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22화 (22/74)

〈 22화 〉 합법 여고생, 마조 변태 암퇘지, 섹스의 신 (1)

* * *

합법 여고생, 마조 변태 암퇘지, 섹스의 신 (1)

정연이는 내 정액을 삼켰음에도 칭호를 얻지 못했다.

또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별말이 없었다.

“진현아. 다음에 봐♡”

어쩐지 애교가 섞인 정연이의 목소리.

지나는 그런 정연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칭호 부여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나는 다시금 세연이네와 합류했다.

세연이는 날 보자마자 쏘듯이 말했다.

“좋았어?”

“……?”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솔직히 만나자마자 쓰레기니, 변태니, 걸레니, 욕을 해댈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혹시 나 버림받는 건가?

이럴 땐 세연이를 치켜세워주는 게 좋겠지.

“좋았냐니까?”

“생각만큼은 별로.”

“거짓말.”

“진짠데. 비키니 입은 너 보고 딸딸이 칠 때가 더 좋았­”

“뭐, 뭐라는 거야!”

칭찬으로 얼굴이 새빨개진 세연이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역시 세연이는 부끄러워할 때가 귀엽다.

그때, 성훈이와 다희가 합류했다.

성훈이놈은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다희는 어딘가 들뜬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 있어?”

“다희가…… 우리 파티를 떠난대…….”

“그렇게 됐어요. 미안해요 언니, 오빠. 저랑 정말 친한 친구들을 만났거든요.”

다희는 새로운 파티를 찾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이별인가.

다희와의 이별은 무덤덤했으나, 대한민국 상위 1% 황금 골반과의 이별은 상당히 아쉬웠다.

가기 전에 코박죽 한 번 더 한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받겠지?

그러나 우리 중 그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건 성훈이놈이었다.

“다희야. 오빠도 그냥 너희 파티에 끼면 안 될까?”

“네? 성훈 씨가요? 왜요?”

“그야 우리의 사랑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으니까.”

“?”

다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고 보니, 다희는 끝까지 성훈이한테 말을 안 놨네.

생사를 함께한 동료라면 정이 들 법도 한데,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다.

“진현 오빠.”

“응?”

대답과 동시에 훅 들어오는 다희의 얼굴.

내 입술 위로 그녀의 입술이 포개졌다.

너무 당황에서 얼굴을 뒤로 빼려는데, 다희의 손이 내 뒤통수를 눌렀다.

츄릅…….

고개를 꺾으며 혀까지 밀어 넣는 그녀.

입 안에서 우리의 타액이 끈적하게 얽혔다.

“헤에…….”

혓바닥을 늘어뜨리며 멀어지자, 침이 실처럼 늘어지다가 끊어졌다.

참으로 빗치스러운 기술이었다.

“고마웠어요 진현 오빠. 다음에 또 만나면 좋겠당.”

“어? 어. 나도.”

“세연 언니. 잘 해봐요. 바이바이.”

발랄한 인사를 남기고 멀어지는 그녀.

“개새끼. 너만 없었어도…….”

눈알이 반쯤 튀어나온 성훈이는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고,

“저 걸레 같은 년이 끝까지…….”

이글거리는 눈빛의 세연이는 다희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험담했다.

어쩌면 송다희가 없는 게 우리 파티에 더 이득일지도 몰라.

쭉 같이 있었다간 누구 하나 죽는 꼴을 봤을지도…….

­다음 공략까지는 약 15분이 남았으며, 한 파티의 인원은 최대 10명입니다. 지금부터 자유롭게 파티를 구성하시길 바랍니다.

화면에 로브를 쓴 남자가 나타나 공지했다.

이번에는 전처럼 많은 설명이 없었다.

파티의 최대 인원은 10명.

다희가 빠졌으니, 우리가 채워야 할 숫자는 무려 7명이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갑자기 숫자가 너무 늘었는데?”

“잠깐만. 15분? 왜 이렇게 시간이 없어?!”

“어, 어떡하지? 다희한테 다시 물어볼까? 아니면 정연이네?”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플레이어들.

눈치 빠른 녀석들은 벌써 옆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누가 됐든 우리도 빨리 찾아보자!”

“일단 흩어진 다음에 10분 뒤에 여기서 모여!”

