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모두에게 정액 차를 대접해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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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정액 차를 대접해요 (2)
“자, 그럼 모두 시작해주십시오!”
참가자들이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찻잎은 물론, 찻주전자와 찻잔, 찻잎을 거르는 망까지도 참가자마다 달랐다.
장인일수록 도구를 따지는 법.
참가자 모두 최고의 차를 만들기 위해 칼을 갈고 나온 모습이었다.
일부는 차 끓이기를 퍼포먼스화 하여 대중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세연의 차 끓이기는 너무나 초라했다.
기본 그 자체.
아니, 기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허접한 실력이었다.
“앗…….”
주전자에 거름망을 대는 것을 깜빡한 세연이 허둥지둥 실수를 수습했다.
그에 귀족 영애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유리 공주의 빽으로 참가한 시녀라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자기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거지.”
“정말 유치하다.”
“보나 마나 쪽이나 당하고 끝날 거야.”
유리 공주가 본선에 세연을 꽂아 넣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황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제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유리에게 말했다.
“공주. 저 아이를 어찌하여 대회에 참가시켰지?”
“차를 잘 끓이니까요. 겉보기에는 좀 어설퍼도, 막상 마셔보시면 개쩐다고 생각하실걸요?”
“개쩐다……?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아아. 개맛있…… 아니, 엄청 맛있다고요!”
“흐음…….”
공주의 행동에는 항상 이유가 있었다.
가끔은 황제를 놀라게 할 정도로 영민한 데가 있었다.
황제가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어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유리 공주의 행동은 득이 없고 실만 있는 일이었다.
“공주. 짐은 본의를 물어본 것이니라.”
유리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반문했다.
“보니가 누구죠?”
“?”
“전 모르는 사람인데용?”
“…….”
황제는 공주가 어째서 바보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군요! 대부분의 참가자가 차를 완성했습니다! 남은 건 포이나와 세연 둘뿐입니다! 서둘러주세요!”
포이나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찻물의 맛과 향이 일정하도록 동일한 속도로 쪼르륵 찻잔에 따라내었다.
그 손이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완성!’
포이나가 뿌듯하게 자신의 차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녀가 끓인 그 어떤 차보다 뛰어날 것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그녀가 옆을 바라보았다.
세연은 허둥지둥하며 겨우 찻주전자를 기울이고 있었다.
콸콸콸──!!
차를 따르는 게 엉망이었다.
너무 급하게 기울이는 바람에 찻물이 테이블을 적시기까지 했다.
다도인으로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자, 시간이 됐군요. 심사의 시간입니다. 오늘의 심사는 에리카 애슐리쿠퍼 부인, 메리나드 애슐리쿠퍼 부인, 마리 우드 부인이 맡겠습니다. 우승자는 황제 폐하의 시상을 받음과 함께, 황실 전속 다도 시녀장의 직위를 얻게 됩니다!”
우아하게 인사를 올린 심사위원들.
그들은 모두 여성으로, 황실 내에서도 꽤 서열이 높은 자들이었다.
심사위원이 1번부터 차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아아. 이런 차는 처음이에요. 향기만으로 마치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는군요. 대단해요.”
“감사합니다.”
“다른 참가자에 비하면 조금 못 미치지만, 대단히 개성적인 향이었어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부인.”
“아주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이군요. 매일 마시고 싶은 차예요. 역실 황실 제일의 다도인답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칭찬과 덕담 속에, 평가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심사위원, 마리 우드가 세연의 앞에 섰다.
뾰족한 느낌의 눈이 세연을 노려보았다.
“평범한 시녀의 평범한 차라…….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기대되는군요. 기대해도 될까요?”
“네.”
의외로 당찬 세연의 대답.
그에 마리 부인의 눈썹이 씰룩였다.
‘뻔뻔한데 멍청하기까지 하군……. 유리 공주의 기세를 꺾을 좋은 기회야. 제대로 망신을 줘야겠어.’
