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아아~ 망해써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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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 아마게돈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바이올렌스는 차마 왕족으로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온갖 상스럽고 험악한 욕설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보고를 가져온 부하를 노려보았다.
"다섯 시간... 그거 확실해?"
"어디까지나 어림짐작이기에, 더 빠를 수도 있고 더 느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그 다섯 시간이라는 남은 시간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해 수색은 어떻게 되었지?"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토록 자신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노력했건만, 결국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더군다나 이 상황에서 유일한 길이나 다름 없는 전 용사의 유해 수색 작업도 순탄치 못하다. 용사의 흔적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이 전사의 무덤이었기에, 분명 이 수 많은 가매장된 묘지 중 하나에는 한 때 세상을 불멸의 용으로부터 지켰던 최강의 전사가 묻혀 있음이 확실했다. 그 자의 유해만 찾아낼 수 있다면,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아군을 얻는 셈이다.
최근에 접촉한 '그녀'의 말대로 용사의 유해를 발굴하여 되살릴 수만 있다면, 더는 그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그가 자신을 두려워 하게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를 수족으로 부림으로서 모든 이들이 자신의 발 아래에 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바라는 권력 그 자체.
사람을 지배하고 거느리는 권력이란, 대상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에서 나오는 법.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힘들이지 않고 상대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권력. 그리고 그녀가 언제나 바라 마지 않던 것.
얼마 남지 않았다. 그토록 꿈꾸던 궁극의 권력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군주의 자리가, 바로 코앞에 있다.
"...."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를 상대할 것인가, 아니면 유해 수색에 집중할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여기서 그를 상대하지 않고 유해 수색에만 매달리는 것은 너무나도 비합리적은 선택이다. 허나 정치와 권력에 능한 바이올렌스는 이 세상이란 것이 무조건 합리적인 생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차피 그와 정면 대결을 펼쳐도, 그에게 많은 타격을 줄 수 있을 지언정 결코 이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를 이길 가능성이 아주 티끝만큼이라도 있는 유해 수색에 더 집중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엘리전이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자신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일지, 아니면 자신이 먼저 용사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 성공할 것인지.
이미 사자 소생을 위한 의식은 전부 준비가 끝난 상태다. 가장 필요한 재료인, 사자의 유해만 찾아내는데 성공하면 바로 용사를 되살릴 수 있다. 바이올렌스는 현재 자신이 가용 가능한 로얄 나이트들의 수와 명단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리고 누구를 어디에 써야할 지도.
"...말을 가진 녀석들은 가서 그 남자의 발을 조금이라도 더 묶어 둬. 너희들이 시간을 얼마나 끌 수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은기사, 흑기사, 마도기사. 너희 셋은 각자 맡은 본연의 임무를 계속하고, 말을 가지지 않은 나머지는 유해 수색을 계속 이어나가도록.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서둘러!"
바이올렌스의 명령에, 말을 지닌 기사들은 정렬하여 수도 엘 하르다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나가고, 남은 기사들은 무덤을 파헤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흔 여명 정도 밖에 없는 병력을 3:7로 쪼개는 결단은 그다지 좋은 수라고 하기 힘들었지만, 바이올렌스에게 다른 길은 없었다. 최강의 꼭두각시를 손에 넣기 위한 최선의 수. 수색 작업에 동원하는 인력을 조금 줄이더라도, 수색에 사용되는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결단이다.
바이올렌스는 평소의 그녀 답지 않게,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이미 반 이상이 파헤쳐진 무덤들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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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나가 굉장히 자극적인 옷차림으로 나를 유혹한 탓에, 나는 바이올렌스와의 전투를 대비하여 체력을 보충해두겠다는 계획을 폐기하고 순간의 만족감을 마음껏 만끽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핫팬츠 크롭티 차림의 호크나와 하는 정사에 조금의 피로함은 굉장히 싼 대가였으니. 물론 서로 허리를 너무 격렬하게 놀린 나머지 침대가 조금 가라앉은 것은 예상 외의 상황이긴 했지만...
"으음...."
허리가 조금 아프지만, 전투 중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 이럴 때는 내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며 싸우는 전사가 아니라 멀리서 마력을 뿅뿅 쏴재끼는 마법사라는 점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근접 전투를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애초에 따지고 보면 나는 전투보다는 교란과 모략에 능한 편이다. 그마저도 딱히 내가 머리가 특출나게 좋아서가 아닌, 이 타락의 속삭임이라는 힘의 영향 덕분이지만.
나는 마차 안, 미스트리나가 걸어둔 마법으로 확장된 공간 안에 편히 누워 바이올렌스의 병력과 나의 병력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로얄 나이트는 아마 마흔 명 언저리. 그리고 그 병력은 하나 하나가 어지간한 다른 왕국의 준기사단장급 실력이다. 그에 비해 이쪽의 병력이라고 해봐야 내 가문에서 데려온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병 열 명, 수인 노예 여섯, 유능한 암살자 한 명에 전직 전쟁 용병 겸 도적단 여두목이 하나. 그리고... 수백 마리의 마수들을 다루는 마수 조련사 한 명.
