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벚꽃이네? 벚꽃이여?(4)
* * *
라그나 아마게돈.
그녀의 용병 생활을 끝장내 버리고, 도적단 두목이라는 길을 걷게 만든 증오스러운 적. 그러나 다시 싸울 기회를 준다고 한들, 차마 검을 겨눌 엄두가 나지 않는 강적.
블래키는 마르스가 증오스러우면서도 두려웠기에, 그녀를 향한 자신의 분노를 모두 그녀의 주인인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돌렸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자신이 한 가지 몰랐던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으긋, 흐으윽....!"
라그나 아마게돈은 마르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존재는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푸욱!
"흐, 아아앗....!"
거대한 양물이 질벽을 억지로 벌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어 온다. 블래키는 험난한 용병 생활을 오래 한 여전사답게 남자 경험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지금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그동안 겪었던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단지 안에 들어왔을 뿐인데도 숨쉬는 것이 괴로울 정도로 흉악한 크기. 그러나 그녀를 휘감은 것은 하반신이 찢어지는 고통이 아닌, 정신이 아찔해지는 위험한 쾌락이었다.
"흐윽, 하읏, 하.... 흐윽....!"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몰라도, 그의 물건이 아프기는 커녕 기분이 좋다. 다만, 그 정도가 좀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두꺼운 자지가 한 번도 닿은 적이 없는 깊은 곳까지 침입해 올 때 눈앞이 번쩍였고, 질 안을 가득 메운 자지가 두꺼운 귀두로 질벽을 긁어내며 빠져나갈 때 영혼까지 뽑혀나가는 듯한 충격이 그녀를 흔들었다.
이건 위험하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결코 느껴본 적 없을, 그리고 한 번이라도 느끼게 된 순간 절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그런 부류의 감각이다.
"하읏, 흐긋, 흐으으... 하아아... 흐으으으읏....?!"
푸샤아아앗....
마치 머리를 열고 뇌를 꺼내 바닥에 짓뭉게는 듯한 강렬한 쾌락 앞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황홀감에 부르르 떨며 온몸으로 기쁨의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밴디트 블래키가 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 강간이었다. 아마게돈 남작은 흉기에 가까운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하반신에 거칠게 쑤셔 박았고, 그녀는 그 행동에 동의한 적이 없었으니까.
"헤윽....♡"
그러나 지금 누군가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절대 강간이라 생각하지 않으리라. 뜨거운 쾌락 속에서 끈적하게 녹아내린 그녀의 얼굴은, 누가봐도 느끼고 있는 암컷의 것이었으니.
그가 허리를 흔들고, 자지가 질 안을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할 때마다, 블래키의 입에선 자동으로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도 강간당하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기엔, 너무나도 달콤한 교성이.
푹, 푸욱, 푹, 푹, 푹!
팡! 팡! 파앙! 팡! 파앙!
그녀의 안을 헤집는 움직임은 몹시 거칠고 난폭했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오직 자신의 쾌락만을 쫓는 이기적인 허리 놀림이었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여자 쪽에서 아프다며 울음을 터트리고도 남을 움직임.
그러나 지금 그녀의 몸은 그것조차 기쁘게 받아들일 정도로 발정난 상태라,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며 깊숙히 쑤셔박는 그의 찌르기에 블래키는 몸을 움찔움찔 떨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가버렸다.
그녀는 그가 너무나도 싫었다. 그가 없었다면, 마르스의 주인인 그가 없었다면,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기에 그의 밑에 깔려서 푹푹 박히며 앙앙거리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분했지만, 그의 자지가 기분 좋다는 사실만큼은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여태 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으니까. 그동안 겪었던 것들은 모두 어린애들의 소꿉 장난으로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으니까.
설령 그것이 죽을 만큼 미워하는 적이 주는 쾌락이라 할 지라도.
블래키는 그 사실에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끈적하게 녹여내레는 황홀감 속에서 기쁨의 신음을 토해내며 어느 순간부터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런 자지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 절반 손햐봤어...' 따위의 생각이나 하면서 말이다.
*
쓰읍.... 에매하네.
