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 계획대로...!
* * *
"...왕자 전하."
"무슨 일이냐."
"그...분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헤르몬 왕국의 왕자 프레드릭 헤르몬. 어릴 적부터 분야를 불문하고 가정교사를 만족시키지 않은 과목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영재인 데다가 온화한 성격과 특출난 처세술 덕에 안 좋은 소문을 찾는 것이 오히려 힘들 정도로 인망 좋은 왕자는, 시녀가 조심스럽게 건넨 편지를 받자마자 그 답지 않게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졌다.
왕궁에 처음 들어온 하인이 고위 귀족이 헌상한 값비싼 예술 작품을 실수로 박살내도 오히려 하인에게 어디 다친 곳이 없는 지부터 물을 정도로 선한 성격에,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성격이 좋은 왕자가 이토록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잠시 급히 들러야 할 곳이 생겼으니, 오늘의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싶네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겠습니다, 프레드릭 왕자 저하. 저는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프레드릭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본 검술 교사는, 왕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서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관여할 만한 일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윽고 왕자는 백마기사단의 단장 에버리 버지니아를 호위로 대동하여, 왕자의 신분을 감춘 채 말을 타고 왕궁을 빠져나왔다.
왕궁을 나온 프레드릭은 호위인 에버리와 함께 헤르몬 왕국의 수도 헤르논의 온갖 더러운 것들이 모여들어 숨죽이고 있는 뒷골목으로 향했다.
뒷골목은 기분 나쁜 어둡고 붉은 조명이 번뜩이는 건물과 거의 헐벗다시피 한 옷차림의 아낙네들, 시비가 붙는 순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상대의 얼굴에 주먹이나 칼을 날릴 험악한 이들이 가득했다. 물론 프레드릭 왕자가 이 불쾌한 거리를 찾은 목적은 답답하리만큼 정직하게 사는 왕자의 한 순간의 일탈 행위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 이 일은 아는 사람이 최대한 적은 편이 좋기에 호위를 최소로 할 필요가 있었고, 가용 가능한 호위 중에 가장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은 에버리 뿐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프레드릭 왕자는 부디 기사단장이기 이전에 한 명의 성숙한 여인인 에버리가 자신을 사창가로 데려온 주인을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봐주지 않기를 바라며, 무언가를 찾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내저으며 거리를 걸었다. 그런 프레드릭의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에버리는...
"왔군."
"...!"
자신이 눈치챌 새도 없이,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 한 여인의 목소리가 화들짝 놀라며 곧바로 허리춤의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기다리게."
"허튼 짓 하지마."
그대로 검을 뽑아 뒤에 선 정체 모를 여인을 베어내려는 찰나, 뒤에 선 여인과 앞에 있던 왕자 양쪽에서 서로 다른 어조로, 그러나 같은 내용이 담긴 말이 튀어나왔다. 그제서야 에버리는 이 정체 모를 여인이 프레드릭 왕자가 찾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 여자는 대체 누구길래 왕자인 프레드릭이 굳이 이런 지저분한 뒷골목으로 직접 행차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최소한의 호위만을 데리고서.
"괜히 쓸데 없는 일로 힘 빼지 말고, 옆에 있는 건물로 조용히 들어가."
여인의 지시에, 프레드릭 왕자와 에버리 기사단장은 그대로 옆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옵쇼!"
...그리고 프레드릭 왕자는 중요 부위만 가린 너무나도 노골적인 옷을 입은 여주인의 반가운 인사에 얼굴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필이면 이번 접선 장소가, 다른 곳도 아니고 이런... 매춘을 주선하는 불법 여관이라니. 신사 중의 신사인 프레드릭에게 있어서, 이런 과한 노출은 너무나도 대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어머, 이게 누구야?"
여주인은 에버리의 뒤에 선 여인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방은 2층의 그 방으로 하지."
"방음이 철저한 4인실? 가격은... 필요 없어. 돈은 이미 그 쪽의 주인께서 지불하셨으니까."
