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벽에 끼인 여자를 도와줍시다 (4)
* * *
벽에 끼인 여자를 도와줍시다 (4)
상황은 무사히 종료되었다.
다희는 모든 고블린을 물리쳤고, 박건우는 화를 가라앉혔다.
아니, 절망 중인 건가?
몇 가지 문제도 있었는데, 내가 질싸를 해 버렸다는 것.
그리고 송다희가 박제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자지에 박힌 채 고블린 10마리를 쓰러뜨린 송다희☆★]
천박한 문구 아래에서 다희의 엉덩이가 말했다.
“하아. 진현 오빠. 저 설마 임신하는 건 아니겠죠? 안전한 날은 아니라서요……. 진짜 임신해 버리면 어떡해. 설마 오빠가 안에 그대로 해 버릴 줄이야…….”
갑자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녀.
깡통 같은 소리만 하길래 원래 빡통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내가 당하니 혐이 차올랐다.
“내가 분명 말했지? 근육 조이는 스킬 쓰지 말라고. 그거 쓰면 질싸해 버릴 것 같으니까 쓰지 말라고 두 번이나 말했잖아. 난 질싸를 한 게 아니라 질싸를 당한 거라고!”
“???”
세연이와 성훈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정수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
“아니, 그니까 질싸를 당했다는 게 내가 박혔다는 뜻이 아니라, 피동형으로 쓴……. 아 시발 몰라!”
이걸 내가 왜 해명을 하고 앉아 있는 거야.
그때, 다희의 엉덩이가 조용히 읊조렸다.
“맞아요……. 다 멍청한 제 잘못이죠……. 흐흑……. 미안해요…….”
결국 즙이냐?
사회에서는 통했을지도 모른다.
다희처럼 아름다운 골반과 귀여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나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면, 강성훈 같은 달달 한남 새끼들이 이때다 싶어 나를 죽일 놈으로 만들고 발딱 선 자지를 숨긴 채 다희를 위로했겠지.
근데 여기 사회 아닌데?
울어? 그래서 어쩌라고?
네 목숨 살린 게 이 자지인데 뭐 어쩌라고?
나도 진심으로 섹스하기 싫었다니까?
물론 내 고추는 생각이 달랐겠지만.
“다희 씨.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조절을 못한 진현이 탓도 있으니까요.”
저 스윗한남 새끼…….
어떻게 예상을 1도 벗어나지를 않냐?
억울한 표정을 장착하고 세연이를 바라보았으나, 세연이는 이 일에 별로 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눈물을 추스른 송다희가 말했다.
“근데 저 목이 너무 타요…….”
목마름을 호소하는 그녀.
무리도 아니었다.
벽에 끼인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힘이 들 텐데, 그 상태로 전투까지 벌였으니까.
우리에겐 대기실에서 사 온 생수가 있었다.
문제는 생수통이 무슨 2차대전 때 만든 수통처럼 생겨서 벽틈으로 넘길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걸 어쩌지? 다희 씨. 배를 좀 더 홀쭉하게 만들어보세요.”
“이 이상 어떻게 홀쭉하게 해요? 지금 저 살쪘다고 돌려 말하시는 거죠?”
“그럴 리가요! 다희 씨 엄청 마르셨다고요!”
성훈이는 지랄병이 도진 송다희를 잘도 달랬다.
정말 지극 정성이었다.
“목말라 죽겠는데 물도 못 마시고…… 이렇게 벽에 낀 채로 죽을 운명인가 봐요……. 흐흑…….”
결국 또 눈물이 터졌다.
저러면 더 빨리 탈진할 텐데.
그때, 성훈이가 기가 막힌 묘책을 떠올렸다는 듯이 외쳤다.
“맞다! 그 방법이 있지!”
“뭔데?”
“뉴스 기사에서 본 건데! 대장으로도 수분을 흡수할 수가 있댔어!”
“???”
우리는 잠시 생각해야 했다.
이 미친놈이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지를.
대장으로 수분 흡수?
그러니까 똥구멍으로 물을 마시라는 거야 지금?
“다희 씨!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어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크억!!!”
세연이의 주먹이 성훈이의 복부를 강타했다.
화끈한 배빵.
솔직히 이건 더 처맞아도 싸다.
“이렇게 주면 되잖아 멍청아.”
세연이가 수통 뚜껑에 약간의 물을 따른 후 틈으로 넘겼다.
그것으로 다희는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참새 눈물만큼의 양이라서 뚜껑이 여러 번 왕래해야 했지만, 똥구멍으로 물을 마시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때,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던 박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우리 둘만 있게 해줘.”
“…….”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지금은 비켜주는 게 좋겠지.
순순히 나가려는데, 세연이가 박건우에게 검을 겨누며 경고했다.
