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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딸감을 자처한다-57화 (57/74)

〈 57화 〉 규격 외의 괴물들 (1)

* * *

규격 외의 괴물들 (1)

주괴배 예선이 시작되었다.

예선은 본선과는 달리 콜로세움이 아닌 넓은 광장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경기 공간도 겨우 테니스 코트만큼 비좁았다.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본선부터는 3:3 대결 한 판으로 승부를 결정짓지만, 예선은 1:1 대결 세 판을 통해 승부를 결정한다.

예선은 늘 그렇듯 번잡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진현 일행은 그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다른 참가자들의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우와. 스톤 골렘이다!”

“스톤 골렘이면 3급인가?”

“3급 최상위지…….”

한 참가자의 괴물을 보며 감탄하는 플레이어들.

이곳에 존재하는 괴물들에게는 플레이어들이 부여한 등급이 있었다.

9등급에서 1등급까지, 괴물의 강함을 토대로 괴물을 구분한 것이다.

예선에서는 3등급의 괴물도 등장하기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길드 소속이야. 500코인이나 바치고 길드 밑으로 들어갔더라. 스톤 골렘은 그 보상으로 받은 거겠지.”

“젠장. 밖에서나 안에서나 돈 많은 놈이 최고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최소라 씨. 우리가 잡은 괴물들은 등급이 어떻게 돼요?”

“그런 거 없어요.”

“네?”

“등급은 전투력 측정이 가능한 괴물을 대상으로만 매겨요. 댁들이 잡은 건 마주치면 무조건 도망가야 하는 놈들이라고요. 그러니 등급이 있을 리가 없죠.”

“오.”

어쩐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진현이었다.

그렇게 몇 경기를 더 구경하고 있을 때였다.

[이진현 플레이어는 B­13 경기장으로 와주십시오.]

시스템 창이 진현의 경기를 알렸다.

그는 일행과 함께 지정된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진현을 보며 피식 웃는 남자.

상대의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아까 전에 봤던 스톤 골렘의 주인이었다.

“지부장님께서 그러시더군. 만약 예선에서 널 만나면 반드시 모든 괴물을 죽여 버리라고.”

남자가 차갑게 뇌까렸다.

그러나 진현의 파티는 저들끼리 떠드느라 바빴다.

“뭘 먼저 낼까?”

“어차피 다 이길 거야.”

“그래도 고르는 재미가 있잖아. 이거 포켓몬 같아서 두근거린다고.”

“해골 어때요? 걔가 싸우는 모습이 제일 재밌던데.”

“하. 근데 해골 보면서는 진짜 못 세울 것 같은데.”

“그래도 연습해야죠.”

진현은 동심을 느끼면서도, 괴물을 딸감으로 삼을 생각에 한숨이 나왔다.

“건방진 자식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주머니를 던졌다.

그러자 빛이 번쩍하며 3m는 될 법한 스톤 골렘이 등장했다.

쿠오오오!

스톤 골렘 한 마리로도 경기장이 가득 찼다.

그 우람한 모습에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모여 들었다.

“개쩐다.”

“존나 멋있어 스톤 골렘.”

“아씨. 나도 길드 들어갈까.”

플레이어들의 시선은 스톤 골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상대방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다.

마침내 진현이 주머니를 던졌다.

“해골! 너로 정했다!!”

파앙­

주머니 안에서 등장한 것은 흙에서 갓 파헤쳐진 것 같은 백골이었다.

덜그덕. 덜그덕…….

“스켈레톤?”

“박살 나겠네.”

“노잼.”

해골은 덜덜거리며 스톤 골렘에게로 걸어갔다.

스톤 골렘은 자신의 상대가 너무 약한 것이 불만이었는지, 괴성을 내지르며 손바닥을 휘둘렀다.

콰르르!

마치 볼링에서 스트라이크를 칠 때처럼 호쾌한 소리가 울렸다.

진현의 해골은 수십 개의 뼈로 분리되어 흩어졌다.

“앗! 해골! 괜찮아?!”

“딱딱…… 딱딱딱…….”

바닥에 떨어진 해골 머리가 이를 딱딱 부딪쳤다.

마치 트레이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는 듯한 모습.

그러나 그건 유언이 아닌 ‘주문’이었다.

퍼석!

퍼서석!

“으악!”

“이게 뭐야 씨발!!”

난데없이 땅에서 새하얀 백골의 손이 튀어나왔다.

셀 수 없이 많은 숫자.

심지어는 경기장 바깥에서도 뼈들이 땅을 헤집고 기어 나왔다.

쿠오오오오!

콰르르! 콰르르르!

스톤 골렘이 커다란 주먹을 휘둘러 주변의 스케레톤들을 박살 냈다.

그 사이 진현의 해골은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뼈 조립을 마친 상태였다.

철컥!

부하들이 땅속에서 가져온 갑옷을 해골에게 입혔다.

머리에는 번쩍이는 보석이 박힌 왕관을, 갑옷 위에는 망토를, 손에는 음산한 빛을 발하는 지팡이를 들려주었다.

