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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89화 (89/229)

〈 89화 〉 D­2

* * *

미스트리나, 바이올렌스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후 엘하임 왕국에 있던 안개 저택은 곧장 폐기했다. 돈 좀 깨나 써서 구한 좋은 집이었지만, 그런 개판 속에서는 아무리 마법 안개가 있다고 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 뿐더러 제대로 된 생활이 불가능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미아로부터 '저택을 나갔다가 올 때마다 여자를 데려오는 것도 능력'이라며 비꼼을 당했기에, 나는 그녀의 토라진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 미아를 내 방 침대로 데려왔다.

"자, 잠깐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닥쳐올 일을 예감한 미아는 기대감 반 두려움 반인 얼굴로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나 대신 영지일을 전부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자신이 나랑 한참이나 몸을 섞고 있으면 그동안 밀린 업무는 누가 처리하냐는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데려온 바이올렌스의 처리 여부나 다른 여인들의 마음, 그리고 곧 찾아올 용사 일행에 대한 대비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지만, 무엇 하나 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하읍!"

나는 멈출 줄은 모르던 미아의 입을, 내 입으로 틀어막는다는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선택을 내렸다. 따뜻한 입안, 말랑거리는 그녀의 혀를 쪽쪽 빨아대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녀의 등에 손을 넣어 브레지어의 후크를 달칵, 하고 풀었다.

"자, 잠.. 흐으읍..! 하윽, 기, 기다...흐읏!"

풀린 브레지어를 꺼내 옆에 던져 넣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그녀의 몸을 짓누르며 나는 미아의 팬티를 잡아 위로 끌어 당겼다. 귀여운 레이스가 달린 검은 팬티가 기대감으로 이미 듬뿍 젖은 보지에 먹히며, 찔걱거리는 음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지를 벗고 그녀의 다리 사이로 흥분으로 껄떡이는 남근을 갖다 대자 그제서야 무의미한 저항을 멈춘 미아는 자신의 소중한 곳에 닿은, 언제나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던 물건의 감각에 집중하며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미아. 내가 자꾸 다른 여자를 들인다는 점은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것 하나는 알아다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은 다름 아닌 너라는 사실을."

"흐으... 그런 속셈이 뻔히 보이는 아첨에 넘어갈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속삭일 테지요. 제가 아무리 당신의 이, 이것 때문에..."

"이것이 아니라 자지다."

"으으으...! 하여튼 당신은, 도대체 그런 천박한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입에 올릴 수 있는지... 그래요. 제가 비록 당신의 그, 자....지 때문에 당신에게 굴복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들이대면 다 해결 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아니라고 부정하는 입과는 달리 솔직한 아랫입은 맞닿은 귀두를 쪼옵, 쫍 거리며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자지라는 단어 하나를 언급하는 것조차도 힘들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그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나는 일부로 그것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를 더욱 자극하고자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의 기둥을 끈적한 애액을 질질 흘리는 그녀의 음부에 마찰시켰다.

"흐으, 흐으..!"

언제나 자신의 안을 거칠게 휘젓고 쑤시던 물건이,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부비적거리기만 하니 애가 탄 것인지 미아는 옅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내가 오랫동안 서서히 쾌락으로 물들이고 나서야 간신히 타락할 정도로 정신력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났던 미아였지만, 한 번 육욕에 굴복한 그녀의 몸뚱아리는 그 철과 같이 단단한 의지를 배신하고서 언제나 자신을 기쁘게 하는 두꺼운 살덩어리를 반겼다.

"미아. 너 같이 꼼꼼한 여인이, 고작 자신이 자리를 하루 비운다고 모든 것이 망할 정도로 허술하게 일처리를 하지는 않겠지. 하루 밀린다고 해서 큰일이 날 업무들은 진즉에 다 처리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으윽...! 그렇게 잘 아시면 제게 맡기지 마시고 직접 하시면 되시지 않습니까!"