"알겠다. 가지."
여인의 지시에, 프레드릭과 에버리는 곧장 계단을 따라 2층으로 향했고, 그들을 따라 올라가려는 여인에게 매춘 여관의 마담이 싱긋 웃으며 한 마디했다.
"다음엔 오랜만에 댁의 주인님께 직접 찾아가보고 싶은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그 말에, 여인은 차갑게 코웃음치며 고개를 돌렸다.
"꿈 깨셔, 아줌마."
"뭐, 뭐뭐?! 아, 아줌마...?! 야, 나 아직 현역이야! 야! 야아아!"
*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미리 사정을 전하지 못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이 일은 은밀히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나도 어쩔 수 없었네. 귀는 밝지만 입은 가벼운 시종들이 절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니까."
"그 말씀은..."
백마기사단의 단장 에버리는 그제서야 프레드릭 왕자의 목적을 이해했다.
헤르몬 왕국에 자리 잡은 어둠의 왕, 스스로를 일개 남작이라 칭하지만 뒷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 거의 숭배하다시피 하는 남자. 여자를 밝히는 문란한 호색한이며, 엘헤임 왕국에서 대규모 왕족 학살을 일으키고 왕위에 오른 폭군 바이올렌스와 비슷한 류의 사술을 휘두르며 순식간에 헤르몬 왕국을 지탱하는 두 기둥 중 하나를 박살내고 왕국 내의 독립된 소왕국에 가까운 영지를 보유한 자.
검은 군대의 라그나 아마게돈.
개국공신이자 공작가 출신이었으나, 여러 불우한 사정으로 가문이 몰락한 후 이국에서 찾은 금지된 힘으로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빼앗고 영지와 재산을 불려나간 사악한 악당. 하지만 왕가가 공멸을 각오하고 덤빈다해도 쓰러트릴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힘이 커진 탓에, 왕국에서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범죄자. 매달 그의 군대가 일으킨 약탈로 인해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기에, 왕국에 검을 바친 한 명의 기사로서 에버리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그가 가진 힘은 너무나 불길하면서도 강력했고, 그를 암살하려던 수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국 그에게 직접적으로 대적하는 사람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라그나 아마게돈의 지나친 행패로 인해 불만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모여 만든 일종의 저항군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프레드릭 왕자가 남들의 눈을 피해 이런 은밀한 곳에서 누군가와 접선했다는 것은, 어쩌면...!
에버리는 그런 기대를 품고서 프레드릭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그 기대가 깨지는 데에는 불과 10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을 여관으로 안내한 정체불명의 여인이 후드를 벗은 순간, 에버리는 사고가 정지했다.
신 사하.
헤르몬 왕국에는 왕족들의 지저분한 일을 전문적으로 맡아 처리하는 '흑랑기사단'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오로지 왕족과 기사단장들에게만 그 존재가 알려진 이 기사단은 장부 조작이나 암살 등 왕족들이 바라는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하는 곳이었고, 빌헬름 3왕자가 한 때 그들에게 라그나 아마게돈의 암살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만일 그들이 암살에 성공하여 그 공으로 자신이 왕위를 이으면 그들이 왕국의 그림자가 아닌 왕국의 기사들로서 양지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조했고, 흑랑기사단은 아마게돈을 암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암살 능력과 그를 방심시킬 수 있는 예쁜 미모를 가진 한 암살자를 그에게 보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했고, 그 때 나섰던 암살자는 놀랍게도 그에게서 벗어나 목숨을 부지할 수 잇었지만, 흑랑기사단의 단장이었던 자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분노가 왕족과 자신들을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자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뒤를 쫓아온 라그나 아마게돈에 의해 흑랑기사단은 절반이 괴멸, 그리고 버려진 암살자는 그대로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거둬져서... 이제는 그의 눈과 귀가 되어 헤르몬 왕국을 감시하는 감시자가 되었다.
그 암살자가, 바로 에버리의 눈앞에 있는 저 여자. 신 사하다.
