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크리스마스 외전
* * *
두 명 이상을 선택하신 중복 투표를 제외하고서집계한 결과...
루미너스 4
헬 2
미스트리나 1
호크나 2
미아 1
....헬과 루미너스가 중복인 표 1개를 제외하더라도 루미너스의 압승...? 으로 인해 외전 주인공 겸 첫 일러스트의 주인공은 빛의 여신 루미너스로 결정되었습니다!
....왜지?
아무튼, 외전 시작!
*
[메리 크리스마스!]
".....대체 이건 뭐죠?"
자신의 피조물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창세를 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 하급 신에서 중하급 신으로 승격하기 위해선 세상을 하나 창세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짠 이야기, '연극'을 무사히 성공시키는 것이 '시험'의 통과 조건인 탓에 결국 선배 신들의 세상으로부터 참고한 것들을 토대로 다소 엉성한 실력으로 세상 하나를 만든 여신.
"이건, 이건 진짜 말도 안 돼요. 말도 안 된다고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런 짓이 용납될 리가 없어요...!"
[그건 네 생각이고~]
창세도 연극도 처음이기에 능숙치 않아, 다른 신들이 이야기를 망치고자 개입한 흔적을 뒤늦게 발견해 버렸고 연극을 시작하려는 무렵에 등장인물 하나가 사라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다른 세상에서 가장 적합한 인간 영혼 하나를 불러 소원을 대가로 빈 자리의 대리를 맡긴, 다소 무능하고 어설픈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심성 만큼은 굉장히 착한 편에 속하는 초월자.
"그건 둘 째 치더라도... 도대체 어째서..."
그녀는 지금.
"제가 이 인간과 함께 이런 곳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데요!"
마치 남자친구를 위해 여자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듯한, 의도가 무척이나 불순하고 노골적인 산타 걸 복장을 한 채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의 역할을 수행하던 인간과 함께 이상한 방에 꼼짝 없이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에, 방 한 쪽 면에 설치된 tv의 화면에 나온 누군가가 비릿하게 웃으며 답했다.
[별 수 있나? 그게 다수의 의견인데.]
"제가 이 인간과 여기 갇혀 있어야 하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요? 대체 그 다수란 어디 사는 누구들이죠? 직접 찾아 가서 따지지 않고서는 못 참겠네요!"
[나갈 수가 있다면, 말이지.]
"....."
길길이 날뛰던 여신은, 그 한마디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방에서 나가고 싶어? 방법은 간단해. 문에 쓰여 있는 지시를 따르면 그만이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마치 여러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노이즈가 잔뜩 낀 그 목소리의 주인을, 라돈은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수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는 초월자, 그리고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는 존재이지만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절대 소원을 빌지 않을 존재. 총제적 혼돈의 군주이자 기어오는 혼돈. 전에 만났을 때와는 다른 모습에 다른 목소리지만, 저 자는 그에게 스스로를 '니아'라고 소개한 그 존재임에 틀림 없었다.
니아가 말한 대로 문 쪽을 바라본 라돈은 이윽고 한숨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창문 하나 없는 이 방의 유일한 출입구로 보이는 문의 위에는 이러한 글이 적혀 있었다.
'섹스로 동시에 절정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
"....."
'섹스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도 아니고, '섹스로 동시에 절정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이다. 그냥 섹스만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사람이 함께 절정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섹스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뭐... 애초에 저 여신을 상대로 섹스를 할 수 있을까 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다, 다른 방법!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아무리 제가 급이 낮아도 일단은 초월자인데, 인간이랑 섹스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다니요!"
[정확히는 '섹스로 동시에 절정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이지.]
"어쨌든요! 여길 나가기 위해선 저 남자와 몸을 섞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 그,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루미너스. 아무래도 네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 모양이다.]
"네? 그게 뭐죠?"
혹시나 섹스 하는 것 외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 하는 옅은 희망과 함께 되물어 본 여신에게 돌아온 답은.
[왜 너만 섹스를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 ....당시이이인!"
