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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08화 (108/229)

〈 108화 〉 응~ 더 지랄 해봐~ 다 때려치면 그만이야~(2)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약 이행 실패로 소원권을 들어줄 수 없다.

혼돈의 군주이자 고대의 외신, 니아 씨가 덤덤하게 내뱉은 한 마디. 나는 처음에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이해를 못 했다기보단 이해를 거부한 것에 가까웠지만.

지상이 개판이 나고 있는 데도 위에선 아무 말이 없길래, 나는 불안하면서도 아직은 모른다는 심정으로 계속 내 역할을 이어나갔다. 연극을 망치려는 뇌신을 잡아내고, 날뛰는 마룡을 제압하여 진정시키고, 마무리를 위한 용사와의 재대결까지 다 준비해 두었다. 그런데, 계약 이행 실패?

처음엔 분노가 치밀었다. 허나 그것을 감히 내 앞에 선 두 추월자의 앞에서 그대로 토해낼 순 없었기에, 쏟아져 나오려는 분노를 그대로 다시 되삼켰다. 그리고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한 번 진정시킨 후에야 차갑게 식은 머리로 그들의 말을 제대로 경청했다.

­연극의 감독관 중 한 명인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가 시험 응시자 빛의 여신 루미너스를 자격 미달로 탈락 처리시켰다. 그리고 연극을 무사히 성공시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기에, 소원권 또한 증발한 셈이지.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저를 위해서 힘을 써 주셨으니까...

­루미너스.

나를 향할 때와는 전혀 다른, 듣는 사람이 뼛속부터 얼어붙는 듯한 차갑고 섬뜩한 목소리에 마음 여린 빛의 여신은 입을 닫았다.

­너 그 사이의 계약에 대한 권리는 전부 내게 위임되었다는 것을 벌써 잊은 건가? 나는 그가 계약 이행에 실패하였다고 간주했다. 설령 네가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고 해도, 지켜지지 못한 약속에 대한 보상을 내가 줄 의무는 없지. 정녕 네가 그에게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서 보답하고 싶다면야, 너 자신의 힘만으로 그의 소원을 들어주면 된다. 하지만... 그건 어렵겠지.

지독하리만큼 차가운 그 목소리는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왜냐하면 지옥의 여신 헬과 번개의 신 라이키린, 두 초월자의 농간으로 엉망이 된 세계를 다시 수복하는 것만으로도 너는 힘이 부칠 테니까. 그리고 설령 세계를 다시 복구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시험에 통과해서 격이 한 단계 올라간 상태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지금의 너로선 그의 소원을 완벽하게 들어줄 수 없다. 너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내게 권리를 위임한 것이지. '적어도 내가 하는 것보단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

­그 생각은 딱히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연극이 제대로 성공했을 때를 기준으로 봐도, 네가 들어줄 수 있는 것보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으니. 하지만... 결국 그는 성공하지 못 했다. 그게 요점이지.

"하......"

연극은 실패로 끝났다.

즉, 그동안의 내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소원권, 그것 단 하나만 믿고 쭉 달려왔는데,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신되자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어느 정도냐면, 순간 숨을 쉬는 방법을 잊어 버렸을 정도로.

­하지만 나는 유스티아, 그 매정한 년과는 다르지. 그러니 특별히 기회를 줄 수 있다.

".....뭐죠?"

­거래 내용이 궁금한가? 그 적극적인 태도도 마음에 들지만, 우선 그 세계에서 해야 할 일을 전부 마치고 오도록. 네가 활약할 또 다른 무대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악마의 유혹보다 더 위험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이 취미인 초월적인 존재가 내민 계약. 언뜻 보기엔 내게 유리해 보이지만, 그 안에 어떤 악의가 숨어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내게 호의적이었다고 한들, 그 태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법은 없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내게는 애초부터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엔 단순히, 우연히 얻게 된 기회와 신이 이뤄주는 소원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보상 하나에 시작된 일이지만.

좋은 일도 있었고 싫은 일도 있었고 참 다양한 일을 지나왔으며...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것들이 차마 냉정하게 버릴 수 없는, 내게 있어선 너무나도 소중한 보물이었기에.

이곳에서 얻은 인연도, 내가 저지른 죄도, 전부 짊어지고 싶었기에.

