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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68화 (68/229)

〈 68화 〉 잘 봐라, 용사. 야스각이다.(1)

* * *

셀레나의 입에서 나온 그녀의 경험을 들으며, 나는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는 것만 같았다. 이건 뭐, 당사자 입장에서 오해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로 상황이 딱 맞아 떨어진다. 여기서 섣부르게 오해를 풀려고 했다가 사실 루미너스와 같은 편이고 자신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냐며 신성력 칼빵이 배따지에 꽂힐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나는 말을 무척 아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마지막 순간까지 루미너스가 대답하지 않았고, 죽는 순간에 나타난 자칭 '헬'이라는 여자가 당신에게 이 세상의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당신은 루미너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계획을 받아들였고, 그 계획이라는 것이 부활하자마자 루미너스가 진행하는 이야기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들을 죽이는 것이고?"

"정답이다."

"....후,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좋아, 그럼 질문해봐. 내가 아는 것이라면 답해줄테니."

"첫째, 왜 루미너스는 내게 미리 불멸의 용을 봉인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지?"

자자, 신중하게 생각하자. 완벽한 논리만 있다면 모든 사람을 대화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세상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 상대가 반박 못할 논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감성에 호소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기거나, 일부러 거짓을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루미너스 여신이 미리 불멸의 용을 봉인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은 것은, 너의 동료들이 전부 죽어야 하기 때문이었어."

"왜지?"

"왜냐하면 그게 시나리오니까."

루미너스가 짠 연극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과거의 가장 뛰어난 자들조차 죽이지 못하고 봉인하는 것에 이른 절대적인 악을, 그보다 약한 용사와 영웅들이 힘을 합쳐 무찌르는 것. 관객이 보고 싶은 것은 나약한 용사가 성장하며 가장 거대한 악을 쓰러트리는 왕도물이고, 여기서 셀레나와 그녀의 동료들은 현 용사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무척 낮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장치와 같은 역할이다.

물론 이걸 그대로 말하는 순간 눈앞의 이 여자는 그대로 눈이 돌아가서 내 목을 따버릴 테니 이 부분은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내 말에, 셀레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시나리오라니? 내 동료들이 그렇게 헛되이 죽었던 것이, 그 시나리오라는 것 때문이라고? 대체 무엇을 위한 시나리오지?"

"루미너스가 하는 일이 하나의 연극이라면, 그 연극을 지켜보면 관객들이 있겠지?"

"...나와 내 동료들이 죽게 내버려둔 것이, 루미너스가 아닌 다른 존재의 의지라고?"

루미너스 여신을 향하던 그녀의 복수심과 증오는 이제 옅어졌지만, 대신 한 명이 아닌 여럿을 향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 좋다고 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적절한 상황이었다.

"좋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지만, 내 동료들이 죽었던 것이 그 시나리오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이라고 치지. 그럼 내가 죽는 순간까지 루미너스가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것도, 그 시나리오라는 것에 포함되는 건가?"

셀레나가 루미너스 여신을 향해 증오를 품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 그 두 번째. 죽는 순간에도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던 루미너스의 태도. 그에 대한 사실을 내게 묻는 셀레나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느껴졌다.

"물론 아니지. 본래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셀레나 너는 불멸의 용을 봉인하고 홀로 살아 돌아온 후에.... 이런."

셀레나의 오해를 풀려던 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나를 향한 질척질척한 살의에 몸을 움찔 떨었다. 처음엔 셀레나가 더 이상 자신이 모르는 진실을 파고드는 것을 그만두고 내 목을 날려먹기로 마음 먹은 것인가 싶었으나, 용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살의가 아닌 의혹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곧바로 검은 마력을 뽑아내어, 내 몸을 어둠에 동화시켰다.

쐐애애애액!

그러자 무언가가 어둠에 동화되어 신성력 이외의 다른 모든 공격에 내성을 갖게 된 내 머리를 뚫고, 셀레나를 향해 날아갔다. 그래도 전 용사였던 셀레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향해 날아온 그것을 한 손으로 낚아채었다. 그녀의 손에 잡힌 그것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예리한 얼음 송곳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공격이 날아온 방향으로, 루크 일행이 쓰러져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루크와 동료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오직 한 명만이 두 발로 선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쳇, 하여간에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지."

