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43화 (43/74)

〈 43화 〉 정조대 혁명 (2)

* * *

정조대 혁명 (2)

“오빠! 어서 가요! 저랑 불.장.난. 하러♡”

횃불을 든 유리.

그녀가 교복 셔츠 단추를 풀어 헤치며 말했다.

“불 지르러 가는데 단추는 왜 푸는 거야?”

“후후. 덥잖아요. 제 장점도 강조할 수 있고요.”

“장점?”

“적당한 크기에 모양도 예쁜 꽉 찬 B컵 가슴이요.”

“아하…….”

“뭐예요 그 탄식은?”

“어서 가자!”

나는 유리와 함께 도시의 골목으로 향했다.

저녁이 다가온 시각.

플레이어들은 음마들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도시 입구에 모였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 숫자가 600명뿐이었다는 거다.

나머지 300명은 정조대를 찬 채로 도심 어딘가 숨어 있겠지.

이것은 900명이 함께하는 조별 과제.

나, 세연, 성훈이 한 조일 때 성훈이가 그랬던 것처럼, 900명 중 300명이 무임승차를 시도하고 있었다.

나와 유리의 임무는 그들을 군대에 합류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했다.

“시작하자.”

화륵­

유리가 화살에 불을 붙였다.

다섯 발의 화살을 동시에 장전한 그녀가 도심을 향해 발사했다.

“오빠랑 하는 불장난 너무 짜릿하다……☆”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도 유리는 재빠르게 활을 쐈다.

고창복을 저격할 때도 알아봤지만, 그녀의 활 솜씨는 감탄할 만했다.

“이쯤 하면 됐겠다. 아주 활활 타겠어.”

“마치 우리의 사랑처럼요♡”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불화살이 도시를 불지옥으로 만들고 있었다.

곧이어 무임승차 플레이어들이 집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콜록…… 부, 불이야!”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어디서 불길이 번진 거냐고!”

연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어 나오는 유사 강성훈들.

우린 그들의 집을 모두 불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돌아갈 곳이 없어 싸울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이제 우리도 성벽으로 이동하자.”

이제 곧 전쟁이 시작될 거다.

세연이와 성훈이, 교수님은 선두에서 싸우기로 했다.

나와 유리는 성벽에 올라가 플레이어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활을 다루는 유리야 말할 것도 없이 성벽 전투가 유리하다.

딸딸이를 쳐야 하는 나 역시 성벽이 유리했다.

그때, 유리가 내게 폭 안겼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오빠의 품인걸요?”

자신의 깨방정이 꽤 만족스러웠는지 꺄르르­ 웃는 그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유리를 밀어냈다.

“미안해 유리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신천지에 관심이 없어…….”

“신천지 아니라고요!”

그렇겠지.

스스로 신천지임을 밝히는 신천지는 없을 테니까.

‘나에게 친절한 미녀 = 사기꾼’

내가 인생을 통해 배운 진리였다.

상식적으로 포교가 아니고서야 이런 미소녀가 내게 집착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내 자지가 목적인 거면 몰라.

유리는 내 능력에 대해 모를 때부터 나를 잡아먹을 기세의 눈이었다.

자지 외의 목적이 있다는 뜻이지.

그때, 성벽 계단을 오르던 유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밤하늘에 펼쳐진 은하수를 배경으로 그녀의 단발머리가 흩날렸다.

잠깐이지만 시간이 느리게 흐른 것 같았다.

“저 오빠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오빠는 기억 못 하겠지만, 전 오빠 처음 봤을 때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었거든요…….”

수줍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눈은 은하수만큼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뜸을 들이던 그녀가 작은 입술을 움직였다.

“오빠는…… 저 어때요?”

그린 것처럼 선명한 은하수.

신비로운 매력의 거친 성벽.

그 위에 서서 내게 고백해온 귀여운 꽉 찬 B컵 여고생.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그녀의 고백을 덜컥 수락하고 싶을 만큼.

후회해도 좋으니…… 아니,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그녀와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질 만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유리야.”

“네…….”

볼이 상기된 그녀.

눈을 마주 보는 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나무아미타불.”

“?”

현실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 없어.

“나 불교 신자야.”

“…….”

유리는 분명 신천지다.

절대 안 속지. 히히.

*

“음마들이 몰려온다!”

“물러서지 마!!”

“젠장…… 숫자가 너무 많잖아!”

음마들은 정조대를 찬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선제 공격을 받는다면 얘기가 달랐다.

“정액! 정액! 정액!!”

