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57화 (57/229)

〈 57화 〉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뒈(2)

* * *

용사와 그 일행들을 순서대로 찾아가 원하지도 않았던 훈수를 둠으로서 오늘도 나를 향한 적의를 불태우게 만드는데 성공한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나는 다시 안개 저택으로 돌아왔다. 사하가 바이올렌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렇게 빈둥거리는 날도 끝이 나겠지. 이 세계에서 내가 지낼 수 있는 날이 이제 얼마나 남았지? 짧으면 한 달, 길면 네 달 정도인가? 이건 뭐, 사실상 시한부로군.

용사가 나를 죽여서 끝내든, 그러지 못하고 이 세상이 배드 엔딩을 맞이하며 다 멸망하든, 결국 나에게 남은 길은 없다. 애초에 내가 맡은 이 배역은 그야말로 파멸 확정이라 살아남을 다른 수단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비록 다시 살아날 수야 있다지만 한 번의 죽음을 강요하는 세계, 그리고 그걸 알고도 이 배역을 맡겠다고 한 나, 솔직히 전부 제정신이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별 수 있나? 이게 내 최선인데.

여신의 힘을 빌려 자신의 일부를 도려내고, 그 공간을 자신이 꾸며낸 악의로 메웠다. 평소 자신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행동에 나도 모르게 품고 있던 욕망이 뒤섞여, 이젠 솔직히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내가 정말로 착한 인간이였는지, 아니면 이 세계에서 내가 꾸며낸 모습이라 생각하는 이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이었는지, 이제는 구분할 수 없다. 과거의 나도 나도, 지금의 나도 나니까.

망할. 배역에 너무 과몰입한 모양이다. 처음엔 물과 기름처럼 쉽게 분류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엉망진창으로 뒤섞여서 그게 그거다.

...뭐, 이젠 상관 없나.

나는 내 방의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솔직히 용사에게 죽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가 제대로 된 준비를 모두 마친 후라면, 당장이라도 그 예리한 칼날에 내 목을 갖다 댈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봐도 그는 아직 수준 미달이라는 점이지. 망할 제 3자들의 개입으로 인해 용사에게 주어져야 할 시련은 쉬워졌고, 별 힘을 들이지 않고 그것을 넘긴 용사는 크게 성장할 기회를 놓쳤다. 내가 지금 바이올렌스와 충돌해서 서로의 힘을 잔뜩 깎아 먹으면 용사는 손쉽게 어부지리를 할 수 있지만, 결국 최종 보스가 용사를 쓰러트리고 세상이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 중요한 것은 시련이다. 용사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버거운 시련에 부딪혀야만 한다. 그 벽이 가파르고 오르기 힘들 수록, 그것을 무사히 넘겼을 때 용사는 크게 성장하는 법이다. 레이를 통해 계속해서 보낸 강화된 마수들과의 전투 덕에 이제 최소한의 전투 능력은 몸에 배어도, 아직 신성력을 다루는 법과 정신력 쪽이 문제다.

신성력. 신이 휘두르는 힘이자 신을 향한 신자들의 신앙심에서 비롯된 힘. 그걸 무슨 목숨을 걸고 써야 하는 최후의 필살기마냥 다루는 용사의 태도가 내게는 더없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용사의 신성력의 활용이라고는 몸과 검에 둘러서 전투 능력을 소폭 상승시키는 것, 그리고 저택을 감싸던 마법 안개를 걷어낸 빛의 기둥. 이 두 개가 전부였다.

신성력을 이용해 무기를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형태로 바꾸는 것도, 신성력으로 결계를 펼쳐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어둠에 물든 이를 빛의 힘으로 씻겨내는 것도, 무엇 하나 해내지 못 한다. 내가 예시로 든 이 세 가지의 기술도 그 신성력을 활용하는 방식 중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본래라면 용사가 나와 싸울 때 숨쉬듯 자연스럽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지금 이 망할 용사 놈은 그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간단한 무기 형태 변환조차 할 줄 모르는 상황이다.

자신의 몸에 신성력을 두르는 신체 강화야 정말로 기초 중의 기초이고, 빛의 기둥 그거는 그냥 남은 신성력을 아깝게 냅다 하늘에 다 쏴재낀 것에 불과하지. 용사가 신성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늘 내가 시범을 보여줬으니 혼자 좀 더 연습해 볼 수 있을 테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앞서 말한 기술들은 본래라면 강한 적과 싸우며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하는 것들인데, 제 3자의 개입으로 용사는 큰 위험이 있는 전투를 치룬 적이 없으니까.