"하, 비올라. 지금 한창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니 끼어들지마라. 그 빌어먹을 토템은 좀 버리고."

"닥쳐! 언제 또 올지 모를 이런 절호의 찬스를 내가 놓칠 것 같아? 오늘이야말로 내 친구 마니카, 그리고 네 손에 죽은 마탑 사람들의 복수를 하겠어!"

저 망할 토템. 셀레나와 오해를 풀기 전에, 저것부터 진작 박살냈어야 했는데.

이름이 '헬'이라고 했던가? 셀레나가 부활한 후 자신과 약속한 대로 행동하지 않고 나와 함께 사라져버리니, 뼈 토템을 통해 같이 사라진 비올라를 이용해 나를 방해하려는 속셈이다. 평소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복수라... 너도 그리 행적이 깔끔한 인간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게다가... 마탑 사람들의 복수라고? 알레이스가 세운 마탑에 뭘 한 거지?"

"거기 당신! 누군지는 몰라도, 절대 저 새끼 말에 속지마! 저 새끼는 라그나 아마게돈이야! 어디서 구한 건지도 모를 수상쩍은 힘으로 사람을 수백 명 단위로 죽이고, 여자란 여자는 죄다 강간하고, 심지어 마탑마저 무너트린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

오, 제발. 진짜 내가 미치겠다. 타이밍 한 번 기가막히네.

"저 말이 다 사실인가?"

셀레나는 다시금 나를 향해 검을 겨누며 살기 등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하긴, 자신의 죽은 동료 중 하나가 세운 유산을 누군가 처참하게 박살냈다고 하면 눈이 돌아가지 않는 쪽이 이상하겠지.

"다시 묻겠다. 저 말이 사실인가? 네가, 네가 내 동료 대현자 알레이스가 세운 마탑을 무너트렸나?"

"하, 그래. 맞아. 내가 그랬어."

"왜지?"

"왜냐하면 그게 내가 맡은 배역이 할 일이고, 그 빌어처먹을 시나리오의 일부였으니까."

"뭐라고 씨부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넌 오늘 내 손에 죽었어!"

나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호소했지만, 셀레나는 그리 신용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젠장할. 좋게 좋게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었는데, 비올라의 난입 때문에 나를 향한 셀레나의 신뢰도가 대폭 깎여나갔다. 이 상태에선 무슨 말을 해도 믿기 힘들겠지. 그 와중에 비올라는 또 다시 나를 향해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에 쓰던 화염 계열이 아닌,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던 빙결 계열 마법으로.

생각해보니 방금 전에 공격도 얼음으로 만든 송곳이었지. 저 토템의 영향이 정신 뿐만 아니라 그녀가 가진 마법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가? 어느새 비올라의 손 위에 완성된 얼음의 창이, 나를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막거나 피하려는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 통하니까.

후웅, 콰아아앙!

내 내장을 찢어발길 기세로 날아온 거대한 얼음 창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내 몸을 허무하리만큼 뚫고 지나갔다. 내 약점이 신성력인 이유는 단지 내가 다루는 힘이 어둠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온몸을 어둠에 일체화 시키면 빛 속성이 아닌 모든 공격을 죄다 무시할 수 있으니까 약점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설령 대륙 하나 날려버릴 거대한 운석이 내가 있는 곳에 떨어진다고 해도, 거기에 신성력이 담겨 있지 않는 이상 내게 오는 피해는 모두 0이 된다.

즉, 비올라가 어떤 마술을 쓰던 나를 죽일 순 없다.

"젠장... 맞아! 좀 맞으라고!"

비올라는 악다구를 쓰며 계속해서 얼음 마법을 내게 날렸지만, 그 공격들은 내게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하고 그저 나를 통과하여 반대편으로 날아갈 뿐이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이 세상의 '규칙'인 것을.