“흩어지면 몇 명이나 모았는지 알 수가 없잖아 멍청이들아!”

우리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교복을 입은 의문의 여학생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빠……?”

“?”

뜻밖에도 여고생이 말을 건 쪽은 강성훈이었다.

이 새끼 뭐지?

설마 여고생한테도 접근한 적이 있는 건가?

네가 정녕 사람 새끼냐?

“유리 너야?”

“오, 오빠!”

“유리야!”

“오빠아!!”

몹시 놀란 듯한 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얼싸안으며 소리쳤다.

“오빠! 왜 아직도 안 죽었어?! 무능하고 못생겨서 금방 죽을 줄 알았는데!!”

“강유리! 너야말로 정말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목숨이구나!”

반가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경멸하는 것 같기도 한 둘.

그러고 보니, 성훈이한테 고3인 여동생이 있다고 했지?

동생에게 외모 유전자를 전부 빼앗겼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이쪽은 내 파티원들이야. 여긴 김세연. 나랑은 친구보다 가까운 사이지.”

“우와. 안녕하세요. 왜 우리 오빠랑 다녀요?”

“어쩌다 보니…….”

세연과 유리가 멋쩍게 악수했다.

성훈이는 나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나에겐 동생을 소개시켜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뭐…… 이 정돈 이해한다.

내 능력이 능력이니만큼 찝찝할 수도 있지.

그런데 뜻밖에도 동생 쪽에서 먼저 손을 건네왔다.

“진현 오빠! 안녕하세요! 진짜 오랜만이에요!”

“?”

뭐지.

왜 내 이름을 알고 있지?

성훈이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두,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 오늘 처음 본 것 같은데.”

“에이. 섭섭하게 왜 그래요? 전에 본 적 있잖아요! 우리 오빠 술 꽐라됐을 때, 진현 오빠가 부축해주고 저희 집에서 자고 간 거 기억 안 나요?”

“아.”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긴 했었다.

신입생 때니까 벌써 4년 전인가?

근데 그땐 나도 만취 상태일 때라서, 강유리가 잘 기억나지는 않았다.

“근데 오빠네 파티원 설마 세 명?”

“응. 근데 그건 왜?”

“잘 됐다! 우리 파티 지금 딱 일곱 명이거든! 다 내 친구들이야!”

일곱 명이라면 좋지.

마침 시간도 부족하고, 숫자 맞추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문제는 내 능력. 그리고 성훈이 동생의 나이였다.

우리 파티에 미성년자는 좀 곤란하다고?

“유리야……. 난 이 파티 절대 반대야…….”

“아 그래? 그럼 오빤 빠지면 되겠다. 진현 오빠. 저희랑 같이 하실래요?”

“돌대가리년아. 내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끼면 안 된다는 말이야.”

“병먹금.”

친남매답게 대화가 매웠다.

나도 친구 여동생을 딸감으로 삼고 싶지는 않아서 거절하려 했는데, 우리 둘 사이로 김세연이 끼어들었다.

어쩐지 검은 아우라를 풀풀 풍기고 있는 그녀였다.

“이름이 유리라고 했지?”

“아, 네.”

“이 파티의 리더는 나니까 내가 설명해줄게. 오해하지 말고 들어. 우리 파티는 ‘어른’들만의 파티거든. 요컨대, 19금이라는 거지. 이진현이 가진 능력이 미성년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능력이라서 고등학생들이랑 같이 다니기는 조금 곤란해.”

어른의 포스를 풍기며 차분하게 설명한 세연이.

짧게 말하면 ‘애들은 가라’는 뜻이었다.

유리는 젊음의 패기로 받아쳤다.

“저 미자 아닌데요?”

“?”

“1년 꿇었어요.”

“…….”

한 방 먹였다는 듯 싱긋 웃는 유리.

그러니까, 미자가 아니라 스무 살이다?

현직 고등학생인데 성인이다??

교복을 입고 있지만 아청법에 걸릴 일이 없다???

……이것을 고추가 높이 평가!

*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고등학생 7명이랑 같이 파티를 하냐고?!”

세연이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참나. 고등학생이 뭐 어때서요? 제가 언니보다 셀 것 같은데요?”

그건 유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진현. 너 설마 내 여동생으로도 그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 제발…….”