니아로부터 돌아온 답이 무슨 뜻인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 했던 루미너스는, 잠시 후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라돈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 여자나 다 후리고 다니면서, 저는 안고 싶지 않다는 건가요!"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랑 섹스하기 싫다면서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실제로 하느냐를 떠나서, 그만큼 제가 매력이 없다는 것은 기분 나쁘거든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달라는 건지... 라돈은 한숨을 쉬며 니아의 모습이 떠오르는 패널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튼, 섹스해서 동시 절정하기 전까진 무슨 수를 써도 못 나간다, 이 소리죠?"
[바로 그거지. 그보다... 어때? 너의 첫 번째 팬으로부터의 크리스마스 선물! 만족 했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근데 왜 하필 루미너스 여신님이죠?" "잠깐, 당신! 그 말 무슨 뜻이죠! 제가 대체 뭐가 부족하다고.." "아, 좀. 여신님. 부탁이니 잠깐만 기다려봐요. 어쨌든, 다른 여자도 많잖아요. 근데 왜 굳이 루미너스 여신님이죠? 솔직히 이런 방에 갇힌다면, 미아라던가 호크나라던가 헬이라던가, 그 외 미스트리나라던가 후보는 많았을 텐데..."
중간에 끼어드는 루미너스를 막으며 되묻는 라돈에게, 니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몰?루]
"예?"
[아니, 진짜로 다수의 의견이라서 어쩔 수 없다. 원망하거든 그 다수를 원망하던가.]
그 다수라는 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면상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라돈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든 싫든, 이 허당 여신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는 이상 나갈 수 없다고 못이 박혀버린 상황이니 말이다.
[참고로 절정의 기준은 지극히 내 개인적인 판단에 근거하니까, 어설프게 가짜 절정을 연기하지 않는게 좋아. 만일 그런 식으로 속이려고 하면...]
띠릭. 문 위에 있는 글씨가 잠시 바뀌었다.
'임신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
[...이렇게 바뀔 수도 있거든. 이해했지?]
그 글귀를 읽은 루미너스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글귀가 다시 '섹스로 동시 절정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네요."
이 좁은 방에 있는 것이라곤 두 사람이 같이 눕기에 충분한 사이즈의 큰 침대 하나, 벽면에 붙은 tv 하나, 굳게 닫힌 출입문 하나, 그리고... 방 구석에 차마 두 눈으로 똑바로 보기에는 민망한 온갖 용품들이 가득 담긴 상자 하나가 전부였다.
"도저히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하세요.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가드릴테니."
루미너스 여신은 그렇게 말하더니, 하고 싶다면 해보라는 듯 침대에 털썩 누웠다. 라돈은 그 모습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 이내 말을 말자는 듯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고 루미너스는 그런 라돈의 행동에 열이 받았는지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켰다.
"왜 그러죠? 뭐가 문제죠? 평소에 다른 여자들을 상대로는 도중에 싫다고 그만두라고 외쳐도 무시하고 박던 인간이, 왜 저는 이렇게 무시하는 건데요?"
"세상에, 그걸 다 보고 계셨습니까?"
"..."
단 한 마디로 루미너스 여신의 입을 다물게 한 인간, 라돈은 이어서 추가타를 날렸다.
"그리고, 사람이 나름의 무드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남자들이야 뭐, 그냥 여자가 살을 드러내며 유혹하면 금방 준비가 된다지만 여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잊으셨어요? 이 방은 '섹스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이 아니라 '섹스로 동시에 절정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입니다. 저 혼자서 찍 싸버린다고 끝나는 게 아니란 말이죠."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데요?"
"당연히 여신 님도 제대로 준비를 하셔야죠. 숫처녀도 아니고, 이걸 하나 하나 다 설명해 줘야 해요?"
그런데 어째선지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는 여신의 모습에, 라돈은 설마 하며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진짜로 처녀십니까?"
"그, 그럼 당연하죠!"
"허, 맙소사."
