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26화 (26/74)

〈 26화 〉 마조 변태 육변기는 떨고 있다 (2)

* * *

마조 변태 육변기는 떨고 있다 (2)

피로가 쌓인 파티는 잠을 자기로 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불침번을 서기로 한 그들.

“언니. 시간 됐어요.”

“유리야. 교대하자.”

다음 불침번 차례는 세연과 유리였다.

눈을 비비적거리며 잠에서 깨어난 둘은 한참을 말없이 앉아만 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정신을 차린 유리가 말문을 열었다.

“언니. 지금껏 언니가 딸감이었다면서요?”

“!”

세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딸감’이라는 말에 얼굴이 달아오르기까지 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비키니를 입고 보스몹을 쓰러뜨린’ 사람이……. 풉.”

“너 말조심해.”

“놀린 거 아닌데. 부러워서 그랬어요.”

“뭐가 부러워. 이런 천박한 칭호가 부러워?”

“아뇨. 진현 오빠의 딸감이 된다는 게 부럽다고요.”

“?”

의문으로 찌그러지는 세연의 얼굴.

그와 동시에 위기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설마 이진현한테 꼬리치던 게 진심이었다고?’

유리의 적극적인 태도는 성가시게 느껴졌다.

진현은 모쏠이다.

여자의 여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멍청이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자신처럼 예쁘고 똑똑한 데다 순결하기까지 한 완벽한 여자를 두고, 여우 같은 어린 년에게 홀랑 넘어가 버릴지도 몰랐다.

“오빠한테 듣기로는, 언니는 딸감이 되는 걸 싫어하셨다면서요?”

“싫지. 당연히 싫어. 남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취급을 받는 게 어떻게 좋아?”

“전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상대가 진현 오빠니까요. 모두에게 제가 진현 오빠의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반대로 오빠 역시 저의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고요.”

“……그 찐따 같은 놈을 왜 좋아하는데?”

“찐따라서 오히려 좋은걸요? 귀여우니까.”

유리의 눈에서 거만함이 느껴졌다.

세연은 그녀의 콧대를 부러뜨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야만 했다.

“아무튼 제가 있으니 잘됐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언니. 이제부터는 제가 진현 오빠의 전용 딸감이 될 테니까요.”

유리가 머리칼을 넘기며 가슴을 쭉 폈다.

세연의 기를 죽이려는 듯한 동작이었다.

세연의 눈이 유리의 가슴으로 향했다.

저도 모르게 풉­ 웃음이 나왔다.

“……뭐예요 그 웃음은?”

“아니 그냥. 아직 어린애구나 싶어서.”

유리의 눈이 세연의 가슴으로 향했다.

저도 모르게 이를 까득­ 물었다.

“무식하게 크면 다 좋아하는 줄 알아요? 남자들 중에서는 오히려 작은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요!”

“상대방이 가슴이 작아서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 좋아하는 사람의 가슴이 작을 뿐이지.”

“하! 차! 진짜 어이없어! 저 그렇게 작은 편 아니거든요? 꽉 찬 B라고요! B!!”

“응 난 F.”

“으으…….”

얼굴이 벌게진 유리는 입만 씰룩일 뿐이었다.

승기를 잡은 세연은 유리를 더욱 골려주기로 했다.

불침번을 침묵 속에서 보내는 것은 너무나 심심했으니까.

그녀가 꼰대 말투를 흉내 내며 훈수했다.

“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에 열중해야지. 발랑 까져가지고는 딸감이 되겠다느니 B컵이라느니…… 에잉. 쯧쯧. 나 때는 말이야…….”

“지금 이 시점에 공부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리고 저 공부도 열심히 하거든요?”

“오 그래? 이탈리의 수도는?”

“이태리?”

“…….”

세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리는 자신의 답이 맞았다고 생각하는 건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돼?’

세연은 결국 설명을 포기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구나. 어두워.”

“수도 좀 아는 게 뭐 자랑이라고. 지금은 누가 더 꼴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그럼 저랑 내기하실래요? 보스몹 앞에서 누가 진현 오빠의 딸감이 될지?”

저급하고 천박한 내기.

과거의 세연이었다면 면박이라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다.

“……딱히 선택받고 싶은 건 아닌데, 질 것 같지가 않네. 내기에는 뭘 걸 건데?”