"좋습니다."

나는 다시금, 초월자와 계약을 맺는다.

­그럼 우선... 용사와의 대결을 준비하도록. 이미 대부분의 관객들은 떠났지만, 그렇다고 아직 모두가 떠난 것은 아니니. 이 세계의 마무리를 보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후회 없는 최고의 피날레를 선사하게. 전력을 다해서... 용사와 싸우는 거지. 그리고 증명하게. 이 세상은... 아직 사라지지 않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

시간은 악역의 삶을 살아온 이가 혼돈의 군주의 제안을 승낙하기 몇 시간 전, 외신의 촉수가 한낯 인간의 손에 패배한 번개의 신을 어딘가로 끌고 갔을 즈음으로 돌아간다.

끈적거리는 점액으로 점칠된 기분 나쁜 촉수에 구속되어 끌려간 번개의 신, 라이키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성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새하얀 성당 한 가운데에서, 아홉 형상에게 둘러싸인 상태였다. 그 아홉 중에는 낯선 얼굴도 있었지만 익숙한 얼굴도 있었고, 반가운 얼굴도 있었지만 반갑지 않은 얼굴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은, 대다수라 라이키린보다 격이 높은 초월자이며 동시에 같은 초월자들을 상대로 그 자격을 판별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여, 여긴 어디지...? 나는, 대체...]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럼 모두가 모인 것 같으니, 지금부터 '번개' 라이키린을 대상으로 다수의 규율 위반 혐위 및 자격 미달에 대한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뭐...? 심사...? 서, 설마...]

라이키린에게 아주 낯익은 자. 그리고 아주 반갑지 않은 자. 같은 파벌 소속이자 그보다 훨씬 나중에 들어왔음에도 뛰어난 능력을 증명함으로서 더 격이 높은 존재가 되어버린 초월자, '정의'의 유스티아였다.

[우선 심사원 겸 진행원으로서, 먼저 발언을 시작하겠습니다. 피고, '번개'의 라이키린. 초월자로서의 경력은 994856년, 허나 경력에 비해 실적은 미비하여 현재 등급은 6(중급). 7급 이하의 다수의 신들의 세상에게 피해를 끼친 전적이 있으며, 이번에 같은 7급인 '죽음'의 헬과 함께 8급에 속하는 '빛'의 루미너스의 신격 승급 시험에 직접적인 방해를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피고는 공범인 '죽음'의 헬과 함께 계획적인 범죄를 모의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증거로서 먼저 자백했던 헬의 증언이 있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

[거기에 피고는 다수의 방해 행위로도 모자라, 직접적으로 하위 신의 세상에 현신하여 다수의 파괴 행위 및 규칙 위반 행위를 하였음이 확인.]

[기다리라고!]

[거기에 비록 자신의 세상이 아니며 상대가 초월자의 힘을 빌린 상태였다고는 한들, 인간 한 명에게 정면 대결에서 패배하였음을 통해 초월자로서의 자격 미달이 확인되었으며...]

[기다리라고 말 했잖아!]

콰르르릉! 라이키린은 사납게 번개를 흩뿌리며 노성을 내질렀으나, 이내 사방에서 뻗어나온 황금으로 이루어진 사슬이 그의 팔다리를 구속하여 바닥으로 끌어 당기고, 거대한 추가 그의 등을 짓눌러 바닥에 고개를 박고 엎드린, 한 명의 초월자로서 아주 굴욕적인 자세로 만들었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한 후, 유스티아는 싸늘하고 덤덤한 말투로 선언했다.

[발언에 주의해주시길. 아직 당신에겐 발언권이 없으며, 이곳에 있는 심사원들은 감히 당신이 먼저 입을 열어도 될 상대가 아니니.]

이어서 크흠, 크흠하고 헛기침 몇 번으로 분위기를 바꾸고선 유스티아는 자신의 말을 마무리지었다.

[어찌되었든, 이상의 내용으로 '번개' 라이키린의 초월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심사원들께 피고의 죄질 및 자격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럼 나부터 시작해도 괜찮나.]

[발언권을 허가하겠습니다, '파괴'의 시바 님.]

