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그게 뭔데 10duck bird꺄!!(6)
* * *
엘하임 왕국의 수도 엘 하르다에 도착한 루크와 그 일행은 수도를 난장판으로 만든 '연기의 마녀'와 조우했다. 그녀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녀가 하고 있는 행동은 엄밀히 말하면 나쁜 짓이었으나, 용사는 그것을 굳이 지적하여 싸움을 벌이지 않았다.
마녀 한 명이라면 그나마 해볼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녀의 뒤로 정렬한 저 수많은 기괴한 생명체들까지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으며, 그들의 여정을 방해하던 마수 조련사가 저 짙은 안개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옛말에도, 적의 적은 아군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이 무시하기 힘든 수의 적들이 잘만하면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용사는 '연기의 마녀' 시가레테 타바코나의 초대를 받아 그녀가 머무는 낡은 탑에 도착했다.
"안은 생각보다 깨끗...."
"뭐? 야, 그럼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더럽겠냐? 이래서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핏덩어리 새끼들은 안 통하지."
"...나이 많이 먹어서 참 좋겠다, 이 로리 할..."
터업! 불길함을 느낀 용사가 틱틱대는 비올라의 입을 틀어막는 것과 동시에 시가레테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로 꽂혔다. 만일 그가 말을 도중에 막지 않았더라면, 비올라를 최소 세 번은 잿더미로 만들고도 남을 살기등등한 눈빛에, 루크는 마른 침을 삼켰다.
"...흥. 멍청한 핏덩어리 새끼, 그 용사인가 뭔가 하는 애송이 덕에 산 줄 알아라."
"흥. 그래봤자 나랑 마력량 자체는 크게 차이도 나지 않으면서..."
"보유한 마력의 양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모르는 얼간이라니, 넌 진짜 어디가서 마법사라고 말하고 다니지 마라. 내가 다 부끄러우니까."
어찌 된 것인지 아주 잠깐이라도 놓아주면 금세 시비가 붙는 두 마법사를 보며, 루크는 혹시 마법사라는 인간들은 동족혐오가 종특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넌 도저히 말이 안 통하니까 내 눈앞에서 좀 꺼지고, 너. 용사라고 했지? 잠깐 따라와 봐라."
"아, 네..."
루크는 시가레테의 뒤를 따라 그녀의 서재에 발을 들였다. 그녀의 서재는, 빈말로도 깔끔하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수많은 책들이 책장이 아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으며 책장에 꽂힌 책들조차 들쑥날쑥한 것이, 가지런히 정리했다기 보단 그냥 귀찮아서 대충 꽂아둔 듯한 모양새였다. 시가레테는 바닥에 쌓인, 흉기로 쓰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어 보이는 두꺼운 책 무더기를 의자 삼아 걸터 앉았다. 하지만 차마 집주인 앞에서 똑같이 행동할 수 없었던 루크는 근처에 있던 의자 하나를 가져와 그녀를 마주보며 앉았다.
"그럼,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려나. 일단 이 엘 하르다에는 마녀가 두 명 있다는 건 알지?"
"네. '연기의 마녀'와 '안개의 마녀'라고 들었습니다."
시가레테는 담배 연기를 훅, 하고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 '연기의 마녀'야. 그리고 저 망할 안개 저택 안에서 몸을 사리고 있는 년이 '안개의 마녀'야. 나랑 그녀 사이에는 큰 트러블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그것 때문에 지금은 살벌한 적대 관계지. 그리고 내가 그 년이랑 싸우게 된 원인이, 너희가 쫓아왔다던 그 마수 조련사인가 뭔가 하는 놈의 주인인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그 빌어처먹을 새끼거든."
"두 분 사이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의 또 다른 행적. 어쩌면 그를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루크는 자세한 사정을 물었으나, 시가레테는 그것을 털어놓기 영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담뱃대를 물었다.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야. 내 입으로 다시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도 아니고. 그래도 정 궁금하다면... 잘 봐."
시가레테는 그렇게 말하고선 숨을 크게 들이 쉬더니, 이윽고 넑은 서재를 가득 메울 만큼의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루크는 머릿속이 띵, 하고 울리는 감각에 시야가 검게 점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
옛날 옛적이라고 하기에는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 마탑에 두 명의 마법사가 있었다. 고아 출신이었던 두 마법사는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은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마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대로 승승장구했다면 빛나는 천재들의 역사적인 자서전이 만들어 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두 마법사에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마법을 연구하던 그녀들은 안타깝게도 그 열정만큼 빠르게 자신들의 한계에 봉착했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 마법식 구성 능력 등, 마법에 관한 지혜로는 그들을 따라갈 사람이 없었으나, 정작 그녀들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바로 마력.