가슴은 조금 부족하지만 바지가 터질듯 튼실한 엉덩이와 예술적인 골반 라인을 보고 맛을 보기로 결정한 건데, 막상 박아보니 생각보다 느낌이 별로라서 실망이 좀 크다. 여자지만 나름 도적 두목이니 경험이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조임이 약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딱히 처녀충은 아니긴 한데, 이건 인간적으로 질이 너무 헐렁하잖아. 도대체 얼마나 하고 다닌 거야?
질 자체는 굉장히 좁은데, 한 번 벌리고 나니 다시 다물어지지 않아서 질을 파고드는 내 자지에 큰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엉덩이를 때려주면 조금씩 조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여태 먹어온 여자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준이다.
"힉, 하읏, 흐아앙...♡"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 조임은 굉장히 약하지만, 혼자서 손으로 처리하는 것보단 이런 헐렁한 거라도 박는 쪽이 낫다. 하지만 아무리 마법으로 성감을 증폭시켰다고 한들,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발정이 나버리다니. 도대체 얼마나 음란한 여자인거야?
내가 쓴 마법은 전에 붉은 수인녀에게 먹인 약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것이다. 상대의 고통을 줄이고 성적 쾌감을 증폭시키는 것. 다만 차이가 있다면, 증폭의 기준이 상대의 성욕에 비례한다는 것 뿐. 그래서 수인녀에게 먹인 약과는 달리, 경험이 없어서 성욕도 없는 여자에겐 별다른 효과가 없다.
섹스를 엄청 좋아하지만 나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상대에게 특효인 마법이지만, 그리 애용하지는 않는다. 효과는 확실하지만... 이런 걸 써서 따먹는다고 상대를 온전히 손에 넣은 것은 아니니까.
역시 이런 마법을 쓰는 것보단 여자 쪽에서 스스로 다리를 벌리게 만드는 쪽이 내 취향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여자에게 발정 마법을 쓴 것은 배려라기 보단, 단순히 내가 기분이 좋아지고 싶어서일 뿐이고.
젖지도 않은 보지에 무작정 박는다고 기분 좋지는 않다. 단순히 구멍에 박는 걸로 만족할거면 그냥 오나홀을 쓰는 편이 훨씬 낫지. 성관계 중 상대의 쾌감 또한 나의 즐거움 중 하나였기에 나는 마법을 쓴 것이다.
"하윽, 헤윽, 흐그긋....?!"
...뭐, 마법의 효과가 이렇게나 좋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보통은 이 마법을 받아도 단순히 전희를 생략할 수 있게 아랫쪽이 젖는 것이 고작인데, 이 여자는 얼마나 섹스에 환장한 건지 아주 위아래로 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중이다.
타고 온 마차에 방음 마법을 걸어두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 했다. 이 도적 두목년, 자지를 박으니 꼼짝을 못하는 군. 차라리 그만큼 아랫쪽을 조여줬으면 좋을 텐데... 잠깐만?
"...흐음."
나는 자지가 들어갔다 나갔다를 반복할 때마다 음란하게 뻐끔거리는 그녀의 엉덩이 구멍으로 관심을 돌렸다. 굉장히 헤픈 여자라 보지는 헐렁해도, 이쪽은 다르지 않을까? 혹시나 싶어서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러자 엉덩이 구멍이 안에 들어온 손가락을 강하게 조여오기 시작했다.
과연. 뒷쪽 구멍도 경험이 없지는 않는 모양이군. 그리고 이 정도 조임이라면...
쯔복...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보지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그흣...?! 어, 째서....어어...."
그러자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촉촉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한창 기분 좋은 상황에, 싸지도 않았으면서 왜 갑자기 뽑냐는 것이겠지. 답은 이거다.
나는 뻐끔거리는 엉덩이 구멍에 투명한 애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귀두를 갖다대었다. 그리고 그녀의 애액을 윤활유삼아, 그대로 뒷쪽 구멍에 있는 힘껏 자지를 밀어 넣었다.
푸욱! 꽈아아아아악...!
"흐그으읏...?!"
괄약근이 강하게 조여오며 자지에 자극을 주었다. 역시 보지보다는 훨씬 조임이 좋다. 물론 보지와는 달리, 애널은 입구 쪽만 조인다는 단점이 있지만...
"앙! 아앙! 하아앙! 흐응! 흐아아앙!"