일반적인 상대라면 부족하기는 커녕 지나치게 과한 병력이지만, 로얄 나이트를 상대로 마수들은 그저 수가 많아서 번거로운 적일 뿐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 한다. 특히 은기사, 녀석은 내게 치명적인 신성력을 하루 10분에 한해서 다룰 수 있는 골치 아픈 녀석이라 그 자식이 레이를 노리게 되면 이 쪽의 자연스레 불리해진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 망할 놈의 은기사가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마도기사에 비해서 수 배는 까다롭다.
가장 골치 아픈 상황은, 역시 바이올렌스가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병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병력을 분산시키면 상대에 맞는 적을 배치하여 각개격파 할 수 있지만, 한 곳에 다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난전으로 흘러갈테고, 결과적으로 이길 수는 있어도 너무 많은 피해를 입게 될 테니까. 평소의 그녀라면 그 점을 잘 파악하여 자신의 통제 하에 모든 병력을 집결시키고 만반의 준비를 할 테지만....
"주인님. 정면으로부터 적들이 이쪽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수는 열 다섯. 전부 중갑으로 무장하였고, 말을 타고 있습니다. 5분 뒤에 격돌이 예상됩니다."
방을 열고 들어온 사하의 보고에,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물었다.
"결국 병력을 분산시키는 선택을 했군. 혹시 적들 중에 내가 말했던 녀석들은 있나?"
"특별히 눈에 띄는 자는 없습니다. 방패를 든 자가 셋 정도 있지만, 갑옷 자체는 다른 이들과 그리 큰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군. 시간 벌이 용으로 보낸 희생양들인가. 굳이 녀석들을 상대해주며 목적대로 시간을 끌어줄 이유는 없겠지. 레이에게 마수들을 풀라고 해라. 굳이 제압할 필요는 없고,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살해도 좋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사하는 곧바로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목을 뚜둑뚜둑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즈음이면 용사 일행도 호크나를 통해 내가 바이올렌스를 쫓아 나섰다는 것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바이올렌스가 전 용사의 유해를 발굴하고 부활시켜 꼭두각시로 만든다는 계획 또한 방해꾼들이 생각해 낸 작전일테니, 내가 그것을 망치려 든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해서든 나를 해치우려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주변에는 이번에 길들인 수인 노예들이 있다. 정확힌 이유는 모르겠다만, 방해꾼들이 오직 내가 혼자 있을 때에만 목숨을 노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나를 바로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대신에 다른 경로를 통해 나를 해치우려 들 것이고, 높은 확률로 그 뼈로 만든 토템을 가진 용사 파티의 여마법사 비올라를 이용할 테지.
비올라가 어떤 경로로 그 물건과 접촉했는지는 모른다. 그건 중요치 않다. 진짜 중요한 건, 그 물건을 가지고 있는 동안 비올라는 방해꾼들의 꼭두각시나 다름 없는 신세라는 것이다. 바이올렌스가 그러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정신을 조종하는 것은 아니지만, 토템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암시의 형태로 그녀의 머릿속에 새길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비올라는 방해꾼들이 불어넣은 암시를 자신의 생각인 것마냥 떠들어대며 행동할 것이다.
그래. 이것도 결국 자신들이 개입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굉장히 번거로우면서도 은밀한 수법이다.
호크나가 내 이동 소식을 전함으로서 바이올렌스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할 명분을 만들어준다면, 방해꾼들은 옳다구나 하고 비올라를 통해 용사 일행을 이곳으로 보낼 것이다. 바이올렌스가 전 용사를 최강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나면, 자신들의 계획에 걸림돌인 나를 제거함과 동시에 최종 목표인 용사까지 한 번에 처리함으로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내가 뿌려둔 밑밥이라는 것도 모르고.
내가 세운 계획은 너무나도 무모한 것이다. 하지만 그 점이 내 팬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첫 번째 팬이 내게 도움을 주었지. 조건은 거의 다 맞춰졌다. 이제 중요한 건, 놈들이 내가 던진 미끼를 물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도망치는가 일 뿐.
놈들이 도망친다면, 나로서는 도저히 놈들의 흔적을 추적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놈들이 만일 미끼를 문다면, 나는 녀석들을 끝장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하찮은 인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대한 신이라고 믿는 작자들이라면, 이 미끼를 절대 물지 않고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도박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 나설 뿐. 나는 지금, 이 세상을 망치려 드는 두 명의 신을 상대로 승부에 나섰다.
"캬오오오오오!"
"크르르르, 크롸아아아!"
"제기랄, 갑자기 어디서 이런 대량의 마수들이...!"
"제길, 놓치지 마! 마차를 잡... 으아악! 내, 내 팔...!"
"젠자앙...!"
