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도내 최상위 S급 미소녀 스토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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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최상위 S급 미소녀 스토커 (2)
뚝!
유리 쿠키의 목을 부러뜨려 입 안에 넣었다.
쿠키는 굉장히 달았다.
“저 맛있어요?”
“…….”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다 했더니, 성훈이가 우릴 노려보고 있었다.
일단 여길 벗어나야겠군…….
나는 유리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유리야.”
“네?”
“쿠키는 고마운데…… 그런 말은 그만해 줘.”
“그런 말이라뇨?”
유리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마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그녀도 알아들었겠지.
지난번 세연이와 대화하며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
다른 여자들을 보고 딸딸이치고, 다른 여자들과 섹스해야 하는 지금.
세연이, 혹은 유리와 사귄다면 파티는 파멸할 것이다.
난 우리 파티가 갈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유리에게도 조금은 단호하게 할 필요가 있겠지.
“나를 꼬시는 것 같은 말을 얘기하는 거야.”
“……!”
유리는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눈가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고 있었다.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유리의 눈물은 내 시나리오에 없었기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쿠키가…… 맛이 없었어요……?”
“그, 그런 게 아냐! 나 정성 들인 선물 엄청 좋아해! 쿠키도 맛있었고! 근데…… 네가 정말 막 싫고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귀게 되면 파티가 안 좋게 끝날 수도 있고,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안 좋은 감정만 더해질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네 목적도 사랑보다는 포교 활동인 거니까…….”
슬슬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유리가 목소리를 냈다.
너무 가느다래서 위태롭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그냥…… 저 혼자 좋아하는 것도 하면 안 돼요……?”
“아, 아니. 그건 돼. 나를 좋아할 수는 있지. 근데 표현하는 게 좀 그렇다는 거지.”
이런 S급 미소녀 앞에서 대체 내가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걸까?
과거의 나였다면 그냥 앞뒤 재지 않고 사귀자고 했을 거다.
그런데 탑에 들어오면서 오염되고 말았다.
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사랑보다 섹스를 먼저 배워 버린 탓이겠지.
“유, 유리야?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침묵했다.
내 깊은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지?
혹시 파티를 나가 버린다든가, 나를 증오하게 된다든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알겠어요. 그럼 속으로만 좋아할게요.”
“어. 그래. 좋아해 줘서 고맙고, 이해해 줘서 고마워.”
“대신, 마지막으로 같이 사진 찍어주세요.”
“응? 사진?”
유리가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녀는 용케도 스마트폰을 충전시키고 있었는데, 극소량의 전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템 덕분이었다.
애석하게도 스마트폰을 들고 탑에 들어온 건 우리 중 그녀뿐이었다.
“사진이야 언제든지 찍어줄 수 있지.”
훌쩍이던 유리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카메라에 우리를 담았다.
촬영 버튼을 누르려던 그녀는.
쪽.
내 볼에 기습 뽀뽀를 한 채로 사진을 찍었다.
“깜짝이야!”
“화내지 마요. 마지막이니까 봐줘요.”
“하아…… 그래.”
빨간 눈시울의 유리는 그대로 나를 떠나갔다.
*
유리는 숙소 침대에 엎드려 울었다.
베개가 축축해질 정도로 울었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데 오빠는 왜…….’
한참을 더 울고서야 유리는 진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멍하니 진현과 찍은 셀카만 바라보았다.
둘은 꼭 연인처럼 보였다.
‘내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 같아요?’
유리는 진현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혼자만 좋아하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오빠에게 가장 어울리는 여자는 저예요. 그 누구도, 젖소 세연 언니도 나만큼 노력하지는 못할 테니까.’
유리가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에는 진현에 대한 메모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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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 햄버거 좋아함.
매운 거 잘 못 먹음.
단 거 좋아함.
커피 싫어함. 라떼는 마심.
현재 대학교에 만족.
연애 횟수 0.
한 번 썸 타본 적은 있음.
AOS 게임 좋아함.
외국 힙합 좋아함.
