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아아~ 망해써요~(2)
* * *
아침이 밝고, 엘리아는 퀭한 눈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평소라면 동료들이 일어나기 전, 해가 뜨기 전에 먼저 일어나 세면을 마친 후 루미너스 여신 님께 기도를 올리는 것이 그녀의 일과의 시작이었다.
허나 지금 엘리아는 용사의 동료들 중에서 가장 게으른 비올라보다 늦게 일어난 상황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던 그녀답지 못한 모습이었고, 이는 당연하게도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의 영향이 컸다.
"......하아."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어렸을 적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었던, 루미너스 여신을 향한 신앙이 흔들리는 순간 엘리아의 마음은 무척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안을 비집고 들어온 그의 존재 때문에, 도저히 편히 잠들 수가 없었다.
"미쳤어, 엘리아.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엘리아는 피곤에 찌든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히 그가 자신의 목에 마법 안개로 만든 예리한 흉기를 들이밀 때만 해도 정말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부들부들 떨었는데, 막상 그에게서 벗어나 돌아온 후 침대에 눕자 그의 얼굴이 머릿속을 전혀 떠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엘리아는 자신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녀의 믿음이 흔들리고 마음의 문이 열린 순간, 그는 엘리아가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그녀의 안에 마법을 걸어두며 그 와중에 그녀의 어두운 욕망을 엿보았다.
문제가 있다면, 이 때 엘리아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이성을 잃지는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가 확인한 자신의 어두운 면을 그녀 또한 의도치 않게 목격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예기치 않게 마주하게 된 자신의 은밀한 욕망은, 남들에게 결코 알릴 수 없는 어두운 욕구는...
"그 인간이 그렇게까지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는 것은 처음이었어. 그래, 역시... 내가 이상한 거겠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어두운 욕망, 그것은 차마 말로 형용하기 힘든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엘리아는 자신이 그러한 욕망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그것이 사실이라며 인정하면서도, 또 이성적으로는 그것을 거부하고 밀어냈다.
"...후우, 진정하자.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엘리아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어두운 면을 부정하며, 다시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녀는 급하게 세면과 기도를 마친 후,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연기의 마녀 시가레테 타바코나의 탑은 열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고 각 층마다 여섯 개에서 여덟 개의 방이 있으며 중앙에는 각 층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과 승강기?라는 마력을 이용해 움직이는 기계 장치가 있었다. 엘리아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호크나, 비올라, 엘리아와 같은 여자들은 2층을, 용사와 고든은 3층의 방을 사용했고, 탑의 주인인 타바코나의 방은 9층에 있었다.
"어? 엘리아, 너 괜찮아?"
"으, 응? 갑자기?"
"아니... 조금 걱정이 되서. 평소엔 누구보다 빨리 일어나서 준비를 하던 네가, 오늘은 제일 마지막에 왔잖아.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아..."
루크의 진심이 담긴 걱정에, 엘리아는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자신의 사정을 자연스럽게 털어놓으려고 했다. 엘리아는 루크가 용사로 선택받기 전부터 같은 마을에서 자란 소꿉친구 사이였고, 그녀는 루크가 이렇게 무언가를 캐물었을 때 한 번도 대답을 피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엘리아가 어제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과 있었던 일을 입에 올리려는 순간, 가슴에서 찌릿한 감각과 함께 그녀의 눈앞에 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자신이 어제 의도치 않게 목격한 자신의 어두운 욕망. 조금 전까지 필사적으로 부정하며 거부하던 자신의 또 다른 일면.
누구에게도 알려지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 그것이 설령 동료라고 해도,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인 루크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결코 밝힐 수 없었다. 그래, 이것만큼은 절대로...
"...엘리아?"
루크의 걱정스러운 부름에, 엘리아는 퍼뜩 정신을 되찾았다. 어느새 가슴의 통증이나 눈앞의 환각은 사라져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말을 신중하게 골라야 함을 깨달았다. 조금 전의 그것은... 아마도 라그나 아마게돈이 자신에게 보내는, 어제 자신과 나눈 거래를 지키라는 일종의 경고이리라.
"으, 응. 나는 괜찮아. 그냥 잠이 잘 안 와서 조금 설쳤더니 피곤해서..."
"그래? 그럼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어."
"어? 하지만..."
"엘리아는 성실하니까. 평소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니까, 몸이 안 좋으면 그냥 쉬는 게 나아. 푹 쉬고 빨리 나아야지."
잠을 설친 것은 특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도 아니고, 고작 하루 밤을 설친 것 정도로 일상에 무리가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엘리아는 조금 피곤했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선택을 골랐다.
"....그럼, 오늘은 조금만 쉴까?"
타협.
