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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3화 (13/229)

〈 13화 〉 이, 이게 머선129...(2)

* * *

그 흉악한 거대 마수조차 길들이는 위험한 마수 조련사와, 그녀의 주인인 라그나 아마게돈. 그 둘과의 전투를 각오하던 용사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광경에 짐시 넋을 잃었다.

사람 머리통을 통째로 씹어 먹을 것 같은 흉악한 마수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여자를 가운데에 두고 마치 원시부족의 원주민들이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은 최소한 그들의 기준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

"이런, 이게 누구신가? 위대한 빛의 여신의 가호를 받아 세상을 구하기 위해나선 정의롭고 용감한 용사 아니신가?"

너무 황당한 나머지 공격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용사의 앞에, 현재로서 그가 가장 두려워 하며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상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불과 몇 주 전에 자신을 죽이려고 들었던 사람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채, 태연하게 자신의 말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딜 가고 있었나? 나는 너와 동료들이 아직 내 영지에서의 볼 일이 다 끝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만."

"...우리가 그것을 당신에게 답해야 할 이유가 있나?"

아마게돈 남작이 계속 말을 건 덕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용사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목숨을 두고 싸운 사이라기보단 마치 오래동안 알고 지낸 친구마냥 말을 걸어오는 그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물론 그렇지. 네가 내 질문에 반드시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실례했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연주하는 밝은 음색과는 대조되는 어두운 인상의 여인에게 다가가 그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오카리나를 부는 여인의 어깨에 몸을 기대었다.

서로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그 어필에, 용사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엘리아가 자신과 용사를 한 번씩 흩어보다 이내 검은 마차에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어째선지 부러워 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마게돈 남작. 당신 도대체 지금 이 숲에서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저 마수들의 기괴한 행위는 뭐가 목적이야?"

용사는 라돈 남작을 경계했다. 그가 하는 일에는 반드시 그만 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 했다.

실제로 그가 자신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마수 조련사를 어딘가로 보냈다고 했을 때 뭐가 목적인가 했더니, 수련을 위해 찾아간 북쪽의 마수 출연지에서 그들조차 상대하기 어려운 흉악한 마수를 길들인 그녀가 기다리고 있기도 했으니까.

그는 무모해 보이는 영지전을 일으켜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승리를 거듭함으로서 현재 한 나라의 왕이나 다름없는 거물이 되었고, 용사인 그들을 최초로 참패시킨 거대한 벽이었다.

그런 그가 하는 일에는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목적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아마게돈 남작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적개심이 가득한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내며, 루크를 향해 되물었다.

"내가 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지?"

"뭐?"

"너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며, 나는 네 질문에 대답해야만 하나? 그게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의 정의인가?"

"..."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의 말은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는 정론이었기에 용사 루크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상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만 일방적으로 질문의 답을 요구하는 행위는 올바르지 않았으니까.

"세상일이란 것이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고,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것이 있는 법. 삶에 도움이 되는 지혜지. 안 그래? 특별히 이번 한 번만 수업료를 받지 않을까? 큭큭큭."

아마게돈 남작은 벙어리가 된 용사를 비웃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루크는 성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하나였다.

지금이라면, 쓰러트릴 수 있을까?

눈앞의 사내는, 그 날 그들을 가볍게 압도하던 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무방비했다.

비록 마수 조련사가 바로 옆에 있고 그들의 주변을 흉악한 마수들이 맴돌고 있지만, 그 정도 는 그들의 힘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루크는 아무리 생각해도 쓰러트릴 수 없을 것 같았던 적이 자신의 목을 그의 검 앞에 내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상황에서 손에 쥔 검을 휘두를지 말지, 그것을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검을 내렸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기회라고 해도, 여기서 그를 쓰러트리는 것은 맞지 않다.

그가 앞서 쓰러트렸던 두 사람, 파괴자와 떠도는 광인. 그들의 강점은 가로막는 것을 모두 분쇄하는 물리적 힘과 그 엇나간 정신처럼 주변의 법칙을 마구 뒤틀어 버리는 기묘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지금 루크의 앞에 있는 남자의 강점, 그것은 개인으로서의 힘이 아닌 집단의 우두머리로서의 힘.