개인적인 이유로, 마리는 유리 공주를 좋아하지 않았다.
공주가 악수를 둔 지금은 마리에게 있어 기회였다.
그녀가 세연이 끓인 차를 들어 향을 맡았다.
단지 향을 맡는 동작임에도 마리에게서는 기품과 기세가 느껴졌다.
찻물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순간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건…….’
익숙한 향이었다.
황실에서 사용하는 찻잎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어째서? 평범한 시녀가 허접한 실력으로 끓인 차일 뿐인데……?’
마리가 한참이나 세연을 쳐다보았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느끼고서야, 마리는 차를 들이켰다.
역시나 새끼손가락을 떼어 기품을 보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기품도 거기까지였다.
후룩
찻물이 입술을 적시는 순간, 마리는 그만 찻잔을 놓치고 말았다.
챙그랑!
바닥에서 깨져 버리고 만 세연의 찻잔.
직후 마리가 휘청였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설마 독이라도 든 건가?!!”
그 질문들에 마리가 작게 답했다.
“마, 마싯서용♡”
“???”
진현의 정액이 섞인 차.
그것은 여자들의 오르가즘을 자극한다.
음식으로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자 새로운 경험이다.
여성들에 한해서, 세연의 차는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이었다.
마리의 충격적인 반응.
그에 두 심사위원들도 준비된 차를 마셨다.
“오옹♡”
“호잇……♡”
두 여자 역시 감동적인 차의 맛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뭐야.”
“반응이 왜들 저러시지?”
“저런 분들이 아닌데…….”
에리카, 메리나드, 마리는 황실 내에서도 기품 있기로 유명한 귀부인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반응은 다소 경박해 보일 지경이었다.
남들 앞에서 좀처럼 흐뜨러지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없는 여성들이, 고작 차 한 잔에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는 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이 황제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여봐라. 내게도 그 차를 내어오거라.”
“!”
사실상 우승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세연은 찻주전자에서 정액 차를 따랐다.
‘윽. 필터가 빠졌다…….’
주전자 밑에 침전되어 있던 꾸덕꾸덕한 젤리가 우수수 찻잔으로 쏟아졌다.
주전자의 거름망이 빠진 모양이었다.
남은 정액이 없기에 다시 끓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흐음. 특이하군.”
황제는 별 의심 없이 차의 향을 맡았다.
세연은 총애하는 공주가 신뢰하는 시녀였다.
게다가 앞서 세 명의 귀부인이 먼저 맛을 본 상태였다.
차에 이상한 장난을 쳤으리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후루룩
황제가 찻물을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눈이 번쩍 뜨였다.
‘어째서…… 기분이 좋아지는 거지?’
“흡……!”
황제는 새어 나오는 신음을 겨우 참아냈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각인된 예절 덕분이었다.
그러나 하반신이 움찔거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멈출 수가 없어!’
그걸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황제는 계속해서 차를 마셨다.
후룹. 후루룹. 츄릅츄릅…….
데인 혀가 아팠다.
그러나 차가 주는 쾌감은 그 고통을 잊게 할 만큼 특별했다.
후루루루룹.
차를 마실 때마다 의자에 앉은 황제의 엉덩이가 요망하게 씰룩였다.
“하아…….”
10초 만에 뜨거운 차를 모두 비워 버린 황제.
그것 자체로도 차를 마시는 예절에 어긋난 것이었으나, 황제의 입가는 더욱 심각했다.
하얀 젤리들이 입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
“폐, 폐하…….”
옆에 있던 신하가 황급히 손수건을 건넸다.
황제가 몽롱해진 눈으로 입 주변을 닦아냈다.
“흐흠……. 대단한 향과 맛이었다. 그대가 내어온 차는 지금껏 경험한 그 어떤 차보다도 특별했도다.”
“감사합니다. 폐하.”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정해진 듯하구나. 세연. 그대를 황실의 전속 다도 시녀장으로 임명하겠다. 그런데…… 대체 그 젤리들은 무엇이었느냐? 그것이 비결인 듯하여 궁금하구나.”
