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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72화 (72/229)

〈 72화 〉 잘 봐라, 용사. 야스각이다.(5)

* * *

셀레나의 신성 마법으로 용사 일행은 엘 하임 왕국의 수도 엘 하르다로, 그리고 내 쪽의 사람들은 전부 헤르몬 왕국의 내 영지로 이동되었다.

수인녀들은 아직 조교가 진행되지 않은 검둥이를 제외한 다섯 명을 미아에게 맡겨 메이드 교육을 시켰다. 블래키는 내가 딱히 명령하지 않았는데 자진해서 메이드에 지원했다. 아마 청소 중에 주인의 성처리 업무를 강요받아 봉사하는 메이드에 대한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같이 온 비라는 그냥 손님으로서 내 저택에 머물게 되었다.

나는 헬을 담아둘 새로운 그릇을 만들기 위해, 셀레나와 헬을 데리고 저택의 지하로 향했다.

저택의 지하 감옥. 내가 허락한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만 그 존재를 알며 발을 들일 수 있는, 그러나 나 이외에는 누구도 발을 들이기를 꺼려하는 장소. 나의 다섯 부하 중 마지막 한 명이 있는 곳.

셀레나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며, 나의 뒤를 따라 지하 감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후, 지하 감옥에서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어딘가 아픈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창백해져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괜찮냐고 묻기 위해 한 걸음 다가가자, 셀레나는 사색이 되어서는 내게서 뒷걸음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넌 미쳤다. 인간이 아니야. 괴물... 아니, 악마다."

악마라... 틀리지 않았을 지도. 사실, 나는 이미 내가 기억하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내 모습에서 너무나도 많이 멀어져 있었다. 지금의 나와 원래의 나를 나란히 세워 둔다면, 누구도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럴 지도 모르지."

셀레나는 그 날 성급히 저택을 떠났다. 더는 내게서 들을 정보도 없었고, 이 저택에 머물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녀에게 나는 언제든 죽일 수 있는 나약한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두려워하듯 저택을 도망쳐 나왔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씁쓸히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렸다.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었으니까.

헬을 담을 새로운 그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 용사인 루크가 바이올렌스를 쓰러트리고 이곳으로 돌아올 때면 이미 비올라는 제 육신을 되찾은 후일 것이다. 나는 그 때까지 헬이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나는 그녀를 제압하고 있어야 했다. 무엇으로? 물론 야스지.

나는 입에 재갈이 물린 채 팔과 다리 모두 구속구에 묶인 헬을 내려다 보았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 미친 짓이지만... 지금은 해야 한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바지를 내렸다.

일주일.

용사가 오기 전까지, 일주일의 시간.

나는 단 한 시간도 쉬지 않고, 헬과 섹스해야만 했다.

*

헬과 그녀의 파트너가 루미너스를 방해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은 내가 예측했던 대로였다. 루미너스가 만든 세계를 그대로 복제하여, 거기서 용사가 쓰러트려야 할 악당의 복제만을 남겨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그 복제와 원래 악당을 바꿔치기하여, 언제든 자신의 힘으로 조절할 수 있는 피조물을 그녀의 세계에 넣어두는 것이 그들의 첫 번째 계획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혹시 나도 복제품?' 같은 생각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루미너스는 헬이나 헬의 파트너만큼 신으로서의 힘이 충분치 않기에, 기껏해야 세상 하나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다른 신이 만든 세상을 그대로 복제하여, 그 안에서 필요한 피조물 하나만을 골라내는 비효율적이고 복잡하며 번거로운 일을 할 능력이 되지 못 한다.

그리고 이 세계는 루미너스 여신이 만든 첫 번째 세계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하기에 자신의 세상을 만들지 않았다. 자신의 피조물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길 바라기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음에도 만들지 않는 얼마 안 되는 괴짜 신이었다. 하지만 더 높은 등급의 신으로 오르기 위한 시험을 치루기 위해, 그녀는 이 세상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창세가 처음이니 만큼, 이 세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구멍이 가득하다. 하나의 대륙에 왕국이 넷 밖에 없고 그 역사가 천 년도 되지 않으며, 그 사이에 왕국 간에 전쟁이 일어난 적은 없고, 마법의 원리는 다른 세계의 존재에게서 힘을 빌려오는 것이며, 그 마법사들의 양성소인 마탑마저 네 왕국 사이에 있던 한 개가 전부다.