결국 그 제 3자가 문제다. 그 망할 것들이 연극에 개입하니까 기존에 구상해 둔 스토리가 전부 어긋나고 있다. 용사에게 죽기 전에, 그것들을 찾아내서 저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시간이 참 촉박하네.

똑똑똑.

"누구냐?"

"미스트리나입니다, 아마게돈 남작님."

"그래, 들어와."

미스트리나는 오늘 내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부탁했고, 난 그것을 수락했다. 솔직히 남자를 전혀 모르고 살아온 불행한 처녀 마녀가 자신을 안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거절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아, 고든 그 녀석이라면 약혼자가 있다며 거절하긴 하겠네.

끼이이익.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이 저택의 주인의 모습을 보며 난 그 생각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고든 그 놈이라도 이걸 보면 약혼자인지 뭔지 하는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어버버할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모습은 강렬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고혹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피부를 가리는 면적이 거의 없는 자극적인 옷을 입고 부끄러워하며 어색한 걸음을 내딛는데, 남자라면 이걸 보고 정욕이 끓어오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걸 보고 안 서는 놈은 고자나 게이, 아니면 죽어 마땅한 페도 뿐일 것이다.

"앗..."

물론 나는 그 셋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내 몸의 변화는 그녀의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뚜렷이 드러났다. 당장이라도 바지를 뚫고 나올 기세로 세워진 기둥의 모습에 미스트리나는 놀라면서도 한 편 자신의 몸으로 내가 흥분했다는 사실이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봐도 멋 모르는 쇼타 여럿은 잡아먹었을 것만 같은 저 농익은 몸과 고혹적인 미소의 마녀가 아직까지 처녀막이 남아있는 처녀라는 것이 정말 놀랍다.

당장이고 그녀를 침대 위에 넘어트리고 그 순결한 처녀막을 한 번에 뚫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며, 나는 옷을 벗었다. 미스트리나는 내가 따로 수작을 부리지 않았지만 자진해서 내게 첫 경험을 바치러 온 여자고, 난 그녀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그녀의 첫 경험이 고통스러운 기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손에 다 쥐기도 힘들 저 거대한 젖통을 당장이라도 쥐어짜듯 마구 주무르고 싶은 욕망을 참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그 미약한 인내심은, 미스트리나가 나를 따라 옷을 벗을 때 사람 머리만한 가슴이 음탕하게 출렁이는 모습에, 금방 한계에 이르었지만 말이다.

*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님. 모두가 악당이라 말하는 그 분만이, 제 유일한 구원자이자 구세주십니다. 마탑에서 추방되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는 제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고, 저의 힘과 지식을 필요로 하셨으며, 저를 대신하여 마탑에 충분한 복수를 해주셨습니다. 비록 그 일로 인해 타바코나와 사이가 멀어지기야 했다만, 그럼에도 저는 언제나 그분께 감사했습니다. 그분이 내민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모두 실현할 수 없는 일에 불과했으니까요.

함께 오랜 세월을 보낸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은 조금 슬프나, 그래도 이제 제게는 아마게돈 남작 님이 더 중요했습니다. 저를 거둬주신 그 보은에 응하고자, 저는 그 분의 요청에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응했습니다. 필요한 마법 식을 찾아 마법을 잘 모르는 남작 님도 사용하실 수 있게 수정을 거듭하고, 만일 찾는 것과 같은 마법이 없다면 머리를 짜내서 새로 만들어 냈습니다.

남작 님은 가끔 제게 욕정 어린 시선을 보내었지만, 저는 그것이 결코 불쾌하지 않았습니다. 불쾌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뻤습니다. 제게서 마법 지식 뿐만 아니라, 육체 관계 또한 원한다는 것은 곧 저를 한 명의 이성으로서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남작 님은 끝까지 내게 육체 관계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언제나 저를 배려해 주셨으니까요. 그 분은 언제나 그러셨습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무섭고, 사악해 보이지만, 그 속은 사실 세상 누구보다 따스하고 배려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저로 인해 마탑의 견제가 심각해졌을 때도 제 탓이 아니라며 위로하셨고, 제가 만든 마법으로 인해 마탑이 붕괴하여 통쾌함과 동시에 죄책감을 느낄 때도 제게 잘못이 없다고 속삭여 주셨습니다. 그 분이 그때 제게 속삭이셨던 그 한 마디를, 저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차피 나는 악당이다. 내가 저지른 악행만 해도 책 한 권 이상의 분량은 나올 것이다. 그러니 그 악행 목록에 몇 줄이 추가되는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지. 그러니 너는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라. 네 모든 죄와 업은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것은 내가 짊어질 것이니까.'