그녀의 엉덩이 구멍 안에 자지를 박은 채 허리를 흔들며 나는 성욕을 해소했다. 이놈의 성욕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데, 내 체력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곤란하다. 역시 얼른 이 일을 끝내고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답인다.
"흐긋, 흐읏, 흐응... 하앙! 흐아아앙!"
사나워 보이는 인상과 달리 귀여운 신음을 터트리는 그녀의 모습에 다시금 흥분이 샘솟는다. 기가 센 여자는 애널이 약점이라더니, 사실인 모양이네. 나중에 마르스의 애널에도 한 번 박아봐야겠어.
"...싼다."
"흐읏... 뭐? 자, 잠깐... 안에는..."
"어차피 보지도 아니고 엉덩이인데 뭘, 그냥 받아."
"그게 아니라... 흐꺄아아앗?!"
뷰르릇, 울컥, 울컥...!
나는 한층 세게 조여오는 그녀의 애널에 그대로 시원하게 씨를 뿌렸다. 아, 시원하다. 단 한 발의 사정으로 쌓였던 성욕이 단숨에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블래키의 허리를 감싸 앚고 몸을 밀착한 채 마지막 한 방울까지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 싸질렀다.
"흐그그그긋... 흐긋, 흥으읏... 배, 뱃속이 뜨거워어어..."
그 말을 끝으로, 블래키는 꼴사나운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엎어졌다. 나는 그녀의 꽉 조여오는 애널에서 자지를 뽑은 후, 혼절한 그녀의 입을 이용해서 대충 자지의 청소를 끝내고 바지를 올렸다.
기절한 블래키의 옷차림을 단정하게 입히고 마법으로 몸을 구속한 나는 방음 마법을 풀고 마차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조금 오래 걸렸지? '설득'을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말이야. 도통 말이 안 통해서, 일단은 기절시켰어."
"....."
"비라? 괜찮아?"
"네? 아, 네...! 저, 전 괜찮아요. 그보다, 음, 기절한 그녀는 일단 안쪽에 눕히세요. 나중에 정신이 들면 제가..."
"에이, 그럴 순 없지. 이렇게 보여도, 그녀는 한 도적단의 두목이야. 정신을 차리면 너에게 무슨 해코지를 할 지 모르니, 다음에 도착하는 도시에서 경비대에 넘기기 전까지는 내가 맡고 있을게."
뭐, 사실 이건 형식적인 이유고 진짜 목적은 부하들과 재회하기 전까지 내 성처리용으로 쓸 셈이지만.
"....네. 정 그러시다면야... 전 이만 피곤해서 먼저 눈을 붙일 게요."
"그래."
비라의 반응이 뭔가 이상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내가 블래키를 겁탈하는 모습을 봤나 싶었지만, 그랬다면 그녀 성격이라면 모른 척 조용히 덮을 게 아니라 하던 도중에 내게 무엇을 하고 있냐고 따지고 들었을 테지.
그러니 난 그냥 비라가 오늘 여자들만 겪는 마법의 날을 겪고 있으리라 여겼다. 난 블래키를 옆쪽에 눕힌 후 근처의 지나가는 짐승을 잡아 마법을 써, 도망간 말과 마부를 대신할 마수로 만들어 마차를 끌었다.
덜컹덜컹. 낡은 마차는 다시 엘헤임 왕국의 수도를 향해 고요하고 요란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
'스리시오 맙소사. 저는 대체 무엇을 본 것입니까?'
그가 도적단의 여두목을 설득하겠다고 말하고 자신을 마차 안으로 보냈을 때, 비라는 순순히 마차 안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 분야라면 그가 자신보다 더 능숙하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문 바깥이 너무 조용했다. 분명 설득을 한다고 했을 텐데, 몇 분이 지나도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 한 마디조차 들려오지 않는 것은 명백히 이상했다. 비라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확인하고자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그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 ...!! .....!"
"......"
".....!? ...! .....!!!"
두 사람은 바로 앞에 있었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소리를 차단하는 일종의 마법을 썼으리라. 그리고... 그런 마법이 있더라도, 중요한 것은 들리지 않는 대화의 내용 따위가 아니었다.
