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58화 (58/229)

〈 58화 〉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뒈(3)

* * *

남작 님의 손놀림은 지나칠 정도로 능숙하고, 또 기분이 좋아서... 저는 도저히 첫 경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달이 나버렸습니다. 달아오른 몸의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천박하게 다리를 벌리며 제 가장 소중한 곳을 남작 님께서 잘 보실 수 있게 손가락으로 벌려가며... 저는 남작 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남작 님의 흉악한 남근으로 제 안을 마구 쑤셔달라고, 제 안에 그 뜨거운 정을 가득 채워달라고... 저는 아랫배가 저릿저릿 저려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애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남작 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 평소에 도대체 어떻게 가리고 다니시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거대한 남근이, 버섯의 형태를 띄고 있으나 그 단단함은 메이스보다 튼튼할 것만 같은 딱딱한 귀두가, 끈적끈적한 애액으로 질척질척하게 녹아내린 제... 보.... 보....지를.... 파고들며,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왔....♥

"흐그읏....♥"

아, 이건 위험해요...♥ 너무 크고, 딱딱하고, 뜨거워서...♥ 안으로 파고드는 묵직한 이물감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서...♥

"흐윽♥ 하윽♥ 흐윽♥ 나, 남작 니이임....♥"

불에 그을린 쇳덩어리 같은 것이 안으로 들어올 때면 미약한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강렬한 쾌감에 숨이 턱 막혀오면서도... 다시 빠져 나갈 때면 단단한 귀두가 질 벽의 예민한 부분을 마구마구 긁어나가서... 도저히,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흐으읏....♥

"나, 남작 님...♥ 남작 님...♥"

어째서 남작 님의, 아니,주인님의 주변에 그렇게 여자들이 많은 것인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게... 이런 거, 한 번 느끼게 되면 두 번 다시는 돌이킬 수 없으니까요...♥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도 이보다 뛰어난 것을 만들 수는 없을 겁니다. 지켜주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얇고 마른 몸에, 여자를 손쉽게 함락시키는 이 흉악한 거근 사이에 느껴지는 갭이, 참을 수가 없어서....♥

"미스트리나."

"네에에, 주인니이임....♥"

"사랑한다."

"하윽....♥"

아, 아아, 아아아...! 한창 이렇게 뜨겁게 몸을 섞고 있는데, 갑자기 귓가에 그렇게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시면, 너무, 너무 느껴버려서어어....♥

"흐으으으으응♥"

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주인님의 침대 위에 그만 실례를 저질러 버렸습니다. 푹신한 이불에 얼룩이 번져나가는 것을 보며, 저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에 얼굴이 다 뜨거워졌습니다. 첫 경험에서, 너무 느껴버린 탓에 침대 위에 조수를 뿜어 버리다니.... 저는, 변태인 걸까요....?

"아....♥"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당혹스러워하는 저와 달리, 주인 님께서 별 일 아니라는 듯 제 몸을 돌려 체위를 바꾸셨습니다. 일반적인 정상위에서... 제 다리를 어깨 위에 걸친, 상당히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자세로...

"흐응♥ 하응♥ 흐읏♥ 하아아앙♥"

아아...♥ 신음이...♥ 멈추지가....♥ 조금 전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녹이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뜨거운 욕구를 강렬하게 부딪혀오는 느낌입니다...♥ 마치 너는 나의 것이라고 외치는 듯, 저를 향해 음욕과 지배욕을 숨김없이 부딪혀오는 것이... 다리 사이가 굉장히 얼얼하면서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새로운 것에 눈을 뜰 것만 같습니다....♥ 아픈데 기분 좋다니, 이건 뭔가 이상해요오....♥

"흡! 흡! 흐읍...!"

"흐윽♥ 하윽♥ 하아아아아아앙♥"

곡괭이로 안 쪽을 캐내듯 거칠게 왕복하는 귀두가, 강하게 조이는 질 압에도 움츠리기는 커녕 더욱 단단해지는 기둥이, 허리가 왕복할 때마다 보....지의 입구를 토닥토닥 마구 두드리는 고환이... 너무, 너무 기분 좋아서...♥ 첫 경험으로 이런 걸 알아버리면....♥ 앞으로 주인님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어요오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주인 님이 허리를 한 번 튕기실 때마다 감전된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음탕한 신음을 터트리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이래선 안 되는데....♥ 저 혼자만 이렇게 좋아져서는 안 되는데...♥ 주인 님께 조금이라도 봉사를 하고자 몸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 몸 안 쪽 깊숙이 때려 박히는 강렬한 쾌감에, 허리가 절로 휘어버려서...♥

"가, 가버어려어어엇....♥"

머리가, 머리가 하얗게.... 생각을 할 수가... 숨을 쉬기...♥

"가, 갔는데에에....♥ 방금 가버렸는데에에에...♥ 또, 또오오....♥ 하아아아아앙♥"

쉴새 없이 연속으로 들이닥치는 쾌감이, 살아 생전 처음 느끼는 강렬한 쾌락이, 마음 속을 가득 채워오는 행복감이, 마법 밖에 모르는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서.... 이대로는, 이대로는 바보가 되어버려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마법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인간이 되버려요오오....♥

"흐으으으으응♥"

아.... 의식이...