"배신자가...! 감히 제 목숨 하나 살겠다고 동료들과 나라를 팔아넘긴 매국노가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감히...!"
에버리는 그 사실에 격분하여 칼을 뽑아들었지만.
"그 잘난 동료들과 나라가 나를 먼저 버렸는데, 내가 그들을 버리면 안 돼?"
그 잘난 검을 채 휘두르기도 전에, 그녀는 에버리의 뒤에서 목에 칼날을 갖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위협했다.
"제 목숨 보존을 위해 충성을 저버린 배신자...!"
언제 목이 날아갈 지 모를 그런 상황에서도 에버리는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해 받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그분 한 분으로도 충분하니까."
사하 또한, 당장이라도 그 섬뜩한 칼날로 에버리의 목을 망설임 없이 끊어버리겠다는 듯 살벌하게 응수했다.
"둘 다 그만하시오!"
보다 못한 프레드릭 왕자가 중재에 나서자, 사하는 한숨을 내쉬며 에버리의 목에서 암기를 거두었다.
"프레드릭 왕자. 루미너스 여신에게 선택 받은 용사라는 자를 기억하나?"
"...전에 헤르몬 왕국에 온 적 있던 그 사내 말이오? 물론 기억하오.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는 전설 속의 용사 이후로 처음이었기에, 아버님께서 직접 만나뵈셨소. 물론 그 자리에 나도 있었고."
"그 용사는 나의 주인의 대적자이다. 그리고 나의 주인께서는, 너에게 용사를 도우라고 전하셨다. 그동안 나의 주인께서 특별히 자비를 베푸셔서 목숨을 지켜왔던 자들을 한 데 모아, 그를 지원하라 하셨다. 이상이다."
"..."
"그럼 나는 해야 할 일을 다 끝냈으니, 이만..."
"잠깐."
사하가 떠나기 전, 프레드릭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의 주인, 라그나 아마게돈은 대체 목적이 무엇이오?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이들 중 일부는 그리도 처참하게 죽였으면서, 어째서 일부는 살려서 감시를 붙여둔 것이고... 어째서 이 나라의 왕자인 나에게 그들을 관리할 것을 명하였으며, 그리고 왜 지금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를 도우라고 하는 것이오? 도대체 당신의 주인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이지?"
프레드릭의 물음에, 사하는 차갑게 대답했다.
"그것은 당신이 알 필요 없는 영역이다.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일이 무사히 끝나면, 다른 형제가 아닌 당신이 이 왕국의 왕이 된다는 것 뿐이지."
그 말에, 에버리의 차갑고도 싸늘한 시선이 프레드릭을 향했다.
사하가 떠난 후, 프레드릭 왕자는 백마기사단 단장 에버리가 품은 오해를 풀기 위해 제법 많은 시간을 써야만 했고, 여관을 나오며 마담이 농담 삼아 내뱉은 '남자가 보기와 달리 제법 오래가네?'라는 저질스러운 농담에 그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
프레드릭 헤르몬. 헤르몬 왕국의 2왕자이자 능력과 인망이 좋기로 유명한 왕자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왕자이면서 왕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과 장자가 아닌 서자라는 점, 그리고 1왕자인 알프레드 헤르몬이 능력 면에서는 더 뛰어난 점으로 인해 왕위 계승위는 최하위인 3위인 왕자이다.
인간으로서는 무척 됨됨이가 좋은 사람임은 분명하나, 야망이 없고 남들의 주목을 받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스스로를 왕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라 주장하였고, 그 탓에 극히 소수의 귀족을 제외하면 지지층은 거의 없다시피 한 특이한 왕족이다.
오히려 막무가내인 성격에 과격하고 성급한 3왕자 빌헬름 쪽이 지지하는 세력이 더 많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빌헬름 지지 세력은 그가 왕이 되면 사실상 왕국이 자신들의 세상이 될 것이라 착각하는 추잡한 욕망을 품은 음습한 놈들 뿐이며, 그마저도 유력한 왕위 계승 후보인 1왕자 알프레드에 비하면 그 수가 턱 없이 부족할 정도다.