남자 경험이 전혀 없는 처녀 여신을 절정시켜야 한다고? 그것도 자신이 갈 때애 맞춰서? 그나마 몸을 자주 섞어본 여자들이라면 그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할 테지만, 지금이 첫 경험인 여신을 상대로 그게 가능할까?
그 답은, 직접 실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아. 좋아요. 그럼 시작해 봅시다."
"네, 알겠어요."
"이제부터 편의를 위해서 도중에 존댓말 대신 반말을 쓰기도 할 테고 도중에 지시도 몇 번 내릴 거지만, 다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니까요. 혹시나 여신씩이나 되시는 분께서 그런 일로 나중에 제게 개인적인 복수를 하지는 않겠죠?"
"...무, 물론이죠."
개인적인 복수를 할 셈이었군.
"좋아요. 그럼 일단... 애무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 쪽으로 오세요."
루미너스는 쭈뼛거리며 침대 위에서 그에게 다가왔다. 라돈은 자기 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작은 여신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그녀의 뒤로 다가가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으읏...!"
한 손은 허벅지를 쓸어 만지며, 다른 한 손은 가슴 바로 아랫쪽에 올린다. 본격적으로 중요 부위에 손을 대기 전에, 그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대로 각 손을 조금씩 올리거나 내려서... 마침내 한 손은 음부에, 다른 한 손은 가슴에 도달했다.
"으음, 나쁘지 않네."
"여신을 상대로 그런 감상이라니, 실례라고요...!"
왼손으로 움켜쥐는 가슴은 사과 정도의 크기에 마쉬멜로우처럼 부드러운 촉감이라, 만질 수록 중독성이 느껴졌다. 크기도 딱 맞고, 감촉도 쿠션처럼 푹신푹신 한 것이...
"으읏, 흐읏...!"
그렇게 왼손으로 계속 가슴을 주무르자, 음부 주변을 더듬던 오른손이 마침내 목표를 찾아냈다. 소음순 앞쪽에 솟은 작은 돌기. 클리토리스 또는 음핵. 대부분의 여성의 성감대에 속하는 기관이었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럽게 음핵을 잡고서 콩의 껍질을 벗겨내듯 빙글빙글 돌리자, 루미너스의 몸이 곧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흐읏, 으읏...! 자, 잠깐 거긴....!"
라돈은 조금 전까지 틱틱거리며 짜증을 내던 그녀의 목소리에 서린 묘한 흥분을 놓치지 않았다. 이따금 클리토리스가 성감대가 아닌 여성도 있어서 혹시 그런 부류이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다. 음핵을 두 손가락으로 계속 비벼대자, 이윽고 그녀의 앙증맞은 가슴 끝 부분에 유두가 발기되어 툭 튀어나왔다. 가슴을 주무르던 왼손으로 유두를 힘껏 움켜쥐자.
".....!!!"
움찔, 하고 몸을 크게 떨던 루미너스는 이윽고 원망이 가득 담긴 촉촉한 눈으로 라돈을 말 없이 쏘아보았다.
"다행히 감도는 민감한 편이군. 이 정도면 문제 없겠어."
그리고 라돈은,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여신을 조금 골려주고자 그대로 한 시간동안 아무 말 없이 클리와 유두만 계속 만지며 자극을 주었다. 남자 경험은 커녕 몸에 이성의 손길조차 거의 허용한 적 없는 여신은, 그렇게 자신이 불러낸 인간의 손에 조금씩 쾌감을 느껴나가기 시작했다. 준비가 충분하다 싶어진 라돈은 자신의 손길에 멍하니 가버리기만 하던 여신의 보지에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끈저어억...!
긴 시간에 걸친 애무로, 남자 경험 한 번 없는 그녀의 순수하고 풋풋한 몸은 이미 남자를 받아들일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라돈은 아직도 삽입을 하지 않았다.