보통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뉘어 집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느니 자신이 상처를 입는 사람과, 자신이 상처를 입느니 타인을 상처 입히는 사람. 허나 남작 님은 어느 쪽도 아니었습니다. 그 분은 타인에게 상처 주기를 망설이지 않으며, 동시에 타인에게 상처 입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누구보다 인간스러운 그 분의 모습에, 저는 어느새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본래라면 품어서는 안 될 마음, 허나 이 마음을 이대로 밑바닥에 묻어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작 님께서는 언제나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져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러니, 저도 제 욕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기로 했습니다. 혹시 섣불리 나섰다가 상처 입을까 두려워 평생 그 비밀을 남몰래 간직하며 끙끙 앓느니, 차라리 아픔을 겪게 된다고 한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고 싶었습니다. 기회와 길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는 사람에게 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분에게 제 마음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남작 님은 저의 무모한 요청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남작 님께서 모처럼 허락해주신 기회이기에, 저는 절대 실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몸을 섞는 것을 꺼려 하실까 세 차례나 깔끔하게 몸을 씻고 정돈했고, 오래된 서적에서 관련된 정보를 하나 하나 전부 찾아서 그 지식을 습득하였으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전에 만들어 준 각종 묘약까지 준비해 두었습니다.

준비는 만반. 그리고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 위에서 마주 본 그분의 육체는, 감히 저 같은 것과 어울려도 괜찮은 것일까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밖에 나가지 않고 저택 안에 틀어박혀 마법 연구만 한 탓에 군더더기 살만 잔뜩 늘어난 저와 달리, 놀라울 정도로 마른 몸. 그러나 뼈가 다 보일 정도로 보기 싫게 마른 것이 아니었고, 성에 대해 완전히 무지한 자신조차 끌어들이는 모종의 매력마저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작 님의 다리 사이에 위치한 저 남성기입니다. 도저히 저 마른 몸에 원래부터 붙어 있던 것이라 믿기지 않는, 수많은 여인들을 쾌락으로 절인 저 흉악한 생식기를 과연 제 몸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절로 샘솟을 정도였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몸이나, 부족함을 느끼시지 않으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음... 그럼 일단 긴장 좀 풀어 볼까?"

남작 님은 긴장을 풀어주겠다며 제게 다가와, 뒤에서 끌어안는 듯한 자세로 몸을 겹치며 제 몸의 이곳 저곳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기 시작하셨습니다. 다른 여자들과 몸을 섞을 때와 같은 격렬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쉬운 것도 잠시,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며 안 쪽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듯한 간질간질 거리는 감각이 쉬지 않고 느껴지자 저는 점차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 졌습니다. 처음으로 느껴본 성적 쾌락은 위험하리만큼 기분 좋았고, 어쩌면 저는 지금 제 모습이 마탑 지하에서 보았던 금단 증상에 시달리는 포션 중독자들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윽, 흐읏, 하윽....♥"

가슴 중앙에 난 유두가 새끼 손가락 한 마디 만큼이나 딱딱해지고, 질척하게 애액으로 젖어든 하반신은 이미 남자의 양물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손으로 만져지고 있을 뿐이나, 여러 여자를 안은 경험이 있는 남작 님의 능숙한 손놀림 앞에서 성 지식이라고는 먼지 쌓인 붉은 고서에 난 문자 몇 줄과 그림 몇 장으로 밖에 알지 못하는 저로서는 무력하게 쾌감을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대로 마법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이 순간만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랄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 정신을 가볍게 뒤흔드는 그 강력한 쾌락은 어디까지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육체 관계를 앞두고 몸을 푸는 준비 과정에 불과했지만요. 머릿속을 질척하게 녹여버리는 쾌락 속에 허우적대느라 준비한 지식이고 묘약이고 전부 무용지물이었고, 남작 님은 자신의 몸에 거의 기대다시피하여 투명한 애액을 질질 싸지르며 몸을 떨어대는 제 자세를 고쳐주며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 주셨습니다.

"어때, 기분 좋지?"

"네에에....♥ 조아요오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쾌감 속에서, 저는 평소의 모습을 조금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분명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은 오늘이 처음일 텐데도, 남작 님은 저조차도 몰랐던 제 약점을 속속히 파헤치며 제 몸을 완벽하게 연구하고 농락하셨습니다. 머리를 가르고 뇌를 꺼내 직접 만지는 것도 아닐 텐데도, 저는 그분의 손길에 아무것도 못하고 쾌락에 허덕이는 한 마리의 암컷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서 남작 님의 근처의 여자들이 어째서 서로를 질투하거나 싸우지 않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질투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에게 품는 감정. 그러나 남작 님은 자신이 안는 모든 여인을 동등하게 사랑해주고 배려해주기에, 서로에게 질투를 느낄 이유가 없던 것입니다.

