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63화 (63/229)

〈 63화 〉 아아~ 망해써요~(4)

* * *

여신관 엘리아. 언제나 자신의 방 바닥에 앉아 루미너스 여신께 기도를 드리던 그녀는 지금, 자신의 방이 아닌 고든의 방에 있었다. 방주인인 고든이 잠시 용사와 대련을 하는 사이에 혼자서, 그것도 방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말이다.

"으음, 여기는 아닌 가 보네...."

독실한 루미너스의 신자인 그녀가 외간 남자의 방에 허락도 받지 않고 침입하는 짓을 벌일 리가 없지만, 그녀는 지금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고든의 방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가 고든의 방에 몰래 들어온 것은 바로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과 한 약속 때문이었다.

'너희들 중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확히 너희 중 하나의 방에 분명히 '그것'이 있을 것이다. 너는 그게 누구의 방에 있는지 알려주면 된다.'

목숨을 대가로 약조한 두 가지. 하나는 그 날 자신이 들었던 것을 입 밖으로 내지 않을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의 부탁... 누군가의 방에 있을 '그것'을 찾아서 알려달라는 것.

물론 엘리아도 처음엔 악당인 그의 부탁을 그냥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기회를 봐서 용사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 놓으려던 순간에 가슴에 싸한 통증과 함께 '약속을 지켜라'는 그 섬뜩한 경고가 귓가에 울리지만 많았더라면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감시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이상 그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억지를 부려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하리라 판단한 그녀는 결국 그와 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일행 중 누군가의 방에 있을 '그것'을 찾아서 알려달라는 것. 하지만 엘리아는 솔직히 그의 부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들 사이에서 '그것'을 가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뭐, 그래도 그의 무의미한 부탁을 잠깐 들어주는 것만으로 목숨을 위협당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일 지도 모르지만.

"고든의 방에는 없네. 루크의 방에도 없었으니, 이제 남은 건 비올라랑 호크나 뿐이네. 호크나는 요즘 방에 틀어박혀서 잘 나오지 않으니, 지금 살필 수 있는 것은 비올라의 방 뿐이네."

주변의 시선을 살피며 고든의 방에서 살며시 나와 조용히 문을 닫은 엘리아는, 이내 발소리를 죽이고 비올라의 방으로 향했다.

고든의 방에 들어서기 전 비올라가 이 탑의 주인인 타바코나와 이야기하기 위해 위층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고, 이 탑의 중앙에 모든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마도구가 있지만 타바코나 이외에는 사용법을 모르니 아마 비올라는 계단을 통해서 2층에서 9층까지 올라갈 것이다. 마법사인 그녀의 저질 체력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방을 살피고 나오기 전까지 비올라가 돌아올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엘리아는 비올라의 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고든의 방은 남자가 머무는 방치고는 꽤 청결하고 정결한 상태였다면, 반대로 비올라의 방은 여자의 방 치고는 지나치게 더러웠다. 도대체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오래 된 책부터 어디에 쓰는 것인지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마법 재료들이 여기 저기에 난잡하게 흐트러져 있었고, 그것들이 내뿜는 매캐캐한 화학 냄새는 오래 맡고 있을 것이 못 되었다.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에, 엘리아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신들이 산 집도 아니고, 탑의 주인인 타바코나 씨가 머물러도 좋다며 잠시 빌린 방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도저히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나중에 비올라에게 제발 방을 좀 깨끗하고 정돈하고 다니라 잔소리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엘리아는 문제의 '그것'을 찾아 나섰다.

간단히 말해서,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는 없었다. 곳곳에 무슨 뜻인지 모를 문자와 어떻게 그리는 것인지 궁금한 도형, 절대로 마시면 안 될 것 같은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부터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낡은 책들을 살피는 와중에 몇 번이고 이 어지러운 난장판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샘솟았으나, 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몰래 들어왔으면서 더러운 방을 여유롭게 청소할 시간까지는 없었기에 확인을 끝마친 그녀는 바로 비올라의 방을 나서려고 했다.