평소 자신의 여자들을 상대할 때는 잔뜩 흥분해서 진즉에 자지를 껄떡거리고 있을 그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루미너스의 다른 이가 거쳐간 적 없는 깨끗한 몸이 끈적끈적하게 녹아내릴 때까지 진득하게 괴롭히고 희롱하고 있음에도, 흥분한 기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다기 보다는, 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듯이 가해지는 사무적인 손길.
나름 여신으로서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던 루미너스로서는 화가 날 정도로 너무한 취급이었지만, 그런 애정이 거의 없는 손길조차도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는 너무나 자극적이었기에, 루미너스는 분한 마음을 차마 토해내지 못하고 온몸을 내달리는 쾌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거나 빙글빙글 돌릴 때마다 장난감처럼 반응하는 자신의 몸이, 마치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 것 같은 기이한 감각에, 루미너스는 정신이 붕 뜨기 시작했다.
이젠... 인간이고 신이고 뭐고, 그냥 기분 좋아져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차라리 기분 좋게 한 번 해버린 다음에 시원하게 잊으면 문제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흐으, 흐으...♥"
루미너스는 부들거리는 손을 뻗어, 자신의 보지를 찔컥찔컥 쑤셔대는 그의 손을 잡았다.
"이제에... 그마아안.... 준비는 충분이 해쓰니까... 어, 얼른 끝내죠오....!"
"....흠."
그 말에 잠시 손을 멈춘 그는.
"제가 왜요?"
"엣?"
찔컥! 찔컥! 찔컥! 찔컥!
"오, 오옷, 오오오옥...! 자, 잠깐마하안...♥ 기, 기다려효오오오...♥ 가, 갑짜기 그러케 쑤시며허어언...!"
찔걱! 찔걱! 찔걱! 찔걱! 푸슈우우우웃!
느릿하고 끈질긴 손길에서 180도 돌변하여 거칠고 빠르게 쑤셔오는 손놀림은 1시간에 걸친 애무로 몸이 충분히 달아오른 그녀로서 견디기 어려운 쾌락이었고, 루미너스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요란하게 조수를 내뿜으며 절정에 도달했다.
"하아, 하아, 하아...♥"
루미너스는 자신의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마치 불에 데인 듯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감각이, 그러나 고통은 없고 대신 그 자리에 겪어본 적 없으며 감당하기 어려운 쾌락만이 가득한 이상한 경험에, 더 이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잠, 잠깐...! 그, 그마안...♥ 그만하라고 했는데에에...♥ 왜, 왜애애...♥"
그러나 쉴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절정의 여운에 빠져있던 그녀는 다시 안 쪽을 엄청난 기세로 쑤셔대는 그의 손놀림에, 다시 한 번 차오르는 절정감에 무력하게 떨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미 가고 있는 중인데 또 가버리고, 가버리는 중에 다시 한 번 가버린다. 지나칠 정도로 뜨거운 쾌락이 뇌를 녹여버린다. 뭍에 올라온 물고기마냥, 그의 손길에 계속해서 펄떡펄떡 꼴사납게 움직이며 무의미한 발버둥을 치는 것이 고작. 1시간 동안의 질척한 애무로 방어력이 제로가 된 그녀의 몸에, 10분 간의 끊이지 않는 절정의 연격이 들이닥친 결과, 루미너스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였다.
"흐에에...♥"
도저히 여신으로서 보여줄 수 없는, 꼴사납기 그지 없는 아헤가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달아오른 쇠처럼 뜨겁고 단단한 것이 보지 입구에 맞닿았고, 그 정체를 깨달은 루미너스는 자던 도중 찬 물을 맞은 사람처럼 정신이 퍼뜩 들었다. 고작 얇은 손가락 두 개만으로 이렇게 가버리고 말았는데, 그보다 몇 배는 두꺼운 저런 흉악한 것이 들어온다면...?
루미너스는 결코 그것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곳도 없고 도망칠 힘도 없었다.
"자, 잠깐만요...♥ 죄, 죄송해요오...♥ 제, 제가 잘못해써요오오...! 그,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쉬게 해 줘효...!"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혀를 최대한 굴려가며 루미너스는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그러자 라돈은 마치 이것이 곧 네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랑하듯, 그 굵은 자지를 보지 입구에 문질거리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다고요?"