유리가 잠시 고민하더니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음 층에서 입을 옷 골라주기. 어때요?”

대기실에서는 각양각색의 옷을 팔고 있다.

중세시대의 옷부터, 비키니, 유행이 한참이나 지난 촌스러운 옷까지.

유리는 세연에게 세상 촌스러운 옷을 입혀 망신을 줄 생각이었다.

“좋아. 약속은 꼭 지키는­”

세연의 말이 끝나기 전.

성좌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껍질 기사가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기사도 정신이라며 둘의 내기에 보증인이 되어주겠다고 나섭니다.]

유리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좋아요! 근데 보증인이 뭐지?”

“……우리 내기를 지켜본다는 거야. 누가 승리하는지, 벌칙을 잘 수행하는지.”

“아하.”

[껍질 기사가 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세연은 어딘가 찝찝했다.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딸감으로 사용될 자신감이 충만했기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유리가 잠시 조는 사이, 세연은 자고 있는 진현을 훔쳐봤다.

대자로 뻗어 편안히 자고 있는 그.

바지에는 텐트가 쳐져 있었다.

‘……원래 저렇게 컸었나?’

전보다 더 커진 듯한 진현의 자지.

어쩐지 부끄러워진 세연이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지웠다.

*

그로부터 몇 시간이 더 흘렀다.

마지막 불침번 조는 유리의 친구와 성훈이었다.

나란히 쪼그려 앉은 둘.

나이스한 미소를 장착한 성훈이 말문을 열었다.

“이름이 희수라 그랬지? 넌 MBTI가 뭐니?”

“잘 몰라요.”

“오 그래? 내 MBTI는 뭔지 물어봐 줄래?”

“뭔데요?”

“LOVE. 러브.”

희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생기 없는 동태눈깔이 된 그녀가 기계처럼 말했다.

“아…… 진짜요?”

“하하핫! 뻥이야.”

“아…… 진짜요?”

“요즘 애들은 MBTI에 환장하던데, 넌 아닌가 봐?”

“아…… 진짜요?”

성훈의 말과 희수의 대답이 공허하게 떠다니고 있는 그때였다.

휘릭­!

어디선가 강렬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와 동시에 희수는 옷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지 느낌만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새에 그녀의 교복 셔츠와 치마가 사라져 있었다.

“윽? 꺄아아아악! 이 변태야!!”

희수의 주먹이 성훈의 턱을 갈겼다.

“컥! 나, 나 아니야!!”

억울하게 소리치는 성훈.

그 소란에 파티원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희수야. 너 옷이…….”

희수의 속옷 차림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세연만큼은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

“다들 전투 준비해! 습격이야!!”

방의 구석에서 희수를 바라보고 있는 고블린.

녀석이 훔친 옷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케륵♡

녀석이 기분 좋은 듯 몸을 떨었다.

그러자 몸이 조금 커졌다.

마치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빨리감기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저, 저게 뭐야?”

“보스몹이야! 변종 고블린!!”

[보스 몬스터, 변종 고블린 날쌘돌이가 등장했습니다!]

변종 고블린 날쌘돌이.

녀석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여고생들을 향해 쇄도했다.

휘리릭!

“꺄아아아앗!”

총알처럼 날아든 그는 눈 깜짝할 새에 여고생들의 옷을 훔쳤다.

그리고는 전리품의 냄새를 맡거나 벗겨진 여고생을 보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케르윽­♡

“기, 기분 나빠…….”

“저 새끼 또 커졌어!”

“몸이 발기하는 것도 아니고 뭐야 진짜?!”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으나, 여고생의 말은 정답이었다.

날쌘돌이는 성적으로 흥분하면 몸이 커지는 변종.

‘전신 발기’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날쌘돌이가 흥분합니다.]

[전신 발기 스킬로 크고 강해집니다.]

마치 폭주족처럼 머리를 세운 날쌘돌이가 다음 먹잇감을 노렸다.

휘릭!

“꺄아아아아아악!”

[날쌘돌이가 흥분합니다.]

[전신 발기 스킬로 크고 강해집니다.]

[날쌘돌이가 흥분합니다.]

[전신 발기 스킬로 크고 강해집니다.]

[날쌘돌이가 흥분합니다.]