그제야 플레이어들이 해골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씨, 씨발 저거 리치 아냐?!”

해골은 스켈레톤이 아닌 리치였다.

공동묘지 지역에서 등장하는 가장 강력한 괴물로, 플레이어들이 공동묘지에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딱딱딱!

리치가 이를 부딪쳤다.

그러자 해골들이 스톤 골렘에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손에는 각각 곡괭이나 망치 따위를 들고 있었다.

깡!

쿠오오……!

해골들은 마치 채광하듯 스톤 골렘을 파냈다.

스톤 골렘은 몸을 흔들며 해골들을 털어냈지만,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때까지도 스켈레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었다.

딱딱딱!

리치가 즐거운 듯이 이빨을 부딪쳤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플레이어들.

공포가 스며든 눈빛이 썩 볼만 했다.

그런데 자신의 주인인 진현의 눈빛만큼은 조금 달랐다.

“크읏……!”

어딘가 불편하게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바지에 넣은 채 흔들고 있었다.

딱……?

리치의 고개가 갸웃했다.

그는 진현에게 붙잡힐 당시를 회상했다.

강력한 두 명의 여성 플레이어.

그들을 보며 자지를 흔드는 진현의 모습.

마법에 능통한 리치는 진현이 버프형 마법사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딱……!

진현이 딸딸이를 친다는 것은, 곧 버프를 걸어준다는 뜻.

딸감에 생사를 가리지 않는 주인의 노력에 리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리치의 자궁이 있어야 할 자리인 엉덩뼈 부근이 딱딱­♡ 하고 떨렸다.

쿠웅───!

결국 스톤 골렘은 쓰러졌다.

진현은 끝내 리치에게 딸감 버프를 거는것에 실패했다.

훈련이 더 필요한 일이었다.

*

예선이 모두 끝났다.

진현은 5전 전승으로 무난하게 16강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그러나 괴물들을 딸감 삼는 것에는 전부 실패하고 말았다.

그에 진현은 도시의 외진 곳에서 발견한 버려진 마굿간에 왔다.

괴물 딸감을 보며 좆을 세우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이거 현타 너무 심한데…….”

“어쩔 수 없잖아요. 지부장을 가까이서 봐왔던 저조차도 이번 승부는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최소라의 말은 반쯤 거짓이었다.

그녀는 진현이 승리할 확률을 8할 이상으로 봤다.

거짓말을 한 이유는 진현의 승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차라리 제가 옆에서 오빠 자지를 세워주는 게 낫겠어요.”

“그건 안 돼요. 부정 행위가 될 거예요.”

“힝.”

“후……. 괜찮아. 어떻게든 세워볼게.”

오롯이 진현 혼자서만 해내야 하는 싸움이었다.

진현은 정신을 집중하고 리치를 보며 귀두를 만졌다.

그에 리치가 뒤로 돌아 꼬리뼈를 좌우로 흔들며 뒤태를 자랑했다.

그녀도 주인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역효과야…….’

그러나 뼈다귀를 보고 꼴릴 리가 없었다.

그때, 성훈이 진현의 어깨를 잡았다.

사뭇 진중한 톤으로 말했다.

“이진현. 나 좋은 생각이 났다.”

“병신 같은 소리겠지만 들어볼게.”

“리치의 몸에 진흙을 바르는 거야.”

“진흙?”

“존나 섹시한 여자의 몸으로 만들고, 그 위에 옷을 입히는 거지. 그럼 뼈다귀가 아니라 여자처럼 보일 테니까.”

“오? 당장 하자.”

성훈과 진현이 흙에 물을 뿌려 진흙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성훈이 가슴을 붙여 치댔고, 진현은 엉덩이를 맡았다.

“야! 성훈아! 이거 그럴듯한데?!”

“하하하! 난 이런 쪽으론 천재라고!”

“쌉천재 인정! 안 버리고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다!!”

“하하…… 하……. 어, 언제 날 버리려고 했어?”

신이 난 두 남자와 달리, 세 여자는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개극혐.”

“강성훈. 너 우리 진현 오빠 오염시키지 마라.”

“누가 볼까 봐 겁나네요…….”

그때, 한 무리의 플레이어들이 진현의 파티에게로 다가왔다.

하나 같이 노숙자처럼 추레한 몰골이었다.

“이진현 플레이어 맞습니까……?”

“네. 전데요.”

“아니 근데 당신들 도대체 뭔 추잡스런 짓을 하고 있는 거죠?”

“아……. 괴물 튜닝이랄까요?”

“크흠. 뭐, 별로 알고 싶지도 않네요. 전 정민욱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갔다가 패배했죠.”

둘은 악수를 나누었다.

진현은 정민욱의 얼굴이 기억났다.

그들이 처음 이곳에 이동되었을 때, 결승전에서 양훈과 싸우고 있던 자가 바로 정민욱이었다.

“이걸 받으세요.”

“뭐죠? 개목줄?”

“아이템입니다. 말을 듣지 않는 괴물을 복종하도록 해주죠.”