연극을 위해 급히 창조된 이 세상은 안 쪽이 텅텅 빈 허술한 세계다. 이렇게 세상을 더럽게 못 만드는 여신이, 이 세상보다 훨씬 정교한 세상인 지구를 복제하여 그곳에서 나라는 인간을 데려와 꼭두각시로 쓴다? 웃기는 소리. 다른 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을 일이지만, 루미너스 같이 능력이 부족한 신에게는 절대 불가능하다.

나는 루미너스를 믿는다. 정확히는, 그녀의 '무능력함'과 '허술함', 그리고 '자신의 피조물을 아끼는 마음'을 믿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실 내가 가짜였다' 같은 반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루미너스가 나를 토사구팽하는 것.

그녀는 자신의 피조물을 아끼는 자애로운 여신이지만, 나는 그녀의 피조물이 아니니까. 연극이 끝나는 순간, 사실 나라는 인간이 그녀의 피조물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데려온 인간이며 그녀가 연극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이 사실상 나의 도움이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시험의 통과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확실치 않은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나를 몰래 처리하지 않을까? 그게 내가 걱정하는 유일한 불안함이다.

물론 실제로 그럴 일이 일어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이미 나는 관객들에게 그들의 세상을 아는 인간이라는 떡밥을 미리 뿌려두었으며, 나라는 인간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강력한 후원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루미너스가 '증거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도 모르게 나를 처리하려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아무리 그녀가 허술해도,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했다면 여신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을 테니까.

양심이 있으면,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그러니 그녀가 성공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흐아아아아아아앙!]

죽음의 여신을 섹스로 제압한다는 일을 말이다.

헬은 쾌락으로 녹아내린 목소리로, 꼬여버린 발음으로 애원했다. 그러나 나는 허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를 뒤에서 한 손으로 짓누르며, 애액으로 눅진눅진하게 녹은 보지에 피가 쏠릴 대로 쏠려 단단해진 자지를 열심히 박는다. 헬이 섹스에 약한 것은 그녀가 쾌락에 약한 것도 있지만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기에, 한 가지 체위로만 반복하면 금방 내성이 생겨버리기에 내가 아는 온갖 체위란 체위는 다 시험할 수 밖에 없었다.

푸욱! 푹! 푸욱!

[흐윽, 자, 잠깐.... 이, 이거...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엇....♥]

처음은 내게서 등을 돌린 자세로 기승위를 시켜서 탐스러운 엉덩이가 내 자지를 뿌리 채로 집어삼키는 것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기분 좋을 정도로 적당한 살집이 있는 엉덩이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지를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할 때마다, 사정감이 물씬 올라왔다. 그녀가 깃든 비올라의 육신 자체는 성적인 부분에서 평범한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으나, 그녀의 재능은 남달랐다.

이상할 정도로 쾌락에 약해서 자지를 박는 것만으로도 항복 선언을 한 그녀였지만, 만일 입장이 반대였다면 오히려 내가 조교를 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헬은 성적인 재능이 뛰어났다. 지금도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지 못하고 헐떡대는 걸로 보이지만, 그 와중에 내 약점인 귀두 밑 부분을 질 주름으로 적절히 자극해서, 솔직히 내가 여자 경험이 많지 않았다면 한심하게 그녀의 질 안에 찍 싸지르고 자지가 픽하고 시들었을 것이다.

찌걱! 찌걱! 쯔걱! 쯔걱!

