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잘 봐라, 용사. 야스각이다.(2)
* * *
마법의 사용에 제한이 없어진 마법사와 자신이 부담할 대가를 상대가 대신 치루게 하는 흑마법사. 어느 한 쪽이 더 우세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이 승부는, 결국 아공간의 유지 시간에 제한이 있는 비올라의 패배였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그녀의 생명력과 마력을 사용해서 흑마법을 시전했고, 그 결과 비올라는 체력도 마력도 완전히 바닥이 나버렸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어? 이건,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그럼... 네가 그 많은 마법을 아무런 마력 소모 없이, 무영창으로, 동시에 여러 개를, 그리고 반드시 명중하도록 시전하는 것은 말이 되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비올라는 입에서 피를 왈칵 토하며 무릎을 꿇었다. 지나친 생명력 소진으로, 이제 두 다리로 서 있을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그녀에게 다가갔고, 나와 비올라의 싸움을 지켜보던 셀레나가 내 뒤를 따라왔다.
"반드시, 반드시 복수할 거야...!"
"보이나, 셀레나? 이게 바로 복수심에 눈이 멀어, 초월자의 꼭두각시가 된 인간의 말로다. 그리고 네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지."
"...헬이 나를 이용하기 위해 루미너스에 대한 거짓말을 했다는 건가?"
"정확히는, 네가 그렇게 오해를 하도록 교묘하게 말을 한 거지."
"...네가 하는 말은 어떻게 믿고?"
"그래서 지금부터 보여주려고. 셀레나. 정말로 진실을 알고 싶다면, 내가 신호를 주기 전까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중에 끼어들지마라."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옷을 붙잡았다. 당사자인 비올라, 그리고 지켜보던 셀레나 모두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직감했고 멈추라고 외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자신들의 뇌를 거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보다 내 손이 움직이는 것이 두 발 빨랐다.
쫘아아아악! 찌직, 찌이이이익!
".....!"
"이봐, 잠깐!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셀레나는 내가 보인 갑작스러운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다. 나는 비올라의 마법사 로브를 찢어 그녀의 알몸을 노출시킨 후, 바지의 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수많은 여인들의 안 쪽을 찔러왔던 내 물건이 위풍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
곧 자신이 당할 일을 예감한 비올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나는 내 성기를 비올라의 다리 사이로 가져다 대었다. 남성 경험이 없는 비올라의 비부는 꾹 닫혀 있었고, 그 위로 내 마른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 흉악한 물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찔걱. 두툼한 귀두가 보지에 맞닿자, 비올라는 바닥난 체력으로 발버둥치며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무의미한 일이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촉수가 그녀의 팔과 다리를 묶어 바닥에 고정했다. 이미 그녀가 사용한 아공간은 지속 시간인 3분이 오버되어 사라졌고, 보이는 것이라곤 내가 펼친 암적색 아공간 뿐이다. 마력 빼면 시체라고 해도 무방한 마법사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시, 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그만두란 말이야, 이 미친 새끼야!!! 그만해!!!"
퍼억, 퍽! 퍽! 비올라는 주먹으로 나를 때리며 발버둥쳤지만, 겨우 그 정도로 나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만, 그만! 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으니까! 그러니까, 부탁이야! 아니, 부탁이에요! 요, 용서해주세요...!"
처음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저항하던 비올라는 이내 아무리 저항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과 내가 진심으로 자신을 범하려 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그토록 죽이고 싶어했던 원수인 내게 애원해가며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나에게 당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비올라의 몸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어쩔 수 없지.
"싫어, 싫어, 싫어.... 싫어어어어어!!!"
"이봐, 적당히..."
비올라는 절실함이 담긴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마냥 고개를 떨구며 축 늘어지고, 내 행동을 보다 못한 셀레나가 나를 막기 위해 내 어깨를 붙잡은 그 순간.
[....감히.]
비올라의 입에서 나온, 그러나 비올라의 것이 아닌, 나를 향한 증오와 경멸이 뚝뚝 묻어 나오는 그 목소리에 셀레나가 손을 멈춘 것과 동시에 나는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성공 확률이 절반도 안 미쳤는데,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비올라의 몸으로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초월자의 모습에,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비올라는 별로 안 꼴리지만, 그녀의 몸에 깃든 신을 범하는 것은 제법 꼴리니까.
*
인간의 정신에는 방어 기제라는 것이 있다. 이 방어 기제라는 것은 인간의 정신이 감당하지 못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종의 심리적 대처 양식을 뜻한다. 하지만 방어 기제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도 없는데, 지금 당장 정신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어도 오히려 그것이 정신의 건강을 해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올라에게 있어서 라그나 아마게돈이라는 남자는, 그녀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마탑을 무너트리고 자신의 소중한 친구의 목숨마저 앗아간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복수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줄곧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범해진다는 것에서 비올라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자 겉잡을 수 없는 증오,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공포와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혐오가 한데 합쳐져 뒤섞인, 고작 단어 몇 개로 설명하기 어려운 끔찍하고 비참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신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올라의 뇌가 의식을 끊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본래라면 드러날 일이 없는 존재가 드러났다.