"아니? 난 너에게 다 맡길 거다."

나는 저항을 포기한 채, 최대한 스스로를 억누르며 내가 좋아할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미아의 어깨에 턱을 괴고서, 귓가에 속삭였다.

"너는 일하고 있을 때 제일 예뻐."

"흐읏...!"

보통 상황이라면 진지하게 속삭인답시고 하는 말이 그딴 거냐며 화를 내고도 남을 말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그녀는 '일을 한다'는 부분 보다는 '예쁘다'는 부분이 더 귀에 잘 들어오리라. 애초에 몸을 섞은 적 있는 이성이 몸을 잔뜩 밀착시킨 채 성기를 비벼대며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 내용이 칭찬이라면, 그 부분에서 화를 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저택 내부 청소라면 새로 들여온 수인 메이드들한테 맡기면 되고, 다른 녀석들이 너를 특별 취급하는 것에 섭섭함을 느낀다면 나중에 그만큼 만족시켜주면 된다. 용사 일행은 어차피 리더인 용사 놈이 워낙 답답한 성격인 데다가 지금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이곳에 곧바로 쳐들어 올 일은 없고, 바이올렌스 또한 이미 가진 힘을 전부 잃은 무력한 임산부에 불과하니 처우가 그리 급하지 않다. 더 이상 변명할 거리가 없다면, 이제 거부하지 말고 얌전히 있도록. 네가 느낀 섭섭한 감정을 모두 털어낼 수 있게 해줄 테니."

"괜...찮아요! 섭섭한 적 없습니다! 섭섭하지 않다고요! 그러니까...흐으응♥"

찔걱. 팬티를 옆으로 밀어 젖히고, 내부로 검지를 넣어 안 쪽을 눌러주자 미아는 곧장 달콤한 교성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여전히 민감한 몸이야. 손가락 하나조차 이렇게 맛있게 빨아들이는 데, 내 자지는 얼마나 게걸스럽게 탐할 지 벌써부터 눈에 선하군."

"하아, 하아...♥ 마, 말하지 마세요...♥"

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손으로 내 팔을 붙잡으며 그렇게 말하는 미아의 눈은, 만화 속이었다면 눈동자가 진한 분홍색 하트로 표현이 될 정도로 육욕을 갈망하는 눈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미아 정도나 되니까 이 상황에서 입으로라도 거부의 표현을 내뱉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여자였다면, 이미 내 자지를 받아들이고서 앙앙거리며 신음을 내지르다 뻗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없기에, 내게 패배한 후에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기에, 그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에 너무나도 가깝기에 나는 더더욱 그녀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크나 큰 기쁨을 느꼈다.

"됐으니까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는지 말해라."

"..."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아를 놓아주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미아는 잠시 주춤거리다, 이내 벽 쪽으로 향했다. 두 손을 벽면에 짚은 채, 엉덩이를 뒤로 뺀 자세로 미아는 고개를 숙인 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제나처럼... 인정사정 없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세...요."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부탁하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나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금치 못 했다. 그렇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미아는 내 앞에서 절대 망가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녀는 언제나 완벽하게 보이길 원하기에, 나와 관계를 나눌 때는 후배위를 고집하거나 대면좌위 또는 정상위를 할 때도 반드시 얼굴을 가리거나 보지 못하게 몸을 굉장히 밀착한다. 정작 나는 그녀의 아헤가오가 보고 싶은 데도, 그녀는 그것만큼은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정신 없이 몸을 섞다 보면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어지기에, 결국 마지막이 되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꼴리는 아헤가오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 소원대로."

살집이 가득한 엉덩이를 콱 움켜쥐자, 미아의 몸이 움찔 떨린다.

"흐으음? 미아, 왠지 엉덩이 쪽에 살이..."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쏘아지는 날카롭고 싸늘한 시선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찰진 엉덩이를 찰싹 하고 손바닥으로 쳤다.

