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아니 진짜 어케 이겼누;;(2)
* * *
아마게돈 영지의 외각에 위치한 숲, 그곳엔 영주의 병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일행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들은 빛의 여신 루미너스의 가호를 받은 용사 루크와 그의 동료 세 명이었다.
"설마 아마게돈 남작이 그 정도로 철저한 준비를 해뒀을 줄이야..."
"...모두들, 정말 미안해. 이번 일은 내 실책이야."
"무슨 소리야? 루크, 이게 어째서 너의 잘못이야? 그저 상대가 더 강했을 뿐이야."
루크의 동료, 여마법사 비올라는 자책하는 용사를 위로했다. 그러나 루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앞서 두 번의 승리 탓에, 너무 기고만장해져 있었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을 품고 있었어. 그래서 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도전했던 거야."
루크는 주먹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런 나와는 달리, 아마게돈 남작은 충분히 대비를 해 두었어. 수많은 함정과 부하들, 흉악한 마수들과 병기. 그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준비한 채 나를 기다렸어. 아마게돈 남작 한 명만 쓰러트리면 그만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나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적을 쓰러트리기 위해 철저히 힘을 기르고 비축했어. 그게... 나와 그의 결정적인 차이야."
"...그만해, 루크."
여신관 엘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아마게돈 남작이 더 힘을 기르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 나잖아. 아마게돈의 병사들에게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 때문에..."
"...하아. 애들아, 쓸데없는 논쟁은 그만두자."
레인저 호크나는 일행의 최연장자답게 빠르게 상황을 중재했다.
"이번 일이 누구의 잘못인가 따지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해. 그것보단, 어떻게 해야 아마게돈 남작을 쓰러트릴 수 있을 지를 의논해 봐야지."
"그래, 호크나의 말이 맞아. 아마게돈 남작은 전에 상대했던 그 둘과는 차원이 다른 상대야. 비록 비열하고 잔혹한 악인이지만, 결코 상대를 얕보지 않고 언제나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자였어. 아마 우리와 싸운 그 날 이후, 이미 우리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 뒀을 거야."
"그러고 보니 , 영지 침략에 앞장서던 공격 대장 마르스가 바로 오늘 아마게돈 영지로 돌아왔다고 했어. 그 무지막지한 여자도 함께 상대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다음에 치룰 전투는 이번에 겪은 것보다 몇 배는 어려울 거야."
그 말에 루크는 기분이 참담해졌다. 그렇게나 압도적으로 패배했는데, 다음에 싸움은 더 어려울 것이라니. 정말로 그를 쓰러트릴 수 있기는 한 걸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마게돈 남작. 그가 가진 순수 전투력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한 영지의 주인으로써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수단을 활용하고 있었다.
파편이 주는 특별한 능력과 비록 지금은 몰락했다지만 귀족이라는 지위, 그리고 침략 전쟁을 통해 축적한 재물의 힘은 일개 개인의 무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번엔 더더욱 확실하게 대비를 해야만 했다.
"우선, 여신 님께서 말씀하신 퀘스트를 완료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해. 그 힘은 아마게돈 영주를 상대할 때 반드시 필요한 힘이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새로운 동료가 필요해. 우리 넷 만으로 그를 쓰러트리는 것은 무리야."
"...차라리 파편을 가진 다른 적을 먼저 상대하는 건 어때?"
"그건 안 돼."
루크는 비올라의 의견을 단번에 기각했다.
"파편을 가진 남은 적은 '폭군 바이올렌스'와 '불멸의 용' 뿐이야. 하지만 '폭군 바이올렌스'를 상대하기 위해선 아마게돈 남작이 가진 파편의 힘이 필요해. 그리고 '불멸의 용'은 다른 네 개의 파편을 모으기 전에는 얼굴조차 볼 수 없으니, 결국 우리는 아마게돈 남작을 먼저 쓰러트릴 수 밖에 없어."
"...불멸의 용은, 아마게돈 남작보다 몇 배는 강하겠지."
그 말에 일행의 입이 다물어졌다.
여정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겪은 패배의 쓴맛. 그리고 앞으로 만날 적은 그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어느새 그들은 일어서는 것을 주저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대로 가다간...
"애들아. 일단은 여신 님께서 말씀해주셨던 퀘스트부터 끝내자. 이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거야."
"그 말도 맞네. 나중의 일을 벌써 걱정하는 건 나 답지 않지."