아침에 잘 못 일어남.
그래서 지각 자주함.
학교에서 자주 같이 다니는 친구는 4명 정도. 여자는 한 명.
동네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 세 명. 여자 없음.
발 사이즈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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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이 늘어져 있는 메모.
그건 유리가 진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적은 ‘진현 사전’이었다.
무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은 진현의 정보들이었다.
“전 이렇게 오빠를 잘 알아요. 언제나 오빠 근처에서 관찰했으니까.”
진현의 근처를 배회하며 얻은 정보들이었다.
그를 미행하고, 그와 친구의 이야기를 엿듣고, 그의 택배 송장을 확인하고, 그가 버린 쓰레기를 수집했다.
그렇게 유리는 묵묵히 자신만의 순애보를 걸어왔다.
“지금도 알아가고 있다고요. 오빠의 이상형이 되기 위해서.”
유리가 메모 끝에 한 줄을 추가했다.
──────
정성 들인 선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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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은 눈으로 메모를 정독했다.
유리가 유일하게 글을 읽으며 집중하는 시간.
진현학(?) 공부 시간이었다.
*
한동안 무난한 층이 이어졌다.
단순한 전투를 벌이는 층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귀축 용사가 진명을 얻으며, 나는 한층 더 강해졌으니까.
[귀축 용사 레이시가 스킬을 강화합니다.]
[딸감 버프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삽입 버프 스킬이 강화되었습니다!]
“이진현! 딸딸이 쳐!”
“오빠! 저도 딸감으로 삼아주세요!”
“문제없어!”
이제 내 딸딸이와 삽입은 더욱 강한 수준의 버프를 제공한다.
안 그래도 세연이와 유리는 뛰어난 플레이어였는데, 내 버프 덕에 먼치킨에 가까운 플레이어가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에겐 동료가 늘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동료.
덜그럭
리치가 손짓하자, 사방에서 뼈창이 날아들었다.
우릴 가로막던 오우거 무리는 꼬치 신세가 되었다.
[탑 35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이 기세라면 정말 우리가 100층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어느새 36층에 다다른 우리.
36층은 대기실과 합쳐진 형태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있는 거대한 산.
그 밑에 지어진 작은 오두막이 대기실에서 주어진 편의 시설의 전부였다.
“여행자요?”
오두막에는 주인이 있었다. NPC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못 하겠소.”
“?”
“난 이제 여길 떠날 거요. 이 산은 오염되었으니까.”
“오염이라뇨?”
NPC가 산꼭대기를 가리켰다.
구름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꼭대기가 보이지는 않았다.
“저곳에 커다란 여왕벌레가 자리를 잡았소. 이제 온 산이 벌레로 득실거리고 있지. 믿지 못하겠지만, 원래 이 황무지는 커다란 마을이었소. 여왕벌레가 집을 튼 후로, 서서히 그 규모가 줄어들었지. 난 이곳을 지키는 마지막 주민이었고.”
“여왕벌레를 죽이면 아저씨가 떠나지 않으셔도 되겠네요.”
“그 벌레를 죽인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껏 수많은 용사들이 여왕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산을 올랐지만,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소.”
NPC의 말에도 우리는 별로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금껏 공략이 너무나도 쉬웠기 때문이었다.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군……. 퀘스트를 해결하고 제국으로부터 보상을 받으려는 생각이겠지. 이곳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한 가지만 조언하겠소.”
NPC는 우리의 얼굴을 천천히 확인했다.
시선이 날카로웠다.
꼭 숨어 있는 범인을 찾아내려는 형사 같은 눈빛이었다.
“지금쯤 기생충이 당신들의 파티에 파고들었을지도 모르오.”
“기생충이요……? 저희는 고기 잘 익혀서 먹었는데…….”
“그런 기생충을 말하는 게 아니오. 여왕벌레의 기생충은 용사 파티를 세뇌하여 그 일원처럼 행동하오. 그렇게 서서히 파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끝내는 궤멸시켜 버리는 것이오.”
“우린 기생충이 아닌데요.”
