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4화 〉 여신에게 사랑 받는 영웅, 외신에게 선택 받은 악당(2)
* * *
랜드필을 지배하는 다섯 조직 중 네 곳을 내 손아귀에 넣어 통합한 후, 이 도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비행선 정거장이 있는 동쪽 구역 또한 손에 넣기 위해 나는 각 조직의 우두머리들에게 서로 교류하며 조직을 재정비하라고 지시를 내려 두었다. 물론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으르릉거리던 녀석들이 하루 아침에 하하호호 웃으며 어깨 동무를 하거나 뜨거운 전우애를 불태울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랜드필을 이 상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결국 언젠가 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조직원들을 통솔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상급자와의 개인 면담'이었다.
어떤 조직이든, 가장 좋은 상사의 조건은 자기 아래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공적인 일이든, 사적인 일이든 상사의 지속적인 압박은 아랫 사람의 입장에서는 위가 쓰릴 정도로 큰 스트레스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조직원들을 하나 하나 전부 다 만나본다는 내 생각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자기 이미지를 나락 아래로 쳐박는 병신 짓으로 보일 것이다.
실제로 크게 다르지도 않을 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멀쩡히 생활하던 조직이 어느 날 나타난 한 듣보잡에게 자신이 속한 조직이 흡수되고 이제는 그 놈과 개인적인 면담을 가져야 한다니, 누구라도 질색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끌어야 할 이들의 반발감을 줄이기 위해, 그들을 하나 하나 일일이 만나보기로 했다.
"어디서 굴러 먹다 온 놈인지는 몰라도, 감히 우리 형님에게..."
"거, 싸우고 싶으면 내가 너에게 무슨 짓을 해도 나중에 따지지 않겠다고 먼저 선언하시지."
"하. 입만 산 녀석의 허세로군. 좋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있던 일에 대해서 이후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 됐냐? 자, 이제... 커헉?!"
"어휴, 하여간에 시시한 놈들이 혀만 길어서... 어쨌든 이걸로 열 네 명째 인가."
누구와는 상호 합의(?) 하에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결투로.
"...이 카드로 마지막 수비 추종자를 파괴하고, 남은 추종자로 전부 공격. 이걸로 게임 끝."
"허, 세상에... 댁 정말 이 카드 게임 오늘 처음 하는 사람 맞아?"
"물론. 전에 비슷한 게임을 해본 적은 있지만, 이 게임은 처음이야."
"하... 뭐, 졌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 인정하겠소."
누구와는 테이블 위에서 카드를 통해 지식과 운을 겨루는 즐거운 결투로.
"읏, 하읏..! 자, 잠깐...! 인정할게, 인정할 테니까 그마안...!"
"어허, 아직도 말이 짧다."
"재, 재송해여어엇...! 다, 다시는... 까불지 않을, 헤읏, 게여엇...!"
누구는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이용한 아주 격렬하고 뜨거운 결투로.
그렇게 나는 조직원들을 하나 둘 씩 천천히 상대하였다.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나는 '갑자기 랜드필을 집어 삼키려고 드는, 어디서 굴러 먹다 온 지도 모를 수상한 놈'이 아닌 '강력한 힘을 가진 두목', '같이 카드 놀이를 즐기는 친구', '침대 위의 폭군', 그리고 '선생님'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나는 '최후의 한 잔' 주점의 구석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랜드필에서 사귀게 된 새 친구들과 카드 놀이를 즐기며 능력의 개화 및 사용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올 조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오늘 '최후의 한 잔'에는 낯선 외부인이 한 명 찾아왔다. 칙칙한 색의 판초를 뒤집어 써 자신의 정보를 꽁꽁 싸매려는, 온몸으로 자신의 수상함을 광고하는 듯한 차림새. 그리고 무기에 안목이 없는 내가 보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으로 보이는, 그가 다른 이들을 위협할 때 슬쩍 내보인 허리춤의 장검.
랜드필의 동쪽 구역까지 차지하여 지하 도시를 새롭게 통일할 일이 멀지 않았는데 이런 곳에서 쓸데없이 낭비할 전력은 없었기에, 나는 최후의 한 잔에 있던 조직원들과 낯선 이방인이 맞붙으려던 찰나 조직원들을 진정시키고서 그 이방인을 상대하게 되었다. 물론 오늘의 내 카드 놀이 상대이자 내 부하인 양옆의 두 명, '바인'과 '아이네'는 내가 랜드필에서 부하로 들인 이들 중에서도 특히 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들이었기에 이방인의 정중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방인은, 정말 무례하게도, 아무런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나를 향해 '분석' 스킬을 사용했다.