유스티아의 말이 끝나고,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다른 이들의 배에 가까운 거대한 몸집에 험상 궂은 사내의 외형을 한 초월자, 파괴신 시바였다.

[나는 우선 피고가 벌였다는 파괴 행위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군.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네. '번개' 라이키린은 '빛' 루미너스의 승격 시험에 방해 행위를 벌였으나, 공범이자 대다수의 계획을 세운 '죽음' 헬이 홀로 자백한 후 루미너스의 세상에 잠적하다, 끝내 직접 현신함과 동시에 루미너스의 피조물 중에서 신체적으로 가장 뛰어난 생명체, '불멸의 용'을 강제로 조종하여 그녀의 세상을 파괴하려고 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즉, 그가 벌인 파괴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 보단,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다는 것이로군.]

[설마 그의 파괴 행위를 옹호하실 셈인가요?]

유스티아의 질문에 라이키린은 일말의 흐망을 품었으나, 시바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 리가. 내가 비록 파괴를 담당하는 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파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담당하는 영역은, 다른 초월자들의 목적과 완전히 대비되는 '파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무거나 다 때려부수는 미친 놈은 아니다. 내가 긍정하는 파괴 행위는, 오로지 필요한 파괴 행위 뿐. 더 나은 세상을 창조 및 기존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파괴 행위라면 용인할 수 있지만, 단순히 자신의 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파괴는 용납하지 않는다.]

[그 말씀은...]

[다른 심사원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나는 그에게 유죄 및 자격 미달 판정을 내리고 싶군. 신을 자청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격을 갖춰야 하는 법. 그릇에 맞지 않는 힘은 그저 파멸을 부를 뿐이고, 불필요한 파괴는 우리 모두의 '숙원'에 방해만 되는 행위이니.]

[나는...!]

라이키린은 자신을 옹호하기 위해 다시금 입을 열었으나, 유스티아는 한 번 경고한 것을 다시 어긴 멍청한 죄인에게 또 다시 자비를 베풀 정도로 너그러운 여신이 아니었다. 지면에서 솟구친 황금으로 이루어진 삼지창이 그의 턱을 꿰뚫었고, 라이키린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럼 다음은 내가 발언해도 되겠지?]

[....네, 발언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이곳에서 바로 사라지셔도 좋겠습니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며 평소 감정 표현이 없기로 유명한 그녀가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거리낌 없이 적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에, 다른 심사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증오를 산 대상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공과 사는 구분하라고. 어쨌든, 그럼.... 이번엔 이 몸, '혼돈'의 니아가 말할 턴이군. 나는 피고, 라이키린이 벌인 질서 위반에 대해서 집중하고 싶군. 피고가 자신보다 급이 낮은 초월자들의 세상에 피해를 끼쳤다는 점과 이번 피해자 '빛'의 루미너스의 세상에서 그런 일들을 벌인 것에 대한 동기가 궁금한데, 혹시 알고 있나?]

[예. 현재 파악된 바로는, '번개'의 라이키린은 평소 실적은 8급 초월자에게 미치지도 못할 정도로 미비하였으며, 그 사실을 본인이 가장 잘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고 추정되는 중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서, 그에게 피해를 입은 세상의 초월자들은 하나 같이 경험이 미비하나 그 기량과 재능은 피고보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은 시기 또한, 그들이 신격 승격 시험에 응시하는 시기 근처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아둔한 머리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셨는지요?]

[즉, 자신보다 뛰어난 후임들을 일부러 배척하려 했으며 그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군. 이건 뭐, 재고할 가치가 없을 정도인데. 혹시 또 발언할 자 있나?]

니아는 자신을 향한 유스티아의 시비를 완벽하게 무시하며 능숙한 태도로 다른 심사원들의 의견을 구했고, 그를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심사원들 또한 그의 말에 딱히 반박할 요소를 느끼지 못 했다.

[당신과 의견이 같다는 것이 심히 불쾌하지만, 긍정합니다. 그럼 이제 제 역할을 다 하셨으니 어서 꺼져주시길.]

[거 참....]

[잠깐, 끝내기 전에 나도 발언하고 싶은데.]

[아, 잠깐. 나도 하나 발언하고 싶은데.]