"보지 축축하게 적신 채 엉덩이를 내민 자세로 노려봐도 전혀 무섭지 않거든. 그리고 나는 말이지..."

찔걱, 찔걱...!

"엉덩이는 통통한 쪽이, 박는 맛이 있어서 더 좋아하거든."

푸욱!

"흥으으으읏...♥"

팡! 파앙! 팡! 파앙! 파앙! 파앙!

"흥♥ 흐긋♥ 흐읏♥ 흐으...♥"

미아는 신음 소리를 들려주지 않기 위해 입술을 악물었지만, 내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그녀의 입 사이로 달콤하게 녹아든 신음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불알이 두툼한 보짓살을 툭툭 때릴 때마다 발정난 몸을 움찔 움찔 떨고, 자지를 푹 하고 깊숙이 박은 채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안에서 섞어 주면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해내며 허리가 휘었다. 나의 몸짓 하나, 행동 하나에 돌아오는 이런 귀여운 반응 하나, 하나가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후우...!"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여자가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나는 그 욕망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녀에게 부딪혔다.

팡! 파앙! 파앙!

"흐응♥ 흐읏♥ 흣♥ 자, 잠...♥"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내가 흥분한 만큼 그녀 또한 흥분하고 있다. 자지가 드나들 때마다 점점 커지는 이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그 증거였다. 아마 지금 보지의 상태를 본다면, 애액으로 흠뻑 젖어서 예쁘게 반들반들거리고 있겠지.

분명 처음에 벽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뒤로 조금 내민 자세를 하고 있던 미아는, 이제 벽에 전체를 기대다시피 하면서도 엉덩이는 처음에 있던 자리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서, 마치 나에게 박히고 싶어서 안달이 나 유혹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장시간에 걸친 조교와 육체적 쾌감에 결국 타락했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고귀하고 품격 있는 자세를 유지하려는 미아가... 만일 그런 허례허식을 전부 집어치우고 본인의 욕망을 마구 분출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다른 여자들처럼 내가 주는 쾌감에 기뻐하면서도, 그것을 더 달라고 솔직하게 요구하지는 못하고 최대한 담담한 척하며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그녀가... 만일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정나게 된다면...?

미아는 내 여자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하다. 다른 여자들이 어쩌다가 만나게 되어, 차마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거둬들여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타락시켰다면, 미아의 경우에는 내 쪽에서 그녀를 갖고자 일방적으로 움직였으니까.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리고 앞으로 누리게 될 것을 모두 부수고 빼앗은 후에 그 자리를 오직 나만으로 채웠으니까. 유일하게, 내가 먼저 원한 여자니까.

그러니 나는 그녀의 모든 모습을 보고 싶었다. 처음 나 대신 영주 대리일을 할 때 계속된 영지 침략 전쟁 탓에 쌓인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느라 피곤에 쩔어 있던 얼굴도, 나의 지속적인 희롱에 겉으로는 기분 나빠하면서도 몸으로는 기뻐하는 모습도, 그리고 결국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타락하게 된 지금의 모습도, 모두 내가 사랑스럽게 여기는 그녀의 모습이다.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곳까지 전부.

텁.

"흐으으...♥ 나, 남작님?"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충분히 보여준 것 같으니... 이번엔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을 확인해 보고 싶다."

"예? 설마... 아, 안돼요! 잠깐! 기, 기다리세요! 그, 그것만은 안 됩니다! 제발!"

"괜찮아.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내가 싫어할 리가 없으니까."

"흐기이잇...!"

어둠을 살짝 불어 넣어 욕망 부분을 자극하자, 미아는 그녀 답지 않게 혀를 내놓으면서까지 몸을 경련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녀의 욕망은 얼마나 크며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언젠가는 확인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미뤄두던 일을 마침 생각난 지금 해 봐야지. 그런 심정으로 나는 그녀의 욕망을 쿡쿡 자극하여, 그것을 가두고 있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절제라는 문을 열었고...

