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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37화 (37/74)

〈 37화 〉 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2)

* * *

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2)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교수들이 막연하게 무서웠다.

권위적이고 진지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듯, 교수들의 초상 역시 다양했다.

박설화 교수님은 그중에서도 교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에 기여한 사람이었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

재미있는 수업.

꼬박꼬박 학생들을 존대해주며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예쁜 얼굴과 육덕진 몸매…….

30대 후반임에도 잘 관리한 박설화 교수님의 몸매는 뭇 남학생들의 집중력을 도둑질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그녀는 늘 섹시한 정장 차림으로 학생들 앞에 섰다.

바로 지금처럼.

“바, 박설화 교수님?! 살아계셨군요!!”

성훈이 냉큼 교수님께 안겼다.

녀석은 교수님의 수업을 전부 듣고도 모자라, 들을 필요가 없는 수업까지 모두 청강한 것으로 유명했다.

“앗…… 성훈 학생? 저도 반가워요. 근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성훈을 밀어낸 교수님이 정장 치마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육덕진 허벅지 안쪽으로 쇠로 된 정조대가 보였다.

“정조대는 어디에 두고 왔느냐는 말이에요.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상인이 팔고 있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잖아요. 저희가 가진 코인을 전부 털어갈 기세였어요.”

“더는 물건이 없어서 가격을 올린 건가……. 이거 정말 큰일이네요.”

교수님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대체 이놈의 정조대가 뭔데 그러는 건가요?”

“가면서 설명해 드리죠. 따라오세요.”

우리는 교수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세연이와 유리가 그녀의 옆에서 걸었고, 나와 성훈이는 교수님의 엉덩이를 보며 걸었다.

그녀의 큰 엉덩이가 말했다.

“이곳이 대기실이자 탑의 10층이라는 건 알고 있죠? 이 도시는 밤이 되면 음마들이 몰려와요. 서큐버스 퀸을 제거하는 게 10층의 공략 목표죠.”

“음마……? 그래서 정조대를 차는 거군요…….”

“그래요. 문제는 적들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거예요. 이 도시에는 약 900명의 플레이어들이 머물고 있어요. 그들이 전부 합심해서 싸운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싸워야 하잖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좋았겠죠. 음마들은 정조대를 찬 플레이어들을 선제공격하지 않아요. 대도시라서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겠다, 정조대를 찬 플레이어들이 드러눕기 시작한 거죠.”

느낌이 왔다.

이건 거대한 조별 과제다.

1,000명짜리 조별 과제.

3명만 되도 하나가 잠수 타는 마당에 1,000명이라니.

너무 끔찍하잖아?

교수님은 계속해서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곧 한 아이에게 코인을 쥐여 주었다.

아이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무 상자를 밀었다.

그러자 뒤쪽에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따라오세요.”

우리는 허리를 숙여 비좁은 구멍으로 몸을 넣었다.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방 안이었다.

특이하게도 외부와 통하는 문이 없었다.

“원래 설계대로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에요. 제가 아지트로 쓰고 있죠.”

“이렇게 숨어 계셔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요?”

“도시법에 의하면 한 사람은 오직 하나의 정조대만 가지고 있을 수 있어요. 제가 이렇게나 많은 정조대를 가지고 있다는 걸 들킨다면, 도시의 주인이 가만 있지 않겠죠.”

“도시법이요……?”

“대충 지키지 않으면 목이 날아가는 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그녀는 바닥에 깔린 돌판을 드러냈다.

그 안에는 정조대가 숨겨져 있었다.

총 여섯 개로, 그중 네 개를 우리에게 건넸다.

“도시의 주인은 또 누구죠?”

“말 그대로 이 도시의 주인이죠. 도시의 수비대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최고의 권력자예요.”

“그럼 수비대가 음마들과 싸울 때 같이 싸워주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도시의 주인은 10층을 클리어할 생각이 없어요.”

“?”

박설화 교수님이 뿔테 안경을 썼다.

정장에 뿔테 안경.

수업을 하실 때면 꼭 이런 모습이셨지.

“아까 말했듯이, 이 도시는 인프라가 좋은 편이에요. 도시의 주인은 정조대를 팔아 거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죠. 수비대가 전부 수족처럼 움직여주니, 암살을 걱정할 이유도 없어요. 그런 거대한 권력을 얻은 자가 뭐하러 이곳을 벗어나려 하겠어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 거대한 도시의 주인이 되었다면, 굳이 공략할 필요가 없을지도…….

그때, 세연이가 끼어들었다.

“오히려 공략을 방해하려고 하겠네요.”

“정답! 세연 학생은 여전히 똘똘하군요……. 도시의 주인은 정조대의 개수를 통제하고 있어요.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많아지면, 힘을 합쳐서 10층을 공략하려 할 테니까요.”