원래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삶이란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에는 너무 고달프고, 인간은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타협을 하기도 한다. 원하는 물건이 없을 때 그것을 대신할 대체품을 찾는다던가, 평소에는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 오늘 하루만큼은 놀아도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리고 한 번 타협을 한 인간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또 다시 타협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에 한 번 타협을 한 적이 있는 인간은 아주 높은 확률로 다시 타협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게 쉬운 길이니까. 일부러 힘들게 멀리 돌아갈 필요 없이,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이니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철저했던 평소의 엘리아라면, 루크가 걱정하며 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도 정말로 쓰러지기 직전인 상황이 아닌 이상 결코 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그나 아마게돈에 의해 한 번 마음이 흐트러진 데다가 잠을 설쳐 평소보다 피로했던 엘리아는 너무나도 쉽게 유혹에 져버리고 말았다.
라그나 아마게돈의 힘은 상대의 어두운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드러내게 함으로서 그 대상을 '타락'시키는 것. 허나 의지가 약한 사람, 혹은 모종의 이유로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의 경우 아마게돈 남작이 특별히 자극을 주지 않더라도 단지 그 사람의 어두운 욕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그 성향을 점차 드러내게 된다. 그것이 설령 여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던 것이라 할 지라도.
용사 파티의 레인저 호크나 헌트레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다.
그녀는 과거에 몇 차례고 동료라는 존재에 대한 아픔을 겪었고 그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동료가 필요하지 않는, 혼자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강한 엘프가 되었다. 허나 그런 그녀의 일면에는 한 명의 여인으로서 이성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내제되어 있었고, 또 다시 동료를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라그나 아마게돈이 아주 작은 자극을 준 것만으로도 그 욕망이 넘칠듯 폭발하게 되어, 스스로 자신의 적에게 가랑이를 벌리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엘리아라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엘리아에게 타락의 속삭임을 쓰지 않았지만, 평생에 걸쳐 믿어온 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던 상태의 그녀는 단지 그가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녀 자신도 몰랐던 어두운 욕망을 마주하게 되었고, 싫어도 그것에 점차 끌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상상은 자유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추악한 욕망을 품고 있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서 품고 있기만 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어두운 욕망이란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본능적으로는 따르고 싶은 마음, 주변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쾌락만을 쫓는 본능. 어두운 욕망 또한 자신의 바램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 배려심 넘치고, 성실하며, 자기 절제가 철저하고, 성적인 것에 매우 수줍음을 느끼는 순박한 성녀가...
마음 속 어딘가에서는 성욕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조차 물러날 정도로 음험한 욕망을 품고 있다는 것을.
*
"...낯선 천장이다."
나는 분명 마지막으로 미스트리나의 저택에서 눈을 감았을 텐데, 어째서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천장이 나를 반기는 것일까? 그것도 일반적인 천장이 아니라, 딱 봐도 뭔가 괴물의 몸 속 같은 기괴한 천장이.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침대는 평범하고 멀쩡했다. 그렇기에 이 방의 기괴한 분위기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10초만 바라보고 있어도 정신력이 절로 깎여나갈 것처럼 생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혐오감과 공포를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육벽으로 이루어진 방 안에서 침대 만큼은 깨끗하고 푹신푹신한 솜 이불과 눕는 순간 잠이 절로 올 정도로 뛰어난 메트리스로 이루어진 침대라니. 뭘까, 이 괴리감은?
[아, 드디어 일어났군. 아니, 생각해보니 여긴 현실이 아니니 일어났다는 표현은 별로 안 어울리나?]
"...당신은 누구죠?"
[아, 나 말인가. 자기 소개가 늦었군.]
붉은 고기 촉수로 구성된 옥좌에 앉은 시커먼 그림자는 내게 무척 반갑게 인사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힘든, 그리고 이따금 노이즈 같은 것이 몇 차례 끼여 들리는 그 중성적인 목소리에는 나를 향한 명백한 호의가 담겨 있었기에 초면인 나로서는 제법 당혹스러웠다.
[반갑네,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나는 루미너스의 연극을 지켜보는 관객 중 하나이자, 지금 자네가 쓰고 있는 힘을 대여해 준 장본인, 그리고 자네의 열렬한 팬이라네.]
"그리고 저를 여기로 데려온 장본인이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은밀히 대화를 나누려면 내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것보다 좋은 선택지가 없겠더군.]
그림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암의 구분 없이 오로지 시커먼 단 색으로만 이루어진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무슨 옷을 입고 있으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 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온통 새카맸으니. 하지만 어째서 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 그림자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는 느낌이 받았다. 아니, 아마 실제로 그러고 있을 테지. 루미너스 여신 님께서 내게 호의를 보이는 관객이 한 분 계신다고 하셨었는데, 이 분이 그 분이신가.
[이미 루미너스와는 전부 이야기가 끝났네. 그 어린 여신이 처한 상황부터, 자네의 출신까지 모두.]