*

"흡, 흡, 후우..."

"흐으으.... 하으으으....♥"

제가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해가 다시 떠오르는 시점이었습니다. 주인님이 성관계에 한해서 엄청나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나절을 쉬지 않고 저를 탐하실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습니다. 인간 남자는 평균적으로 한 두 번의 사정 후에는 발기가 풀린다고 적혀 있었지만, 다리 사이로 흘러나오는 하얀 백탁액의 양은 항아리 하나는 가득 채우고도 남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사정을 하신 거죠? 제, 제 몸이... 그렇게나 좋으셨던 걸까요?

"...미스트리나, 일어났나?"

"아, 네. 어젯밤은... 죄송합니다.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쓰러지는 바람에..."

"괜찮다. 나를 처음 상대하면서 그렇게 오래 버틴 사람도 드문 편이니. 그래서, 어땠나?"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뭐랄까... 육체 관계를 나누었으니 주인님과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으면서도, 주인님을 마주 보려 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되어버립니다. 잠시 후, 제가 마음을 완전히 가다듬었을 때, 주인님은 미리 준비된 옷으로 갈아 입으시면서 제게 물었습니다.

"....미스트리나. 내가 전에 했던 이야기 기억하나?"

"전에 하셨던 이야기라 하심은...?"

"용사에 관한 것."

그 말에, 날아갈 것만 같았던 기분이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습니다. 아아.... 그렇죠. 용사. 여신의 선택을 받아, 이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싸우는 자.

솔직히 말하자면, 용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사람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고아원에서 만취한 원장에게 두들겨 맞을 때나 마력 적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열심히 준비한 논문마저 모두 빼앗기며 마탑에서 쫓겨났을 때, 그토록 열심히 기도해도 답이 없던 것이 여신이었는데 그런 여신에게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니 좋게 보일래야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용사가 할 일 중에 저를 구원해주신 주인님을 해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 누구도 저를 도우려 하지 않았을 때, 아무리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저를 도운 것은 오직 주인님뿐이었습니다. 제가 넓고 안전한 집에서 굶주릴 일 없이 마법에만 집중하여 저를 버린 마탑에 대한 복수도 하고 마녀라는 별명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인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디서 굴러먹다 온 것인지도 모를 용사라는 자는,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신이 시켰다는 이유로 주인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그 용사를 바로 죽여버리고 싶었습니다. 지난 번에 저택에 찾아온 용사는 그 이름이 아까울 정도로 미약한 존재였고, 굳이 주인님이 나서지 않더라도 제 선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그저 주인님께서 그렇게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를 죽인다 한들,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라 하셨습니다. 주인님께 힘을 주신 존재가 원하는 것은 세상의 파멸이고, 용사의 목적은 그 존재를 처리하는 것. 결국 용사가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해내든 도중에 실패하든, 주인님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복제 마법으로 용사의 눈을 속이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 거부되었습니다. 용사의 눈을 속일 수 있을 지언정, 그 뒤에 있는 존재의 눈은 결코 속일 수 없다면서 말이죠. 그래요. 진짜 문제는 용사가 아니라, 여신이었던 겁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고아들의 기도에도 술에 취하기만 하면 아이들을 향해 무자비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던 원장의 머리에 벼락 한 번 떨어트리지 않은 여신은 용사가 자신의 세상을 구하길 바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인님이 목숨을 잃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겁니다.

주인님은 오로지 제게만 그 사실을 이야기해주셨고, 동시에 제게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한 가지 임무를 내리셨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자신이 쓰러지고, 용사가 세상을 구하는 것에 성공했을 때, 사실 주인님의 휘하의 사람들은 전부 주인님께서 휘두르시는 기묘한 힘에 몸과 정신이 모두 지배 당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퍼트리라 명령하셨습니다.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이 아끼던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을 비롯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저지른 모든 죄를, 주인님께서는 홀로 무덤까지 짊어지실 생각이신 겁니다.