"그래. 다 함께 힘을 합치면 분명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루크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동료들을 다독였다. 그의 말은 반 정도는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루크 일행은 쌀쌀한 숲에 텐트를 친 후, 한 명 씩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섰다. 다행히 날이 밝기 전까지, 아마게돈의 병사들에게 발각되는 일은 없었다.
*
타락한 영웅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루크와 동료들의 전투력이 내 기대 이하였던 만큼, 그들이 나를 쓰러트리게 하기 위해선타락한 영웅들을 전투에 참가시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강한 부하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쓰지 않으면 일부로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것이다.
그래서 난 타락한 영웅들을 저마다 적절한 이유를 대고 내게서 떨어트릴 것이다. 그 후 용사 일행에게 그 정보를 흘려서 '용사 루크가 아마게돈 남작이 무방비한 틈을 노려 그를 쓰러트렸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큰 전력인 전쟁광 마르스는 일정 기간 후에 영지 침공 지역으로 다시 보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강한 녀석은 지금 지하 감옥에 있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럼 이제 타락한 영웅은 세 명이 남는다.
암살자 신 사하
마수 조련사 레이
메이드 미아
"사하는 영웅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라고 장기 파견을 보내고, 레이는 새로 나타난 마수를 구실로 영지 북쪽 끝부분으로 보내면 되겠어. 미아는... 메이드라서 항상 내 저택에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메이드는 전투력이 부족하니까? 웃기는 소리. 미아는 메이드지만, 타락하기 이전에는 날고 기는 영웅 중 하나였다. 그만큼 전투력 면에서는 부족한 것 없는 존재지만, 아마 멀리 보내지 않아도 상관 없을 것이다. 애초에 메이드라 멀리 보낼 구실도 없다만.
미아는 왜 상관 없냐고? 그 녀석은 내가 타락시킨 다섯 영웅 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싫어하는 녀석이니까.
그것도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메이드 미아.
전 영웅답게 전투력은 충분하지만, 재정 관리 및 내 업무 보조 등 전투력 이외의 면을 높이 사서 내 보좌 메이드로 임명했다. 물론 메이드 복이 잘 어울린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정말로 최고의 메이드라니까?
그리고 미아는 타락한 다섯 영웅 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한다. 왜냐하면 다른 네 명과는 달리, 그녀는 아직 완벽하게 타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가능하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 물론 불가능하지만.
실제로 내가 시키는 일은 다 하면서 꼬박꼬박 나에게 죽으라고 독설을 날리는 제법 귀여운 구석도 있다.
특히 밤에 내 밑에 깔려 앙앙거리며 교성을 지를 때 기분 좋냐고 물어보면 사람 하나 죽일 법한 눈길로 쏘아보며 '닥쳐. 죽어.'라고 매서운 독설을 날리지만 나를 끌어안은 팔과 다리는 끝까지 풀지 않는 그 모습은... 크으!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 부하지만 아직 완전히 타락하지 않은 그녀는 언제나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으니 용사 일행이 처들어와서 나를 노려도 막지 않고 프리패스로 보내줄 것이다. 그러니 그녀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
"주인님,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따라 유독 꼴보기 싫은 표정이시군요. 보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서 속을 게워내고 싶을 정도로 짜증나는 얼굴입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노크도 없이 대뜸 방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는 언제나처럼 매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을 확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나를 매도했다.
정말이지, 듣는 사람의 가슴을 사정없이 난도질하는 날선 말이다. 그녀가 입으로만 그렇게 말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오늘도 역시 솔직하지 못하구나, 미아. 내 침대에 들어오고 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에둘러서 할 필요 없다니까."
"또 그런 헛소리를... 응윽?!"
언제나 그랬듯, 내 손이 치마를 들추고 다리 사이로 향하면 그녀의 입에선 독설이 멎고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것 때문에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더더욱 참을 수 없다.
"윽... 하윽... 응읏...♡"
봐라. 얼마나 만져줬다고, 벌써 음탕한 울음소리를 흘리고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이렇게 잔뜩 괴롭힌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잔뜩 만져달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나를 일부로 도발한다. 귀여운 녀석 같으니.
나는 그녀의 음부를 만지던 손을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미 내 손가락들은 그녀의 애액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미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입은 싫다고 하지만, 몸은 솔직하네?"
"그, 그 입 닥ㅊ...응읏...!"
"메이드가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으면 쓰나. 이거 아무래도 벌을 줘야겠는걸."
