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성녀님은 엄청나게 기분 좋다고 합니다 (2)
* * *
성녀님은 엄청나게 기분 좋다고 합니다 (2)
“정액 기관총.”
부우우우웃!
두 개의 불알이 농구공 이상으로 부풀었다.
사정 점수에 따라 기관총의 탄창도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곧장 미친 성녀에게 좆을 조준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팟!
“크읏?!”
에시트라가 십자가 검으로 정액탄을 막아냈다.
희끄무레한 액체가 검을 때려댔고, 그때마다 정액이 튀며 에시트라의 얼굴과 옷에 튀었다.
“윽! 역겨워요!”
“나도 알아!!”
보는 사람도 역겨운데, 쏘는 사람은 안 그렇겠냐?
괜히 화가 나서 괄약근을 조였다.
정액탄이 더욱 빠른 속도로 연사되었다.
에시트라는 옆으로 빠지며 정액탄을 피해냈다.
내 좆 역시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 바람에 정액탄이 플레이어들에게로 날아들었다.
“으아아악! 조심하라고!”
“저게 뭐야! 더러워!”
“정액을 총처럼 쏘잖아……!”
“좆부기……!?”
다행히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액에 맞아 죽는 사람도 기분이 더럽겠지만, 정액으로 사람을 죽이는 쪽도 결코 유쾌하지는 않을 거다.
“당신처럼 추악한 악마 숭배자는 처음이군요!”
에시트라가 쇄도해왔다.
바람에 물결치는 은색 머리칼.
치켜든 검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그녀의 검격이 날아들기 직전.
나는 크게 소리쳤다.
“강()!”
“흐읏……?!”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 에시트라.
음부를 가린 채 몸을 떨었다.
“뭐, 뭐지?”
“마법인가?”
에시트라가 내 말 한마디에 꼼짝하지 못하자, 플레이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마법이냐고?
일종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가상 바이브레이터를 작동시키는 법은 간단하다.
‘약, 중, 강’을 입으로 외치면, 그 강도에 맞게 작동하는 것이다.
[마녀 사냥꾼이 추잡한 능력에 얼굴을 찌푸립니다.]
[귀축 용사가 바이브레이터는 굉장히 기분 좋은 능력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번 사용해 보겠느냐고 묻습니다.]
[마녀 사냥꾼이 기겁합니다!]
기분이 좋겠지.
엄청나게 느끼는 성녀도 그래 보이니까.
“다, 당신…….”
“강약약 중약약.”
“끄흐으읏! 하읏……!”
무릎을 모은 채 몸을 벌벌 떠는 성녀.
평소 같았으면 제법 꼴릴 법한 모습이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난 현자 타임에 돌입했으니까.
“호의를 짓밟은 대가치고는 너무 기분 좋지?”
“다, 닥치세요……! 이런 것쯤은…….”
“강강약!!!”
“히우욱♡ 끄흑♡ 하! 하아앗……♡”
성녀는 우스꽝스러운 신음을 내며 주저앉았다.
눈동자에는 이미 하트가 박혀 있었다.
역시 허접 보지 성녀였다.
퍼걱!
“켁!”
니킥으로 그녀의 얼굴을 찍었다.
뒤로 넘어가는 그녀가 코피로 아치를 그렸다.
현타 버프 덕에 니킥의 위력은 생각 이상이었다.
“사, 사악한…… 악마 주제에……!”
그녀는 부들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정신력 하나는 인정해야겠다.
아니, 미친 광신도니까 정신력은 당연한 건가?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었다.
우리 앞에서 착한 척하던 게 전부 연기였다니.
가면을 쓴 남자 이야기도 지어낸 거겠지.
게다가 내 호의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들을 무력화시키고, 목을 베기까지 했다.
얼마나 꼴리게 생겼든 간에,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약.”
“흣……. 소용없습니다……. 이제 적응했으니까요…….”
대검을 질질 끌며 내게 다가오는 그녀.
비척거리는 걸음이었으나, 살기는 여전했다.
“중.”
“끄읏……. 단 번에 저를 죽이지…… 모, 모흐읏! 못한 걸…… 후회하게…….”
“강.”
“헤흥♡”
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코앞에 적이 있음에도, 그녀는 다급한 손길로 음부를 매만질 뿐이었다.
이제 끝낼 때가 왔군.
“강강강강강!!!”
“끼햐아아앗!!! 히윽……!! 그, 그만…… 제발……!”
검을 내팽게친 그녀가 내게 안겨 왔다.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꼭 오줌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보였다.
보이는 것만 그런 게 아니었다.
쉬이이이…….
다리를 따라 줄줄 흐르는 황금빛 액체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에시트라는 내게 안긴 채 실금하고 만 것이다.
“흑…… 끄흑…….”
쪽팔린 건 아는지 눈물까지 흘렸다.
