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그게 뭔데 10duck bird꺄!!(3)
* * *
아마게돈의 마차에서 다시 일행의 마차로 돌아가는 길, 호크나는 조금 전과 같이 나무 위를 뛰는 대신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울창한 숲속을 천천히 걸었다.
그녀는 조금 전, 틈만 나면 골치 아픈 마수를 보내서 일행을 지치게 만들기에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났던 상대인 마수 조련사 레이와 나눈 이야기를 다시 곱씹고 있었다.
'타락의 속삭임'.
호크나가 잊고 있던 자신의 마음인 '한 명의 여성으로서 남자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지금의 자신과는 전혀 양립할 수 없는 은밀한 욕망이 터질 듯이 강해진 것은 그것 때문이었다.
가장 은밀한 마음을 억지로 깨우는 것으로도 충분히 강력한 힘인데, 마법으로 막거나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무척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호크나는 자신이 그런 위험한 능력에 당했다는 것이 불안했다.
어쩐지 요새 자꾸만 몸이 달아올라서 머릿속에 온갖 야한 생각만 가득하고(반찬은 라그나 아마게돈이었다.) 동료들의 눈이 닿지 않을 때에는 수시로 자신의 비부를 매만지며 자기 위로(이 때도 역시 라그나 아마게돈이 상대였다.)를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매일 밤 그가 나오는 꿈을 꾸었고, 그럴 때마다 호크나는 그의 앞에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몸에 두른 옷가지를 모두 벗어던지며 육체 관계를 애원했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의 물건이 자신의 안에 들어오려는 순간, 꿈은 항상 그 직전에 깨어났다.
계속해서 욕구가 쌓이기만 하고 해소는 되지 않아 호크나의 기분은 날이 갈수록 저기압이었다. 물론 그녀의 기분과 달리, 그 몸은 점차 음란하게 변해갔지만.
결국 참다 못해 다시 라그나 아마게돈을 다시 찾아갔지만, 그곳에 있던 것은 짜증나는 마수 조련사 여자 뿐.
그는 수도에 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의 명령을 받아, 자신과 동료들이 수도로 가는 길을 늦추고 있었다.
호크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늦은 시간, 동료들과 떨어져 혼자 남은 자신. 그리고... 해소되지 않은 욕구.
호크나는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그 나무는 근처의 다른 나무보다 크고 높았으며, 가지 또한 다른 나무들에 비해 훨씬 굵고 길었다. 저 정도 굵기라면 그의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런 미친. 내가 지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호크나는 혹시 자신이 드디어 미쳐버린 것일까 두려웠다. 요정의 후손이자 숲을 사랑한다는 엘프가, 소중히 가꿔야 하는 나무를 잠시나마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보다니. 다른 엘프들이 알았다면 경멸의 시선을 보내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리고 호크나는 그만큼 자신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늦게 느낀 여성으로서의 기쁨은 너무나도 강한 자극이었고, 그것은 그녀가 여태 쌓아 올린 뼈굵은 용병이자 뛰어난 레인저 엘프인 자신의 모습을 위협할 정도였다.
이성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나, 본능은 이미 두 다리를 벌린 상태다. 그리고 호크나는 어느새 숲 한복판에 알몸으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옷을 벗은 건가? 아무리 어둡다지만 이런 숲 한 복판에서,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도대체 언제...?
아랫배에서부터 온몸을 데우며 위쪽까지 올라오는 열기에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피부를 가려주는 의류를 모두 벗어던지고 자신이 태어난 모습 그대로 서 있는 행동은 묘한 해방감마저 느껴졌고, 나무 사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맨살을 간질일 때는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쾌감마저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알몸이 되어 아랫도리를 적시는 변태 엘프. 그것이 지금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러다가 동료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인생이 끝날 것이다. 그동안 동료들과 함께 싸우며 쌓아온 신뢰와 유대, 그 모든 것이 이 어처구니 없는 행동 하나로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었다.
믿을만하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사실은 자신의 살을 노출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였다면, 호크나 자신이라도 실망하고 경멸했을 테니까.
동료였던 이들이 보내는, 상대하기도 싫은 존재를 향한 경멸, 벌레만도 못하는 것을 내려다보는 듯한 혐오, 그리고 탐스러운 육체를 탐하는 끈적한 정욕의 시선.