".....라는 말이지."

밖에서 들려온 방 주인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복도에서 작게 들려오는 비올라의 목소리에, 엘리아는 몸이 절로 굳었다. 설마 그녀가 벌써 돌아올 줄이야. 하지만 지금 방을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자신의 물건에 애착이 강한 비올라라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자신의 방에 왔는지 끝까지 추궁할 것이 뻔하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라그나 아마게돈과 있었던 일을 들킨다면...

이 방에 몰래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등골이 서늘해진 엘리아는 급히 자신의 몸을 숨길 장소를 찾다 침대 밑에 몸을 숨기려고 했다.

"...아."

루크가 용사로 선택받기 전 교회에서 수녀로서 생활하는 동안 동기들이 이따금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리고 비올라도 가끔씩 째려보곤 하던, 막상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어깨만 결리게 만드는 이 쓸데없는 지방 덩어리 두 개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침대 밑의 공간은 마른 사람 하나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정도였지만, 엘리아는 가슴이 걸려서 들어갈 수 없었다. 도대체 다들 이런 방해만 되는 신체 부위를 왜 그리들 부러워하는지... 비올라의 목소리가 다시 가까워졌고, 엘리아는 침대 밑으로 기어 들어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 출입문 바로 옆에 있는 옷장을 열고 자신의 몸을 구겨 넣었다. 그녀가 옷장 문을 닫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방의 문이 열리며 비올라가 안으로 들어왔다.

"후, 오늘도 별 다른 소득이 없네."

비올라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자신의 몸을 던지며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궁시렁궁시렁거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또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비올라가 처한 문제의 대부분은 마법적인 분야이기에 성직자인 그녀로서는 해결해주려고 해도 아는 것이 없기에 어렵지만 말이다.

"...흠. 그나저나 타바코나는 진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네. 그럼 어제 그 일은 그냥 우연인가? 아니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여전히 알아듣기 힘든 내용이다. 그 때였다. 엘리아는 보았다.

"영차. 이럴 때는 스태프가 편리하디니까."

비올라가 자신의 스태프를 침대 밑 공간에 밀어 넣어, 그걸로 무언가를 끌고 오는 것을.

"휴, 오늘은 다행히 상태가 좋네. 역시 그냥 우연이었던 모양이야?"

그리고 그녀가 꺼낸 것은, 정말 믿고 싶지 않았지만, 엘리아가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의 부탁을 받아 찾고 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계산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그녀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용사의 동료라는 마법사가 '그것'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올라는 그런 엘리아의 믿음을 저버리듯, 그녀가 찾아 헤매던 그 물건을 침대 밑의 공간에서 꺼내 그 상태를 살폈다.

그 물건...

'도대체 무슨 물건을 찾으라는 거죠?'

'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알고는 있을 걸.'

토템.

흑마법사와 함께 오래 전에 사라진, 루미너스 여신이 아닌 우상을 숭배하며 그 힘을 빌려 쓰는 사특한 주술사들이 사용하는 상징이자 주술구.

게다가 비올라가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연약한 물건 다루듯 대하고 있는 저 물건은, 불길하기 그지 없는 검붉은 문양이 새겨진 저 뼈 토템은...

이계(??)의 신을 섬긴다는 것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

나는 생각했다.

방해꾼들은 루미너스의 연극을 망치기 위해, 그녀가 준비한 악역들을 자신들이 만든 세계의 완전히 똑같은 악역들과 교체한 놈들이다.고작 한 명의 신을 방해하겠다고, 몇 명의 인간의 복제를 만들기 위해 최소 하나 이상의 세상을 창조하고 파괴한 작자들이다.