화신이란 신의 그릇. 신이 이 세상에 현현하기 위해 머무르는 임시적인 육체. 그러나 아무나 그릇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산 신발이 발에 꽉 끼지만 오래 신다보면 발에 딱 맞게 변하는 것처럼, 그릇 또한 신의 힘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서 그 신을 받아들이기에 최적화된 형태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신은 그릇의 안에 자신의 일부를 넣어 둔다. 화신을 하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외부에서 열고 들어가는 것보단, 안쪽에서 열어주는 쪽이 더 수월하고 그릇에 부담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화신이란 신의 일부를 인간의 몸에 담아둔다고 할 수도 있다.
[...감히]
라그나 아마게돈은 일부러 그릇의 정신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줌으로서, 그릇의 정신에 공백이 생기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본래라면 겉으로 드러날 일이 없던 신의 일부가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감히 벌레 같은 인간 주제에...! 용서하지 않겠다! 설령 다른 녀석들에게 들키는 한이 있어도, 네녀석만큼은 반드시 찢어죽여주... 흐그으으읏?!]
무례한 인간에게 경고하는 와중에, 무언가가 자신의 뱃속을 강제로 벌리며 밀고 들어오는 불쾌하고 아픈 감각에, 헬은 입술을 악물여 최대한 비명을 억눌렀다.
[이,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헬은 감히 자신이 깃든 그릇의 여성기에 그 불결한 것을 허락도 없이 집어넣은 무례하고 건방진 인간에게 본 때를 보여줄 셈으로 그에게 사기(死?)를 내뿜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는 스산한 기운이 그를 감쌌다. 죽은 인간의 영혼이 도달하는 곳, 그 차디찬 저승의 공기가 그를 휘감았다. 그래, 공포에 질려라. 네가 무슨 수를 쓰던, 어차피 그래봤자 인간이다. 죽음을 피할 수도, 견뎌낼 수도 없는, 그렇기에 죽음에 공포를 느끼며 바들바들 떠는 벌레 같이 하찮은 인간에 불과하단 말이다!
푸욱!
[...어? 어, 어째서...]
그러나 서늘한 죽음의 기운을 정면에서 맞고도,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공포도 떠오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전생자라거나, 희귀자라거나, 죽음을 겪어본 인간들조차도 다시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 앞에선 별 수 없다. 다른 감정을 통해 공포로부터 눈을 돌릴 수는 있어도, 이 남자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아주 태연하게 있을 수는 없다. 지성체인 이상 죽음을, 자신이라는 존재의 소멸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을 텐데! 그런데 어째서...!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물건이 내 안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어색하고 불쾌한 감각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상반신은 매혹적인 미녀지만, 하반신은 썩어 문들어진 시체인 그녀가 남자와 교접한 경험이 있을 리 만무했고,그녀는 본래의 형태가 아닌 비올라라는 여자 그릇에 빙의된 형태였기에 평소라면 느껴지지 않았을 감각이 그녀를 마구 괴롭혔다. 아랫배를 가득 메우는 묵직한 무게감, 연결된 부분으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 그리고 자신을 망가트릴 기세로 부딪혀오는 격렬한 열망. 무엇 하나 그녀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생소하고도, 기이한 감각에, 헬의 상태가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팡, 팡,파앙!
헬은 자신을 위에서 누르며 허리를 마구 흔드는 라그나 아마게돈을 밀쳐내려고 했으나, 육체의 주인인 비올라에게는 그 정도의 힘이 없었다. 헬의 저항은, 라그나에게는 애교나 다름이 없었다. 오히려 헬의 행동에 불이 붙은 라그나는 더욱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앙! 팡! 팡! 파앙! 팡!
[흐, 흐읏, 흐윽..! 그, 그마안...♥]
처음엔 고통과 불쾌감 뿐이었던 헬의 목소리에서 아픔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가 낯선 쾌감에 대한 열락으로 메워졌다.
살결이 부딪히는 찰진 소리가 계속될 수록, 헬의 고간이 점차 젖어갔다. 입으로는 그만 두라고 외치고 있었으나, 이미 그녀가 깃든 육신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쾌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번쩍거리며 불꽃이 퍼지는 것 같은, 강렬한 쾌감에 지배 당한 여신의 입에서 수컷에게 앙탈을 부리는 듯한 달콤하게 젖은 교성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헬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으으으읏...?!]
헬은 신음소리를 참기 위해 아마게돈의 어깨를 깨물었다. 하지만 상대를 상처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감추려던 것이 목적인 그 행동은 되려 라그나 아마게돈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
[흐긋, 잠깐, 그읏... 흐아아아앙♥ 그, 그만...!]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몸을 꼭 껴안은 채, 열심히 허리를 놀리며 질 안 쪽을 집요하게 괴롭혀 온다. 한 손으로 다 둘러쌀 수 없는 두께의 흉악한 물건이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 바로 코앞까지 들어왔다 나왔다 왕복 할 때마다 눈앞이 쉴 새 없이 번뜩이고, 가쁜 숨을 내쉬기 위해 입을 벌리면 상스러운 소리가 제멋대로 튀어나온다. 남자의 찌르기는 지나칠 정도로 능숙하여, 자꾸만 샘솟는 원치 않는 쾌락이 머릿속을 물들여 간다.