“흥. 그건 모르는 법이지.”
NPC의 태도가 너무 진지했고, 얼굴이 무척이나 수척해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난 가겠소. 당신들도 지금 여길 떠난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겠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되게 겁주네.”
“마을을 잃은 사람이니까 그럴 수 도 있지.”
“퀘스트 창이 떴어요. 어쨌든 산을 올라야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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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36층]
여왕벌레가 산꼭대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왕벌레를 죽이세요.
※주의! 여왕벌레의 수하들을 조심하세요. 그들은 매우 강력하고 징그럽습니다.
※주의! 여왕벌레를 조심하세요. 그녀는 쉽게 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략 조건]
여왕벌레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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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퀘스트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간단했다.
여왕벌레를 사냥하면 끝.
목적지도, 사냥 대상도 정해져 있는 단순한 퀘스트였다.
“산 올라가는 것만 빼면 딱히 어려울 건 없을 것 같은데? 아, 식량은 충분하지?”
내 말에 성훈이가 답했다.
“넉넉해. 길을 헤매는 게 아니면 부족할 일은 없을 걸? 강유리. 너도 식량 챙겼지?”
유리가 빵빵한 배낭을 보이며 답했다.
“당연하지. 근데 세연 언니……. 언니 다이어트하고 있는 거 맞아요? 또 빵 먹고 있네요?”
도시락을 까먹듯, 어느새 식량을 먹고 있던 세연이.
그녀가 우물거리며 발끈했다.
“아침 굶어서 그렇거든!”
그러자 옆에 있던 리치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딱딱
두 번째 빵을 먹기 시작한 세연이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NPC 좀 웃기네. 우릴 보고 기생충이라니.”
온화하게 웃던 제니퍼가 말을 이었다.
“호호호. 그러게요. 참 이상한 분이었죠? 그보다세연 씨. 배가 고프시다면 이따가 열매를 드시는 게 어때요?”
“열매요?”
“저는 숲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무엇인지 알아요. 발견하면 나눠드릴게요. 그게 칼로리가 더 적을 테니까요.”
“다이어터를 이해해 주는 건 제니퍼뿐이라니까…….”
곤충과 인간의 중간 모습을 하고 있는 제니퍼.
우린 그녀를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제니퍼 언니랑 같이 산에 오니까 좋다~”
“호호호. 저도 좋아요. 옛날에 그거 생각나세요? 유리네 가족이랑 같이 등산했던 거요.”
“당연히 기억나죠! 그날 우리 오빠가 제니퍼한테 고백했다가 차였잖아요!”
“야! 너는 그 얘길 왜 또해?!”
“호호호. 저는 괜찮아요. 다 좋은 추억이었어요.”
“제니퍼 씨는 다른 여자와 달리 내게도 정말 상냥하셔…….”
제니퍼.
제니퍼.
제니퍼…….
어쩐지 위화감이 드는 이름이었다.
왜 이러지?
컨디션이 좀 안 좋은가?
“진현 씨. 괜찮으세요? 꿀물을 좀 드릴까요?”
“아아. 네. 감사하죠.”
제니퍼가 뾰족한 곤충 엉덩이에서 꿀물을 뱉었다.
제니퍼의 구멍에서 나와 작은 컵에 담긴 꿀물.
몸이 으슬으슬할 때는 이만한 만병통치약이 없지.
후루룹
따뜻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니 몸이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어때요? 좀 괜찮아요?”
“네. 한결 나아진 것 같아요. 제니퍼 씨의 꿀물은 언제 마셔도 좋네요.”
“아프지 말아요. 진현 씨가 아프면 우리 모두가 슬플 거예요.”
제니퍼는 어쩜 이리도 선할까.
10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녀의 따뜻한 말에는 늘 치유받는다.
“여러분도 언제든 말씀하세요. 몸이 안 좋으시다면 꿀물을 싸드릴게요.”
제니퍼의 헌신적인 태도에 우리는 일심동체로 외쳤다.
“역시 제니퍼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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