“죄다 정조대 찬 것들밖에 없어!”

“정조대 찬 인간은 쓸모가 없어! 다 죽여 버리자!!!”

플레이어들과 음마들이 부딪쳤다.

플레이어 쪽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전쟁이었다.

두려움과 유혹을 극복한다면 말이다.

“정조대 벗는 거야? 내가 많이 사랑해줄게♡”

“자지다♡ 자지♡”

“정조대 벗는 착한 인간들은 살려줘♡”

일부 플레이어들은 두려움과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정조대를 벗었다.

승리가 불분명한 전투에 목숨을 거느니, 죽을 때까지 가 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자들도 있었다.

“강성훈! 정조대 벗을 생각하지 마!”

“안 벗어! 나도 자존심이 있지! 날 하자지라고 놀려댄 녀석들이랑 놀아먹을까 봐?!”

‘충분히 그럴 것 같은데…….’

세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성훈과 함께 싸웠다.

세연의 검술이야 말할 것도 없이 빼어났다.

놀라운 것은 성훈 역시 탱킹 능력이 타 플레이어들을 압도했다는 점이었다.

[껍질 기사가 흡족해합니다.]

[당신에게 힘을 몰아준 보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껍질기사님! 왜 저 같은 놈을 좋아해주시는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요!!!”

[껍질 기사가 당신은 자신과 닮았다고 말합니다.]

“배후신님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으신 모양입니다! 핫핫핫!!”

[껍질 기사가 자신은 여자에게 관심이 없을 뿐이라 주장합니다.]

성훈이 버텨준 덕분에 세연은 안전하게 음마들을 벨 수 있었다.

그녀가 가진 불꽃 검은 음마들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물론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어디선가 날아든 화살이 성훈과 세연을 도왔다.

퍼걱!

“끅!”

가끔은 화살이 빗나가는 일도 있었는데, 화살은 유독 성훈에게 박히곤 했다.

다행히도 피부 위로 단단한 껍질을 만드는 ‘껍질화’ 스킬 덕에 성훈이 화살로부터 피해를 입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은 있었다.

성훈에게 박힌 화살의 깃대에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하자지를 보면 박히는 화살’

‘하자지 특. 화살 처맞음’

‘하자지 특. 정조대 안 차도 되는데 꾸역꾸역 차고 있음 ㅋㅋㅋ’

“강유리 이 썩을 년이……!”

뜻밖에도 유리의 화살은 성훈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뚜껑이 열린 성훈은 전열의 선두에서 맹활약했다.

한편. 여성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끄윽! 도, 도와줘…….”

“정조대를 벗으면 내가 도와주마!”

위기에 몰린 여자, 이수현.

잘생기고 몸이 좋은 인큐버스가 그녀의 두 팔을 구속했다.

정조대를 벗으면 죽을 때까지 윤간당할 것이다.

정조대를 벗지 않으면, 이대로 물어뜯겨 죽을 것이다.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나아…….’

이수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바로 그 순간,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힘이 솟아났다.

‘뭐지? 갑자기 힘이…….’

우득!

“크아아아악!”

이수현은 인큐버스의 손가락을 쉽게 꺾었다.

그녀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음마의 숨통을 끊었다.

정수리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고개를 든 그녀가 발견한 건 천박한 칭호였다.

[★☆이진현의 딸♡감이 된 이수현☆★]

‘따, 딸감……?’

핏­

칭호는 직후 사라졌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때, 이수현의 친구, 송다희가 다가왔다.

“수현아! 괜찮아?!”

“어…… 응. 근데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어.”

“뭔데?”

“갑자기 힘이 막 솟았거든? 근데 지금은 또 없어졌네…….”

“혹시 칭호 떴었어?”

“응. 어떻게 알았어?”

다희가 씩 웃었다.

그녀가 성벽 위를 가리켰다.

별이 빛나는 하늘.

성벽 가장 높은 곳에서 우뚝 선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우리에겐 칼 대신 좆을 잡은 사령관이 있어.”

“조, 좆?”

“딸딸이 사령관이랄까…….”

“?”

“옷을 살짝 벗으면, 버프 효과가 더 강해질지도 몰라.”

“그게 무슨…….”

수현은 다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투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새벽이 올 때까지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세연은 끊임없이 마수의 목을 쳤고,

화살이 떨어진 유리는 단검을 들고 싸웠다.

성훈은 서큐버스들의 가슴에 파묻혀가며 저항했고,

진현은 교수의 도움을 받아 여섯 번째 딸딸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퓻. 퓻…….

