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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14화 (114/229)

〈 114화 〉 미안하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4)

* * *

루크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을 시작으로, 아마게돈 남작의 공세는 한층 거세졌다. 처음엔 그가 발동 시키기만 하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자동으로 공격 마법을 쏟아 내는 자동 폭격 마법진을 자기 손으로 해제했을 때, 도대체 무엇이 목적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그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윽고 자기 몸으로 그 해답을 깨달았으니.

"느려!"

"컥...!"

둔탁하고 묵직한 일격이 복부에 내리꽂히며, 루크는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 내었다. 단 한 번의 주먹질로 몸 안의 장기가 전부 으스러져, 내부에서 역류한 피를 토해낸 것이다. 그대로 쇼크사 해도 이상하지 않을 무시무시한 충격이었으나, 나름 두 신의 신성력을 몸에 품고 있던 루크는 곧바로 심장 박동이 멈추는 대신 신성력을 끌어모아 곧바로 엉망진창이 된 내부를 회복했다. 그리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아마게돈 남작과 거리를 벌렸다.

저 날카로운 손톱은 스치기만 해도 두꺼운 암반조차 두부 썰듯이 베어 버리며, 저 거대한 팔에 부딪치는 순간 그 충격에 온몸이 짓뭉게진다. 저 흉악하게 변한 두 팔은 어엿한 무기... 아니, 너무나도 치명적인 흉기였다. 저 변이 된 팔은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아마게돈 남작에게 패배한 후, 실력을 기르기 위해 찾아간 산맥에서 아마게돈 남작의 부하인 그 마수 조련사 여인이 부리던 거대한 마수... 그 마수와 맞먹거나 그 이상. 그런 거대한 괴물의 힘을, 아둔한 짐승이 아닌 영민한 인간이 다루는 시점에서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뭐냐, 루크. 설마 아직도 나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을 못한 거냐?"

"뭐라고...?"

"내 힘은 어둠. 다른 것을 어둠에 잠식시켜, 나의 방식대로 물들이고 바꾸는 힘. 그리고 어둠에 물든 마수들을 상대해 봤으니 알겠지만, 그것들은 일반적인 마수들에 비해 흉폭하고 강력했지. 그런데 세상에 아무런 대가 없는 힘은 없다는 것 아나?"

"무슨..."

꾸득, 꾸드드득. 아마게돈 남작의 몸이 재차 변형하며, 양어깨에 서로 다른 짐승의 머리가 돋아났다. 하나는 염소, 다른 하나는 사자. 루크는 저 머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산맥에서 만났던, 그 머리 여러 개 달린 마수의 것과 똑같았으니. 그리고 그의 기억이 맞다면, 그 마수는 분명 입에서 불을 뿜었...

푸화아아악! 루크가 그 사실을 떠올린 것과 동시에, 그의 양어깨에 달린 머리들이 그를 향해 동시에 성난 불꽃의 숨결을 토해냈다. 갑작스러운 브레스에도 방어막을 전개해서 불길을 막아 낸 루크였으나, 그 거대한쪽 팔을 달고 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아마게돈이 휘두른 주먹 한 방에 온몸의 뼈가 모두 동시에 엇나가는 듯한 무시무시한 충격이 그를 엄습했다.

여태껏 그 어떤 공격에도 흠집 하나 없던 방어막이었으나, 저 무지막지한 팔 앞에선 그리 효과적이지 못 했다. 모든 충격을 다 흘려내지 못하고, 몸에 점차 누적되는 피해에 루크는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쉽게 말해서 이런 식으로, 그 마수들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대신 나도 그 마수들이 하던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그리고 이건 마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성체... 그래."

콰강, 쾅! 연이은 강렬한 충격이 방어막의 한 부분만을 집중력으로 때리며, 무적의 장벽에 점차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인간도 포함이거든."

"설마..."