“자신의 권력 때문에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거네요…….”

“맞아요.”

우리는 교수님으로부터 정조대를 받았다.

목숨과도 같은 정조대였다.

“그런데…… 이걸 그냥 받아도 되는 걸까요?”

“괜찮아요. 지인들을 만난다면 주려고 모아둔 거니까요.”

여러모로 박설화 교수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때였다.

쿵! 쿵……!

후두둑!

방이 울리며 천장에서 흙먼지 가루가 떨어졌다.

누군가 외벽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았다.

“뭐, 뭐지?”

“정조대! 정조대를 숨겨요! 어서!!”

콰직!!

외벽이 무너지며 번쩍번쩍한 갑옷을 입은 남자들이 등장했다.

겉모습으로 보아 도시의 수비대인 듯했다.

스릉……!

그들이 검을 뽑아 우리를 겨누었다.

우리 역시 대응하려 했으나, 교수님의 손짓에 무기를 뽑지는 않았다.

곧 수비대 사이에서 한 중년 사내가 등장했다.

“박 교수. 그래도 교수라는 양반이 쥐새끼처럼 이게 뭔가?”

“!”

그의 얼굴을 본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 고창복 교수님?”

“음? 뭐냐 너희들은? 설마 내 제자들이냐?”

고창복.

마찬가지로 우리 과의 교수이자 학과장이었다.

박설화 교수님이 교수계의 빛을 맡고 있다면, 고창복은 교수계의 어둠…… 아니, 시궁창, 지옥, 음식물찌꺼기를 맡고 있는 인간이었다.

학생들을 무시하고, 족보가 나도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똑같은 시험 문제를 내는 나태한 교수.

그러나 무엇보다 최악인 것은 빈번한 성희롱이었다.

“오옷! 그래! 거기 잘 빠진 너! 너는 기억 나는구나!”

“윽…….”

그가 세연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는 세연이의 앞에 서며 그 손가락질을 막았다.

“뭐냐 너는? 애인이냐? 둘이 밤일하는 사이야?”

“…….”

“어른이 묻는데 대답을 안 해? 이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싫다니까! 우리 박 교수 엉덩이 본다고 다녔지, 그거 아니었음 진작 때려쳤어! 하하하핫!”

강의 시간에 야한 농담을 하는 것은 기본.

그의 수업에서 A를 받는 건 예쁜 여학생, B를 받는 건 평범한 여학생, C를 받는 건 남학생, 그리고 D를 받는 건 못생긴 여학생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대학원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으나, 끝까지 잘리는 일은 없었다.

그런 쓰레기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것도 도시의 주인이 되어 나타나다니.

“학과장님. 저질스러운 말은 삼가세요. 그보다 이게 무슨 짓이죠? 제 집을 부수다니요?”

“박 교수. 자네야말로 무슨 짓인가? 정조대를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도시법 위반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무슨 소릴 하시는 거죠?”

“다 알고 왔어! 시치미 떼지 마!”

어린 남자아이가 등을 떠밀려 고창복의 옆에 섰다.

방금 전 박스를 지키고 있던 아이였다.

“이 작은 친구가 다 알려줬지! 맛있는 저녁 식사 한 끼에 자넬 팔았다네! 하하하! 뭣들 하냐! 빨리 정조대를 압수해!”

고창복의 명령에 수비대가 망설임없이 다가왔다.

그들은 집안 이곳저곳을 부수더니, 돌판 아래에서 정조대를 찾아냈다.

그때, 박설화 교수님이 소리쳤다.

“어라? 이런 곳에 정조대가 있었네요?!”

“뭐라고?”

“여긴 제 사유지예요. 도시법에 따르면 사유지에서 발견된 재산은 토지의 소유자가 처분을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요.”

“무슨 헛소리인가? 누가 봐도 자네가 숨겨놓은 것이잖나?! 자네는 정조대 소유법, ‘개인은 1개의 정조대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어겼다고!”

“글쎄 저는 몰랐다니까요? 제가 불법적으로 정조대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증거 있습니까? 저는 정조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어요. 내 집 바닥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죠.”

“박 교수! 말장난은 그만하게!”

“‘도시의 주인은 반드시 도시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도시법 제1조 1항이 아니던가요? 도시의 여신상이 우릴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으면 재판을 여시지요.”

박설화 교수님이 멀리 보이는 여신상을 가리켰다.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도시법을 빠삭하게 익힌 박설화 교수님이 한 방 제대로 먹인 듯했다.