그런데 왕위에 관심이 1도 없으며 공식적인 자리든 비공식적인 자리든 자신의 배 다른 형이자 1왕자인 알프레드 헤르몬을 지지하던 프레드릭 헤르몬 왕자가 나를 따르는 이유는, 물론 왕위를 잇기 위해서 따위가 아니었다. 프레드릭이 정말로 내 지시에 따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
"1왕자 알프레드. 최고의 왕 후보지. 하지만 그는 다수를 위해서, 거리낌 없이 소수를 쳐낼 사람이고. 3왕자 빌헬름도 크게 다르지 않아. 머리도 외모도 전부 알프레드의 하위 호환... 아니, 그냥 열화판에 불과하지. 하지만 프레드릭은... 다수가 조금의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소수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지. 그렇기에... 그는 내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뭔 소리야?"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일개 남작이 왕자를 자신의 수하마냥 부릴 수 있냐는 호크나의 물음에, 나는 우선 왕자들의 성격에 대해서 설명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만약 이 나라에 전염병이 하나 돈다고 치자.그 병은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은 꽤 강한 병이야. 그래서 설령 병에 걸린다고 해도 관리만 잘 해주면, 무사히 나을 가능성이 있는 병이지."
"응응."
"알프레드의 경우에는, 이 전염병의 확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감염자들을 확실하게 격리하는데 집중을 기울일 거야. 병자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 그 병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지. 하지만 프레드릭의 경우에는 병이 전염되는 것보단 그 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데 더 치중할 거야."
"다수가 고통을 받지만, 도움받지 못하는 소수를 만들지는 않는다?"
"아주 정확해."
사실 왕이자 지도자로서는, 알프레드의 판단이 더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버려지지 않는 쪽'들의 생각 뿐. 만일 '버려지는 쪽'에 속한다고 해도, 그들은 알프레드를 지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버리는 것에 찬성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도, 자신이 그 소수 안에 있을 때 의견을 바꾸지 않을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물론 병에 걸린 사람들이 걸리지 않은 사람들보다 많아진다면, 그 때는 격리를 하기에는 이미 늦은 후이니 알프레드도 병자들의 치료에 집중할 거야. 그러니 설령 진짜로 전염병이 돈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해 프레드릭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병에 걸린 소수. 병에 걸리지 않은 다수는 알프레드를 지지할 테지."
"그렇겠지?"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프레드릭이 내 말을 듣는 이유는 전염병 따위가 아니라는 거지."
세르베르크는 파괴자, 실립은 광인, 바이올렌스는 폭군.
그리고 나는... 검은 군대다.
"알프레드는 최선의 수를 쫓지만, 프레드릭은 최악의 수를 피하려 하지. 그러니 프레드릭에게 알려주는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을 말이지. 백성 하나의 생명조차 놓치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 약한 왕자님께서, 남들은 믿기 힘든 '왕국을 멸망시킬 불행'이 찾아오는 것을 혼자서만 알고 있다면... 그는 그 불행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밖에 없으니까."
프레드릭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 왕국이 멸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나의 말을 따랐다.
나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은 세력들을 한 데 모아 규합하고, 그들을 통제했다. 적절한 때가 다가오기 전에, 그들이 제멋대로 일어나 내게 덤볐다가... 내가 그들을 무참히 짓밟아 죽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그 불순한 세력도, 왕자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 편이 좋았을 것이다. 무려 인망이 좋기로 유명한 왕자 님이 자신들을 이끌어 준다면, 나를 향해 복수할 명분도 갖는 셈이니. 나는 그렇게 프레드릭 왕자를 통해, 나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은 세력들을 한 데 모아서 관리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며 나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아온 이들은,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 아래 정당한 복수자로서 그 칼을 뽑으리라.
"전부 계획대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