이렇게 선한 주인님을 악으로 규정하며 죽이려드는 용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웠지만, 주인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주인님께서 내린 임무를 수락했습니다.

"곧 때가 다가온다. 나는 바이올렌스와 정면으로 부딪혀서, 용사가 맞붙어서 아주 간신히 이길 수 있을 수준까지 약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용사가 바이올렌스를 쓰러트리고 나면, 나는 그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해야겠지. 그리고 모름지기 악역이라면,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역시 앞에서 화려하고 거창하게 날뛰어 줘야겠지."

"그래서 이번에 그런 마법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던 거군요."

"그래. 아주 화려하고 요란하게 일을 벌일 것이다. 용사가 각오를 다지고, 자신이 맡은 일을 다 해내도록. 그것이 내가 맡은 일이니까. 너와 다른 녀석들에게는...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주인님."

저는, 어제 하루종일 주인님의 정을 받아 조금 부푼 배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습니다.

"그럴 줄 알고, 가장 큰 선물을 받아뒀으니까요."

"....응?"

"사실 어제 드신 피임약 말인데요... 그거 맛만 똑같은 가짜랍니다."

"잠깐, 뭐?"

"거기에 저는 어제 아침에 배란 유도제를 복용해뒀습니다. 그런 상태로 하루 종일 씨를 받았으니... 아마 높은 확률로 성공했겠죠?"

"대체 무슨 짓을... 아무리 모두가 세뇌를 당했다고 주장해도, 내 후계를 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모두가 너를 노릴 것이다. 그런 위험에 처하는 일을 막으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역시나, 주인님은 너무 자상하고 배려심이 넘치십니다. 본인은 자신의 목숨을 버릴 일을 아무렇지 않게 진행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이 안은 여자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보지 못 하겠다니... 이런 사람이 착하지 않다면, 대체 누가 착한 사람이라는 걸까요?

"그 정도 각오는 진즉에 해뒀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령 그런 위험에 처한다고 한들, 상관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라도, 주인님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니 주인님, 제발 울지 마세요. 저는 주인님과 만날 수 있어서 기뻤고, 주인님을 결코 잊고 싶지 않으니까요.

*

일이 꼬일 대로 꼬였음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나는 안개의 저택을 나왔다.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스트리나가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할 줄이야.

모두에게 적의를 받고 욕을 먹는 것은 나 혼자로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맡은 배역, 악역으로서 할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주변 사람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비록 잠시 머물고 가는 세계라고는 한들, 내가 그녀들과 보낸 시간은 분명한 현실이었으니까. 나는 아이를 책임지고 키울 수 있을 정도로 책임감과 시간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핏줄이 이어진 아이가 아버지도 없이 자라는 것을 두고 볼 정도로 무책임한 인간도 아니었다.

...나는 죽여도 상관 없지만, 내 사람은 건들지 말아 달라고 죽기 전에 용사에게 부탁해볼까? 하지만 용사가 아무리 사람이 착해도, 언제 터질 지 모를 위험의 싹을 미리 제거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미스트리나가 정말로 임신했고 그녀를 해치지 말라 부탁했다가 오히려 미스트리나가 용사의 목표가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젠장할, 이거 머리가 터지겠네.

모든 일이 끝나면, 나는 소원권 하나를 얻는다. 루미너스 여신에게 '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다른 세계에서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형편 좋은 소원을 빌 생각이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소원을 빌기 전에 모두가 무사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만일 용사 놈이 나를 쓰러트리고 모든 파편을 손에 넣었음에도, 곧바로 마지막 목표인 불멸의 용을 찾아가는 대신 미리 위협의 삭을 제거하겠다며 남겨진 내 주변 사람들을 모두 처리한다면...

아이씨, 머리 아파 죽겠네. 이를 어쩌면 좋지.

고민하며 주변을 서성이다, 어느새 시가레테가 사는 탑에 도착했다. 탑의 뒷편으로 돌아가보니, 용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허수아비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어제 쓰던 평범한 검이 아니라, 위험한 상황이 아니고선 쓰지 않던 성검에 잘 사용하지 않는 신성력까지 입히고서 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물론 오늘도 도저히 두고 보지 못 할 정도로 처참했기에, 나는 어줍잖은 마법이 걸린 담장을 넘어서며 어제와 똑같은 서두로 시작했다.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또 당신입니까?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러 오신 겁니까?"

용사는 이제 질린다는 눈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나는 그의 눈 대신 그의 손에 들린 검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직도 신성력 출력 조절이 그렇게 어렵나?"

"....."