그의 힘은 보이지 않는 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움직여 주변에 영향을 주는 힘. 개개인이 가진 물리적인 힘과는 다른 종류의 힘.

즉, 권력이다.

권력이 가장 큰 장점인 그를, 그 권력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쓰러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루크는 그 사실을 지난번에 그에게 한 번 패배함으로서 알게 되었다.

그에게 한 번 패배함으로서 개인의 힘만으로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지금껏 제대로 억누르지 못 한 첫 번째 혼돈의 파편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혼돈의 파편을 가진 자들을 단순히 쓰러트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의 강점에 직접적으로 맞서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용사는 검을 내렸다. 지금이 기회라며 검을 휘두르는 것은, 용사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한 살인이다.

루크가 검을 옆구리에 납도한 순간, 그의 눈에 낯선 것이 들어왔다.아마게돈 남작, 그의 왼쪽에 처음 보는 여인이 어느샌가 앉아 있었다. 그것을 이해한 순간 루크의 등은 식은 땀으로 젖었다.

역시, 그는 무방비해 보였음에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만일 자신이 그의 빈틈을 노리고 덤볐더라면, 있었는 줄도 몰랐던 저 여인이 자신의 목을 날려버렸으리라. 그리고 아마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을 테지.

"....."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니야.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아마게돈 남작의 호위병들이마차 안에서 꺼낸 텐트를 꺼내 야영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루크 일행은 아마게돈 남작이 왜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 지는 알 수 없어도, 그가 언제 자신들을 노릴 지 모른다고 경계하여 마차를 타고 조금 더 거리를 벌린 후에 텐트를 쳤다.

"불침번은 비올라, 고든, 나, 루크, 엘리아 선으로 서자. 비록 아마게돈 남작이 지금 당장은 우리에게 적대적이지 않지만, 안제 그 마음이 변할지 모르니 그쪽 방향을 철저히 경계하고."

타닥, 타다닥. 불꽃이 장작을 집어삼키는 소리를 배경으로, 불침번을 제외한 용사 일행은 불안함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어때?"

"이 정도면 괜찮아 보이는 데..."

"...야, 지금 우리가 찬 물 더운 물 가릴 처지야? 저번에 그녀석보다 괜찮다 싶으면, 그냥 데려 가자."

"후, 좋아. 그럼..."

용사 일행이 잠든 텐트를 두고, 어둠 속에서 여섯 개의 그림자가 샛노란 눈을 번뜩이며 소리없이 움직였다. 뾰족한 동공이 용사 일행이 잠든 텐트와 그 앞을 지키는 듬직한 남자 전사를 번갈아 응시하다, 이내 전사에게로 그 시선이 고정되었다.

"...음?"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짙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다가가던 그림자들은, 전사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주변을 흩어조려는 그 순간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가장 먼저 그림자 하나가 머리 쪽에 달려 들어, 전사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어서 양 옆에서 접근한 두 그림자는 전사가 입을 막은 손을 떨쳐내지 못 하게 양쪽에서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네 번째 그림자가 전사의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트렸고, 그렇게 네 개의 그림자는 전사를 소리없이 순식간에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전사를 붙잡는 데 직접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던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용사 일행이 잠든 텐트와 아마게돈 남작의 야영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혹시 목격자가 없나 망을 보고 있었고, 마지막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들에게 붙잡은 남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용사 일행의 전사는 도움을 요청할 새도 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에게 붙잡혀 숲속 깊숙한 곳으로 질질 끌려갔다.

"...흐음."

그리고 그들이 모두 떠난 후, 아무 것도 없던 바닥이 일렁이며 한 남자가 스르르 몸을 일으켰다. 방금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그는, 이내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재밌네. 설마 이런 곳에서 뜻밖의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그림자들이 남긴 아주 미세한 흔적을 따라 그들을 쫓았다.

*

"....뭐지?"