아무리 마법적 지식이 뛰어나도,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마력이 부족한 이상, 그녀들은 천재가 아닌 수재에 불과했다. 마력 보유양은 노력의 문제가 아닌, 그저 체질의 문제. 그리고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치명적인 벽이었다.
처음엔 천재라며 칭송받던 두 마법사들은, 이내 마법사면서 정작 마력량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며 그 명예는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들이 마탑에서 추방당한 것도, 그 사실이 밝혀진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는 마법사가 아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마탑의 수뇌부는, 마법적 지식으로는 따라올 데 없는 두 뛰어난 마법사들이 선천적인 마력량이 적다는 이유로 그들을 마법사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그녀들은 마탑의 위대한 역사에 얼룩을 남길 지도 모를 오점이었다.
하루 아침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 오로지 마법 연구만을 해왔던 그녀들은, 마탑에서 쫓겨난 후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자신의 전부였기 때문에.
마탑에서 받은 고급스러운 로브도 다시 압수당하고 넝마나 다름 없는 거적대기를 몸에 두른 채 거지꼴이 된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의 골목에서 나뭇가지로 바닥에 낙서나 하며 동냥질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낙서라는 것도 마탑에 있을 시절에 생긴, 마법에 관련된 영감이 떠오르면 무의식적으로 근처에 메모하는 습관이었다는 점이 참으로 우스웠다.
그리고, 마법을 모르는 인간이라면 그저 복잡한 낙서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 그림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
[이건... 마법 공식인가?]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한 남자. 온몸에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수상한 존재.
그것이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미스트리나가 그린 그림에 흥미를 보였으며, 그것이 상당한 고위 마법 술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눈에 띄게 기뻐했다. 그 악마 같은 남자는, 그녀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한 번 이야기라도 들어보겠나?]
그는 자신이 어떠한 일을 계기로 엄청난 양의 마력을 얻었지만 막상 그것을 유용하게 다룰 마법적 지식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자신을 위한 마법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 제안에, 시가레테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마법이란 세계의 신비를 탐구하는 지식이다. 마법사란 신비를 연구하는 숭고한 존재다. 그런데 그런 마법을, 오늘 처음 만난 누군지도 모를 인간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라고? 아무리 마탑에서 쫓겨났다고 한들, 마법사로서 그녀의 자존심이 도저히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력의 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쫓겨났으나 마법적 지식에 한해서는 수뇌부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자신의 머리를, 지식이라고는 조금도 없으면서 운 좋게 얻어낸 힘 하나만 믿고 마법사라고 설치는 머글 새끼 따위를 위해 쓰고 싶지 않다는 일종의 오기도 있었을 것이다.
시가레테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치 못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면, 고아원에서 그녀와 함께 자랐으며 마탑에 같이 들어가고, 같이 쫓겨났던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미스트리나가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들, 마법사로서의 긍지조차 내버릴 생각이냐는 시가레테의 외침에, 미스트리나는 처음 보는 싸늘한 얼굴로 답했다.
[...숭고? 긍지? 자존심? 그게 다 뭐야. 그딴 것들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 설령 그게... 마법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지라도.]
...재미 없는 이야기다. 시가레테는 다시 마법사로서 성공해서 마탑이 자신들을 버린 사실을 후회하며 돌아보게 만들어 주겠다는 야망과 의욕이 있었지만, 미스트리나는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처음으로 인정받았던 곳에서 부정당하고 버려진 그녀는 이미 체념하고, 절망했으며, 삶에 더 절박했다. 그렇기에, 긍지니 명예니 하는 시가레테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가레테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제안을 거절했고, 미스트리나는 그의 제안에 승낙했다.
그것으로, 언제까지고 함께일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길이 갈라졌다.
시가레테는 마법에 생명 공학, 기계 공학을 섞은 마공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서 마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마력을 최소한으로 요구하는 마법, 그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마법사들의 마법 공식의 기본이 되는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낸다'는 가장 기초적인 법칙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미스트리나가 추구하는 방법은, 그녀의 정 반대였다. 소모되는 마력의 양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수많은 마법 공식들. 그것은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결코 다룰 수 없는 마법이었다. 그녀가 만든 마법은 오직 한 사람, 마법적 지식은 형편없지만 마력의 양 하나 만큼은 전례 없을 정도로 엄청난 라그나 아마게돈만을 위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각자 마녀라는 이름으로 이명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그녀들을 오점으로 치부하고 추방한 마탑이 라그나 아마게돈의 손에 파괴된 이후부터 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마탑을 파괴한 마법을 쓴 사람은 라그나 아마게돈이지만, 그 마법식을 만든 것은 미스트리나였다.
마탑의 붕괴. 그것을 기점으로 두 사람은 확연히 돌아섰다.
과거에는 친구였고 동료였으나, 이제는 서로 다른 사상을 가슴에 품은 채 정반대 편에 선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관계일 뿐이다.