온갖 종류의 마수들의 울음소리와 기사들의 외침을 뒤로, 내가 탄 마차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나갔다. 로얄 나이트들이 아무리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그들의 본질은 병사가 아니라 전사다. 구성원의 대다수가 특출난 떠돌이 용병이나 이름난 모험가 출신이며, 그마저도 대다수가 단체 행동보단 개인으로 행동하던 자들이기에 조직력이 처참할 수 밖에 없다. 전에 내가 그녀의 로얄 나이트들을 전부 생포할 수 있었던 것도 개개인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경향이 아주 크다.
지시를 내리는 놈들이 있으면 뭐하나? 다들 누구의 밑에서 행동하기 보단 최소 10년 이상을 혼자 행동하며 살아온 놈들이다보니 갑자기 누군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능숙치 않다. 그 지시를 일부러 따르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지시를 수행하는 것이 몸에 배지 않아 가끔 지휘자의 명령 없이 제멋대로 몸이 먼저 뛰쳐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머리로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이해해도, 혼자 행동하는데 익숙해진 몸이 그것을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이지.
그리고 전투에 있어서 지휘자의 명령에 잘 따르는가, 그러지 못하는 가는 실제 전투에서 아주 큰 차이를 만든다. 조련사인 레이의 명령에 잘 뜨는 흉악한 마수들 수백 마리와 상관의 지시 하에 뭉치지도 못하는 기사들 열 몇 명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나도 눈에 뻔하기에, 나는 결과가 나오는 것조차 기다리지 않고 목적지로 향했다.
바이올렌스. 그 꼭두각시 년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꼭두각시 인형을 얻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
"...이게, 무슨..."
그 날 따라 뒤늦게 합류한 호크나가 전해온 라그나 아마게돈의 이동 소식에 불이 붙은 비올라의 강력한 재촉에, 용사 일행은 라그나 아마게돈의 뒤를 쫓아 알 헤르다의 북쪽 관문을 나섰다. 그렇게 옛날 이야기 속 최초의 용사가 마지막으로 전투를 벌였던 장소이자 세상을 위협하는 사악한 악, 그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쓰러트려야 할 존재가 봉인된 장소로 향하던 용사 일행의 앞을 처참한 광경이 가로막았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둠에 잠식된 마수들이 기사 여럿을 둘러싸고 공격하고 있었다. 한 때 화려한 장식이 가득했던 기사들의 갑옷과 방패는 지속적인 마수들의 공격으로 그 원래 형태를 거의 잃어버린 지 오래였고,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검은 라그나 아마게돈의 힘에 잠식된 마수들에게 제대로 된 상처를 내지 못 했다. 용사 일행은 기사들의 갑옷을 보고 그들이 누구인지 눈치챘다. 이전에 한 번 같은 형태의 갑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헤임 왕국 국경 마을에서 만났던 로얄 나이트 안제.
마수들에 둘러싸인 기사들은 그녀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들 역시 그 바이올렌스의 심복인 로얄 나이트라는 뜻이다.
여신관 엘리아는 고민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라그나 아마게돈이라는 강적을 경계하고 있지만, 결국 바이올렌스 또한 용사가 쓰러트려야 할 적이다. 그리고 바이올렌스의 심복인 로얄 나이트 또한 언젠가 쓰러트려야 할 적이고. 어차피 쓰러트려야 할 적들이 서로 싸우며 서로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상황에서 굳이 끼어들어야 하나 싶다가도, 단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이 위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가 따르는 교리에 위반되는 행위였다.
고든은 눈을 찡그렸다. 바이올렌스의 로얄 나이트를 돕는다고 쳐도, 마수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만일 여기서 저들을 돕는다면, 라그나 아마게돈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시간이 훨씬 늦춰질 것이다. 또한 저들을 돕느라 너무 많은 힘을 소모해버리면, 앞으로 곧 다가올 지 모를 전투를 대비할 수 없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상대해도 승리를 보장하기 힘든 적인데, 이런 곳에서 체력을 뺐다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비올라는 냉담하게 손익을 계산했다. 어차피 자신과 연관이 없는 인간들이 무슨 일을 당하던 자신에게 손해가 올 것은 없다. 차라리 저들이 죽기 전에 저 골치 아픈 마수들을 한 마리라도 더 베어준다면, 앞으로 있을 라그나 아마게돈과의 전투가 더 손 쉬워지리라. 전략가이자 마법사로서, 그녀는 저 기사들을 돕는다는 손해만 가득한 선택을 고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호크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늘 새벽에 있었던 그 격렬한 정사의 과정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시 떠올리면 얼굴이 절로 붉어질 정도로 천박한 말을 내뱉으며 그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우면서도 그 짜릿한 쾌감이 떠올라 아랫배가 찌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일행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으며 눈앞의 광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하아아아아압!"
한 명은 누구보다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기사들을 포위한 마수들에게 달려가며 허리춤의 칼을 뽑아 내지르는 그의 손길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비록 그가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고는 해도, 그는 어엿한 용사였다. 그리고 용사란 악한 자들 무찌르며, 약자를 보호하는 존재였다. 아무리 상대가 미래의 적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두고 그냥 넘어가는 것은 용사가 할 일이 아니었다.
용사란 굉장히 정의롭고 오지랖이 넓은 참견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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