루크가 기억하기로, 엘헤임 왕국의 콜로세움에서 봤던 아마게돈 남작의 근접 전투 실력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때 그가 푸른 털의 수인 여성 전사를 일방적으로 유린했던 것은, 각종 마법 효과가 부여된 아티팩트를 몸에 잔뜩 두르고 있던 덕분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방금 전까지 노련한 전사의 몸놀림으로 자신을 압박해 왔다. 그건 설마...

"전쟁광 마르스. 그녀는 내 심복들 중에서 순수 전투력 면에선 최강이지. 무거운 둔기를 휘두르며 전장을 휘어 잡는 그녀는 최강의 전사이자 공포의 지휘관이고, 또한 내 힘을 받은 여인이지."

"다른 사람의 전투 능력을, 자신에게 더한다고?! 그, 그게...."

말이 되는 건가?

"마르스의 무력만이 아니다. 연이은 마법 실험으로 인해 온갖 약재와 마법에 높은 내성을 지니게 된 모르모트의 적응력, 수많은 마수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레이의 통솔력, 암살자인 사하의 민첩성에 혼자서 저택 내의 모든 일을 기억하고 처리하는 미아의 지성. 그 외에도 나의 힘을 받은 모두의 능력을, 일시적으로나마 내가 사용할 수 있지. 바로, 이렇게!"

콰앙!

아마게돈 남작이 있는 힘껏 내지른 그 마지막 일격에, 마침내 무적의 방패가 유리창이 깨지듯 산산조각이 났다.

*

"....저걸 도대체 어떻게 이기겠다는 건지."

그리고 용사 루크와 아마게돈 남작의 전투를 멀리서 지켜보던 유일한 관전자, 초대 용사 셀레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게돈 남작이 저런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녀가 여유로운 이유는 하나, 단순히 그녀가 더 강하기 때문이었다.

아마게돈 남작이 보여주는 무력 자체는 감히 대적할 이 없는 최강에 가까워 보이나, 결국 그가 다루는 힘은 본래 마룡이 다루던 것. 순수 전투력만으로 따지면, 불멸의 용이 힘을 쓰지 않고 단순히 육체 능력만으로 밀어 붙이는 것보다 약했다. 즉, 그가 아무리 전력을 발휘해도 결국 그의 무력은 마룡의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불멸의 용을 혼자서 몇 번이고 때려눕힌 적 있었던 셀레나가 보기에 두 사람의 싸움은, 5살짜리 어린애들이 투닥거리며 싸우는 것 정도의 감상뿐. 사실 저 두 사람의 바보짓을 금방이라도 끝낼 수는 있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은 패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 녀석은 용사고, 나는 악당. 결국, 나는 언젠가 질 거다.'

'설령 제가 질 것 같다 하더라도, 절대 끼어들지 말아 주세요. 이 싸움은, 저희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내가 죽던, 녀석이 죽던, 둘 중 하는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이다. 그게 시나리오거든.'

"....진짜, 둘 다 바보 같아."

셀레나는 용사의 수련을 돕던 도중, 그에게서 라그나 아마게돈이 일부러 패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추측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용사가 잠든 사이 아마게돈 남작을 찾아갔고, 그는 '이제 관객도 다 떠났고, 그녀도 너에게는 말해도 괜찮다고 허락했다'라며 그동안 그녀가 알고 싶었던 것을 전부 들려주었다.

세상에는 신이 하나가 아니고, 그 신들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세상이 있으며 이 세상 또한 하급 여신 루미너스에 의해 창조된 세계라는 별로 알 필요 없던 이야기부터.

이 세상의 창조 목적 자체가 '용사가 불멸의 용을 죽이고 세상에 평화를 되찾는 이야기' 하나만을 위해서라는 어처구니없는 것.

아마게돈 남작은 그 시나리오가 무사히 진행되기 위해 여신에 의해 부름을 받아 이 세상에 온 외부인이라는 것과, 그동안 여신이 정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 왔는지.