[전신 발기 스킬로 크고 강해집니다.]

.

.

.

끼효~ 초럭케­★ 케케케!

어느새 성인 남성만큼 커진 날쌘돌이.

암컷이 많을수록 더욱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녀석에게 진현의 파티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이 더러운 녀석! 네 놈에게 양보할 여자는 없어!!”

성훈이 선두에 나서서 견제했다.

날쌘돌이가 훔친 검을 들고 반격했다.

전투에는 진현과 세연, 그리고 다른 여고생들도 함께했다.

물론 유리도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피잉!

성훈의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는 화살.

화들짝 놀란 그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 돌대가리야! 눈 똑바로 안 떠?!”

“쳇. 빗나갔네.”

진현의 파티는 합이 잘 맞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숫자는 무려 10명.

합류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그들이 능숙하게 서로를 서포트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날쌘돌이는 빈틈을 찾아냈다.

휘리릭!

“꺄아앗!”

“내 속옷!!”

마구 벗겨져 버리는 여고생들.

다섯 명이나 속옷 차림이 되어버리자, 날쌘돌이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이젠 오크보다도 커진 상태.

케케케켓! 에로! 에로!

퍼걱­

“크억……!”

그의 발차기 한 방에 성훈이 나가 떨어졌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기절해 버린 성훈이었다.

더는 근접해서 싸우기 어려렵다는 판단을 내린 유리가 소리쳤다.

“모두 뒤로 빠져요! 제가 원거리에서 상대할게요!”

그렇게 말한 유리는 진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너, 너 뭐하는?”

“빨리 저 보고 딸딸이 쳐주세요! 버프가 필요해요!”

“잠깐­”

쑤욱!

어린 시절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진현의 바지를 내린 유리.

단번에 드러난 검붉은 자지가 퉁­ 하고 튀어나오며 유리의 턱을 가격했다.

“아얏!”

그때까지만 해도 유리는 몰랐다.

남자의 자지를 실제로 본다는 것은 꽤나 담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빳빳하게 선 자지.

기둥에 울끈불끈 솟은 징그러운 핏줄.

빵빵해진 귀두가 움찔거리는 모습이 꼭 유리의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비주얼과 아찔해지는 냄새.

그에 유리가 두려운 듯 중얼거렸다.

“이, 이게 자지구나…….”

충격 때문이었을까?

어쩐지 눈앞이 흐려졌다.

바닥과 천장이 마구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왜 어지럽지……? 쓰러지면 안 되는데……. 진현 오빠의 딸감이 되어야…… 하는데…….’

“유, 유리야?”

“…….”

털썩.

20살 고등학생 유리는 자지와의 대면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허접한 유리 멘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는가?

바람 같은 움직임으로 여자들의 옷을 훔쳐 버리는 날쌘돌이.

녀석의 등장에 세연은 떨고 있었다.

‘저, 절대 옷을 빼앗겨선 안 돼……!’

트레이닝복 안에 감춰진 야한 비키니.

그리고 천박한 낙서.

세연은 지금껏 만난 그 어떤 괴물보다도 날쌘돌이가 무섭게 느껴졌다.

“세연아! 좀 더 적극적으로…… 크읏!”

성훈과 진현, 여고생들이 날쌘돌이를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도 세연은 괴물과 거리를 두었다.

눈 깜짝할 새면 옷을 빼앗긴다.

그건 곧 사회적 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끼효오오오옷!!!

날쌘돌이의 활약은 대단했다.

어느새 유리와 세연을 제외한 모든 여자들의 옷을 벗겨 버린 녀석.

조금씩 자라난 결과 키는 3m를 훌쩍 넘어 버렸고,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케륵.

성훈을 저 멀리 날려 버린 날쌘돌이가 다음 타겟을 확인했다.

눈이 마주친 둘.

세연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혓바닥으로 요사스럽게 입맛을 다신 날쌘돌이가 세연을 향해 쇄도했다.

파앙───!

“으윽!”

세연이 몸을 날렸으나, 커다랗게 발기해 버린 날쌘돌이의 속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녀석의 손가락 끝에 세연의 상의와 하의가 동시에 걸렸다.

그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케♡

한껏 음란한 눈빛을 한 날쌘돌이.

녀석이 혓바닥을 내밀며 도발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