[흐윽! 하응! 호오옥...♥]

그러다가 헬의 두 다리를 내 어깨 위에 걸친 상태로 온몸으로 들이박듯이 체중을 실어 내리 찍기도 했다. 서로의 살과 살이 부딪히는 천박한 소리 사이 사이로 울리는 물기를 머금은 음탕한 소리에, 이미 충분히 발기한 자지가 절로 딱딱해진다. 마치 그에 호응하듯, 헬의 질 내 압력도 강해진다. 쫀득거리는 보지의 맛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어, 나는 어느 샌가 페이스를 잊고 그녀에게 전력으로 덤벼들고 있었다.

팡! 파앙! 팡! 팡! 팡! 파앙! 팡! 파앙!

[그, 그마아안...! 나, 나 진짜 쥬글 거 가테에에....! 죠, 죠금만 쉬게에.... 오호오오옥....♥]

중간에 내가 잠시 수분을 보충하는 사이 헬이 도저히 버티지 못해 도망치려던 시도가 몇 차례 있었고, 나는 다리와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치는 그녀를 다리를 잡아 침대로 다시 끌고 와서 그대로 뒤에서 무자비하게 덮쳤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잘못했다고,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애원해도 무시하며 짐승들이 교미하듯 격렬하게 박아주자 헬은 감전된 것마냥 몸을 바르르 떨며 애액을 찍찍 싸질렀고, 이 짓거리를 세 번 정도 반복하자 더 이상 도망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오고오오옥....♥]

얼마 안 가 그녀의 입에서 더 이상 사람의 언어가 나오지 않고 짐승 같은 신음만이 흘러나왔지만, 나도 슬슬 지쳐서 그대로 쓰러져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나 긴 시간동안 계속 박았음에도 헐렁헐렁해지기는 커녕 조임이 처음과 다를 바가 없는 보지는 내 자지의 발기가 풀리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쉬지 않고 이어지는 섹스는 계속되는 쾌락이었지만, 동시에 고문이었다. 간지럽히는 것도 계속되면 고통스러운 것처럼, 나도 그녀도 슬슬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이제... 사흘 정도 지났나?

사흘 동안 도중에 한 숨도 자지 않고 계속 섹스라니, 다시 생각해도 진짜 미친 짓이었다. 아무리 내가 요즘 섹스에 미쳐 산다고 해도, 이렇게 한 여인과 쉬지 않고 이어서 한 적은 없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는 이딴 미친 짓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이 말을 어기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성욕에 미친 괴물이다.

쉬지 않고 그녀의 안을 드나든 내 자지는 얼얼했고, 헬의 보지도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허리를 흔들 체력이 없더라도, 그녀가 쾌락에서 벗어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되기에, 평소에 하지도 않는 짓거리까지 해야만 했다.

츄릅, 츄르릅...

[흐으응....! 아흐응...♥ 그거어...♥ 거기 빨아주는 거어어...♥ 그거 조하아아아....♥]

쉬지 않고 계속 쑤셔 넣었던 정액이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보지를 마법으로 깨끗하게 세척한 후, 내 여자들에게도 잘 안 해주는 커널 링구스까지 해주었다.

여자의 입장에서 남자에게 커널 링구스를 받는 것은, 남자로 따지면 여자에게 펠라치오 받는 거랑 비슷하단 말이지. 이성이 자신의 성기를 정성스럽게 빨아서 애무해준다는 것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큰 쾌감이 든다. 내가 가슴이나 보지를 만질 때 기분이 좋아도 겉으로는 계속 거부의 의사를 보이던 타락하기 전의 미아도, 보지를 빨아준다고 말하면 아무 말 없이 자기 치마를 들췄단 말이지.

클리를 입 안에 넣고 쪽쪽 빨아준다거나, 보지 안에 혀를 찔러 넣어 이곳 저곳을 문지르거나, 고장난 수독꼭지마냥 질질 흐르는 애액을 삼키는 등, 평소의 나라면 상대가 어지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해주지 않을 행동까지 해주니 헬은 금방이라도 좋아서 죽을 듯이 허리를 팔딱거리며 몇 번이고 교성을 내질렀다. 참 나, 그렇게도 좋은가?