그것이 자신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투명한 애액이 가랑이 사이를 타고 흐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호크나는 깨달았다. 그 날, 그에게 몸을 맡긴 그 순간부터 이미 자신은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하아아...."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준 그의 육봉을 생각하며 다시 하반신이 젖어드는 자신의 모습에, 호크나는 정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몸과 정신이 따로 노는 상황에서, 이대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바로 돌아가봤자 좋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되어, 결국 호크나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지라도 일단 한 번이라도 몸을 진정시키고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호크나는 자신이 지극히 이성적인 상태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생각했지만, 물론 젊은 여인이 사람 없는 숲 속 한 가운데에서 알몸으로 자기 위로를 하는 것이 정상일 리가 없다. 그만큼 라그나 아마게돈의 '타락의 속삭임'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성을 무너트리고, 경계를 흐트러트리고, 정신을 갉아먹고, 욕망을 증폭시킨다.
"하아아... 흐읏, 흣..."
찔걱, 찔걱, 찔걱, 찔걱.
이미 그의 색으로 물들어진 몸을 어찌하지 못한 채, 호크나는 근처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왼손으로는 자신의 윗입을 틀어막고,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아랫입을 열심히 쑤시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여인의 억눌린 달콤한 교성과 찰박거리는 음란한 물소리만이 어두운 숲의 고요함을 깨트리며 간혈적으로 울려퍼졌다.
*
<호크나.../>
루미너스의 연극을 감상하는 관객 중 하나, 호크나를 특히 아꼈던 관객은 숲속에 홀로 알몸으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동료를 잃은 이후 다시는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고자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는 이 작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의 자리에 오른 그녀의 빛나는 모습에 관객은 매료되었고 주인공인 용사보다 동료인 그녀에게 더 애정을 쏟았다.
그런 그녀가 적은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반 강제로 범해질 때는 이게 무슨 장르 변경이냐며 루미너스에게 따지고 싶었으나, '그 자'의 개입이 있었기에 결국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아아,="" 호크나....!="" 제기랄,=""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그리고 그 악역으로 인해 점차 망가져가는 최애캐의 모습에 관객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도...
<아니야...! 아니야!="" 이런="" 건,="" 건="" 내="" 호크나가="" 아니야...!=""/>
더는 예전의 고고하고 고결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현실을 부정하며 좌절하면서도...
찌걱, 찌걱...!
<호크나, 호크나...!="" 으윽....!=""/>
관객은 자신이 그렇게 망가진 호크나의 모습에 묘한 흥분을 느꼈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할 수 없었다.
조용히 지켜보며 남몰래 소중히 아끼던 존재기 망가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에 정이 떨어지기는 커녕 더욱 손을 놓을 수 없는 것이...
<제길, 제길...!="" 그="" 자식,="" 자식="" 때문에...!="" 호크나가,="" 나의="" 사랑스러운="" 호크나가...!=""/>
관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연극 내부의 존재가 아니라 세상 밖의 방관자라는 사실이 괴롭고 후회되었다.
부르릇... 찌익!
*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 점차 다가오는 그에게 물러나다 끝내 벽에 등을 맞댄 비라는 붉어진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다크 서클이 짙은 퀭한 눈, 마법사 특유의 근육 하나 없는 깡마란 몸, 잘 정리되지 않는 거칠고 덥수룩한 흑발과 젊잖지 못한 언행. 무엇 하나 그녀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두근두근. 두근두근.
취향도 아닌 남자에게 벽에 밀어 붙혀진 것치고는, 비라의 심장은 솔직했다. 평소에 비해 유난히 빠르고 시끄러운 그 심장 박동은 그녀가 이 상황에 흥분하였음를 의미했다.
그는 양의 탈을 벗어던진 늑대였다.
착한 척, 순진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은 시커먼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들킨 지금은 더 이상 착한 인간인 척을 하지 않고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정욕에 끓어오르는 시선이 몸에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를 휘감았다. 지금껏 다른 남자들이 저런 음흉한 시선을 보냈을 때는 그저 불쾌하기만 했을 뿐인데, 그는 뭔가 달랐다. 그가 자신의 몸에 욕정하고 있음에도, 어쩐지 그게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네가 나의 욕구를 풀어주면 된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는 비라에게 육체 관계를 요구하는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비라의 얼굴은 지금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붉게 물들었다.
요, 욕구를 내가 풀어준다고? 그렇다면 나한테 그, 그렇고 그런 일들을... 요구할 생각인거야...?
"....만일 제가 싫다면요?"
"아무 일도 안 할 건데."
"...네?"
비라는 순간 그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몸에 욕정하고 있으니 한 번 해달라는 뜻이나 다름 없는 음담패설을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으면서, 이제 와서 싫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 것일까?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내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잔혹하게 죽이든 죽을 때까지 범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상호 동의 없이는 손 댈 생각 없어."