세계의 규칙은 그 세상을 만든 신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이 세계의 규칙은 불멸의 용이 쓰는 '어둠'의 힘을 카운터 칠 수 있는 것이 오직 루미너스 여신의 신성력, '빛'의 힘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비올라는 혼자서 절대 나를 해치지 못한다. 성직자인 엘리아와 용사인 루크,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그녀의 공격에 자신의 신성력을 더해주지 않으면 나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없다. 그것이 루미너스 여신이 세운 이 세상의 룰이니까.

"뭐, 솔직히 내 말을 믿기 힘들겠지. 살인자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기 힘든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하지만 분명히 말했듯, 이게 내가 맡은 역할이야. 좋든 싫든, 내가 했어야 할 일이지."

"그 시나리오라는 것 때문에 네 손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피로 더럽혔다는 소리인가?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너의 배역은 세상을 구하는 용사였던 거고, 내가 맡은 배역은 용사의 손에 죽을 사악한 악당인 거지. 단지 그 뿐이야. 누군 살인을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아?"

"....."

보통 사람은 절대 설득되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셀레나에게는 다르다. 그녀가 내 말을 부정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었으니까.

셀레나는 자신이 루미너스 여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이 용사로서 한 일은 모두 무의미하며 그것에 자신의 자유 의지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악당이라는 배역으로서 시나리오에 따라 한 학살이 나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 행위가 나의 자유 의지라고 말하는 것인데, 이것은 셀레나 자신이 용사로서 한 일이 모두 무의미하며 거기에 자신의 자유는 없다는 주장에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셀레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이, 자신이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 비올라는 다시금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번 것은 여태까지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마법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이번 마법은 그 형태가 이질적이었다. 이전까지의 마법이 하나의 톱니였다면, 이번 마법은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의 톱니 여러 개가 그녀의 뒷편에서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이건..."

"연기의 마녀, 시가레테 타바코나. 도저히 나랑 안 맞는 여자지만, 그래도 목적이 같은 만큼 내게 큰 도움을 줬지. 마탑을 무너트린 너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하니, 이 술식을 알려주더라고. 자기는 마력 총량이 부족해서 실제로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이론상으로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원래 이런 검증도 안 된 마법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네게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상관 없어!"

마치 다른 사람이 그린 풍경화 위에 물감을 덧칠하듯, 새카만 공간이 그녀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알록달록한 빛들이 가득한 공간. 눈앞에 보이는 빛이 무슨 색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그 색이 변하는, 어지러울 정도로 눈부신 공간 속에서 비올라는 지친 기색을 감추며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결계 마법을 시작으로 13 종류의 마법을 결합하여 만든 고유 마법. '아공간 생성'. 결계를 중심 축으로 안 쪽의 공간을 외부와 단절하여, 공간 내에서 독자적인 규칙이 적용되도록 하는 마법이지. 그리고 그 규칙이란..."

그 순간, 방금 전의 거대한 복합적 마법진을 사용하느라 마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터인 비올라의 손에, 그녀의 잔여 마력으로는 절대 발동할 수 없는 공격 마법이, 한 개도 아니고 수십 개가 동시에, 아무런 징조도 없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마력 소모량 0, 다중 영창, 무영창, 백발백중. 이렇게 네 가지가 내게 적용되는 거지. 결계 자체를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마력은 어쩔 수 없어서 앞으로 길어봐야 3분 밖에 유지할 수 없지만, 그 어떤 마법이든 아무런 영창 없이 바로, 그것도 동시에 여러 개를, 마력 소모 없이 사용하며 그 모든 마법이 반드시 너에게 맞는 거지. 이 공간 안에서, 그 웃기지도 않은 회피는 통하지 않아!"

"....허, 이건 솔직히 좀 놀랍군."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내가 사용한 어둠에 동화되는 기술이 신성력 이외의 모든 공격을 회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루미너스가 만든 세상 속 규칙 때문. 하지만 비올라는 결계를 통해 이 공간을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킴으로서, 그 규칙이 통하지 않는 아주 작은 세상을 임시로 만들어 낸 셈이다. 본래 그녀의 성장치로는 절대 사용할 수 없을 고위 마법이지만, 저 망할 토템을 통해 그 방해꾼이 힘을 빌려준 덕에 성공한 모양이다.