지금 용사는 신성력을 몸과 무기에 둘러 강화시킨 상태다. 하지만 그 완성도는 굉장히 처참했다. 팔과 다리 같이 주로 움직이는 부위에는 지나칠 정도로 힘이 많이 들어가면서, 머리 같은 급소 쪽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무방비한 모습.신성력을 통한 강화가 공격도 되고 방어도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이 용사 놈의 신성력 강화는 판타지 여캐들이나 입는 비키니 아머마냥 갑옷으로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봐도 무방했다.

비키니 아머는 어디까지나 노출도=방어력이라는 게임 고유의 기묘한 보정이 있기에 가능한 거지, 현실에선 코스플레인 할 때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리고 용사의 신성력 강화는 그것과 비슷한 상태고.

그리고 검에 두른 신성력도 문제다. 무기가 세검이라면 그 얇기에 오히려 막기 힘든 칼날의 특징을 살려, 위력보다는 속도에 집중해서 적의 약점을 빠르게 찌르고 빠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근데 이 용사 놈은 무슨 세검에 신성력을 헤비 랜스마냥 덕지덕지 붙여놔서, 자신이 가장 적합한 전투 방식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속도가 아니라 위력이 집중할 거면, 세검이 아니라 창을 쓰라고! 세검은 아무리 찌르기에 특화된 검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찌르기만을 위해 만든 창보다 리치도 위력도 한참을 딸리니까!

성검이 사용자인 용사에게 가장 맞는 형태로 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이 용사는 찌르기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인데, 정작 용사 본인은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운 적이 없으니... 이건 뭐,히트 앤 런 전법을 써야하는 몸이 종잇장 같은 캐릭터한테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든 데 방어력은 더럽게 낮은 이상한 중갑을 입히고 탱킹 시키는 거랑 뭔 차이가 있어?

아직 자신만의 제대로 된 싸움법도 터득하지 못한 이런 허접한 용사에게 내가 죽어줘야 한다니... 미스트리나에게 내 운명에 대해 처음 알려주었을 때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겠다. 만렙 토끼 공듀가 방금 시작한 뉴비한테 막고라 떠서 완패하는 것보다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테니까.

근데 뭐 어쩌냐, 이게 내 운명인 것을.

"신성력은 최후에 쓰는 필살기나 가급적이면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비장의 수가 아니라고. 마법사들이 마력을 다루는 것처럼, 너는 신성력을 다루면 되잖아?"

용사는 내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 했다. 원래라면 '당신이 신성력에 대해서 뭘 아냐?'고 따져야 할 상황이지만, 내가 어제 그 신성력을 다루는 법을 보여줬으니 할 말이 없는 거겠지.

"자, 봐.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이번에도 성검을 뺏어서 쓸 수는 없어서, 나는 전에 파랑이를 두들겨 팰 때 사용한 그 막대를 꺼냈다. 사실 원래 이 막대의 용도는 몽둥이가 아니다. 나는 파편에서 마력을 뽑아내며 말을 이어나갔다.

"힘을 더하는 식이 아니라, 몸 전체를 가볍게 덮는다고 생가하고 힘을 조절해."

검은 마력이 내 몸을, 그리고 막대를 휘감는다.

"그 다음은, 네게 필요한 대로 조금씩 조절을 하는 거야. 다리 쪽은 위력과 내구성보단 속도가 중요하니 힘을 뭉친다기 보다는 가볍게 펴 발라서 뒤로 빼는 식으로, 그리고 상체는 이렇게..."

"....."

이윽고 검은 마력에 뒤덮여, 곧 흉악한 창을 쥔 검은 갑주의 기사가 된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용사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그러나 곧 내가 시범을 보이던 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신성력의 빛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그 빛은 순백의 갑옷이 되었다.

"그리고 너의 싸움 방식은 위력보다는 속도에 치중하는 쪽이 좋을 거다. 지나치게 힘을 불어 넣지 말고, 적절히 힘을 풀란 말이야. 신성력을 막 불어넣는다고 다가 아니야. 얼마나, 어떻게 조절해서 불어넣느냐에 따라서 위력과 내구성, 속도 등이 차이가 난다고."

"그런 걸 어떻게 구분합니까? 혹시 방법이 따로 있는 겁니까?"

"이게 벌써 날로 먹으려고 하네? 그런 건 당연히 네가 부딪혀 가며 알아내야지. 하나 하나, 네가 직접 조절하고 조율하며 너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지. 무작정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할 게 아니라."

누가 보면 용사와 악당이 아니라 용사와 스승인 줄 알겠다. 아니, 나는 분명 악역인데 왜 용사를 가르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이게 다 미숙한 용사 때문이다. 암튼 용사 탓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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