그리고 본래 이 세상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 예정이었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 전부를 전해 들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아주 소설을 쓰라며 비웃어 넘겼을 만큼 허황된 이야기였다. 허나 이미 죽음의 너머에서 죽은 자들의 여신 '헬'을 만났고, 자신이 해온 여정과 동료들의 비극까지 전부 여신에 의해 정해진 이야기였다는 것을 들었던 셀레나에게, 라그나 아마게돈의 이야기는 절대 헛소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에게만은 말해도 괜찮다고 허락했다고? 누가 허락했다는 거야? 설마...'

'그녀를 너무 미워하진 말아줘. 그녀도 원래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라. 다만,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선 어쩔 수...'

'...됐어. 변호할 필요 없어.'

"하....."

자신과 동료들이 해 온 긴 여정, 소중한 사람을 잃은 비극, 그리고 모든 것이 어차피 신의 뜻대로 였다. 실로 허무한 이야기. 그리고 가장 짜증 나는 건, 그 망할 신이 실은 자신들을 무척 아끼고 있으며 그게 최선이었다는 것.

알아 봤자 아무것도 좋을 게 없는, 더럽고 추잡한 이야기. 차라리 자신들을 그냥 자기 목적을 위한 도구로서 이용했다는 것이었다면 마음 편히 미워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일을 벌인 목적이 자기 피조물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라는 머리가 절로 어질거리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들은 순간 끓어오르던 분노와 증오가 전부 허무하게 픽 식어 버렸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창조주인 루미너스를 무작정 증오할 때가 더 좋았을 정도로.

"...아, 벌써 끝나가네."

셀레나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진 사이, 루크와 아마게돈 남작, 두 바보의 싸움은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부하들의 능력에 마수들의 신체 특성까지 모아 사용하며 압도적인 힘으로 루크를 밀어붙히던 아마게돈이었지만, 패배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듯 그는 일부러 루크에게 파고들 틈을 만들어 주었고 루크는 그의 바람대로 그 틈을 노려 치고 들었다.

그들에게 있어선 치열한 공방을 몇 차례 주고받으며 결국 신성력을 휘감은 루크의 검이 아마게돈 남작의 두 팔을 그 몸에서 분리시켰고, 아마게돈 남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궁지에 몰려 발악하는 모습을 보여 주며 마지막 힘을 전부 끌어모았다.

처음은 검과 마법을 섞어가며 사용, 다음은 마수에 가까운 형태의 연격, 그리고 마지막은...

철컥.

"...저 녀석, 저런 것도 쓸 줄 알았어?"

타앙!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루크의 몸에 구멍이 뚫렸다.

*

"커헉...!"

방심했다.

그가 자기 승리를 바라고는 있지만, 그는 일부러 자기 손에 죽고 싶어 하는 자살 희망자 따위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 덤볐음에도 자신이 패배하는 결말을 원하는, 도대체 그 목적을 이해할 수 없는 소망을 품은 남자였다. 그런 그를 상대로, 아무리 그가 바란다지만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모습일 때 노련한 검술과 끝없는 마법으로 공격해 오고, 마수의 힘을 빌린 무지막지한 공격까지 돌파했는데.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것이 마수의 특성을 몸에 주렁주렁 매단 괴물의 모습에서, 뿔과 날개가 돋아 악마에 가까운 형상이 된 아마게돈 남작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구멍이 뚫린 어깨에서 피를 쏟아 내며 루크가 떠올린 생각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저 물건, 그것은 루크가 아는 물건이었다.

총기.

내부에서 화약을 터트려, 금속으로 이루어진 탄환을 발사해 표적을 꿰뚫는 원거리 무기. 그러나 아직은 경량화 및 안정성 부족의 이유로 실용성이 부족해 군대에서도 보급이 되지 않은 무기. 그런데 어째서 그런 무기가, 지금, 이 타이밍에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걸까.

"이래 봬도, 내가 원래 살던 곳에선 특급 사수였거든. 비록 무게며 사정거리며 전부 천차만별이지만, 그래도 몇 번 쏘다 보니 금세 감을 잡을 수 있더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예측도 못한 물건이 튀어나오는 것만큼 대비하기 어려운 것도 없지."

