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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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1)
4층의 난이도는 어려웠지만, 그 이후로는 순탄했다.
똑같은 벽돌 미궁.
혹은 마을이 그 무대가 되었다.
우리는 아주 손쉽게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
“고블린이다! 버프 줄까?”
“아니. 이 정도는 그냥 싸워도 충분하잖아.”
“오크다! 딸딸이 쳐야겠어!”
“바지 입어 변태야! 겨우 오크 가지고 무슨…….”
“엄청나게 큰 뱀 괴물이야! 딸딸이를 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진정해. 그냥 허물이니까.”
“쳇…….”
어찌나 손쉬운지, 4층 이후로 내가 딸딸이를 칠 필요가 없어졌을 정도.
그리하여 나는 2주가 넘도록 금욕 생활을 잇고 있었다.
구오오오!!
숲속에서 자신의 가슴을 북처럼 치며 등장한 오크들.
모닥불 앞에서 쉬고 있던 우리는 재빨리 전투를 준비했다.
나는 벨트를 풀며 외쳤다.
“딸딸이 칠게!”
스걱! 스걱……!
그러나 세연이가 순식간에 오크의 머리를 베어 버렸다.
이번에도 나는 벨트를 채워야만 했다.
[귀축 용사가 당신을 안쓰러워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잔뜩 섹스해주었을 것이라 위로합니다♡]
[마녀 사냥꾼이 당신을 비난합니다.]
[순결한 김세연은 위급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의 능력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재수 없는 마녀 사냥꾼 같으니.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로 보였다.
전에 세연이가 나와는 비즈니스 관계라고 했지.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증명하는 듯, 세연이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때, 유리가 다가왔다.
“진현 오빠. 그냥 제가 한 발 빼드린 다니까요? 부담스러우시면 그냥 저 보면서 딸딸이 치세요. 후훗♡”
“…….”
교복 치마를 살짝 올려 뽀얀 허벅지를 보여주는 유리.
합법 여고생의 유혹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전투 상황도 아닌데 친구 여동생을 보며 딸딸이 치는 건 그냥 변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잖아…….
“이진현. 다시 한 번 경고하지만, 네가 내 여동생을 보며 딸딸이를 친다면…… 나도 같은 방법으로 복수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둬.”
“같은 방법……?”
“널 보면서 딸딸이를 치겠다.”
“…….”
게다가 내가 유리를 보며 딸딸이를 치면, 성훈이가 나를 보며 딸딸이를 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그냥 참고 말지, 저 새끼가 나 보면서 흔드는 꼴은 못 보지.
세연이가 내게 다가와 읊조렸다.
냉동실 문을 열었을 때 흘러나오는 한기처럼 서늘한 목소리였다.
“이진현. 성욕 쌓여서 힘들어?”
“응…….”
“짐승.”
“……그냥 혼자서 해결하고 오면 안 될까?”
“안 돼.”
[마녀 사냥꾼이 흡족해합니다.]
싸늘한 눈빛의 세연이가 휙 뒤돌아 사라졌다.
나의 허접 사정 관리사 세연이.
그녀가 너무 지독하다…….
사실 세연이가 내 사정을 관리하는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쌓이고 쌓인 욕정은 곧 나의 힘.
우리 파티가 위험에 빠진다면, 이 꾸덕할 정도로 묵은 욕정이 모두를 구해낼 것이다.
그러니까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좀 참아야겠지…….
*
아무도 없는 숲속.
검을 쥔 세연의 손놀림이 바빴다.
“흐으음…… 흐응. 하우우…….”
검의 뭉뚝하고 묵직한 손잡이 끝이 세연의 음부를 비볐다.
오늘도 그녀의 검 손잡이는 딜도가 되어 활약하고 있었다.
머리로는 이진현을 상상했다.
그녀는 상상 속 이진현의 앞에서 트레이닝복 지퍼를 내리고 있다.
‘이진현. 딸딸이 치고 싶지? 바지 벗어……. 팬티도 벗어 병신아. 이제 어디 한 번 세워 봐……. 네가 제일 꼴려하는 내 몸 보면서 세워 보라고……. 풉. 세우랬다고 바로 세우는 거 봐라? 허접한데 의욕만 많은 찐따 자지네~’
진현의 자지가 어쩔 줄 모르고 부르르 떨린다.