그런 녀석들이, 고작 악역 네 명을 자신들이 만든 가짜로 바꿔치기 하는 것으로 만족할까? 아니, 아닐 것이다. 내가 만일 그들이고 루미너스 여신을 방해하기 위해 그 방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악역들 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가짜로 바꿔치기 했을 것이다.

막말로 용사의 적들을 가짜로 바꿔치기 해서 용사의 최대 성장치를 낮추는 작전은 실패해도 들킬 확률이 적은 은밀한 수법이지만,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을 만큼 성공률이 그리 높은 작전도 아니다. 세상 일이라는 것은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고, 주요 적의 레벨을 낮추어도 용사가 다른 곳에서 노력하여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경험치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언제든 용사를 죽이고 연극을 망칠 은밀한 비수 하나를 준비해 뒀을 테지.

나는 그게 용사의 동료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용사의 동료를 자신들이 준비한 가짜로 바꿔치기 한다면 용사의 여정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 테고, 만일 모든 일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가짜를 조종해서 용사를 죽여버리고 연극을 망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럼 과연 누가 가짜일까?

일단 용사인 루크. 연극의 주인공인 이 녀석은 당연히 가짜가 아니다. 그리고 루크와 같은 마을에서 살았던 여신관 엘리아도, 루미너스를 섬기는 신도이니 가짜일 확률이 적다. 내가 엘리아에게 동료의 짐을 확인하여 내가 찾는 물건을 확인하도록 부탁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용사와 여신관은 신성력을 사용하고, 신성력은 루미너스가 주는 힘이다. 루미너스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아 사용하는 그들을 가짜로 바꿔치기 하는 것은 들킬 확률이 높을 테니, 바꿔치기 당할 확률이 아주 낮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세 사람. 엘프 레인저 호크나, 마법사 비올라, 용병 전사 고든.

일단 여기서 고든도 제외. 용사가 동료로 섭외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불리는 데, 고든은 이 '영웅' 중에서도 전투력이 많이 낮은 편이다. 물론 그 인내심과 근성, 그리고 튼튼한 몸은 어지간한 공격을 잘 받아낼 수 있지만, 사실 탱킹이라면 더 뛰어난 동료가 하나 있다. 녀석들이 용사의 동료를 자신들이 준비한 가짜로 바꿔치기 할 거라면, 기왕이면 선택받을 확률이 높은 강한 녀석들을 바꿔치기 했을 것이다.

호크나도 확률이 적다. 물론 호크나가 섭외 가능한 동료 중에서 그 능력치가 굉장히 상위에 속하는 편이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능력에 비례하여 섭외 난이도가 너무 높아 오히려 동료로 만들기 힘든 케이스다. 그렇게 호크나도 선택지에서 빠지면, 남는 것은 단 하나.

마법사 비올라.

용사 일행 중에서 가장 자기 주장이 강하며, 성격이 드세고, 우유부단한 용사를 대신해 용사 파티가 나아갈 방향을 누구보다 먼저 주장하는 여자. 능력치 총합도 마법사 계열 중에서 상당한 편이고 섭외 난이도도 굉장히 쉬운 편이다. 그러니 만일 방해꾼들이 용사의 동료 중에서도 가짜를 심어뒀다면, 그건 가장 높은 확률로 비올라일 것이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줄 증거가 바로 '토템'이다.

루미너스가 만든 세계에서 신으로서 힘을 발휘하는 순간 금세 발각 당한다. '토템'은 루미너스의 눈을 피하면서 그녀의 세계 내에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이다. 토템에 자신의 문양을 새김으로서 자신의 힘의 일부를 심어 놓고, 토템에 접한 인간의 정신을 자신과 직접 이어지게 설정하는 것이다. 내가 어젯밤에 니아.... 그 외신이 만든 공간에 초대된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단, 그 외신의 경우에는 워낙 힘이 강해서 토템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우회할 필요가 없고, 이 방해꾼들은 그럴 능력이 안 되니 토템이라는 수단을 쓰는 차이가 있지.