*
"....즈허억?!"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아픔과 함께 정신을 차린 루크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무척이나 낡은 서재... 연기의 마녀 시가레테의 서재다. 그리고 그를 기절시킨 장본인, 그녀는 여전히 그의 앞에 여유로운 자세로 책 더미 위에 앉아 있었다.
"정신이 들어?"
"아, 네..."
루크는 정신을 잃은 동안 자신이 본 광경을 조용히 떠올렸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마탑에 들어갔으나, 선천적인 체질의 문제로 마탑에서 쫓겨난 두 고아 마법사. 그것이 '안개의 마녀'와 '연기의 마녀'의 과거였다. 그리고 한 때 친구 사이였을 '안개의 마녀'를 향해 '연기의 마녀'가 살의를 내뿜는 것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마탑에서 쫓겨난 두 사람은 자신들을 버린 마탑에 복수하고 싶은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달랐다. 시가레테가 원한 방식은 자신이 누구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 마탑의 수뇌부가 자신들이 고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미스트리나는 그런 것 없이 그저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에게 절대로 쥐어줘서는 안 되는 위험한 무기를 건네주어 자신을 대신해 복수를 이룬 셈이다. 그것도 수많은 무고한 희생을 내는, 피로 물든 복수를.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진 것의 시작은 라그나 아마게돈의 제안이었고, 그 사이가 본격적으로 갈라진 것은 라그나 아마게돈이 마탑을 파괴한 것.
결국, 이 일의 중심에는 그가,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루크가 알아야 하는 것은 하나.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그는 어째서 마탑을 파괴했을까?
미스트리나가 그것을 원했기에? 아니,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그녀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웠다.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과 마탑 사이의 관계라고 해봤자, 마탑이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닌 그를 은유적인 표현으로 모욕한 것이 전부. 그것도 마탑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마탑의 수뇌부 중 한 명의 개인적인 발언에 불과했다.
그 남자가 고작 그 별것도 아닌 한 마디 때문에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빼앗았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마탑은 그의 영지와도 한참 떨어져 있었고, 마탑의 수뇌부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그를 모욕한 것을 제외하면 마탑과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사이에는 교류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그는 무엇 때문에 마탑을 파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야만 했을까? 대체 무엇을 위해서?
...백 날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정말로 답을 알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제 발로 범의 굴에 들어가는 것.
"타바코나님. 당신이 원하는 것은, 미스트리나 님을 죽이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 분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까?"
"...굳이 따지자면, 둘 다야. 일단 그년은 나를 버리고 내가 복수할 기회도 망쳐버렸어. 그러니 그대로 갚아주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거든. 하지만 죽이는 건 죽이는 거라도, 그 전에 묻고 싶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 그리고 대체 왜 내게서 복수할 기회를 앗아갔는지."
"하지만 아무래도 미스트리나 님은 타바코나 님을 뵐 생각이 없으신 것이고요?"
시가레테는 담뱃대를 거칠게 잘근잘근 씹으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문제는 저 안개, 저 망할 안개가 진짜 골칫거리야. 저 안개는 미스트리나가 만든 고위 결계 마법이거든. 이름이 분명... '방황하는 안개'라고 하던가? 네이밍 센스 하곤... 어쨌든 저 마법의 효과는 간단해. 저 안개가 낀 곳은, 전부 그녀의 관할 영역이지. 길을 잃고 헤매다가 굶어 죽던, 무사히 밖으로 빠져 나가던, 보이지 않는 칼날에 어느 순간 목이 날아가던, 혹은 안개의 주인과 만나던. 전부 그녀의 선택이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절대 뚫을 수 없어. 보통 저런 강력한 보호 마법은 그만큼 방대한 양의 마력을 소모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만..."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그래, 그 망할 놈. 그 녀석은 마력 하나는 차고 넘친다지. 저 마법을 만든 사람은 미스트리나지만, 그걸 유지하는 건 그 망할 새끼겠지. 근데 진짜 그 새끼는 정체가 뭐야? 어떻게 마탑의 수뇌부가 전체가 일 년은 쓸 정도의 마력을 매일 같이 소모하는 데도 결계가 풀릴 기세가 보이지 않지? 그 새끼, 진짜 인간 맞아? 사실 고대에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은 드래곤의 후손이라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닐 거에요. 제가 아는 이상 그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하는 짓은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던데."
"부정은 못 하겠네요. 그리고 마녀 님의 사정을 알았으니, 이번엔 저희의 사정을..."
"아, 그건 필요 없어. 나한테 중요한 건 하나거든. 너희가 저 망할 안개를 뚫는 데 필요한가, 필요 없는가."
"그렇다면 아마 필요할 겁니다. 장담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그는 저희가 들어오도록 허용할 테니까요."
루크는 여전히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허나,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지금 당장 자신들을 해칠 생각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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