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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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정조대를 차는 건 ‘상식’입니다만? (6)
성훈이는 자신을 희생했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희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꿈을 이루고 싶었던 것일지도.
그러나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
나를 희롱하던 세 명의 서큐버스들은 바지를 벗은 성훈이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자지가 하나 늘었네? 너희들은 저쪽으로 가.”
“싫어! 저 자지는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고!”
“나도 이쪽이 더 좋아. 언니 혼자서 상등급 자지를 독차지할 생각인 걸 모를 줄 알아?”
“저, 저기…… 여성분들? 제 자지도 맛있을 겁니다! 원래는 제가 저 녀석보다 꼬추도 컸었다고요! 저건 스킬로 커진 가짜 좆이고! 전 자연 좆이라고요!”
“좆에 가짜 진짜가 어디 있담.”
“아무튼 난 저거랑 섹스 안 해. 못 해.”
“그럼 어쩌지? 가위바위보라도 할까?”
“진 사람 두 명이 하등급 자지를 쓰는 거야.”
“하등급 아니라고! 일단 맛부터 보고 등급을 매기란 말야 망할 괴물들아!!”
참다 못한 성훈이가 폭발했다.
“조용히 좀 해 하등급 자지.”
“하(下)자지 주제에 말이 많네.”
“하자지 특. 얼굴도 못 생김.”
“푸하핫!”
그러나 돌아오는 건 조롱과 멸시의 말뿐이었다.
서큐버스들에게도 외면받는 성훈이.
이쯤 되니 좀 불쌍하네…….
이단심문관 에시트라는 진정 성녀가 맞다.
성훈이를 품어준 것만으로 성녀의 타이틀을 가질 자격은 충분하니까.
“안 내면 하자지! 가위 바위 보!”
“안 내면 하자지! 가위 바위 보!!!”
“…….”
서큐버스 세 자매는 우리를 두고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세연이의 신호를 받았다.
이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이진현. 딸딸이 쳐.’
‘지금 바로!’
탁탁탁!
서큐버스들이 가위바위보에 열중하고 있는 사이, 나는 천천히 좆을 흔들었다.
그러자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버프가 시작되었다.
[★☆이진현의 딸♡감이 된 김세연☆★]
퍼걱!
서큐버스에게서 풀려난 세연이.
그녀가 검을 들고 외쳤다.
“순결의 불꽃!”
화르르르르륵!!
지하실에 커다란 불꽃이 솟아올랐다.
*
몇 분 전.
세연은 희롱당하는 진현을 보며 이를 악 물었다.
‘저 괴물들을 보면서 왜 자지를 벌떡 세우는 건데?!’
머리로는 알았다.
서큐버스가 존나게 섹시하다는 것을.
그러나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봤자 저들은 괴물일 뿐이다.
‘진짜 가슴만 달려 있으면 다 좋아하는 거냐고!!’
이상한 질투심이 차올랐다.
진현의 자지를 만지는 건 자신이어야 하는데.
그를 흥분시키는 것도, 그를 싸게 만드는 것도 자신이어야만 하는데, 눈앞에서 진현을 빼앗기고 있었다.
“오오옥♡”
이상한 신음을 흘리며 쾌감에 떠는 진현.
세연이 눈을 질끈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스몄다.
‘사랑한다고 했던 건 역시 거짓말이었나…….’
자꾸만 진현과 맞 딸딸이하던 것이 떠올랐다.
자신의 위에서 거칠게 딸딸이치던 진현.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세연아. 사랑해.’라고 말했던 진현.
영원할 것 같던 순간을 새까맣게 잊은 진현은 서큐버스들에게 잡아 먹히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세연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메시지였다.
[마녀 사냥꾼이 왜 울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세연은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우는 이유?
그야 친구의 목숨이 위험하니까.
그런 당연한 것을 왜 묻는 것인가?
학창 시절, 위계 질서가 강한 육상부에 있었던 세연이다.
일찌감치 눈치 만렙을 찍은 덕에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험인가?’
이건 단순한 질문이 아닐 것이다.