다른 초월자의 세계에서, 그 세계의 창조주의 눈에 띄지 않고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건.

쉽게 말해 토템이란 일종의 초월자 전용 vpn이다.

엘리아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찾았, 어요. 비올라가 갑자기 돌아오는 바람에 옷장에 숨었는데, 비올라가 침대 밑에서 그걸... 꺼냈어요. 우상 숭배의 증표, 사라진 주술사들의 물건인 토템... 그 중에서도 인신공양 같은 과격하고 비 윤리적인 수단으로 만들어진다던 뼈 토템.... 하지만, 그건 분명이단의 상징인데. 성직자도 아니고 마법사인 비올라가 대체 왜 그런 걸... 그보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구한 거죠? 분명 주술사들은 흑마법사보다도 전에 전부 사라져서, 이제는 그걸 만들 줄 아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녀로서는 제법 당혹스러울테지.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지내고 있다던 동료가, 함께 울고 웃으며 모험을 하던 동료가, 설마 이단자 중에서도 상황에 따라 즉결 처형이 허용되는 광신도들이나 가지고 다니는 위험한 물건을 여태 지니고 있음에도 그것을 밝히지 않고 숨기고 있었으니, 배신감이 꽤 클 것이다.

"역시 비올라가 가지고 있었나.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그걸 왜 가지고 있고 어디서 구했는지가 아니다. 그녀가 가진 그 물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지. 엘리아, 너는 토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저도 기록된 것 이외에는 알지 못 해요. 이단자들로 규정된 주술사들이 루미너스 님 이외의 존재를 신으로서 숭배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 밖에..."

"흠, 그래...."

그 토템은 분명 방해꾼들이 루미너스를 방해하기 위해 준비해둔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 토템에는 그들이 담아둔 힘이 남아 있겠지. 이전이라면 몰라도, 외신을 만나 힘이 더 강해진 지금이라면... 토템에 남아있는 힘을 통해 그 주인이 있는 공간을 역추적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정확히 어떻게 하는 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몸을 움직이는 것을 일일히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듯, 나도 흔적을 통해 방해꾼들 역추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겠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지는 못 하겠다.

어쨌든 간에 그 토템을 손에 넣기만 하면, 루미너스 여신이 준비하고 내가 돕고 있는 이 연극을 망치려 드는 망할 방해꾼들의 낯짝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직 내가 최소 한 명 이상의 방해꾼들을 확실히 처리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고, 그 방해꾼들이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 주리라 생각하기도 힘들다. 지금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은... 역시 용사가 바이올렌스를 쓰러트리고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신들이라도, 이곳은 루미너스가 준비한 무대다. 오로지 용사가 여정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이 세밀하게 세팅된 이 무대 위에서, 주역인 용사는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한다면 제 아무리 신이라 할 지라도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그런 곳이니까. '용사가 악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다'는 시나리오를 위해 준비된 세계니까.

그러니까 아무리 답답하고 짜증이 나도 내가 용사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루크가 진정한 용사로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네 개의 깨달음.

거대한 공포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물러서지 않는 용기.

자기 주변의 동료에게 몸을 맡기고 의지하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

잃고 싶지 않은 것을 모두 지키고자 하는 사라지지 않는 사랑.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꺾이지 않는 고결한 의지.

지금 용사가 얻은 깨달음은 '믿음'뿐. '용기'를 위해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에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사랑'은 말 그대로 용사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혹은 동료 중 한 명의 사랑을 보면 된다.

문제는 루크는 너무 우유부단하고 신중한 용사라 '용기'를 깨닫는 것이 쉽지 않으며, 용사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생각을 조금도 품지 않기 때문에 고든이 들어오기 전까지 4인 파티의 청일점이었음에도 그 어떤 여자도 이성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사무적으로 대했고, 마지막으로 '의지'는... 말을 말자.

"하아, 앞이 막막하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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