가장 심하게 멘탈이 나가 버린 건 강성훈이었다.

솔직히 20살 여고생이 꼴리는 건 사실이지만, 친구 여동생을 딸감으로 삼는 건 나도 찝찝하다.

“걱정 마. 절­대 딸딸이 안 칠게.”

“너 그렇게 말해놓고 다희랑도 섹스했잖아!”

다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유리와는 그럴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지.

[5초 후 탑 2층으로 이동합니다.]

“이제 어쩔 수 없어! 다들 손이나 잡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겨우 15분밖에 되지 않는 파티원 선택 시간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나, 세연이, 성훈이, 20살 여고생 유리.

그리고 교복을 입은 여섯 명의 진짜 미성년자 여고생들.

왜 하필 인원이 많아진 걸까.

이 많은 애들 앞에서 딸딸이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어린 게 따박따박 말대답도 잘한다?”

“언니는 생긴 거에 비해 틀딱 같으시네요.”

“뭐? 틀딱? 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진짜 혼나 볼래?!”

“이진현이…… 내 여동생을…….”

“어휴 시발.”

시작부터 조짐이 안 좋다.

그러나 우리의 사이가 좋든 나쁘든, 숫자는 줄어든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파앗­

그렇게 3층 공략이 시작되었다.

*

유리는 4년 전 그날을 기억한다.

“으어어­ 윤영아! 존나게 사랑했다 씨발!!”

“하루 본 애를 뭘 사랑해 인마.”

진현이 술에 꽐라가 된 성훈을 부축하고 집에 왔을 때.

중학교 3학년이었던 유리는 대학생 진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확실히 그의 외모 때문은 아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남자1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래. 성격도 더럽더만. 성훈이 네가 아깝다.”

“진짜?”

“그래. 진짜로. 넌 더 좋은 여자 만나야 돼.”

“으어엉­ 진현아 사랑해!!”

“미친놈아 껴안지는 말고.”

술에 잔뜩 취한 유리의 오빠 강성훈.

반면 진현은 다소 멀쩡해 보였다.

진현은 그날 성훈의 푸념을 두 시간 넘게 들어주었다.

‘되게 어른스럽네…….’

남의 푸념에 두 시간이나 넘게 공감해주다니.

그것도 저 병신의 푸념을.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나도 저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을 텐데.’

그 시절 유리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춘기에 빠진 친구들은 겉으로는 친한 척이었지만, 서로 험담하기 바빴다.

엄마는 홀로 가장과 주부의 노릇을 하느라 바빴고, 아빠는 원래부터 안 계셨다.

오빠라는 놈은 그냥 병신이었다.

“저기, 오빠 괜찮으시면 제 침대에서 주무세요. 전 거실에서 잘게요.”

“음? 아, 네가 유리구나. 성훈이 말대로 진짜 예쁘네.”

“!”

심쿵!

본래 첫사랑의 이유는 사소한 법.

그녀의 학교는 여중이었기에 또래의 남자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유리에게는 그 말이 첫사랑의 방아쇠가 되었다.

사랑의 총알에 대가리가 깨져 버린 유리.

다음 날 진현의 체취가 밴 침대 위에서 유리는 킁킁 냄새를 맡았다.

.

.

.

그리고 현재.

아직도 머리가 봉합되지 않은 유리는 자신의 첫사랑과 탑 3층으로 이동된 것이다.

“어라? 왜 우리뿐이에요?”

진현, 성훈, 유리.

주변에는 그 셋뿐이었다.

“세연아! 세연아!!”

진현이 소리쳤으나 답은 없었다.

대신 그들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깜짝 이벤트!]

[당신의 파티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동료를 찾아 합류하여 3층을 공략하세요.]

“이런 젠장…….”

분리되어 버린 파티.

최고의 딸감을 잃어버린 진현은 침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성훈은 패닉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아아. 이진현이 내 여동생을 딸감으로…… 이 개새끼…… 세연이도 다희도 그렇게 빼앗아가 버리더니…… 기어코 내 가족까지 건드리는구나…….”

“뺏어가긴 뭘 뺏어가. 세연이랑 다희가 언제 네 거였던 적이 있었냐?”

유리는 둘의 대화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우리 오빠는 아까부터 왜 지능이 더 낮아진 거예요?”

