을 지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히잉. 안 되네. 내 보상.”
“다희야. 이제 그만 나와.”
“응……. 어, 어라?”
몸을 빼려던 다희.
그러나 어깨가 빠지지 않았다.
“오, 오빠? 도와줘!”
“어깨를 잘 돌려봐.”
“안 돼.”
“아깐 됐잖아!”
“아 지금은 안 된다고!”
이마를 짚고 화를 삼킨 건우가 다희를 당겼다.
좀처럼 빠져나올 생각이 없자, 세연과 진현, 성훈까지 나서서 다희를 당겼다.
“꺄아아아악! 끊어져! 척추 끊어져버려어어!!!”
그러나 다희의 어깨는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지쳐서 늘어지고 마는 파티원들.
구멍에 끼인 채 늘어진 다희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이제 어떡하지?”
“잠깐 쉬고 다시 해보자.”
“그게 아니라, 괴물이 나타났어…….”
“뭐?”
케륵
구멍 너머로 들려오는 고블린의 울음소리.
다희는 벽에 끼인 채 괴물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오, 오빠? 어떻게 좀 해줘!”
“뭘 어떻게 해! 빨리 빠져나오라고!!”
“안 된다니…… 우붑!”
“이, 일단 무기부터 들어!”
건우는 그녀의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틈 사이로 넣었다.
스걱!
벽 너머로 다희가 검을 휘두르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아직 큰 상처는 입지 않은 듯했다.
자신의 무기를 든 건우가 소리쳤다.
“다들 무기 챙겨! 빨리 저 너머로 넘어가서 다희를 구해야…….”
세연과 성훈은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문제는 진현이었다.
찰랑
벨트를 푸는 소리.
그는 바지를 벗고 있었다.
“너 뭐하냐?”
“다희 씨를 도와야죠!”
“그러니까 뭐하냐고?”
“버프 주려고요!”
버프를 주겠다고?
문득 좀 전에 봤던 천박한 스킬이 떠올랐다.
삽입 버프.
삽입하면 강해진다.
그러니까 지금…… 벽에 끼인 내 여친의 보지에 박겠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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