달이 하늘의 중앙에 뜬 시간. 자신이 교대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텐트로 들어오지 않는 동료의 모습에 의아애하던 호크나는 옷을 입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혹시 불침번을 설 때 그렇게 조심하라고 주의했는데 졸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졸고 있는 동료 전사의 모습이 아닌, 홀로 타오르는 모닥불 뿐이었다.

"....이런 젠장할!"

뭔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은 호크나는 곧바로 바닥에 귀를 대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했다.

바람 소리, 벌레 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들리는 발 소리.

"!"

그 발소리는 이미 꽤나 멀어져 있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게 당장 추격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호크나는 동료들을 깨울 생각도 하지 못 하고 홀로 발소리를 따라 달려 나갔다.

그녀는 엘프의 가벼운 몸으로 나무와 나무 사이를 도약하며 누군가의 발소리를 쫓았고, 얼마 안 가 발소리의 주인을 발견했다.

불길하다 여겨지는 검은색의 눈과 머리카락 탓에 어둠 속에서 식별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지만, 틀림없이 그였다.

라그나 아마게돈.

그들에게 처음으로 패배의 쓴맛을 안겨준 적. 그리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도망친 자신들 앞에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비웃은 그 짜증 나는 인간.

비록 용사는 자신의 신념이 있고, 호크나는 그 때 용사의 뒤에 존재감과 살기를 완전히 지운 채 그림자처럼 서 있던 그 암살자 때문에 공격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혼자였다. 그 소름 끼치는 암살자도, 성가시기 그지없는 마수 조련사도 곁에 없다.

그래, 지금이 바로 자신들의 앞길을 막는 저 망할 놈을 손쉽게 처리할 마지막 기회. 아마 불침번 중에 사라진 고든도, 저 녀석이 뭔가 수를 쓴 것이겠지.

그래, 누구보다 자신의 적을 철저하게 찍어누르고 싹을 짓밟는 저 남자가 한 때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자들을 앞에 두고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지. 역시, 뒤에선 이런 속셈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

호크나는 곧바로 그의 뒤통수에 화살을 겨냥했다. 비록 지금은 엘리아의 축복이 없지만, 어둠의 힘으로 몸을 지키고 있으면 몰라도 완전히 무방비한 지금은 굳이 빛의 힘을 담지 않아도 이 한 방으로 끝낼 수 있다.

호크나에겐 용사와 같은 신념은 없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 나쁜 놈들을 죽이고 그들이 가진 물건을 되찾아, 거대한 악을 쓰러트리는 것.

그 거대한 악을 쓰러트리는 데 나쁜 놈들 중 하나가 방해 가 된다면, 제거하면 그만이다. 쉬운 길을 내버려 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갈 필요는 없으니까.

마침내 호크나는 시위를 놓았다. 그녀의 화살이 놈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놈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고서.

슈르르륵...

"...?!"

하지만 그 화살이 그의 머리를 관통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솟아난 무언가가, 그녀가 쏜 화살을 붙잡았다.

함정이었나? 황급히 거리를 두려던 호크나는, 갑작스레 밑에서 솟아난 무언가에 발목을 붙잡혀, 그대로 나무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렸다.

"큿...!"

그리고 그 자식, 아마게돈 남작은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덫에 걸린 사냥감 같은 꼴이 된 그녀의 몸을 그윽한 시선으로 천천히 흩었다. 물건을 감정하는 듯한 그의 시선에는, 추잡하고 질척한 욕망이 섞여 있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내 몸을 저런 기분 나쁜 시선으로...!

호크나는 이글거리는 분노를 담아 그를 매섭게 쏘아 보았다.

"자, 그래서...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 어여쁜 엘프 레인저께서는 조용히 홀로 밤산책을 나선 귀족의 머리에 화살 같이 위험한 흉기를 꽂으려고 하셨나?"

"...."

"이런, 묵비권 행사이신가? 하지만 레인저라는 사람이 덫에 걸려 거꾸로 매달린 시점에서 그런 짓을 해봤자 별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말이야."

"....."

"허, 내게 반응을 보이지 않기 위해 침묵을 고수하는 거야? 근데 그거 알아?"

아마게돈 남작은 히죽 웃으며 손가락으로 호크나의 하반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 다리가 다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다 보인다고?"

