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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25화 (25/74)

〈 25화 〉 마조 변태 육변기는 떨고 있다 (1)

* * *

마조 변태 육변기는 떨고 있다 (1)

[‘강림!★오나홀!’을 다시 사용하기 위한 사정 점수가 부족합니다.]

[더 많이 사정하여 사정 점수를 채워주세요.]

[현재 사정 점수]

­127/1,000

핑챙을 불러내려면 사정 점수를 쌓아야 했다.

지금껏 쌓아온 사정 점수는 고작 127점.

당분간은 핑챙의 도움을 받긴 글렀네.

[귀축 용사가 오랜만에 즐거웠다며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200% 즐기는 것처럼 보이긴 했지.

그렇게 쑤심 당하면서 몇 번이나 가 버렸으니…….

그때 배후신의 메시지를 확인한 성훈이의 눈알이 반쯤 튀어나왔다.

“바, 방금 왔다 간 개쩌는 여자가 귀축 용사였다고?”

“너는 동생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 싶냐.”

“오 씨발! 귀축 용사님! 저를 당신의 플레이어로…… 아니, 당신의 노예로 삼아주세요! 죽을 때까지 여신님을 위해 딸딸이치겠습니다!!”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인 성훈이.

유리는 그를 흘기며 ‘병신’이라고 읊조렸다.

혐오스럽긴 하지만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한 반응.

이 새끼, 집에서도 똑같구나.

“어서 이동이나 하자. 세연이네랑 빨리 합류해야지.”

커다란 고비를 넘겼으나, 3층 공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최음문어는 3층의 보스몹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녀석보다 강한 괴물이 있다는 뜻.

세연이를 만나지 못하면 3층 클리어는 절대 불가능할 거다.

*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강유리.

풀이 죽었던 그녀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리셋되어 있었다.

“인티제는 감정 표현을 쉽게 하지 않는대요. 그래서 오빠가 그렇게 소극적이구나? 후후.”

“…….”

유리는 내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하루종일 MBTI에 대해 떠들었다.

받아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관심도 없는 주제로 온종일 잡담을 하는 건 일종의 고문이었다.

게다가 유리는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게 분명했다.

“오빠. 혹시 학교 다닐 때 안 좋은 기억 있어요?”

“아니. 그냥 평범한 찐따였는데. 그건 왜?”

“이상하잖아요. 성인 남자들은 교복에 판타지가 있다던데, 오빠는 교복 입은 저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뜬금없는 타이밍에 교복 셔츠를 풀지 않나.

최음문어에게 붙잡혀 있을 때는 분명 ‘오빠를 위해 아껴둔 처녀’라는 말도 했었지…….

대체 유리처럼 예쁜 고등학생이 나 같은 평범한 남자를 좋아할 이유가 뭐가 있냐고.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면 참 좋겠지만, 난 이미 성인이 되기 전부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예쁜 여자가 내게 대쉬한다?

그녀에겐 무언가 목적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리는 신흥 종교에 빠진 게 맞다.

“유리 넌 친구 여동생이잖아.”

“우리 오빠 눈치가 보여서 그래요?”

“눈치라기보다는 친구로서 예의를 지키는 거지.”

“그럼 우리 오빠가 죽으면 어때요?”

“응?”

“쟤를 죽이면 눈치 볼 필요도 없잖아요. 제가 기회를 봐서 티 안 나게 죽여볼­”

“야 돌대가리. 너 내 험담했지?”

성훈이는 기가 막히게 자기 욕하는 걸 알아차렸다.

그가 유리의 팔을 꺾으며 응징을 시작했다.

근력에 스탯 투자를 아낀 건지, 유리는 ‘께에에에엑!’하는 비명을 내며 손쉽게 제압당했다.

“성훈아. 넌 여자들한테 친절하면서 여동생한테는 너무하는 거 아니냐?”

“당연한 거 아니냐? 난 ‘인간’ 여자들한테만 친절하다고.”

“오빠님 잘못했어요! 놔주세요!”

“오냐. 다시는 까불지 말­”

퍼걱!

팔이 풀리자 기다렸다는 성훈이의 음부를 가격하는 유리.