꾸욱.
나는 검을 쥐었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동정하게 될 것 같았다.
푸욱!
“크억…….”
그녀의 복부를 파고드는 검.
따뜻한 피가 손을 타고 흘렀다.
그녀의 몸에서 스르르 힘이 풀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랑 섹스한 사이인데,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니.
그녀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섹파에 대한 예우로서 마지막 인사는 남기는 게 좋겠지.
나는 쓰러지는 그녀를 부축했다.
“에시트라.”
“…….”
옅어져 가는 숨이 전해졌다.
아직 뜨거운 온기.
그녀의 새빨간 귀에 대고 속삭였다.
“강.”
“……주, 주거욧♡”
성녀는 쓰러졌다.
*
성녀가 쓰러진 직후, 플레이어들은 다음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흩어진 플레이어들은 인사를 나눌 새도 없었다.
사실 그건 진현의 파티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새로운 대기실의 광장.
이제 막 이동된 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들 날 걸레로 생각했겠지…….’
세연은 용감하게 성녀와 전투를 개시한 영웅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에게는 진현의 자지를 빨던 모습이 더욱 강하게 각인되어 있으리라.
“유리야. 일어나 봐. 다 끝났어.”
“으음…… 언니? 여기 어디예요?”
“어디긴. 대기실이지.”
“네? 그 젖소 성녀는 어쩌고요? 아 끈적해. 이거 뭐지?”
“?”
얼굴을 비비며 정액을 닦는 유리.
그녀는 충격으로 일부 기억을 상실한 것 같았다.
“하아. 다들 괜찮아?”
“전 괜찮아요 오빠. 근데 얼굴에 이상한 게 좀 묻어서, 씻고 올게요!”
“어어. 그, 그래…….”
진현의 동공이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세연은 진실을 폭로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긁어 부스럼일 것이다.
“이진현 너는? 다친 데 없어?”
“나도 괜찮아. 현타가 존나 세게 온 것만 빼면.”
섹스, 배신, 살인…….
4층에서의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짐이 되어 그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걱정인 것은 따로 있었다.
“성훈이 아직 안 일어났네.”
“응. 어디 다친 것 같지는 않아. 그냥 평소처럼 자는 거겠지.”
“성녀가 죽었다는 걸 알면 충격받으려나?”
“엄청 좋아했었으니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성녀는 다희랑은 다르게 강성훈한테 호의를 보이기도 했고…….”
“내가 죽였다고는 말하지 말아줘.”
성훈의 로맨스도 여기서 끝이었다.
세연은 문득 성훈이 자신을 싸이코패스 살인마로 몬 것이 생각나서 욱했다.
“어휴. 저 등신.”
“갑자기 왜?”
“……그런 게 있어.”
하지만 굳이 문제 삼지는 않기로 했다.
애초에 성훈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 못해 마이너스여서일까?
언제든 배신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 때문에 그다지 타격이 있지도 않았다.
물론 괘씸한 건 사실이었으니, 옆에 두고 열심히 패면서 복수할 생각이었다.
“으음……. 에, 에스트라……!”
성훈이 잠꼬대를 하며 눈을 떴다.
세연이 그의 볼따구를 치며 상태를 살폈다.
“야. 괜찮아?”
“어? 응. 근데…… 에스트라는?”
“에시트라야 멍청아.”
“성녀님은 어떻게 되신 거야?”
“…….”
“…….”
세연과 진현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역시…… 죽은 거야? 끄흑……. 에스트라……. 흑, 꺼흐흑…….”
성훈은 정말로 서럽게 울었다.
세연과 진현이 당황할 정도였다.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둘은 고작 24살 청년일 뿐.
사랑하는 이를 하늘로 떠나보낸 친구를 위로하는 법 따위는 잘 몰랐다.
그때, 얼굴을 깨끗하게 씻은 유리가 돌아왔다.
“병신. 너 우냐?”
“으흐흐흑. 으으으…….”
“뭐야? 진짜 우네? 푸하하하하하!”
유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세연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렸지만, 한 번 터진 여고생의 웃음보는 멈출 줄을 몰랐다.
“하하하하하! 푸하학……! 존나 서럽게 우네! 어이구. 슬퍼쪄요? 찌찌 큰 NPC가 죽어서 슬퍼쪄요??”
“닥쳐으으으……. 나, 난 진지하다고…… 흐흑…….”
“으. 우니까 더 못생겨진 거 봐. 진짜 네 얼굴은 인류의 난제다.”
“흐흐흑…….”
“얼굴 하나로 세상을 널리 해롭게 하네. 오빠 MBTI 이제 알겠다. SHIT 맞지? 와. 이 얼굴이랑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오빠는 진짜 어디서 주워온 거 아닐까? 엄빠 DNA가 주사위처럼 생긴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데?”