거기에 이 남근의 형태... 여자에게 큰 쾌락을 주기 위해 가장 적합한, 어찌보면 누군가의 뒤틀린 악의가 담겨 있는 듯한 이 물건이, 그녀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려고 해도, 굵은 육봉이 자궁구 입구를 때릴 때마다 등을 내달리며 전해져 오는 아찔한 쾌감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다. 이런 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흐읏, 흐으으...♥]
굴욕적이다. 죽은 자들의 지배자인 자신이, 지옥의 여신인 자신이, 이런 허접한 무대 위의 별 볼 일 없는 광대 따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치욕스러웠다. 그러나 그러한 수치심도 잠시, 그가 자신을 향해 부딪혀 오는 강렬한 욕망에 헬은 조금씩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헬은 그 신체적인 특성 탓에 남자와 제대로 된 육체 관계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남자와 나눈 성적인 행위라고 해봤자, 지옥에 오는 인간들 중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입맞춤이나 손을 이용한 애무로 보내버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기에 비록 그릇에 깃든 상태라고는 해도 남자의 양물을 직접 자신의 몸에 받아들인 경험은 그녀에게 있어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자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가져오는 쾌감이 너무 달콤하여 쉽게 뿌리칠 수가 없었다.
[부, 부탁이야...]
신으로서 자존심이 아주 높았던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부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신으로서 권위를 내세우며 명령하는 것도,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를 제안하는 것도 아닌, 자신이 상대보다 아래에 있는 상황에서나 쓰이는 연약한 말. 그만큼 그녀가 한계에 몰려 있다는 뜻이었다.
[그만, 그만 해줘... 더는, 더는 못 버텨....]
지금 라그나 아마게돈의 아래에 깔려 있는 것은 죽음의 지배자이자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스리는 여신 헬이 아닌, 그저 한 명의 여성으로서의 헬이었다.
헬의 진심 어린 부탁에, 그녀의 안을 무자비하게 긁어내며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강제로 쾌락을 주입하던 남근의 움직임이 멈추는가 싶더니,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팔과 다리를 누르고 있던 라그나 아마게돈이 몸을 일으키자, 헬은 한 줄기의 희망을 보았다.
"슬슬 자세를 바꿔볼까."
[아....]
물론 그 희망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꺾여 나갔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그녀의 가슴이 바닥으로 향하도록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한 손으로는 뒷목을 잡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골반을 잡아 후배위 자세를 취한 그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정신이 없는 헬이 눈치채지 못한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보아하니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네? 엄살 부리지 말고 얼른 허리 들어. 지금 네 모습을 보고 있는 건 나랑 셀레나 뿐이 아니니까."
[....뭐라고? 그게 무슨...]
헬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한 그녀의 눈이 커졌다. 루크, 에일라, 고든, 그리고 호크나. 비올라를 제외한, 기절해 있던 용사 일행들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신인 자신이 한낱 인간에게 무기력하게 범해지는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고 있다. 그것도 상대에게 엉덩이를 들이대는, 마치 개들의 교미에서나 볼 법한 자세로. 그 사실을 깨달은 헬의 몸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치심과 굴욕감에 경직되었다. 물론 헬은 비올라라는 그릇에 깃든 상태였기에 그들에게 있어서는 라그나 아마게돈이 비올라를 범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치 않은 쾌락에 정신이 몽롱했던 헬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 했다.
이미 인간 남자에게 범해지며 쾌락을 느끼던 것 때문에 그녀의 여신으로서의 프라이드는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남녀의 정사를, 그것도 자신이 여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꼴볼견으로 당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여신으로서의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머, 멈춰! 이, 이 이상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너는, 너희들은 모두 내 밑이야! 난 신이다, 이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러니 네놈 같은...]
푸욱!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그나 아마게돈은 두 손으로 그녀의 골반을 잡고서 망설임 없이 허리를 내질렀다.
[오옥...♥]
짧고 강렬한 찌르기 한 방. 단숨에 그녀의 안 쪽 가장 깊숙한 곳까지 쳐들어온 그 묵직한 일격에, 결국 헬의 입에서 우스꽝스러운 교성이 튀어나왔다. 필사적으로 쾌락을 견디며 유지하고 있던 마음의 벽이, 지금의 일격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신으로서의 자존심이, 권위가, 땅바닥까지 떨어지다 못해 지하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흐으, 하으, 하아, 흐아아아아아앙♥]
댐이 무너지듯 범람하는 쾌락에, 헬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요란하게 절정에 이르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전기에 지져진 것마냥 몸을 경련하며 조수를 내뿜으며 한심하게 가버리는 그녀의 천박한 모습에, 라그나 아마게돈은 옅은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신이 약골이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