"....!!!"

그 말에 호크나는 고작 인간 따위에게 보여져서는 안 될 곳이 다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죽고 싶을 정도의 수치심을 느끼며 황급히 치마를 덮어 가리려고했다.

자신의 다리를 잡은 것과 같은 검은 무언가가 바닥에서 솟아 나, 자신의 두 팔을 붙잡기 전까지는.

"이,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리고 이런 끝내주는 경치를 굳이 가려야 할 필요가 있나?"

자신의 몸을 훝는 음흉한 시선에, 호크나는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름 끼쳐...! 인간 따위가 내 몸을... 저건 기분 나쁜 눈으로...!

"원래는 다른 용무가 있었는 데, 당신이 갑자기 시비를 걸어오니까 우선순위가 좀 바뀌었어.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 데, 물어봐도 될까?"

"..."

호크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을 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린 채,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혹시 엘프들은, 전부 아래 쪽은 안 입고 다녀?"

물론, 그의 다음 한 마디에 그 벽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지만.

"그게 무슨...! 흣...!"

종족 전체를 싸잡아 말 하는 웃기지도 않은 성희롱에, 호크나는 대체 그게 무슨 개가 짓는 소리냐며 따지려다 불어온 바람에 서늘한 하반신의 감각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 답게, 자연의 기운을 최대한 받아 들이기 위해 피부를 가리는 면적이 적은 옷을 입는다. 어차피 얼마 되지도 않는 방어도를 낮추는 대신, 자연의 기운을 받아 더 빠르고 가볍게 움직이는 쪽이 효율적이니까.

그녀는 잠을 잘 때는, 더 많은 기운을 받기 위해 속옷을 다 벗고 자는 타입이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사라진 동료의 흔적을 급하게 쫓느라 평소에는 입었던 속옷을 입지 않은 상태였고.

즉, 지금 그녀는....

"보, 보지 마! 보지 말란 말이야!!"

보여지고 있는 것이 자신의 속옷이 아닌, 그 아래에 감춰져야 하는 소중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호크나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팔다리의 구속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그는 그녀에게 다가와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녀의 몸을 흩어보며 중얼거렸다.

"입은 좀 험하지만, 그녀석에 비하면 약한 편이고. 엘프니까 보이는 외형에 비해나이가 많을 테지만, 나는 처녀에 집착하는 유니콘도 아니라서 오히려 경험이 많은 쪽이 즐기기에 편히니까 괜찮고. 몸매도 제법 나쁘지 않고... 음, 이 정도면 가능인 데."

아마게돈이 손가락을 튕기자, 뒤집혀 있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덕에 치마 자락이 다시 내려 가며 소중한 부분이 다시 가려졌지만, 호크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 남자가 아무런 까닭 없이 자긴에게 이로운 일을 할 리가 없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이윽고 호크나의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너, 혹시 윗쪽도 안 입고 있어?"

"....."

호크나는 그의 성희롱에 기분이 썩어어가면서도, 급하게 나오느라 상의 쪽도 속옷을 챙겨입지 않은 것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시선을 피했다.

물온, 그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덥석.

"....! 이, 이 새끼가 지금 무슨 짓을...!"

"흐음, 촉감은 나쁘지 않고."

이 이상의 수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 호크나는 입술을 악물며 표독스러운 눈으로 그를 노려 보았다

"큿, 죽여라...!"

"...오크에게 붙잡힌 여기사나 할 법한 말이나 하긴."

그는 오히려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 그녀의 옷을 힘껏 쥐었다.

"방금 그 말 덕분에 결정을 내렸어. 그녀석들도 괜찮지만, 지금은 너부터 맛을 봐야겠어."

"그게 무슨..."

파악! 투두두둑!

그 말을 끝으로, 아마게돈 남작은 호크나의 옷을 있는 힘껏 당겼다. 단추가 뜯겨나가며, 그 안에 가려져 있던 새하얀 속살이 달빛이 내리는 어둠 속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그는 비명을 지르기 직전인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뽀얀 속살에 입맛을 다시며, 바지의 벨트를 천천히 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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