비올라는 이미 승기를 잡은 얼굴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내가 다른 마법사들을 압도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무한히 샘솟는 마력을 무지성으로 들이박아, 간단한 마술조차 그 위력을 수십 배로 뻥튀기 하여 사용하는 무식한 방식과 신성력이 아니면 그 어떤 공격도 전부 피해버리는 사기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간 안에서 그녀는 마력의 한계에 발을 붙잡히지 않으며, 나보다 마법적 지식이 월등히 높은 그녀는 나로선 흉내낼 수 없는 온갖 마법들을 곧바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거기에 내 목숨줄이나 다름 없는 무적도 이 공간 안에서는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체크메이트.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대단하군, 비올라. 아무리 방해꾼이 힘을 보태 주었다고 한들, 이 마법을 실현한 것은 네가 가진 그 기량 덕분이겠지. 하지만 벌써부터 이겼다고 착각하지는 말아줄래?"

나는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불꽃덩어리와 얼음창, 번개 사슬과 바위로 만들어진 망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바람을 포함한 수십 개의 마법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말했다.

"사람들이 누구나 비장의 한 수를 숨겨두고 있다지만, 나는 한 개가 아니라 다섯 개는 가지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내 몸을 찢어발길 기세로 떨어지던 마법들이, 하늘에서 멈췄다.

"...뭐? 아니, 대체 어떻게..."

"간단한 이야기지."

나는 웃어 보이며, 내가 입고 있는 코트를 벗어 그 안 쪽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 그건...!"

"시가레테 타바코나에게 그 술식을 배웠다고 들었나? 근데 연기의 마녀가 개발할 수 있는 마법식이라면, 같은 마탑 출신에 빵빵한 후원자도 가진 안개의 마녀라면 그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만들 수 있으면 있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우리 미스트리나는, 마법을 만들 때 언제나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내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력만 불어 넣으면 알아서 작동되는 간단한 구조로 마법식을 만들어 준단 말이지?"

내 코트 안 쪽에 그려진 마법식은, 조금 전 비올라가 사용한 복잡한 마법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였다. 내 것은 그녀의 것처럼 크고, 복잡하며, 3차원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곳은 똑같다.

"결계를 만들어 외부와 단절시키고, 결계 안에서 독자적인 규칙이 적용되게 만든다. 아공간 마법은 너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한 그녀의 아공간을, 내가 가진 칙칙하고 불길한 암적색 아공간이 점차 침범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아공간이 충돌하면, 결국 더 강한 쪽이 승리한다. 비올라는 결계를 유지하기 위한 마력에 한계가 있지만, 나는 애초에 마력이 무제한이기에 이길 수 밖에 없는 승부. 순식간에 결계 내의 비율이 비올라 2, 나 8로 나뉘어졌다.

"내 공간은 너와 달리 적용되는 규칙이 하나 뿐이라, 마법진의 크기와 구조도 훨씬 단순하지. 그리고 내 공간 안에서 적용되는 규칙은 간단해."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비올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장난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자, 비올라 학생. 질문 하나 할게요. 간단한 삼단 논법이랍니다? 흑마법사란 자신이 가진 것을 희생해서 일반적인 마법사보다 더 강한 힘을 쓰는 마법사를 일컫는 말이죠. 그리고 비올라 학생의 아공간은 일반적인 마법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규칙이 적용되었죠. 그럼 흑마법사가 만든 아공간 내에서는 어떤 규칙이 적용될까요?"

"너, 설마..."

푸확. 나는 그녀를 향해 지옥의 불로 만든 마법을 발사했다. 비올라는 방어 마법으로 내 공격을 막았지만, 그녀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무사히 내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비올라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비올라는 '말도 안 돼!'라고 외치고 싶은 듯한,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답은 바로 대가 전이! 내가 흑마법을 쓸 때 지불해야 할 대가, 생명력 혹은 신체의 일부, 또는 수명 같은 것을 내가 아닌 상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랍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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