“혹시라도 허튼 짓거리 하면 네 다리 자르고 여기에 버리고 간다.”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뭐긴. 대가리에 그거밖에 안 든 좆빠지.”
“하아. 지금은 그냥 좀 가라.”
역시 세연인 노빠꾸다.
세연이는 다희가 몹시 걱정스러운 모양이었지만, 나는 박건우가 허튼짓을 벌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박건우는 사람을 죽일 만큼 간이 크지 않거든.
*
우린 복도 하나를 사이에 둔 방으로 이동했다.
한가운데에 둘러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진현.”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부르는 세연이.
쟨 또 왜 저러는 걸까?
“왜?”
“더러워.”
“며칠 째 못 씻은 건 너나 나나 피차 마찬가지인데, 왜 나만 더럽대?”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그리고 나 매일 씻거든?!”
“매일 씻기는 개뿔. 여기 씻을 곳이 어디 있다고?”
“새, 생수로 냄새날 것 같은 곳은 닦는다고!”
얼씨구.
그 아까운 생수를 씻는 데에 써?
참 잘하는 짓이다.
네가 그러고도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라고 세뇌당한 세대라 할 수 있냐고 일갈하려는데, 서윗 성훈이가 끼어들었다.
“그만들 싸워. 나 물 열 통 사왔으니까……. 그보다 진현아. 네 스킬이 정확히 어떤 거야?”
“내 스킬?”
“딸감 버프까지는 알겠어. 근데 삽입 버프는 어떤 거야? 안에 싸면 강해지는 거야?”
[껍질 기사가 흥미를 보입니다.]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 동료의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성훈이가 물어봐서 그런가.
왠지 기분이 찝찝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주기로 했다.
껍질 기사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고.
“삽입과 동시에 강해지더라고. 이것도 딸감 버프랑 마찬가지로 발기 풀리면 안 돼. 그러니까 안 싸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게 이득……. 하.”
아 씨발.
설명하다 현타 왔다.
스킬 이름이 어케 삽입 버프?
그런 나와는 달리, 성훈이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와. 그럼 넌 이제 상황만 따라주면 아무나 박을 수 있겠네…….”
“…….”
성훈이 새끼.
결국 섹스가 부러웠던 거네.
인상을 찌푸린 채 듣고 있던 세연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좋았냐?”
“…….”
좋았냐고?
아니. 별로 안 좋았다.
쾌락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솔직히 상위 1% 개쩌는 엉덩이에 코박죽할 때까지만 해도 존나 좋았거든.
근데 난 다희랑 섹스까지는 하기 싫었다.
인생 첫 섹스를 잘 모르는 여자와, 그것도 여자가 벽에 낀 상태로, 내 자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고블린과 싸우고 있는 여자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첫 경험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서로를 느끼면서 하고 싶었다고…….
“안 좋았어.”
“거짓말하는 거 아냐? 너무 기분 좋아서 안에다 싸 버렸잖아.”
“야. 그건 송다희가 잘못한 거라고 말했잖아. 스킬 쓰지 말라 했는데 기어코 써 가지고”
“넌 진짜 아무나 박을 수만 있으면 막 느끼는구나? 보지만 달려 있으면 다 좋겠네? 생각해보면 송다희 그년도 웃겨. 처음 본 남자한테 걸레처럼 대준 거 아냐? 저질 변태 쓰레기들끼리 잘 만났네 아주.”
어이가 없어서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내가 얼마나 개고생한 줄도 모르고 또 나를 변태로 만들어?
내가 얼마나 힘을 썼는데?
지금 괄약근이 저릿저릿하다고!
“김세연. 선 넘지 마라. 나도 섹스하기 싫었어. 그냥 너 보면서 딸친 거랑 똑같아. 감정 없는 거였다고.”
“그게 어떻게 같아?!”
“그럼 뭐가 다른데?”
“나는 전부터 네 친구였고! 저년은 오늘 처음 본 년이고!!”
“?”
아니, 그래서 그게 뭐가 다르냐고.
사랑 없는 쾌락인 건 똑같은데.
“이진현. 넌 쟤한테 눈곱만큼도 마음이 없었어. 그냥 몸이 좋았던 거야. 내 말이 틀려?”
“맞아. 그리고 너도”
“아니. 난 달라. 나랑 친구로 지내는 동안 나 좋아한 적 있잖아?”
이건 또 뭔 개소리일까.
“……없는데?”
“……?”
세연이는 예쁘다.
몸매도 좋고, 성격도 재밌다.
그리고 지 자랑을 좋아하며, 남자들에게 인기 많은 걸 귀찮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굉장히 즐긴다.