일종의 시험.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는 중요한 질문인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세연이 대답했다.
“……치욕스러워 웁니다.”
[마녀 사냥꾼이 무엇이 치욕스럽냐 묻습니다.]
“평생 순결을 지켜온 제가 걸레보다 못한 더러운 음마들에게 당한다는 것이…… 불경하기 짝이 없는 쓰레기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사실이……!”
세연이 이를 꽉 물었다.
분명 마녀 사냥꾼의 마음에 들 만한 말을 고른 것이었는데, 저도 모르는 새에 대사에 이입하고 있었다.
세연과 마녀 사냥꾼은 닮은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참을 수 없이 치욕스럽습니다……!”
세연은 눈을 부릅떴다.
그 안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듯했다.
[마녀 사냥꾼이 미소 짓습니다.]
[마녀 사냥꾼이 당신에게 스킬, ‘순결의 불꽃’을 선물합니다.]
──────
[순결의 불꽃]
결사대장이 물었습니다.
“더러운 것을 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손에 피를 묻힌 처녀가 답했습니다.
“더러운 것은 정화될 수 없습니다. 더러운 것은 그저 끊임없이 깨끗한 것을 더럽힐 뿐입니다.”
“정답이다. 때문에 더러운 것은 모두 불태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모인 이유, ‘순결의 불꽃’을 만들어낸 이유다.”
순결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습다.
이 세상 모든 더러운 것을 태우기 위해서.
[효과]
무기에 순결의 불꽃을 부여합니다.
순결의 불꽃은 더러운 것일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주의! 오직 처녀만이 순결의 불꽃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됐다!’
스킬을 얻어낸 세연이 진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는 기똥차게 딸딸이 치라는 눈빛을 알아듣고 자지를 흔들었다.
[마녀 사냥꾼이 검을 치켜듭니다!]
[마녀들을 불태울 시간이라고 외칩니다!]
“순결의 불꽃!”
세연이 스킬을 영창했다.
그러자 그녀의 검에서부터 커다란 불꽃이 퍼져나갔다.
화르르르르르륵──!
“꺄아아악!”
“키이아아아아!!”
“뜨거워……!!”
서큐버스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
더러운 것일수록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는 불꽃.
그것은 서큐버스들을 아주 세차게 태웠다.
어찌나 화력이 센지, 눈이 부셔서 똑바로 바라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상자지!! 내 상자지 어디있어어어어어!!!!!”
번개탄처럼 불타는 서큐버스들이 지하실에서 발광했다.
“모두 절 따라오세요!”
교수가 외쳤고, 세연 일행은 지하실을 빠져나갔다.
*
아침 해가 밝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을 찾아 돌아다니던 음마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었다.
우린 골목을 빠져나오며 한숨을 돌렸다.
“모두 괜찮나요?”
“그런 것 같아요…….”
모두들 진이 빠져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이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우릴 더욱 힘들게 했다.
정조대를 구할 수 없다면, 매일 밤을 이렇게 힘들게 버텨야만 한다.
서큐버스들은 계속해서 우릴 찾아올 테니까.
“다들 기운 내세요. 정조대는 같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 구해보죠. 정조대만 있으면 이 도시에서 사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을 테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아직 도시를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죠? 절 따라오세요.”
도시 구경이라도 시켜주려는 것인지, 교수님은 우리를 랜드마크로 안내했다.
거대한 동상.
남미 어디에 있다는 예수상을 떠오르게 할 만큼 압도적인 크기였다.
“정의의 여신상이에요. 엄청나게 크죠?”
“그렇네요…….”
“이 동상은 그저 크기만 한 게 아니에요. 동상을 만져보면 그 비밀을 알 수 있어요.”
교수님이 동상의 발가락 위로 손을 올렸다.
그러자 상태창이 떠올랐다.
──────
[도시의 여신상]
왼손에는 도시법전을, 오른손에는 심판의 칼을 든 여신상입니다.
라이만부는 엄격한 법을 지니고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여신은 라이만부의 주인에게 법을 이행할 권리를 부여하였습니다.