“유리 넌 아무것도 몰라. 이 오라버니가 어떤 마음인지 넌 모른다고…….”

“오빤 좀 닥쳐 봐.”

유리는 진현에게 답을 요구했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곤란해하던 진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너도 알게 될 테니까 그냥 미리 말할게.”

그가 상태창을 띄웠다.

──────

[딸감 버프]

­딸감이 된다는 것은 곧 훌륭한 암컷이라는 의미!

­꼴리십니까? 딸딸이를 치세요!

­당신의 딸감은 강해질 것입니다!

[효과]

­딸감으로 삼은 여성의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당신의 흥분도에 비례하여 효과가 상승합니다.

──────

눈앞에 떠오른 천박한 문구.

남자 경험이 전무한 유리에게는 읽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내용이었다.

[귀축 용사가 아주 귀여운 옷을 입은 딸감을 데려왔다며 기뻐합니다.]

딸감?

설마 내가 진현 오빠의 딸감이 되는 건가?

내가 보는 앞에서, 진현 오빠가 나를 보며 딸딸이를 친다고……?

“유리야…… 괜찮아?”

“…….”

충격으로 멍해진 머리.

입을 반쯤 벌린 유리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수치심…… 모욕감…….

첫사랑에게 성적 도구로 소비되어 버린다는 것에 대한 치욕…….

­따위가 아닌 희열 때문이었다.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어!!!’

여중 – 여고 테크트리를 타고 있는 유리는 성적 호기심이 왕성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야한 얘기를 하는 게 일상.

그러나 정작 만날 남자가 없었다.

소개팅을 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유리에게 그 정도 용기는 없었다.

결국 그녀의 딸감으로 소비되는 건 늘 스토킹하고 있는 첫사랑.

이진현이었다.

‘내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신이 여길 만든 게 분명해!’

첫사랑과 이어지기 위한 시련!

이 탑에서 나가는 건 오직 둘뿐이이라.

‘도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셋이겠지만. 흐흐흐.’

목숨 건 뜨거운 19금 로맨스.

상상하는 것만으로 몸이 달아오르는 유리였다.

그때, 진현이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오해하지 마. 너를 상대로 이 스킬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에? 왜, 왜요?”

“왜냐니. 넌 고등학생이고, 내 친구 여동생이잖아.”

쿵.

심장에 돌덩이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라면 3층에서 그의 딸감이 되기는커녕, 다음 층에서는 파티가 갈라질지도 몰랐다.

반드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한다.

조급해진 유리가 무리수를 던졌다.

“아뇨! 제발 저를 딸감으로 써주세요!!”

“?”

그녀의 폭탄 발언과 함께 찾아온 적막.

신이 난 건 오직 귀축 용사뿐이었다.

[귀축 용사가 덩실덩실 엉덩이를 흔듭니다!]

[아주 귀한 인재를 모셔왔다며 진현을 칭찬합니다!]

반면, 두 남자의 표정은 심각했다.

진현도 진현이었지만, 성훈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말 그대로 가족을 NTR 당한 자의 얼굴.

“이 돌대가리년아! 너 딸감이 뭔지도 모르지?!”

“알거든?! 내 말은! 위급해지면 어쩔 수 없잖아! 다 같이 죽느니 내가 희생하는 게 낫지!”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한 유리였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 여동생은 좀 그렇지……. 빨리 세연이를 찾아보자.”

문제는 진현의 태도였다.

자신을 여자로 보지 않는 듯한 미적지근한 반응.

게다가 김세연이라는 예쁜 언니를 지금껏 딸감으로 사용해온 듯했다.

유리는 진현의 뒷모습을 보며 각오를 다졌다.

‘오빠. 전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보면서 딸딸이 치게 만들어 줄게요♡ 그 틀딱 년은 생각조차 안 나도록♡’

*

그 시각 세연의 그룹은 화기애애했다.

여자가 봐도 예쁘고 멋진 걸크러쉬 언니 세연.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을 나이인 유리의 친구들은 세연과 함께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너무 멋있어요. 아까 보니까 엄청 잘 싸우시던데……. 혹시 운동 하셨어요?”

“어. 육상.”

“대박!”

“꺅! 진짜 멋있어!”