“재판 한 번 열 때마다 드는 비용이 얼만지나 알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거라고. 쳇…… 어쩔 수 없군. 자네가 말한 법에 따르면, 사유지에서 나온 재산이라 할지라도 그 절반은 도시의 주인에게 귀속되지. 그러니 세 개는 내가 가져가겠어.”

“그건 몰랐네요. 그렇게 하시죠.”

“박교수. 당신 그러다가 크게 한 번 데일 거야. 그땐 그 커다란 엉덩이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 조심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그는 정조대 세 개를 챙기고는 사라졌다.

긴장된 상황에 우린 혼이 반쯤 빠진 상태였다.

“도시의 주인은 도시법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함부로 할 수 없어요. 우리 같은 시민들에겐 도시법이 유일하게 빠져나갈 구멍이죠. 그나마도 대부분 주인에게 유리한 룰이지만요.”

“하아…….”

“다들 괜찮아요?”

“네. 근데 정조대가 세 개뿐이라…….”

여자 것이 둘.

남자 것이 하나였다.

성훈이나 나, 둘 중 하나는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르겠다.

“학생들.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죠?”

“저만 11이고, 나머진 전부 9예요.”

세연이가 대표로 말했다.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턱을 쓰다듬었다.

“그 정도라면 살아남기는 틀렸네요.”

“…….”

“하지만 방법이 있지 않겠어요? 위기 상황에 배후신들이 도움을 주곤 하죠. 음마와 싸울 강력한 무기나 스킬을 부탁해 보세요.”

[귀축 용사가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칩니다!]

교수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핑챙은 내게 아이템을 선물했다.

손 위로 작은 박스가 나타났다.

──────

[버프 콘돔]

­신묘한 정액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이 아까우셨습니까?

­걱정 마세요! 이젠 버프 콘돔이 있으니까요!

[효과]

­정액이 든 콘돔을 매단 여성의 모든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흥분도에 따라 효과가 상승합니다.

­콘돔의 색깔에 따라 추가 능력이 부여됩니다.

­※콘돔을 보이지 않는 곳에 묶을 시 버프되지 않습니다.

──────

버프 콘돔?

여자들에게 사용한 콘돔을 묶어서 버프시킨다는 건가?

개꼴리긴 하는데…….

“진현 학생? 그건 뭐죠? 아이템인가요?”

“아, 잠시만요.”

“뭔데 감추고 그래요?”

휙!

교수님은 잽싼 손놀림으로 박스를 가로챘다.

그것이 콘돔임을 확인한 교수님.

어멋­ 하고 놀란 그녀의 눈은 곧 가늘어졌다.

교수님이 어딘가 끈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재미있는 물건이네요?”

“재, 재미요?”

“흥분도에 따라 버프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게 재밌잖아요. 후훗. 진현 학생의 능력은 이런 쪽인 거죠? 어느 쪽이 진현 학생을 도와주고 있었나요? 세연 학생? 아니면 성훈 학생의 동생분……?”

교수님에게 내 능력과 우리 파티가 싸우는 법에 대해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머리 회전이 빠른 교수님은 아이템 하나만으로 우리들의 관계를 눈치 챈 듯했다.

유리가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당연히 제가 최고의 딸감이었죠! 콘돔에 오빠의 정액 가득 채워올게요!”

“무, 무슨 소리야?! 흥분할수록 더 큰 효과가 있는데, 유리 너한테 맡기면 효과가 거의 없을 거라고!”

“저 꼴리게 잘할 수 있거든요? 진현 오빠가 언니처럼 소극적인 딸감으로 세 발이나 뽑을 수 있겠냐고요!”

유리와 세연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교수님의 지혜가 발현되었다.

“그럼 이건 어때요?”

“?”

“각자 한 명씩 진현 학생을 사정시켜서 버프 콘돔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 셋 중에 누가 더 큰 버프 효과를 가져오는지 확인한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도 참고할 수 있겠죠. 후훗.”

[귀축 용사가 흥분합니다!]

[박설화는 천재가 분명하다고 주장합니다!]

“자, 잠시만요 교수님. ‘셋’이라고요?”

“여러분의 생존을 돕기 위해서라면 저도 나서야죠. 어머. 혹시 제가 실례했나요? 저 같은 아줌마는 빠지는 게 좋을까요……?”

교수님이 나를 바라보며 여우처럼 웃었다.

그녀의 얼굴 주변으로 하트가 마구 떠오르는 것 같았다.

본인 입으로 ‘아줌마’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그건 자기 비하가 아닌 도발에 가까웠다.

그녀는 누가 봐도 존나 섹시한 미시였으니까.

“아뇨! 엄청나게 지혜로운 방법이네요!!!”

과탑 김세연.

도내 최고급 여고생 강유리.

섹시한 미시 교수 박설화.

그렇게 천하제일 딸감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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