"하아...♥ 하아아....♥ 나, 남작님....♥ 부디 제가, 제가 봉사하는 거스으으을....♥ 허, 허락해 주세요오오....♥"

남작 님께 안기고 싶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제 마음을 남작 님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언제까지고 느끼고 싶었던 남작 님의 손길에서 벗어나,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딱딱해진 남작 님의 양물을 향해 저는 손을 뻗었습니다.

"우와아....♥ 굉장해....♥ 남작 님의 그곳, 엄청나게 뜨거워서....♥ 손을 데일 것 같아요....♥"

이런 게 들어오면, 여자라면 아무리 견디려고 해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이 뜨거운 열기, 이 흉악한 형태, 이 딱딱한 강도... 그야말로 번식 활동에 가장 최적화된 성기....♥

분명... 이렇게 하는 거였을 겁니다.

저는 한 손으로 다 감싸지지도 않는 거대한 양물을 양손으로 잡은 채, 손을 위아래로 왕복하며 기둥과 귀두 밑에 자극을 주었습니다.

"음, 아주 기분 좋아."

남작 님은 제게 웃어보이며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그 미소에서 배려심을 느꼈습니다. 제 손기술이 너무 처참하여 도저히 쾌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럼에도 노력하는 저를 위해 일부러 긍정적인 말을 건네주시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죄송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오기심이 들어서, 저는 저 만의 무기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뭉클.

"읏, 잠깐, 그건...!"

....역시나. 언제나 불편하다고만 느끼던, 너무 커서 항상 아래로 처지느라 어깨를 결리게만 만들던 유방 사이로 남작 님의 양물을 끼우고 양쪽에서 손으로 압박하자, 남작 님은 얼굴에서 여유를 지우시며 처음으로 달뜬 숨을 내뱉으셨습니다. 한 때 타바코나가 항상 제 가슴을 보며 세상은 불공평하느니 너는 남자 걱정 없을 것이라느니 하던 중얼거림이 생각나서 시도했는데, 정답인 듯 합니다. 아마 이게 그.... 파이즈리? 라고 하던 것일 겁니다. 남자들은 가슴이 큰 여자가 이걸 해주면 좋아한다고 하던데, 남작 님도 마음에 들어하시는 듯 하여 다행입니다.

본래라면 살갗의 마찰 때문에 윤활유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것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남작 님의 손길에 농락당하며 쾌감을 주입 받는 사이 가슴 사이에 고인 축축한 땀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었으니까요. 끈적끈적하면서도 질척질척하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것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남작 님의 얼굴을 보면, 오히려 이게 더 좋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도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제 안에 씨앗을 쏟아붓고자 하는 남작 님의 꿈틀거리는 욕망이 가슴 사이로 움찔거리는 것이, 제 심장을 두근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받아들이는 남성의 물건이, 아마 앞으로 살아가며 경험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이 굉장히 기쁘게 다가왔습니다.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출렁 움직일 때마다, 사이에 낀 남작 님의 양물이 마찰하며, 저 또한 알 수 없는 쾌락에 사로잡혔습니다. 남작 님의 손길에 희롱당하며 녹아내릴 때와는 다른, 가슴 속에 무언가 간질간질거리는 기묘한 느낌. 낯설지만, 결코 싫지는 않은 느낌에, 저는 어느새 이 파이즈리....?라는 행위에 굉장히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가슴에 끼운 채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가슴을 짓누르며 사이에 낀 양물을 문지르거나, 가슴 사이로 툭 튀어나온 버섯 같은 형태의 딱딱한 귀두와 그 갓 아래 부분을 혀로 핥는 등, 지식으로서 아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하다 보니...

"긋, 잠깐, 나, 나온다...!"

"앗....!"

한계에 다다른 남작 님이 허리를 움찔하시는 것과 동시에, 새하얗고 끈적거리는 것이 제 얼굴과 가슴 위로 쏟아졌습니다.

이게... 남자의 씨앗인가요? 이게 제 안으로 들어오면, 아이가 생기는 것이군요. 뭔가 비린 듯 하면서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향을 내는 것이...

"하아, 하아, 츄릅....♥"

그대로 닦아내기에는 왠지 모르게 아깝다고 생각되어 저는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핥았습니다.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남작 님의 몸에서 나온 것이 제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아랫배가 절로 저려서...

"남작 님... 와주세요.....♥"

어느새 저는 마녀라는 별명이 다 무색하게, 남작 님의 앞에서 천박하게 다리를 양옆으로 쫙 벌리고,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벌려 그 안을 내비치며, 끈적하게 녹아내린 목소리로 남작 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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