"큭, 아윽...!"

"왜 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얼른 일어나."

철컥.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자기 몸을 꿰뚫은 그 물건이 다시금 자신을 겨누는 것을 느끼며 루크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엄살 그만 부리고 일어나. 원래 최종 보스전은 3페이즈가 국룰이잖아? 원래 막페는 광란 모드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아마게돈'.

라그나의 가문명이며 전쟁, 파멸, 그리고 종언을 의미하는 단어. 지금 그의 모습은, '아마게돈' 이라는 이름이 그보다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악마를 연상케 하는, 머리와 등에 각각 돋아난 휘어진 뿔과 붉은 피막의 날개.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검붉게 변이 된 피부와 새빨갛게 충혈된 눈. 그리고 양손에 쥐어진,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는 생소한 무기. 그 모습은 악마, 또는 종언의 사자.

"근데 너도 참 여전하다. 내가 새로운 걸 꺼내면, 대응 못하고 얻어맞고 꺽꺽거리게 몇 번째냐? 아주 원패턴이야. 좀 참신한 건 없..."

쐐애애액! 검에 신성력을 담아 빠르게 날린 검기를 손에 든 총기로 쳐 내며, 그는 비웃음을 흘렸다.

"그래, 이제야 좀 봐줄 만한 얼굴이 되었네."

봐줄 만한 얼굴? 루크는 지금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지만, 그의 말이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그저... 이제는 지긋지긋했다.

흙바닥을 꼴사납게 구르며 그에게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용사로서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에 너무 사로잡혀 자꾸만 강요되는 선택지 앞에서 머리를 쥐어싸매는 것도.

"자, 정의의 용사님. 이제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내봅시다."

그의 저택에서 시작되었던,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나긴 전투. 이제 그 막을 내릴 때가 왔다. 루크는 검을 고쳐 쥐며, 성검 안에 서로 다른 두 신성력을 동시에 담았다.

"이번엔 네가 뭘 하든, 안 피할 거다. 그러니까 전력을 다해 날려 봐. 나도 최선을 다 할 테니."

그렇게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남겨질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불멸의 용이 다시 봉인된 후,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이 이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동안 그가 저지른 죄는 사라지지 않고, 이미 죄를 저지른 이가 다시금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도 없으며, 설령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그러니 세상을 위해서라도, 그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것이 제 사명을 다하지 못 했던 용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임무.

"흐아아아아아아아아!!!"

단순히 신성력을 담는 것을 넘어, 그야말로 자기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그에게, 숙적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내던진다. 그리고...

"씨바아아아아알!! 드디어 끝이다아아아아아아아!!!"

아마게돈 남작은 환희에 젖은 욕설을 내지르며, 손에 든 총기에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그대로 루크를 향해 발사했다.

그래, 이걸로 끝이다. 그를 쓰러트리고, 세상에 평화를...

'정말 그걸로 괜찮은걸까?'

순간 저도 모르게 떠오른 그 잡념 탓인지, 아마게돈의 마력이 담긴 탄환을 전부 갈라버릴 기세로 날아가던 빛의 칼날의 기세가 잠시나마 약해졌고...

빛의 검격과, 어둠의 탄환이 맞부딪치며 부러진 병장기들이 널브러진 언덕이 순식간에 폭발에 흽쓸렸다.

*

"아니 씨발 이 개새끼가 진짜."

[진정하세요. 제발 좀 진정하라고요.]

[그래, 일단 좀 참아라.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아, 좀 놔 봐요! 이 씨발 새끼 진짜 죽여 버릴 거야!!!"

다시 눈을 뜬 루크는 어째선지 분노로 눈이 돌아버려 당장에라도 자신을 죽일 듯한 살기를 내뿜는 라그나 아마게돈이 처음 보는 남녀에게 붙잡혀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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