“!”
세연이 어깨를 들썩였다.
정액까지 대접할 생각은 없었기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준비하지 못했다.
그녀가 되는대로 말을 내뱉었다.
“트, 특별한 식물에서 채취한…… 줄기의 진액입니다……!”
“호오. 재미있군. 그 비법을 제국 전체에 전수하여 모두가 이 차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라.”
“알겠습니다 폐하!”
세연은 순간 괴이한 상상을 했다.
매일매일 진현의 정액을 채취하여 그것을 식물의 진액이라 속이고 전국의 귀부인과 영애들에게 정액 차를 먹이는 상상…….
세연은 눈을 감고 쓰레기 같은 상상을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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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세연은 곧장 황제의 시녀가 되었다.
정신없는 시녀 교육을 받은 그녀는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목욕 시중을 들 때 황제의 알몸을 확인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목욕 시중이요? 황제 폐하는 목욕 시중을 두지 않으시는걸요?”
“예……?”
“몸이 다 자라났을 때부터 그러셨어요.”
동료 시녀의 말에 세연은 멘붕에 빠졌다.
‘이래서야 정액 차를 먹인 보람이 없잖아!’
유리의 결혼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이젠 허락된 시간도 많지 않았다.
*
제국의 황제, 샬롯 2세.
최근 바쁜 일정을 보낸 그녀는 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 셀레나와 함께였다.
“이 차 맛은 정말 대단해. 어떻게 이런 차를 만들었지?”
“내 말이 그 말이야. 사실 이 차를 처음 발견한 게 나거든.”
샬롯은 황제였으나, 셀레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말을 편하게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내 취미 알지? 애인 있는 시중 따먹는 거.”
“알지. 변태녀.”
“크큭. 아무튼 그날도 한 명 노리고 있었거든. 근데 주방에서 이 차를 끓이고 있는 세연을 발견한 거지.”
“대단한 촉이네. 역시 셀레나는 운이 좋아.”
“근데 말이야. 이 차는 내가 그날 발견한 것 중에 두 번째로 좋은 거였어.”
“두 번째? 그게 무슨 소리야? 더 좋은 차가 있다고?”
셀레나가 여우 같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니. 그것보다 훠어어얼씬 더 좋은 거.”
“?”
괜히 두리번거린 셀레나가 소리를 내지 않고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자. 지.’
“!”
황제의 얼굴이 붉어졌다.
셀레나와는 달리, 황제는 남자 경험이 많지 않았다.
남편이 요절해 버린 탓이다.
“재미 좀 보고 있나 봐……?”
“나만 그런 줄 알아? 지금 황실에 소문이 쫙 퍼졌어. 신성한 기적의 좆이 있다고.”
“켁…….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들어봐 샬롯. 그 자지를 받아들이는 순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황홀한 기분은 물론이고, 구름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래. 이 차가 주는 쾌감의 열 배 정도 된다고 상상해봐.”
“여, 열 배…….”
“응. 열 배. 오죽하면 앉은뱅이 카트린 부인이 섹스하는 동안 벌떡 일어섰다는 소문이 있겠니?”
“어머. 말도 안 돼.”
셀레나는 진현의 자지를 친언니들에게만 소개했다.
딱 거기까지만 공유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언니들의 입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진현에 대한 소문은 마구 퍼져나갔다.
결국 지금 그는 황실 공용 딜도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별명은 ‘기적의 좆’.
앉은뱅이 카트린이 벌떡 일어섰다는 얘기는 단지 소문만은 아니었다.
“어때 샬롯?”
“뭐, 뭐가?”
“너도 맛보고 싶잖아? 기적의 좆 말이야.”
“무슨…….”
“괜찮다면 준비해줄게. 나를 통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할 수 있어.”
“…….”
샬롯은 거절하지 않고 차만 들이켰다.
그때마다 자궁이 큥큥 하며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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