“오. 마침 말 안 듣는 놈이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리치는 온순했으나, 날개 없는 드래곤은 멋대로 날뛰었다.

목줄은 진현에게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대상에 따라 사이즈는 자동 조절이 되니 참고하시고……. 제가 이걸 드리는 이유는 양훈에 대한 복수 때문입니다.”

“알아요. 반 길드 세력을 대표해서 오신 거겠죠.”

“맞습니다. 꼭 양훈을 끌어내려서 길드 놈들을 박살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에요. 다음 층으로 넘어가려면 그래야만 하니까요.”

진현의 도전에는 그들 파티의 운명만이 걸린 것이 아니었다.

이 도시에 발이 묶인 수많은 반 길드 플레이어들의 운명까지도 함께였던 것이다.

*

별이 반짝이는 밤.

우리는 아직도 리치와 씨름하고 있었다.

“하. 진흙이 굳으니까 다 떨어져 버리네.”

“차라리 풀떼기를 엮어서 살을 채우자. 어차피 옷 입히면 내용물은 뭐든 상관없을 테니까.”

“강성훈…… 너 진짜 똑똑하다…….”

“훗. 난 리얼돌 영재거든. 10살 때부터 수제 리얼돌을 만들어서 썼다고.”

수제 리얼돌?

그게 대체 뭔데?

­라는 말은 꾹 삼켰다.

왠지 더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치 양. 좀만 기다리라구. 아주 섹스한 몸을 갖게 해줄 테니까!”

파앙!

성훈이가 리치의 진흙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마치 직장에서 성희롱하는 부장님 같은 바이브였다.

딱딱!

리치가 이를 부딪치며 감정을 표현했다.

저건 대충 기분 나쁘다는 표시 같았다.

리치에게도 외면 받는 성훈이.

가만 보면 멘탈 하나는 좋단 말이지.

“이진현. 이거 대박이다. 풀떼기로 채우니까 촉감 쩔어.”

“고작 풀떼기인데 무슨.”

“정말이라고! 어서 만져 봐!”

나는 성훈이와 함께 리치의 가슴을 만졌다.

부드러운 풀을 골라 넣어서 그런지, 리치의 가슴은 꽤 부드러웠다.

푹신한 쿠션 같은 느낌?

그렇게 성훈이가 왼쪽, 내가 오른쪽 가슴을 주물럭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버려진 마굿간 안으로 들어섰다.

“이진현. 여기 있나?”

“네? 전데요?”

“씨발. 대체 뭔 짓거릴 하고 있는 거야?”

“양훈?”

등장한 남자는 머리가 까진 사내이자 주괴배의 49연속 챔피언, 양훈이었다.

“여긴 무슨 일로?”

“너…… 제법 쓸만한 괴물들을 얻었더군. 그건 리치냐?”

“네.”

“근데 리치에게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왜 가슴을 만들고 있어?!”

“아. 튜닝 같은 거죠.”

“한심하기 짝이 없군.”

양훈은 젊은이들의 미래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더 멍청한 놈들일세. 쯧쯧.”

“근데 무슨 용건으로 오신 거죠? 저희들이 좀 바빠서…….”

“젠장. 가슴 만드는 게 챔피언과 대화하는 것보다 중요하냐?”

“네…….”

“어이가 없군……. 널 보러 온 건 내 의지가 아니다. 내 배후신님의 의지지.”

“배후신?”

[아케찰파가 당신에게 인사합니다.]

[귀축 용사가 화들짝 놀랍니다!]

아케찰파.

분명 서큐버스 도시에서 만났던 배후신이다.

고창복 교수의 배후신이었지.

여기서 또 만날 줄이야…….

근데 또 적이네?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이번엔 무슨 일로…….”

[아케찰파가 당신과 대화하기를 원합니다.]

“네. 말씀하세요. 다 보고 있습니다.”

[아케찰파가 고개를 젓습니다.]

[그가 말하는 대화란 ‘대면’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대면이라면,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자고?

근데 넌 배후신이고 난 플레이어인데 어떻게…….

아.

이거 설마 그건가?

[아케찰파가 남은 스탯 포인트가 있으면 마력에 모두 투자하라고 이릅니다.]

스탯 포인트가 제법 남아 있었다.

잘 모르는 배후신의 말을 덜컥 믿기는 좀 그랬지만, 누렁이로서의 내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아케찰파가 큰 신력을 소모합니다.]

[신력을 받은 탑이 절대계와 현상계 사이에 중간계를 만듭니다.]

파앗­

쿠구구구궁!!

난데없이 하늘에서 거대한 섬광이 쏟아졌다.

그 덕에 마굿간의 천장이 뚫려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 안 돼! 리치의 가슴이……!!”

애써 만들어 놓은 리치의 가슴이 후폭풍으로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윽…….”

너무 강력한 빛 때문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360도를 회전하는 듯한 부유감이 순간 육체를 지배했다.

“왔군. 딸딸이 플레이어.”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의문의 장소에서 배후신으로 보이는 녀석과 대면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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