“오곡…….”

성훈이는 턱을 달달달 떨며 쓰러졌다.

“진현 오빠! 어서 저 새끼 버리고 가요!”

“…….”

서로를 진심으로 혐오하는 두 남매.

그 사이에 끼어 있으려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하아.”

문득 세연이가 그리워진다.

세연이는 좀 까칠하긴 해도 같이 얘기하면 말도 잘 통하고 코드도 잘 맞아서 즐거웠는데…….

지금쯤 세연이는 뭘 하고 있을까?

*

“언니언니. MBTI 뭐라고 했죠?”

“ISTP…… 일거야. 아마도.”

“오오. 장인 유형인가?”

“대박. ISTP면 유리랑 완전 상극이잖아? 그래서 만나자마자 싸웠네!”

“진짜 대박이다!”

“…….”

여고생들에게 칭송받는 건 딱 1시간만 좋았다.

세연은 여자치고 과묵하며 현실적인 성격이었다.

자기들만의 세계 속에서 공상하는 여고생들과 대화하는 건 그녀에게 벌칙과도 같았다.

“세연 언니는 ISTP일줄 알았어. 말수도 적고 보수적이잖아.”

“아냐아냐. 다시 검사하시면 ESTP일지도?”

“야. E는 절대 아니야.”

‘염병할 MBTI. 귀에서 피 나겠네.’

세연은 MBTI가 싫었다.

사람이란 게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한 존재인데, 어떻게 단 16가지 유형으로 사람을 분류한단 말인가?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은 전부 간이 검사였다.

부정확한 결과로 자신과 타인을 정의하는 유행을 좇는 것은 우둔한 일이라 생각했다.

“ISTP랑 연애 궁합 잘 맞는 게 어떤 거였지?”

“ESFJ랑 ESTJ야.”

“와! 나 세연 언니랑 궁합 최고야!”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만세를 부르짖는 여학생.

세연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공부를 그렇게 해라 얘들아……. 근데 이진현 MBTI는 뭐지?’

MBTI 신봉자를 한심하게 여기는 주제에, 세연은 문득 진현의 MBTI가 궁금해진 세연이었다.

진현을 생각하니, 그가 그리워졌다.

세연은 대학교 밥 친구 시절부터 진현을 꽤 괜찮은 애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잘 맞고 개그 코드도 비슷해서 함께 있으면 즐거웠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조금 다른 감정이 싹트기도 했고.

‘지금쯤 이진현은 뭐 하고 있으려나…….’

진현을 생각하며 걷는 와중이었다.

복도에 뚫린 문에서 거짓말처럼 진현이 등장했다.

“어?”

“음?”

시선이 마주쳤다.

피곤에 절어 있던 둘은 서로를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이, 이진현!”

“세연아!!”

이렇게나 반가울 수가!

세연은 저도 모르게 후다닥 달려가 진현에게 폭­ 안겼다.

가슴이 꾹 눌릴 정도로 그를 세게 끌어안았다.

‘근데 우리가 원래 만나면 포옹하는 사이였나……?’

­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꺄악!”

“언니랑 오빠가 포옹한다!!”

“뭐야뭐야! 둘이 사귀어?!”

“언니가 너무 아까워……!”

여고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 때문에 세연과 진현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세연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다, 다친 데는 없지?”

“응……. 근데 언제까지 포옹해?”

“…….”

어색하게 떨어지는 둘.

자신의 얼굴을 숨기느라 바빴던 둘은, 상대방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세연아! 다시 만나서 진짜 좋다!!”

“…….”

옆에서 성훈이 팔을 벌렸다.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듯 어서 안아달라는 제스쳐.

그의 얼굴을 보자 걱정될 정도로 두근거리던 심장이 저혈압 모드로 돌아섰다.

세연은 그의 팔뚝을 툭 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언니. 살아있었네요?”

유리가 빙긋 웃으며 안부를 전했다.

이를 꽉 문 세연이 답했다.

“죽기를 바랐다는 것처럼 들린다?”

“어머. 그럴 리가요. 후후후.”