투명한 물만 새어 나왔다.

얼른 입으로 받아낸 박설화는 다시금 진현의 고추를 흔들었다.

“교, 교수님…… 이젠 진짜 무리…….”

“회복 마법을 걸어줄게요. 좀만 더 힘내보죠.”

“끄아아악……!”

“진현 학생의 발기에 아군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요.”

교수의 손기술은 대단해서, 진현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세우는 수밖에 없었다.

.

.

.

아침 해가 밝았다.

성벽 일대가 피와 시체로 뒤덮였다.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희망찬 모습으로 보였다.

“이겼어…….”

“이겼다!”

“만세!!”

살아남은 플레이어들.

승리를 쟁취한 플레이어들이 만세를 부르짖었다.

전투가 오래 걸렸다 뿐이지, 아군의 피해도 크지 않았다.

한편, 전장에는 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혹시 너도 그 도움을 받았어?”

“응. 덕분에 목숨을 구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그분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우리뿐만이 아니야. 70대 할아버지도, 초등학생도, 내 남사친도 그분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어.”

“정말 대단하신…… 풉. 크흠…… 대단하신 분이야…….”

칼 대신 좆을 든 딸딸이 사령관.

딸감을 버프시키는 능력이 있는 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딸딸이를 쳐준 덕에 많은 아군을 살려냈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그 소문에는 거짓이 섞여 있었다.

진현은 아이와 노인, 남자를 보며 딸딸이를 친 적이 없었다.

설령 남자를 보며 친 게 사실이라 해도, 버프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딸감 버프는 오직 여성에게만 적용되니까.

하지만 소문은 과장되는 법.

피와 내장이 흩뿌려지는 전장에서 기이한 경험을 한 것이, 어디 딸감이 된 여자들뿐이겠는가?

위기의 순간 잠재력을 발휘한 초등학생.

서큐버스의 가슴을 보고 불끈 힘이 솟아난 남성.

불현듯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을 마누라가 떠오른 70대 노인까지.

갑자기 힘이 솟아날 이유는 아주 많았다.

그러나 직관적인 설명이 가능한 건 하나뿐.

“딸딸이 사령관님! 감사합니다!”

여자들이 성벽 위의 진현을 보고 소리쳤다.

그러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거들기 시작했다.

“딸딸이 사령관님! 남자인 저를 보고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게이는 아니지만, 평생 당신께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딸딸이 아저씨!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저 아직 초등학생이에요! 더 이상은 하지 말아주세요!”

“딸딸이 사령관! 듣고 있나?! 자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지옥에서 마누라를 만났을 걸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자네의 괴물 같은 성욕 덕에, 내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 정말 고맙네! 하지만 사회로 돌아가지는 말게! 자넨 틀림없이 전자 발찌를 차게 될 거야!!”

일부는 딸딸이 사령관의 성욕에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여자는 물론이요, 남자, 아이, 노인까지.

대체 안 꼴리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목숨을 빚진 것은 사실이다.

플레이어들은 고마움, 비웃음, 혐오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딸딸이! 딸딸이! 딸딸이……!”

“딸딸이 사령관님! 부디 성교육을 제대로 받으시길!”

“페도충 죽어!”

“그래도 딸딸이 덕에 살았다! 고맙다 딸딸이 사령관!!”

그러는 한편.

10연딸 후 뻗어 버린 진현은 성벽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의 자지를 세우느라 애쓴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님…… 하늘이 노래요…….”

“후후…… 정말 고생했어요.”

딸딸이­! 딸딸이­! 딸딸이­!

페도충!

노인충!!

자위왕 화이팅!!

딸딸이 사령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PC다!!

개변태 새끼!!

플레이어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근데 저는 왜 개변태가 된 거죠?”

“성벽 위에서 자위했으니 변태가 맞긴 하잖아요.”

“그건 그렇네요……. 근데 페도짓은 안 했는데…… 남자랑 노인 보고 한 적도 없고…….”

“업적은 부풀려지기 마련이랍니다.”

“업적…… 맞나요?”

“저라면 훈장을 주겠어요. 남녀노소 사랑 훈장.”

“남녀노소 보면서 안 했다니까요…….”

진현은 눈을 감았다.

잠이 쏟아졌으나, 잘 수는 없었다.

[10층 클리어 보상이 수여됩니다.]

[10층 클리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히든 보상이 부여됩니다!]

최초의 히든 보상.

10연딸에 대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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