"그렇다고 당신이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알아. 딱히 착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내 개인적이고 사소한 고집일 뿐이야. 그리고 이제 와서 밝히는 거지만, 나 나쁜 놈 맞아."
이해가 되지 않는 궤변을 태연하게 늘여 놓는 그의 모습에, 비라는 긴장이 탁하고 풀렸다. 나쁜 놈이 맞다고? 진짜 악한 사람들은 절대 자신이 악하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가 선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아주 나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가, 그, 어떻게 받아줘야 하나요?"
"응? 뭐를?"
"그... 당신의 욕구 말이에요."
그러자 그는 굉장히 어처구니 없어하는 눈으로 비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요구했던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진짜로 해주려고?"
"...그, 오해하지 마세요. 당신의 욕구를 받아주느라 블래키 양이 너무 몸을 혹사하고 있으니, 조금 덜어주려는 것 뿐이에요. 애초에 욕구가 쌓이는 원인이 저라고 하셨으니, 그, 제가 해야 하는 것이 맞을 테니까..."
굉당히 횡설수설하고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비라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요구에 승낙한 것이다.
"뭐, 그렇다고 치고. 그럼 지금 바로 부탁해볼까?"
"네, 네? 지금 당장이요? 하,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아직 잘 모르는..."
"걱정마.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아니, 잠깐..."
*
라그나 아마게돈은 자신의 입으로 그녀의 말을 틀어 막았다. 입술 위에 포개진 부드럽고 낯선 감각에 비라는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떨었다.
비라에게 다행인 점이 하나 있다면, 라그나 아마게돈이 절제가 없는 사내이긴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조차 잊고 자신의 쾌락만을 중요시하는 이기적인 남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입맞춤.
아마게돈 남작은 블래키와 종종 하던, 서로의 혀를 섞는 격렬한 딥키스와는 다른, 수줍음이 많아 손을 맞잡는 것이 고작이었던 풋풋한 남녀가 처음으로 할 법한 가벼운 버드 키스를 해주며 비라의 작고 가녀린 몸을 조심스레 끌어 안았다.
그 상냥한 배려에, 비라도 긴장을 풀고 첫 입맞춤의 감각을 즐겼다. 혹시나 갑자기 돌변하여 자신을 겁탈하지는 않을까 내심 두려웠으나, 가벼운 포옹과 상냥한 키스가 그녀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아마게돈 남작이 먼저 입을 떼는 것으로, 마치 평생 이어질 것만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그 사실을 깨달은 비라는 자도 모르게 아쉬움이 가득 담긴 탄식을 내뱉었다.
그녀의 첫 경험은 나쁘지 않은...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기에, 비라는 팔에 힘을 주어 떨어지려는 그의 몸을 끌어 안았다.
뭉클.
비라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거대한 유방이 그의 가슴과 맞닿으며 짓눌렸다. 그 부드럽고 푹신한 감각에 라그나 아마게돈은 한순간 눈이 돌아갈 뻔 했으나, 이내 자신의 혀를 힘껏 깨물어 이성을 되찾았다.
남자 경험이 없는 비라에게, 처음부터 육체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라그나는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한 여인의 첫번째 경험을 최악의 악몽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에, 당장 그녀를 넘어트리고 저 나이에 맞지 않게 탐스럽게 농익은 육체를 어서 맛보라는 본능의 외침을 이악물고 견뎌냈다.
빳빳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남성기를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허리 아랫쪽만 뒤로 조금 내민 어정쩡한 자세로, 라그나는 비라의 파괴적인 포옹을 버티고 있었다.
가슴에 닿고 있는 이 거대한 마쉬맬로우 같은 유방을 주무르는 것도, 남자의 경험이 없을 깨끗하고 비좁은 구멍 너머 버티고 있을 처녀막을 찢는 것도, 아직은 이르다.
타락의 속삭임을 쓰면 그녀를 손에 넣는 것은 아주 쉽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비라는 꽃이다. 자그만한 충격에도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한 송이의 해바라기다. 그리고 타락의 속삭임을 쓴다면, 그 꽃을 자신의 손에 넣되 산산조각이 나거나 검게 더러워진 상태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가끔은 그렇게 부수고 더럽히기에 좋은 것도 있는 법이지만, 비라는 예외다. 그녀는 깨끗한 상태이기에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섣불리 거친 수단을 동원했다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이것은 그 자신의 도전이다. 타락의 속삭임을 쓰지 않고 한 여자의 몸과 마음을 손에 넣는 첫 번째 도전.
라그나는 맞닿은 부분을 통해 전해져 오는 온기와 심장 박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닥치고 당장 덮치라고 옆에서 외치는 본능의 목을 조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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