난 세연이한테 상처받기 싫어서 처음부터 마음을 품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녀의 어장에서 헤엄치고 싶은 마음은 없었거든.
그러니 내 말은 진심이었다.
난 세연이를 좋아한 적이 없다.
“구, 구라치시네! 한순간이라도 있었겠지!”
“……없어.”
“한순간이라도! 진짜 잠깐이라도!”
“……아니 없어.”
“상상이라도!”
“……없다니까.”
세연이는 벌떡 일어나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나를 지나쳤다.
“어디 가?”
“화장실!”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신지?
도무지 세연이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자기를 보면서 딸딸이를 칠 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뭐가 다른 건데?
세연이의 자존감이 더 올라가나?
방에 우리 둘만 남게 되자, 성훈이의 목소리가 걸걸해졌다.
스윗 모드에서 한남충 모드로 바뀐 것이다.
“진현아.”
“왜 스윗한남충 새끼야.”
“너 코박죽 했어?”
“하……. 넌 지금 그게 궁금하냐?”
“어.”
“당근 빳다지 씨발.”
“와 개쩐다! 어땠어?”
어땠냐고?
쿱쿱한 냄새가 진짜 개꼴렸지.
배덕감도 장난 아니었고.
“안 알려줌.”
“와! 치사한 새끼!”
“너만큼 치사하겠냐? 남자라고 하나 있는 게 맨날 여자 똥꼬나 빨고 있는데?”
“그게 뭐. 솔직히 넌 꿀빨잖아.”
“???”
순간 성훈이의 얼굴에 주먹을 처박아 반죽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내가 뭔 꿀을 빨아 이 미친놈아?
꿀은 조별과제 때부터 무임승차하고 있는 네가 빨고 있지.
“대체 왜 귀축 용사님은 너를 선택하신 걸까? 귀축 용사님! 저도 잘할 수 있었다고요! 제가 얘보다 자지도 커요!!”
[귀축 용사가 히죽입니다.]
[껍질 기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냅니다.]
“헤헤. 물론 껍질 기사님이 더 좋습니다요…….”
간신배 같은 놈.
이젠 배후신 똥꼬까지 열심히 빠는구나.
“하. 그나저나 다희 씨는 어떡하냐 진짜? 저거 못 빠져나올 것 같은데.”
“너 다희 좋아하냐?”
내 물음에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성훈이 녀석.
“솔직히 완전 내 스타일이야.”
“남친이 버젓이 있는데 그걸 좋아하는 너도 참…….”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난 솔직히 세컨이어도 좋아.”
이제는 인정해야겠다.
난 강성훈이랑 안 친하다.
맨날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이렇게까지 미친놈일 줄은 몰랐다.
“박건우가 다희 울리는 순간, 내가 바로 들이댈 거야.”
“응~ 이미 내가 존나 따먹었어~”
“…….”
내 말에 우울한 얼굴을 하는 성훈이.
그냥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러나 성훈이는 다큐로 받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우울해할 줄은 몰랐는데.
“야. 농담인데 왜 그래.”
“난 진짜로 좋아한다고…….”
녀석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나와 멀찍이 떨어져 앉더니 등을 돌렸다.
내가 좀 심했나……?
아니, 근데 송다희랑 만난 지 두 시간도 안 지났는데 뭔 진심이야 진짜 미친 스윗한남보빨러 페미제조기 같은 새끼가.
*
그 시각.
세연은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섰다.
작은 거미가 돌아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으슥한 벽돌 방.
‘여기가 괜찮겠다.’
세연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대기실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플레이어는 배후신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배후신이 지켜보고 있을 때는 특유의 감각이 있었다.
‘없다.’
배후신이라고 24시간 플레이어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은 ‘마녀 사냥꾼’도 자리를 비운 상태.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배후신을 불러보기까지 했다.
“배후신님.”
그녀의 배후신은 순결을 중요시하는 신.
만약 이 행위를 하다가 들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확실히 혼자라는 것을 확인한 세연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손잡이 부분으로 음부를 비비기 시작했다.
‘무기를 바꾸길 잘했어…….’
양손 검의 손잡이는 한손 검의 손잡이보다 크고 뭉툭해서 더 기분이 좋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무기를 교체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은 그녀가 딸감을 떠올렸다.
“이진현…….”
이진현의 엉덩이가 아른거렸다.
벽에 끼인 다희에게 박고 있는 진현.
어쩐 일인지, 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 변태 쓰레기 새끼……. 하으…….”
세연은 자신이 진현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곳에 온 후로 진현과 그렇고 그런 일이 너무 많았을 뿐.
야한 상황이 계속되니 저도 모르게 흥분했을 뿐이라고,
이건 자신이 송다희를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세연은 그렇게 자기를 위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