꾹 닫혀 있던 음부는 이미 기대하고 있다는 듯 쩍 벌어져서 끈적한 애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음부를 가볍게 쓸어내리던 손이 귀엽게 툭 튀어나온 클리를 집요하기 어루만지며 자극하면 입술을 악물여 참는 듯이 흘리던 억눌린 신음은 곧 쾌락에 젖은 천박한 교성으로 변한다.
그녀의 몸은 이미 하나의 악기였다. 내 손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다른 울음 소리를 토해내는, 연주자를 기쁘게 만드는 살아있는 악기.
부드럽고 상냥하게 만져주면 부족하다는 듯 애타게 끙끙거리다, 거칠고 자극하는 순간 강렬하게 몰려오는 쾌락에 미친 듯이 울부짖는다.
나는 그녀를 한참 동안 괴롭히다, 이내 그만두었다. 눈에 힘이 풀린 채 입에서 침까지 흘리고 있던 그녀는 내가 도중에 손을 땐 것에 의아해했다.
그녀는 내게 더 만져주기를 원하는 눈빛을 강하게 보냈지만, 나는 그녀가 자기 입으로 더 해달라고 조르기 전까지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줄 생각이 없었다. 너무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버릇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왜 그래? 설마 내가 더 만져주기를 원하는 거야? 에이, 아니겠지? 미아는 보통 사람이라면 극혐했을 그런 상스러운 벌을 더 받고 싶다고 애원할 만큼 음란한 메이드가 아니니까?"
미아는 한참을 갈등하다, 그래도 아직은 이성 쪽이 더 강한 것인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망을 떨쳐냈다. 역시 아직은 타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망설이던 것을 보니 얼마 안 남은 모양이다. 이렇게 정신력이 강한 사람인만큼, 타락했을 때 돌이키기 어려운 법. 나는 그녀가 완전히 타락한 모습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돌렸다.
"미아. 사하와 레이에게 각각 내 말을 전해라. 우선 사하에게는 영지 침략에 방해가 되는 영웅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라고 전해라. 한 달 정도 기간을 줄 테니, 사소한 것까지 파악하라고. 그리고 레이는 북쪽에 새로운 마수가 나타난 것 같으니, 동향과 정보를 분석하라고 하도록 말해두도록."
"....알겠습니다."
미아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부탁하지 못한 일을 내게 계속 해주지 않자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내다가, 이내 내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녀가 지나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젖은 자국들을 보며 싱긋 웃은 후, 주머니에서 손수건를 꺼내 젖은 손가락을 닦아냈다.
미아를 방에서 내보낸 후, 나는 다시 홀로 상황을 정리했다.
"퀘스트 수행에 이틀, 그리고 새로운 동료 영입에 닷새, 그렇다면 루크 일행은 빨라도 일주일 후에야 내게 다시 도전하겠지. 그 즈음이면 마르스는 다시 최전선에 투입되고, 사하는 한창 영웅들의 정보를 수집하느라 바쁘겠지. 레이도 신종 마수가 있는 북쪽으로 가는 데에만 일주일은 걸릴테고. 미아는 루크 일행을 방해하지 않으며 지하 감옥의 마지막 한 명은 방해조차 못 하지."
그렇게 되면 일주일 후, 나는 최소 2~3주 동안은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 나를 상대할 때 필수 스킬인 '정화'를 습득하도 저번 전투처럼 나와 싸우기 전 레이가 보낸 마수들에게 한 차례 힘을 뺄 일도 없다면, 용사 일행이 나를 죽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얼마나 완벽한 작전!
그리고 나의 이 행동은 '침략 전쟁이 영웅들의 저항으로 더뎌진 상태에서 용사에게 한 차례 습격당한 남작은 앞으로의 행동에 더욱 신중을 가하기 위해 잠시 내부를 추스르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즉, 관객들에게 악역이 일부러 주연의 칼날에 목을 던지는 어거지 전개라며 비난을 살 일도 없다!
나는 돌아온 루미너스 여신에게 이 사실들을 전했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작전을 수용했다. 내가 쓰러진 후의 내 부하들은, 뭐, 나중에 더 강해진 루크가 알아서 각개격파한다음 그대로 죽이던가 아니면 갱생시켜서 동료로 삼던다 하겠지.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그 날 밤, 나는 약속대로 마르스를 내 침실로 불렀다. 금발에 태닝 피부의 강한 여전사와 밤을 보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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