귀두는 곧 터져 버릴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었다.
세연이 손가락으로 좆두덩을 톡톡 건드리며 희롱한다.
수갑으로 손이 묶인 진현은 괴로워하며 몸을 떨 뿐이다.
‘다희랑 섹스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지? 성녀 따먹고, 내 얼굴에 싸재낄 때만 해도 좋았지? 난 어떻게 하면 널 꼴리게 할까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넌 딴 년들이랑 처 뒹굴고 앉았고……. 그러니까 이건 벌이야. 개걸레처럼 자지 함부로 놀린 벌♡’
세연이 뜨거운 숨을 불어넣는다.
찌리릿 하는 모양새로 자지가 떨었다.
자극 없이 가 버릴 것처럼 꿀렁거리기도 했다.
세연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딸딸이 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진현의 모습을 보니 미칠 것 같았다.
그녀도 더는 참지 못하고, 상상 속 진현에게 명령했다.
‘꼴려서 자지 떠는 거 봐라……. 그냥 딸딸이 쳐 병신아. 내 개꼴리는 몸 보면서 딸딸이 치라고. 개허접자지 열심히 흔들어 봐 쓰레기 변태 짐승 새끼야.’
상상 속 진현이 미친 듯이 자지를 흔들어댄다.
“하읏…… 흣……!”
더 이상은 세연도 신음을 참을 수 없었다.
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뇌가 익어 버릴 것 같았다.
‘미치겠어! 미치겠어! 이진현이 나 보면서 딸딸이 치는 거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사실은 세연도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나 보면서 딸딸이 쳐! 두 번 세 번 쳐!! 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마녀 사냥꾼의 감시 때문이었다.
“하앗! 흣……! 으아아아…… 으규웃……!”
부르르 떨리는 세연의 몸.
그녀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뜨거운 숨을 토했다.
‘배후신에게 버림받으면 곤란하니까. 조금만 참자……. 곧 있으면 위기가 올 거야…….’
스륵
배후신의 기척이 느껴졌다.
후다닥 바지를 올린 세연이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마녀 사냥꾼이 괜찮냐고 묻습니다.]
[어딘가 아파 보인다고 말합니다.]
“벼, 변비……. 변비예요.”
[마녀 사냥꾼이 채소를 많이 먹으라 조언합니다.]
[채소는 마음을 정화해줄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알립니다.]
“……알겠습니다.”
변비녀 김세연은 바들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9층을 클리어한 우리는 10층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그곳은 그간 봐왔던 대기실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척박한 땅.
멀리 보이는 성곽.
아무래도 저기까지 걸어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귀축 용사가 자신의 말이 보이냐고 묻습니다.]
“네. 보이네요?”
[귀축 용사가 심심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기뻐합니다!]
평범한 대기실에서는 배후신들과 대화할 수 없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가 있었다.
성녀가 있었던 4층처럼 대기실과 층이 같은 공간일 경우, 배후신과의 소통이 가능했다.
그 말인즉, 10층 역시 4층과 같은 공략 구조라는 거겠지.
“꺅. 저거 시체예요?”
유리가 내 팔에 꼭 붙으며 물었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미라 같은 시체가 있었다.
그것도 바지만 벗겨져 있는 이상한 시체.
“꼭 핑챙님한테 기 빨려서 죽은 것 같네요.”
[귀축 용사가 자신은 이렇게까지 극악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어쩐지 느낌이 안 좋다.
이번 대기실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성곽에 다다랐다.
그 안은 커다란 도시로 보였다.
성문 앞에서 두 명의 병사와 뚱뚱한 남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남자가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플레이어님들! 전 이 도시의 상인입니다! 도시 주인의 명을 받고, 필수품을 판매하고 있지요! 이 도시의 이름은 라이만부! 황홀한 밤이라는 뜻으로…….”
필수품이라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10층까지 올라온 우리다.
이미 필요한 것은 전부 갖추고 있었다.
그를 지나치려는데, 상인이 뒤뚱거리며 우릴 막아섰다.
“잠깐. 잠깐만요…….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필수품을 팔고 있다고?”
“필수품이라면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요?”
“글쎄. 내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걸요?”
상인이 자신의 음부를 가리켰다.