"네, 네에...! 제, 제가 잘모해쓰니까아...!"
"그럼, 말해봐요. 뭘 잘못했어요?"
"아, 그게..."
루미너스는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당장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오는 대로 내뱉은 말이지만, 곧 루미너스는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뭣 때문에 이 인간이 이렇게 기분이 나빠진 걸까? 조금 전에 중간에 멈춰달라고 부탁해도 무시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씹질을 한 걸 보면, 그리고 제대로 움직일 기력이 없는 자신에게 저 흉악한 것을 박으려는 것을 보면, 아마 자신이 한 어떤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이 분명하리라.
그리고 아마 그 기분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이 방이 '섹스를 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이 아니라 '섹스로 동시 절정하기 전까지 나갈 수 없는 방'이라는 점을 이용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자신을 수도 없이 보내버리리라. 그 상황을 떠올리니 아랫배가 저려오는 것 같으면서도 두려움이 마구 샘솟아, 루미너스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 처, 처음에 제가 거부한 거..."
"그리고?"
또? 또 뭐가 있다고? 대답이 없자 그의 굵은 귀두가 보지 입구를 밀고 들어오려고 했고, 루미너스는 일단 뭐든 대답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 그리고....평소 사생활을 전부 지켜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방을 나가는 데 협조적으로 굴지 않고, 또 저 혼자서만 기분 좋아져서..."
"그리고?"
그리고 또 뭐가 있는데! 루미너스는 울컥했지만, 차마 그대로 내뱉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 말을 했다가, 정말로 죽기 전까지 범해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미너스 여신님. 당신이 잘못한 것은 단 하나 뿐입니다."
"자, 잠깐..! 머, 멈춰요! 지금은, 지금은 안 돼요! 지금 그런 거에 박혀버렸다간, 저 진짜로...!"
찔거억...!
"아, 안돼...!"
대답을 할 때마다 멈췄던 자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루미너스가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순간.
"돼!"
쿠웅! 라돈은 온 힘을 다해 허리를 내질렀다.
"끄...어억...♥"
굵은 자지가 아기방을 강타한 충격으로, 눈이 풀린 루미너스는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리고 쓰러진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며, 라돈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루미너스 여신님. 당신의 잘못은.... 그 순수하고 음탕한 몸으로, 이미 임자 있는 자지를 잔뜩 화나게 만든 것입니다."
거대한 자지가 비좁은 질 벽을 밀어내며 깊숙이 들어갔다, 쪼여오는 질을 긁어내며 나올 때마다 루미너스는 개구리가 죽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거렸다.
"당신 때문에 제 자지가 잔뜩 화가 났으니까... 책임 져요."
마치 어떤 고약한 신이 장난질이라도 쳐 놓은 것 마냥, 미친 듯이 가버리는 루미너스와 간격이 매우 긴 라돈의 절정 타이밍은 기가 막힐 정도로 빗겨나갔고... 두 사람의 정사는 루미너스의 배가 새하얀 백탁액으로 가득 채워져, 임산부로 착각할 정도로 크게 부풀 즈음까지 이어졌다.
*
"....핫!"
정신이 든 루미너스는 자신의 몸을 살폈다. 옷은 그 웃기지도 않은 산타걸 복장이 아닌 평소에 입던 단정한 순백의 성의였고, 남자와 정사를 나눈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험 삼아 보지 안에 손가락을 넣어봐도, 찢어졌을 터임이 분명한 처녀막은 그곳에 건재했다.
"....꿈, 이었나?"
루미너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꿈이었구나. 그래, 꿈이었어. 하긴, 아무리 그 막나가는 초월자라도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함부로 벌일 리가 없지. 암, 그렇고 말고. 전부 다 꿈...이었던 거야."
스스로를 안도시키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녀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묘한 아쉬움이 뚝뚝 묻어 나오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