후웅!

"어?"

그 순간 시야가 뒤집히더니.

"하악♥ 하악♥ 하악♥"

뭔가 굉장히 많이 위험해 보일 정도로 맛이 간 얼굴의 미아가, 내 위에 올라탄 채 당장이라도 잡아먹으려는 듯한 살벌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거 뭔가, 굉장히 잘못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함.

이윽고 그녀의 우왁스러운 손길이 내 옷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뜨드득하고 좌우로 잡아 뜯어버렸다.

"어....?"

정욕으로 휘번뜩거리는 그 눈길은 내가 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했고.

"헤에에...♥"

어느 샌가 본인의 옷조차 갈기갈기 찢어 발긴 채, 턱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것 마냥 혀를 늘여 놓으면서 푹 젖은 보지로 내 귀두를 입맞춤하는 그녀의 얼굴은, 그야말로 정욕에 미친 짐승의 것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또 좇됐다는 것을.

진짜 머리에 콘돔 쓰고 다녀야 하나 봐.

생각 없이 저지른 나의 행동은 그녀의 안 철저한 절제 속에 갇혀 있던 짐승의 우리를 풀어준 것이었고, 그 정욕의 짐승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모두 나의 업보였다. 그렇게 나는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침대 위에서 여자를 상대로 패배를 겪었다.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쥐어 짜여,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눈앞이 흐릿한 광경 속에서 얼핏 보인 광경은...

시든 자지를 몇 번이고 다시 딱딱하게 세워, 더 이상 정액이 나오지 않음에도 거칠게 허리를 놀리며 육욕을 탐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에 굶주린 한 마리의 서큐버스였다.

*

"......."

"하악♥ 하악♥ 하악♥"

이미 기절한 남자를 침대 위에 눕힌 채, 미친 듯이 허리를 내려 찍는 그 모습은 어지간한 창부조차 겁에 질릴 정도로 요사스럽고, 색기가 진동했다.

자지가 시들었다 싶으면 빼내어 입 안에 넣고, 혀를 몇 번 굴린 후에 다시 꺼내면 처음처럼 빳빳하게 발기하는 그 광경은 마술과도 같았고.

쉬지 않고 싸지른 정액으로 인해 온 몸이 하얗게 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정을 탐하는 그 모습은, 그 광경을 몰래 지켜보는 여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자신의 밑에 깔린 사내 외에는 그 무엇도 관심이 없다는 듯 쉴 새 없이 허리를 흔드는 그 여인은 너무나 행복해 보여, 그 모습이 미치도록 부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사교회의 꽃이라 불리던 그 고귀한 영애가 몽마조차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천박하게 허리를 놀리고, 그녀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았던 그 믿음직한 동료 엘프조차 그와 단둘이 있을 때는 한 명의 여인이 되었다. 무수히 많은 마수들을 제 수족처럼 부리는 여자와 그 흉악한 대검으로 수도 없이 많은 과부와 고아를 생산한 여전사조차, 그와 있을 때는 사랑 받는 여인에 불과했다. 그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면 안 쪽에서 저도 모를 질투가 마구 샘솟았다.

도대체 얼마나 기분 좋길래, 다들 저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한 시점에서, 비올라는 이미 선을 밟고 있었다.

한 걸음만 내딛으면 선을 넘지만, 지금이라면 다시 돌이킬 수 있다. 그녀는 지금 그 경계에 서 있었다.

본능과 욕망에 패배한 행복한 짐승이 되느냐, 이성과 절제로 유혹을 이겨내고 한 명의 인간이 되느냐.

평소라면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했을 그녀는, 망설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 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뭐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찾아, 그것을 끄집어 내 본인의 앞에 들이미는, 그 사악한 목소리가 귓가에 계속 울리는 듯 했다.

그리고 비올라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그 환청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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