반쯤 내려간 그의 바지춤, 그리고 두 다리 사이에 돋아난 우람한 세번째 다리. 그것이 구속 마법에 묶여 저항할 수 없는 도적 여두목의 은밀한 부위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의 거친 허리 놀림, 그리고 활처럼 휘는 그녀의 허리. 기이하리만큼 고요한 침묵 속 두 남녀는 몰래 지켜보는 비라가 다 낯뜨거울 정도로 격렬히 몸을 섞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봐도 남자 쪽의 일방적인 강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여자 쪽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저렇게 꼴사납게 흐트러진 얼굴로 기분 좋게 울부짖는 여자의 모습을 본다면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서 지워지리라.
"....! .....!! .....?! ......!!!"
알 수 없는 모종의 마법 탓에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황홀하게 녹아내린 얼굴을 보면, 굳이 그 내용을 듣지 않아도 그녀가 달콤한 교성을 토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굉장해.'
비라도 어린애가 아닌만큼, 남자와 여자의 성관계에 대한 지식은 가지고 있다. 다만 직접 경험한 적은 없이, 그저 단편적인 정보로 얻은 그녀의 지식은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여러 의미로 굉장한 광경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저런 거대한 것에... 자신의 팔뚝만한 저런 두꺼운 것에 엄청나게 뚫리고 있는 데, 당하고 있는 여성 쪽은 아프기는 커녕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전에 마차에서 얼핏 보았던, 옷 위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의 거대한 물건이 다른 여자의 아랫쪽을 마구잡이로 헤집는 광경에, 그리고 여자가 몸을 격렬하게 뒤틀며 다리 사이로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을 엄청나게 흩뿌이는 모습에...
"....읏!"
비라는, 자신의 다리 사이가 어쩐지 저려오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직접 본 남녀의 성관계. 그것은 서적에 나온 것보다 훨씬 격정적이고 난폭하여 흡사 짐승들간의 교미에 가까웠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천박한 모습이 너무나 기분 좋아 보였다.
부하들이 죽어 나갈 때 그를 당장이라고 죽이려 들 것 같은 사나운 표정을 짓던 여성과, 눈앞에서 흡사 창부처럼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암컷의 얼굴을 한 여인이 동일한 한 명의 인물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그가 돌연 그녀의 하반신에서 그 가느다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우람한 육봉을 뽑아, 평소라면 불결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뒷구멍에 커다란 버섯 같은 귀두를 밀어넣었을 때, 어느새 비라의 손은 그녀 자신의 음부를 매만지고 있었다.
....교접이라는 것은, 저렇게나 기분이 좋은 일인걸까?
분명 불결한 곳인데, 저런 목적을 가진 곳이 아닐 텐데, 그곳마저 자신의 성욕의 배출구로 쓰는 그의 모습에 어째서 가슴이 떨리고 아랫쪽이 저려오는 걸까...?
모르겠다. 이런 건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도저히 알 턱이 없었다. 남녀의 성관계라는 건 다 저렇게 천박하고 음탕란 것일까? 아니면... 저 두 사람만 그런 것일까?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허나 비라는 은연중에 그에게 뒤에서 범해지며 소리 없는 교성을 내지르는 밴디트 블래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조금 부럽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블래키의 뒷구멍에 자신의 성기를 박은 그가 그녀의 몸에 달라붙으며 몸을 부르르 떠는 순간, 블래키라는 여성이 눈을 뒤집으며 들리지 않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꾸라지는 순간, 비라의 몸도 어떠한 상태에 도달했다.
온몸을 내달리는 짜릿한 감각. 눈앞이 찌릿하고, 기분이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 낯설지만 싫지는 않은 쾌락.
살면서 스스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그녀의 첫 경험. 처음으로 한 자위, 그리고 처음으로 다다른 절정. 그 날아갈 듯한 기묘한 쾌감 속에서 비라는 묘한 아쉬움을 느꼈다.
....기분이 좋았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
그가 나에게도 저런 것을 해준다면... 이것보다 더 기분 좋지 않을까...?
마치 자신의 내면에 사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과 같은 유혹에 비라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쳤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를 상대로 무슨 생각울...
절정의 여운. 다리에 힘이 풀리는 감각과 더욱 큰 쾌락을 향한 묘한 갈망 속에서 그녀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두 사람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급히 마차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비라는 그가 마차 안으로 들어왔을 때, 아직까지 빳빳히 서 있던 그의 고간으로 시선이 쏠리려는 것을 애써 막으며 마음 속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또 망설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