여우 같은 웃음을 흘린 유리가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재회한 여고생들은 저들끼리 숙덕거리며 수다를 떨었고, 성훈은 지도를 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편, 진현과 세연은 서로가 없는 동안 겪은 일에 대해 얘기했다.

“귀축 용사가 여자였다고……?”

“그렇다니까.”

“그런 주제에 그렇게 음란한 말을 내뱉었다는 거야? 더 최악이네…….”

[귀축 용사가 풀 죽습니다.]

[섹스는 나쁜 게 아니라고 중얼거립니다.]

“섹스로 괴물을 죽였다니…….”

“그래도 덕분에 살았어. 핑…… 아니, 배후신이 아니었으면 우리 셋 다 그 촉수 문어한테 죽었을 거야.”

“그래도 아주 쓸모 없는 배후신은 아니었네.”

[귀축 용사가 기분이 풀립니다.]

[그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최음 문어의 허접한 자지 촉수를 제압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어지러워합니다.]

[껍질 기사가 흥미를 보입니다.]

[마녀 사냥꾼이 껍질 기사를 보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당신도 귀축 용사와 똑같은 변태라고 매도합니다.]

[껍질 기사가 자신은 성(?)이 아닌 전투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 호통칩니다!]

배후신들의 수다도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툭하면 아웅다웅 다투는 그들이었지만, 막상 헤어지니 서로의 빈자리를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배후신들이 저들끼리 떠드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세연은 진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혹시…… 나 없는 동안 ‘그거’ 썼어?”

“그거? 그거가 뭐야?”

세연이 시선을 깔았다.

진현의 자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버프? 당연히 안 썼지.”

“…….”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 세연.

황급히 표정을 고치려는 그녀였다.

그러나 굳이 애쓸 필요가 없었다.

이어진 진현의 말 때문이었다.

“어떻게 친구 앞에서 친구 동생을 보면서 딸딸이를 쳐.”

“……그럼 강성훈 없으면 치겠다는 소리야?”

“목숨이 위험하면 어쩔 수 없겠지.”

“아니. 넌 이제 못 그럴 거야.”

“?”

세연은 확신했다.

자신과 유리.

딸감으로 사용 가능한 여자는 둘.

그러나 진현은 절대 유리를 보며 자지를 흔들어댈 수 없을 거다.

‘내가 훨씬 꼴리니까!’

자신을 앞에 두고, 풋내 나는 애송이에게 눈이 갈까?

그럴 리가 없지.

아무리 위급해도 넌 유리에게 버프를 줄 수 없을 거야.

눈이 자꾸만 내게로 향할 테니까.

딸감으로서의 자신감이 하늘로 치솟는 세연이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괴물들이 나타났다.

오크 무리였다.

“꺄아아악!”

파티가 상대하기에 그리 빡빡한 규모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여고생들의 비명은 멈추지 않았다.

“저거 설마 그거야?”

“꼬추 존나 크다!”

“미친년아! 크크큭.”

커다란 자지를 덜렁거리며 나타난 오크들.

무장도 하지 않은 채였다.

진현이 수상하다는 듯 말했다.

“이 근처에 들어오고부터 괴물들이 옷을 안 입고 있었어.”

“옷을……?”

“어. 비무장인 것도 그렇고. 조금 이상하지 않아?”

“…….”

오크는 보통 치마를 두르고 나타난다.

지금까지는 맨손으로 나타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오크들이 나체 상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연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근처에 옷을 녹여 버리는 괴물 같은 게 있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몸이 근질거렸다.

괜히 낙서가 그려진 부분이 뜨거워졌다.

만약 옷을 녹이는 괴물이 진짜로 존재하고, 전투 중 세연의 옷도 녹아 버린다면?

걸레들이나 허락할 법한 낙서가 그려진 몸을 모두에게 보여져 버리고 말 것이었다.

유교걸 세연의 이미지는 와장창.

그게 현실이 된다면 그녀의 멘탈도 버티지 못하리라.

“세연아? 너 괜찮아? 왜 그렇게 몸을 떨어?”

“어? 아, 아니야…….”

‘그, 그것만은 안 돼……. 이건 이진현한테만 보여주려고 했단 말이야…….’

마조 변태 육변기는 떨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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