별거 아닌 말에도 세연을 비행기에 태워 버리는 여고생들.

최근에는 딸감으로 사용되어 버리거나, 다희, 정연 같은 걸레들에게 밀리는 수모만 당하던 세연이었기에, 이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언니는 인기도 많겠다. 연애도 엄청 많이 해봤죠?”

“뭐…… 나 좋다는 남자 줄 세우면 끝이 안 보이긴 하겠지.”

“진짜 대박이다. 그럼 남자도 골라 먹을 수 있겠네요?”

“꺅! 얘가 미쳤나 봐!”

“뭐래 진짜!”

야한 농담에 까르르 웃어대는 여고생들.

귀엽고 발칙한 광경이었다.

물론, 경주김씨 수은공파 55세손, 유교 탈레반급 연애 사상을 가지고 있는 세연은 생각이 달랐다.

“당연히 골라 먹을 수도 있어. 하지만 현명한 여자라면 남자에게 쉽게 몸을 주지 않겠지.”

“네……?”

“남녀가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별한 일이야. 특히나 처음이라면 더욱 그렇고. 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관계할 거야. 내 외모만 보고 반한 머저리들을 평생 기억하고 싶지는 않거든.”

주판 튕기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만큼 세연의 연애 관념은 낡았다.

그러나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 보이기도 하는 법.

아름다운 데다가 걸크러쉬한 면모까지 있는 세연이 그렇게 말하니, 제법 그럴싸하게 들렸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너무 가볍게 행동하지 마. 특별한 순간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새기란 뜻이야. 알겠니?”

“언니 완전 반전 매력.”

“이렇게 예쁜 사람이 유교걸이라니…… 매력 쩔어.”

“나 진짜 반한 것 같아요 언니…….”

‘오랜만에 말이 통하네.’

자신의 설교가 먹혀들자 어깨가 으쓱해졌다.

‘한동안 이진현 그 변태랑만 있어서 나도 좀 해이해졌었지……. 정신 차리자.’

스스로 유교 마인드를 다지는 세연이었다.

케륵!

그때, 어둠 속에서 고블린이 여고생을 급습했다.

“위험해!”

스걱!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든 세연.

그녀가 고블린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펄럭­

순간 세연의 상의가 뒤집히며 그녀의 맨살 일부가 드러났다.

그리고 한 여고생이 배꼽 아래 부분에 칠해진 검은 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낙서?’

그건 분명 낙서 같았다.

아주 야하고 더러운 낙서.

‘세연 언니가 그럴 리 없잖아. 잘못 봤겠지.’

여고생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언니! 괜찮으세요?”

“어……. 나, 난 괜찮아. 나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

당황한 듯한 세연은 후다닥 조용한 장소로 향했다.

*

아무도 없는 방.

배후신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괜히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본 세연이 트레이닝복의 지퍼를 내렸다.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새하얀 살결.

하늘도 그녀의 순결을 인정할 만큼 아름다운 백옥의 피부였다.

그러나 지퍼가 더 내려가자 그 위에 쓰인 흉측한 글씨들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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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하고 촬영해주세요

암퇘지 대걸레 유망주

마조 변태임 ㅋ

10시간 돌림빵ㅋㅋㅋ

???

전 병신입니다♡ 밟아주세요♡

존나 허접 보지 ㅋㅋㅋ

섹스에 미친년

o0o

다 드러나지도 않았는데,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어질어질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천박한 문구.

그건 세연이 다희에게 부탁하여 쓴 문구들이었다.

걸레를 좋아하는 이진현을 자극하기 위해 걸레 코스프레를 할 요량으로 쓴 것이었는데…….

‘설마 파티원이 10명으로 늘어 버릴 줄이야……. 그것도 싹 다 여고생이라니…….’

차라리 남고생이 없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세연은 혹여라도 이 낙서가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상한 건 낙서를 들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보지가 젖어오는 것이었다.

내 몸에 이런 천박한 문구가 쓰여 있다니…….

아까 여고생들에게 설교나 하지 말걸…….

음부를 가린 세연이 성욕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겉은 순결한 척하면서, 사실 속은 섹스에 미친 마조 변태 암퇘지 같은 년이에요오옷……!’

스스로를 매도하며 느껴 버리는 세연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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