“어허헝…….”
유리의 극딜은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남매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닐까?
걱정된 진현이 유리를 말리려는 때였다.
“그만 울어 멍청아. 분수대에서 씻다가 봤는데, 이 대기실에 지선 언니 있더라.”
“흐흑…… 지선?”
“교회 다니는 지선 언니 기억 안 나? 우리 어렸을 때 교회에서 친했던 그 언니 말이야. 못 본 새에 예뻐졌더라. 나보다는 아니지만.”
훌쩍.
코를 먹은 성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을 닦은 그가 진현을 바라보았다.
진현은 혹시나 성녀를 죽인 자신에게 성훈이 앙심을 품은 게 아닐까 걱정했다.
성훈이 젖은 폐지처럼 눅눅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진현.”
“어? 왜?”
“지금 내 얼굴 어때?”
“어, 얼굴?”
“썸녀 만나도 괜찮은 얼굴임?”
“어어. 눈이 좀 부었는데…… 괜찮긴 해.”
“오키. 여동생아. 안내해라.”
금세 기운을 차린 성훈.
그가 다음 신부 후보를 찾아 걸었다.
*
성훈이는 유리와 함께 옛 친구를 만나러 떠났다.
나와 세연이는 주점에 들러 맥주를 한 잔씩 사 왔다.
경치가 좋은 분수대에 앉아 우리는 나무 잔을 부딪쳤다.
“이번엔 진짜 죽는 줄 알았네.”
“내 덕에 모두가 살았지.”
“네 덕이라고? 성녀를 죽인 건 난데 왜 네 덕이야?”
맥주를 들이킨 세연이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바보야. 생각해 봐. 네가 하루 종일 사정을 안 참았으면, 그런 개사기 스킬을 얻을 수 있었을까?”
“사정을 참은 것도 난데?”
“웃기시네. 사정 관리해준 게 누군데?”
“…….”
하긴. 세연이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높은 사정 점수를 기록할 수 없었겠지.
그녀의 공이 크긴 컸다.
“근데 세연아. 네가 내 사정 관리자라고 생각하니까 좀 꼴린다.”
“벼, 변태 같은 생각 좀 하지 마!”
“변태 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변태 같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건 이상한 거 아닐까?”
“우린 비즈니스 관계잖아! 살기 위해서 돕고! 그런 거지!!”
“그건 맞지.”
[마녀 사냥꾼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김세연에게 흑심이 있었더라면, 자신은 진작 김세연을 버렸을 것이라 말합니다.]
[귀축 용사가 키득거리며 웃습니다.]
정말로 세연이는 아무런 느낌 없이 내 자지를 빨았을까?
정말 너무 싫은데, 살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억지로 빨아준 걸까?
그렇다기엔 수상한 점이 있었다.
[파트너 1(김세연)의 만족도: ♥♡]
내가 얼싸를 갈긴 후, 사정 보고서의 기록이었다.
세연이의 만족도는 하트 1개 반.
이 정도면 세연이도 좀 흥분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세연아. 잠깐만.”
“?”
배후신들이 들을 수 없도록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 진짜 완전 100% 비즈니스야?”
“그렇다니까.”
“너도 조금은 느끼지 않았어? 사정 보고서에는 그렇게 나오던데?”
“…….”
세연이는 말이 없었다.
대신 얼굴이 조금 달아올라 있었다.
혹시가 역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역시 세연이는.
“세연아…… 너…….”
“뭐, 뭐가…….”
“빠는 거 좋아하는구나?”
“?”
빠는 것만으로 느끼는 개변태 걸레가 분명하다.
콰직!
세연이가 들고 있던 맥주 컵이 깨졌다.
이 단단한 나무 컵을 어떻게 악력으로 부순 거지?
그러고 보니, 어느 새부터 세연이의 레벨이 독보적으로 높아지긴 했지…….
“이진현. 거기까지만 해라. 너도 이렇게 만들어 버리기 전에.”
“넵. 제 맥주 드시겠어요?”
“내놔.”
세연이는 내 맥주를 빼앗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때, 광장 중앙에서 분수가 물을 뿜었다.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분수대로 몰려가 물장난을 쳤다.
선선한 바람.
아름다운 풍경.
미지근한 맥주…… 는 빼앗겼지만 어쨌든.
마음이 정말로 평화로웠다.
“근데 저 분수. 아까 유리가 저기서 정액 씻은 거 아냐?”
“어…… 그러게.”
“으윽. 저 사람들 불쌍해.”
“본의 아니게 죄송하네.”
정액 분수를 만들어 버렸군.
혹시 저 사람들도 정연이처럼 [이진현의 정♡액을 묻히고 다닌] 이라는 칭호 같은 걸 받게 되려나?
뭐, 많이 희석됐으니 괜찮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