그는 주전자 모양의 철 팬티…… 그러니까 꼭 정조대처럼 생긴 것을 착용한 채였다.
“그게 뭔데요……?”
“정조대입니다!”
진짜 정조대였구나…….
근데 왜 정조대가 필수품?
“왜 다들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라이만부 안에서는 정조대를 차는 것이 상식입니다만……?”
“?”
“?”
우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조대를 차는 것이 상식인 도시라니.
대체 뭐하는 도시길래?
[마녀 사냥꾼이 라이만부라는 도시는 옳게 된 도시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가 어처구니를 분실하고 어리둥절하는 사이.
상인이 보따리 안에서 물건을 꺼냈다.
“여러분은 운이 참 좋으시네요! 마침 남아 있는 정조대가 그대들의 인원수와 딱 맞거든요!”
여자 것 두 개, 남자 것 두 개였다.
듣다 못한 세연이가 나섰다.
“저기요. 필요 없으니까 비키세요.”
“여길 보세요. 경비병들도 전부 정조대를 차고 있지 않습니까?”
“진짜네…….”
“이게 이 도시에 마지막 남은 정조대라고요. 지금 놓치면 후회하게 될 겁니다. 아니, 후회할 틈도 없겠죠.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게 될 테니까요.”
상인의 태도는 진지했다.
정조대가 없어서 죽을 운명이라…….
대체 그게 뭐냐고?
“정조대가 필요한 이유가 뭔데요?”
“하하하! 밤이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진짜 열받게 하시네.”
“이게 다 여러분을 생각해서 하는 일입니다. 사실 전 꼭 여러분께 정조대를 팔 이유가 없어요.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올 거고, 남은 정조대는 네 개뿐이니까요.”
“…….”
역시 상인이라는 건가.
안 사면 좆될 것 같은 느낌을 잘 풍기네.
유리는 벌써 현혹된 듯했다.
“당장 살게요! 얼만데요?”
“지금 얼마를 가지고 계시죠?”
“네……?”
“전 재산이 얼마인지 알아야겠습니다. 그래야만 가격을 매길 수 있거든요.”
“전 재산은…… 72코인인데요?”
“아뇨. 전 당신의 전 재산을 물은 게 아닙니다. 여러분 파티의 전 재산을 물은 거죠……. 정조대 4개의 값은 여러분의 전 재산에서 5%를 제외한 가격으로 치겠습니다.”
다시 한번 어이가 가출하는 순간이었다.
이 상인은 미친 게 분명하다.
도시의 입구에서 정조대를 팔고 있는 게 정상일 리 없지.
우리는 그를 지나쳤다.
뒤에서는 상인의 비웃음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하하핫! 다음에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 정조대는 금방 팔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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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들어선 우리는 세 번 놀랐다.
처음에는 도시의 커다란 규모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아마 오백 명…… 아니, 천 명쯤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닐까?
솔직히 지구에서 천 명은 우습지만, 중세 세계관에서의 천 명은 완전 다른 느낌이다.
두 번째로 놀란 이유는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동상 때문이었다.
한 손에는 책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치켜든 여신의 상이었는데, 크기가 엄청나서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놀란 이유는…….
“언니! 오빠! 사람들이 진짜로 다 정조대를 차고 있잖아요! 우리 큰일난 거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사야 하는 거 아녜요?!”
도시 내에 모든 사람들이 정조대를 차고 있었다는 것이다.
NPC는 물론,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남성, 여성, 어린아이, 노인을 가리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자.”
영문을 조사해보려 하는데, 가까이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세연아. 저 사람…… 그분 맞지?”
“어? 교수님?”
나와 세연이, 그리고 성훈이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국문학과 교수진 중 가장 어리지만, 가장 뛰어난 업적을 가진 교수.
천재적 두뇌와 인자한 마음씨, 육덕진 몸매의 소유자인 박설화 교수님이었다.
그녀와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녀는 우리의 이름을 단번에 맞췄다.
“김세연. 이진현. 강성훈 학생!”
“교수님. 안녕하세요!”
우리는 밝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교수님 역시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우리의 아랫도리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생들…….”
“네?”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가 아주 심각한 실수라도 저질렀다는 듯한 안색이었다.
“대체 정조대는 어디에 버려두고 오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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