"저와 개인적으로 하고 싶으시다는 이야기는 뭐죠?"
[그래... 그럼 우선은 자네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지. 자네를 방해하는 자들이 어떠한 수단을 쓰고 있는지 혹시 알고 있나?]
"대충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물론 루미너스 님께 확신을 받지 못했으니, 아직까지는 근거가 부족한 추측에 불과하지만요."
[호오, 그래? 그럼 어디 들려주게나.]
솔직히 나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예상 외의 사태였다. 다른 신의 세계에 있는 존재를 이토록 쉽게 자신이 속한 세계로 불러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눈앞에 있는 존재가 루미너스 여신보다 훨씬 더 격이 높은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무대 밖의 세계이니, 내가 알아낸 사실들을 털어 놓아도 방해꾼들에게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능력을 입증하는 것으로, 이 관객의 도움을 받아 방해꾼들을 몰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고.
"일단 첫째로... 방해꾼들은 루미너스 여신이 선택한 용사의 여정을 끝장내는 것으로 그녀가 세운 연극을 망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위해 사용한 방법은 용사 파티의 성장 방해. 주인공 용사의 디폴트 값은 '역경 극복'. 성공 확률이 낮은 고난을 이겨낼 때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특성입니다. 일개 개인의 집단이 여러 나라의 군대가 연합해도 결코 무찌를 수 없는 흑막을 쓰러트릴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주인공 보정으로 인한 극적인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그래서 방해꾼들은 용사의 그 특성을 역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련을 극복할 수록 빠르게 성장한다면, 그 시련의 난이도를 일부러 낮춤으로서 용사의 성장 폭을 낮추는 것이죠. 단기적으로보면 용사의 여정은 무척 순조로워보이지만, '역경 극복'의 해택을 받지 못한 용사의 성장치는 기존에 잡아둔 평균 치수 이하이기에 언젠가 벽에 막히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용사의 여정은 실패. 굉장히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연극을 망치는 방법이죠.
아마 방해꾼들은 혼돈의 파편을 가진 네 명의 보스를 극도로 약화시킴으로서 용사가 손쉽게 쓰러트리게 만든 후, 용사가 최종 보스인 불멸의 용에게 개처발리게 만들 셈이었겠죠. 하지만 그 계획은 도중에 막히고 맙니다. 불멸의 용에서 예정되어 있던 용사 일행의 패배가, 세 번째 보스인 저 라그나 아마게돈의 선에서 일어나고 말았으니까요."
[그럼 왜 그들의 계획이 도중에 실패했을까?]
"왜냐하면 저는 그들의 계산 안에 있지 않았으니까요. 방해꾼들은 '모종의 수단'을 사용하여 용사가 쓰러트릴 적들을 약화시켰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 '모종의 수단'으로 제어 가능한 말에 속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계획은 도중에 끝이 나버렸습니다. 최종 보스 전에서 용사가 패배한다면 그대로 끝이지만, 그 전인 세 번째 보스전에서의 패배 정도는 일종의 '무조건 패배하는 이벤트'라고 우겨서 넘길 수 있으니까요."
[그럼 자네는 그 '모종의 수단'이 뭐라고 생각하나?]
"..."
여기가 바로 문제다. 루미너스 여신이 내게 내려준 신탁, '활짝 만개한 벚꽃 가지'. 봄에 피는 벚꽃의 가지를 가을에 내려준 것, 그것이 아마 방해꾼들이 사용한 '모종의 수단'을 알리는 사인이다. 그리고 내가 루미너스 여신과 나눈 대화 중에서 '벚꽃'과 관련된 내용은 단 하나 뿐. 다른 주제의 대화를 나누다가 어쩌다 흘러나온 이야기였지만, 그것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 '모종의 수단'... 처음엔 그게 대체 무엇일까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신이 자신이 담당한 분야 외에 힘을 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맡은 세계에서 뿐이죠. 물론 화신 또는 강신을 통해 힘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결국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용사 일행이 자연스럽게 망하는 계획을 세운 시점에서 방해꾼들은 자신들이 이 일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는 것인데 거기서 화신이나 강신을 써 버리면 말짱 도루묵이죠. 그렇다면 앞서 당한 두 명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지만 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분야를 맡은 신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만일 그랬더라면 중간에 틀어막히는 이런 계획을 세웠을 리가 없죠."
[그래서, 알아냈나?]
"예. 루미너스 여신 님이 제게 신탁으로 내려주신 '벚꽃이 만개한 가지'가 증거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루미너스 여신 님과 나눈 대화 중에서 '벚꽃'이 들어가는 이야기는 단 하나 뿐이었거든요."
나는 나를 향해 기대감이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관객님, 혹시 'X짜'라는 영화 보신 적 있으신가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