그대로 다른 이견 없이 심사가 끝나는가 싶었더니, 한 초월자가 대뜸 발언권을 요구했다. 이에 라이키린은 마지막 희망을 담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그 시선을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으로 발언을 요청한 심사원은 다름 아닌...

[그래, 내 딸이랑 작당을 했다고?]

함께 루미너스의 연극을 망치려고 했으나 느닷없이 도중에 전부 때려치고 자백해서 죄가 줄어든 동업자이자 배신자, '죽음'의 헬의 아버지인...

[도대체 네놈이 무엇을 대가로 내걸었길래 내 영리한 딸이 이런 허술한 계획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어디 들어볼까?]

'장난'과 '거짓', '마술'의 신인 로키였다.

*

'번개'의 신, 라이키린에 대한 판결은 금방 내려졌다. 만장일치로 초월자로서 자격 미달, 다수의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이 결정. 그렇게 라이키린은 신격을 잃고 영원불멸의 전지전능한 초월자에서 다시 그가 그토록 무시하고 얕보았던, 필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는 하찮은 피조물로 전락. 거기에 그가 끼친 피해의 잠재적 결과를 고려하여 약 5천년동안 다시 초월자의 자격에 오를 기회 박탈이라는 형별이 내려졌다. 즉, 그는 다시 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도 수명이 100년도 넘기기 힘든 인간의 몸으로, 최소 5백 회의 윤회를 반복하고 나서야 다시 신이 될 자격을 얻게 된 셈이다.

물론 5천년 동안 인간의 몸으로 살고 죽기를 반복하다 보면, 초월자였던 기억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테니 사실상 신격 영구 박탈에 가까운 처벌이었다. 물론, 2만년 동안 신격을 올리지 못해 대신 하위 신들을 괴롭히기 시작한 나약한 근성을 가진 라이키린이 다시 그 고된 시련을 통과해서 초월자의 반열에 오르는 것조차 불가능할 테지만.

[이건 다 함정이야! 유스티아, 네년이 나한테 그랬잖아! 이번에 우리 파벌에서 새로운 하급 여신, 빛의 여신 루미너스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마치 그녀가 파벌에 들어오면, 내 입지가 위험해 질거라는 듯이 말했잖아!]

[이런, 참 들을 가치도 없는 헛소리를.]

유스티아는 황금 망치로 자신의 손바닥을 툭툭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철저한 자기 계발을 통해 자신을 증진시키면 될 것을. 초월자의 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망집과 자신보다 뛰어난 후배들을 향한 열등감에 사로 잡혀, 남의 말을 제멋대로 왜곡하여 듣고 올바르지 못한 일을 계획한 우자의 말로군요. 부디 수 차례의 환생 후엔, 그 피해망상증이 조금은 고쳐지기를 바랍니다.]

[시, 시바아아아아알!]

콰광! 라이키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남아있던 신성력을 폭발시키듯 터트려 자신을 구속하던 유스티아의 황금 사슬을 끊어내며 그녀에게 보복하고자 달려들었으나, 이내 거대한 주먹이 그의 정수리를 내리쳐 그대로 그의 머리를 바닥에 꽂아버렸다. 유스티아가 스스로를 지키기도 전에 그녀를 도와준 초월자, 파괴의 신 시바는 눈쌀을 찌푸리며 열등감에 사로잡힌 (전)초월자를 향해 말했다.

[내 앞에서 그 욕은 쓰지 마라. 내 이름으로 욕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니까.]

이윽고 혼절한 라이키린이 끌려나가고, 다시 루미너스의 세상으로 돌아가려던 니아를 향해 유스티아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비록 헬에 대한 처벌은 당신이 로키를 거들어준 탓에 무척이나 줄어들었지만, 저는 압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결코 호의만 품고 행동할 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아직도 세상 모든 일이 전부 당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그 생각이 단단히 잘못된 착각이라는 것을 증명해드리죠.]

니아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그저 손을 뒤로 향해서 크고 우람한 중지를 자랑해보였다. 그 모욕적인 표현에 유스티아가 분개하기 전에 니아는 그녀를 향해 비웃듯 한 마디를 남기며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 맘대로 해 봐. 어차피 누구도 성공하지 못 했고, 앞으로도 성공 못 할 일이니까. 크크큭.]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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