[우읍, 으으읍...♥ 쮸읍, 쯉...♥ 쮸우우웁...♥]

커널 링구스에서 이어져 그대로 69자세로 들어가 서로의 성기를 빨아주기도 하고... 솔직히 이 즈음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치

[흐아아앙...♥ 죠아아...♥ 죠아해애애....♥]

연인처럼 서로 끌어 안은 채, 혀를 뒤섞으며 천천히 움직이기도 하고....

.....이 세계에 와서 틈만 나면 섹스를 즐기느라 단련된 테크닉으로 계속 그녀를 만족시켰고, 나중에는 내가 먼저 움직이지 않아도 그녀 쪽에서 알아서 요구해오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지만서도 너무 오래 해서 자지가 떨어질 정도로 쓰라리다. 나중에 가서는 성기를 쓰지도 않고, 내가 일방적으로 헬을 손으로 애무하여 절정시키기에 이르었지만...

"....후우."

[붸에에에....]

"진짜, 뒤지겠다."

그렇게 일주일이 되는 날. 헬을 가둘 새로운 몸이 완성되었고, 나는 무려 일주일 만에 내 방의 문을 열고 나왔다.

*

처음에는 분했다. 훗날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그릇에 갇혀버려,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당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화가 났다.

그 다음에는... 무척 치욕스러웠다. 분명 그럴 마음이 없었을 텐데도, 그러한 경험도 없었을 텐데도, 나의 의사 따위 무시하고 주입 되는 쾌락이 너무나도 달콤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흐으으읏...♥]

생기 없는 망자들의 위에 군림하여 죽은 자들의 세계를 다스리던 때에도 언제나 어딘가 비어있는 듯 한 그 공허한 가슴이, 참을 수 없는 행복으로 가득 매워진다. 달리 말할 수 없는 충족감에, 온몸을 휘감은 쾌락에, 나를 향해 부딪혀오는 그 강렬한 열망에...

나는, 이미 포로가 되어 있었다.

죽은 자들의 지배자니, 지옥의 여신이니, 이제 그런 건 상관 없다. 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단어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오직, 그가 필요했다.

차갑고 공허한 나를 뜨겁고 격렬한 사랑으로 가득 메워준 그가, 내가 전혀 몰랐던 기분 좋은 쾌감을 잔뜩 가르쳐 준 그가, 나를 한 명의 여인으로서 대해준 그가...

그가 있다면, 이제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하 감옥. 그곳에 있는 것은 나를 위한 육신.

나의 힘을 뜯어내 만든, 나를 가두기 위해 그가 안배한,위대한 초월자를 하찮은 일개 필멸자의 경지로 끌어내리기 위한 감옥.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가 요구하거나 힘을 쓰기도 전에 나 스스로의 의지로 그가 준비한 육체에 '나'를 옮겨 담았다.이 그릇은 내가 지금까지 쓰고 있던 그릇과는 달리, 그릇 자체에 자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이 그릇에 나를 담는다는 것은 이 그릇이 파괴되기 전까지 나는 전능한 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원래의 나였다면 기를 쓰고 거부했을 테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그가 '나를 위해서 만들어준 것'이니까.

내가 사랑해 마지 않은 그가 나에게 주는 선물을, 오직 내게 주기 위해 정성을 들여 만든 이 선물을, 내가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어?

지옥의 여신, 죽은 자들의 지배자 헬은 이제 없다.

이곳에 있는 나는, 그의 노예.

그가 주는 달콤한 사랑에 중독되어, 신의 자리를 버리고 인간의 육신에 머물고자 하는 어리석은 여인.

다른 이들이 나를 어리석다고 비웃을 수 있지만, 상관 없다. 오히려 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그가 내게 준 것 하나 만으로 충분한데, 또 무엇을 바란다는 거지? 길고 긴 삶을 살아오며 한 번도 만나보지 못 했고 앞으로도 있을 지 모를 단 한 명의 사랑을 만났는데, 또 무엇이 필요하다는 거지?

다 필요 없다.

설령 내가 그를 온전히 소유할 수 없더라도, 그가 나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부족함이 없다.

그게 나의 사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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