법적 다툼이 발생할 시, 도시의 주인은 코인을 지불하여 여신에게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효과]
여신상을 최초로 발견한 자에게 ‘도시의 주인’ 칭호를 부여한다.
도시의 주인은 도시 수비대를 부릴 수 있다.
도시의 주인은 코인을 지불하여 재판을 열 수 있다.
※주의! 도시의 주인이 도시법을 무시하거나 위반할 경우, 여신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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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게 아이템이었군요?”
“맞아요. 아마 라이만부에 최초로 입성한 자가 학과장님이었겠죠. 운도 좋은 사람이에요.”
“겨우 처음 왔다는 이유로 주인이 되다니……. 너무 불공평한 거 아녜요?”
“원래 인생은 그런 거니까요.”
세연이와 교수님이 대화를 나누었다.
성훈이는 그저 멍하니 도시의 여신상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래? 뭐가 보여?”
“응…….”
“뭔데?”
성훈이가 여신상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켰다.
“여신상이 팬티를 안 입고 있어…….”
“…….”
그런 말을 우수에 젖어서 하지 말라고.
그때, 옆에 있던 유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자지 특. 동상이 팬티 입었나 안 입었나 확인함.”
“하자지 하지 마라.”
“하자지 특. 하자지란 말에 발끈함.”
“하지 말라고 했다.”
“하자지 특. 발끈했다는 말에 또 발끈함. 크큭”
내 뒤에 숨은 유리가 키득거렸다.
“풉.”
나도 웃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성훈아. 지금 네 머리 위에 그런 게 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참냐.
[서큐버스에게 외면받은 강성훈]
성훈이가 처음으로 얻어낸 칭호.
남자로서 참으로 불명예스러운 칭호였다.
“강유리. 진짜 뒈지고 싶지?”
“하자지 특. 아가리만 텀. 크크큭.”
성훈이가 씨익씨익 스팀을 뿜었다.
마치 폭발 직전의 주전자 같았다.
그리고 진짜 터져 버렸다.
“이…… 이 하보지 주제에!”
“뭐, 뭐라고? 지금 뭐라 그랬어? 오빠 지금 선 넘은 거 알지?!”
“하! 보! 지……! 특!! 하자지는 괜찮고 하보지는 선 넘었다고 함!!!”
“하, 하자지 특! 페미인 척하고 여자 꼬시려고 함!”
“하보지 특!! 강유리임!!!”
“하자지 특! 강성”
“하보지 특! 인성 개빻았음!! 하보지 특! 방 존나 더러움!! 하보지 특! 밥 먹고 난 설거지 물에 안 담금!! 하보지 특! 화장실 청소 지 손으로 해본 적 없음!!! 하보지 특! 살림 1도 못하면서 자지만 잘 빨면 시집 잘 갈 줄 앎!!!”
“아, 아니거든!!”
오늘은 유리가 역으로 처맞고 말았다.
그러게 상대 기분 봐가면서 건드려야지.
한편, 나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아이템 설명을 찬찬히 살폈다.
도시의 주인에게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주는 아이템.
이것으로 고창복 교수는 수비대를 부리며 도시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
“진현 학생?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곳 말이에요……. 10층을 공략하고 다음 층으로 가려면 결국 서큐버스들이랑 맞서 싸워야 하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고창복 교수가 정조대를 통제하고 있어서 플레이어들이 밤마다 죽어 나가는 거고요.”
“맞아요.”
“그럼 여길 클리어하려면 고창복부터 없애야겠네요.”
“하지만 수비대의 힘이 너무 막강해요. 병력이 300명쯤 될 텐데, 그들 전부를 상대하려면 플레이어들이 적어도 600명은 나서야 할 거예요. 그런데 정조대를 가진 플레이어들의 상당수가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일부는 학과장님과 이미 결탁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말하자면 카르텔이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하나뿐.
“제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어요.”
“네? 정말요?”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반짝였다.
웹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잔머리가 막 돌아가고 있었다.
“우선 서큐버스의 시체부터 좀 찾아보죠.”
역시 누렁이로 살기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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