아티피아는 여러 신들의 영향이 짙은 세계인 지라 그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데, 이 '스킬' 이라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정확히는... 이곳에 있는 우리들이 가진 힘을, 일종의 체계화 된 정보 시스템으로 접속할 수 있게 만들어 둔 것이라나 뭐라나. 나도 어디서 들은 건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어서 그 이상은 모른다.
아무튼 그가 '분석'을 쓸 때만 해도, 나는 여유로웠다. 새장에 있을 때 브레이크윙 교도소장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나에게 '흐릿함'이라는 스킬이 있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고대의 지식'을 익히지 않으면 내 정보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 '고대의 지식'은 대게 구신, 고신, 외신 쪽 파벌이 익히고 있는 것이기에 딱 봐도 그런 쪽의 사람이 아닌 이 이방인이 나의 정보를 읽으려는 시도는 무의미하게 돌아가리라... 그렇게 예상했다.
[운명 왜곡]
[천운]
...저 뭔지도 모를 두 스킬이 개입하기 전까지는.
[운명 왜곡] : 행운의 여신의 권능. 어떤 행위에 대한 실패, 성공 여부를 확률적으로 임의의 결과로 바꿀 수 있다. 현재 성공률 10%>100%
[천운] : 행운의 여신의 가호. 보유자는 모든 불확정요소에서 매우 유리하게 보정을 받는다.
행운의 여신의 권능과 가호.
[운명 왜곡]으로, 낮은 확률로 자신이 '실패하는 결과'를 '성공하는 결과'로 덧씌울 수 있는 도박성 권능에 [천운]이라는, 여신의 편애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지나치게 강한 가호가 합쳐져, 이방인은 이 세계의 통상적인 룰을 무시하고 나의 정보를 엿보려고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하하, 어디서 개수작을.
...그런 짓거리 만큼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는지 여태 내가 하는 일을 조용히 구경만 하던 외신 니아 씨가 직접 나서서 자신의 힘으로 그 결과를 다시 뒤틀었다. 그로 인한 반동으로 이방인은 눈에서 푸른 전하를 번뜩이며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에 얻어 맞기라도 한 듯 비틀거렸다.
와, 미친. 방금은 니아 씨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대로 속절 없이 내 밑천을 다 털릴 뻔 했다. 브레이크윙 교도소장이 너무 위험한 어둠의 지식이 담겨 있어 읽는 사람은 반 확정적으로 미쳐버린다는 네크로노미콘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에 대한 정보를 '분석' 해내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고 했는데, 설마 이렇게 갑작스럽게 예외의 경우가 나타날 줄이야.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외부인이라면, 분명 내가 새장에서 정당한 방법으로 나오기 위해 짊어진 제약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즉, 무력이 강하건 약하건 간에 상대에게 동의 없이 위해를 가할 수 없는 나로서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이 마음 먹는다면, 나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상대가 여태껏 비교적 평화로운 자세로 나온 것은 어디까지나 큰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아직 내가 가진 전력이 미지수라는 두 가지 요소 덕분이다. 그런데 만일 외신 님이 개입하지 않아서 내 정보가 전부 읽혔다면, 사실 내가 온전히 능력 빨이고 실질적인 전투력은 거의 제로라서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녀석이라는 것까지 들켰을 것이다.
나는 마음 속으로 한시름 놓으며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를 가장하여 그를 대했다.
"거, 요즘은 허락도 없이 남의 신상을 그렇게 캐도 되는 건가?"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 이상이군요. 아무래도 당신을 이 세계에 보낸 신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당신을 아끼는 모양입니다."
누가 할 소릴. 같은 고대의 신 파벌이 아닌 이상 사실상 읽지 말라는 수준으로 걸어둔 이 가호를 억지로 해제해서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시점에서, 상대 또한 나 못지 않게 어떤 신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이 분명했다.
심지어 저번에 만났던 일곱 도시의 대표자 중 한 명이자 마법의 나라 마기스토스의 수장인 엘레이스타조차 고대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에 내 정보를 분석해내지 못 했다. 그런데 온갖 마법을 다 익힌 그조차 뚫지 못한 이 방벽을 뚫은 시점에서, 이 누군지 모를 이방인... 아니, 불순분자는 그 이상의 위험 인물이다.
"댁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뚫고 내 정보를 조금 살폈다는 것 자체가, 평범한 이방인은 아니라는 뜻이니."
"하아.. 지금 당장 상세한 신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일단은 데스페라도의 모험가 길드에서 나왔다고 말해두겠습니다."
데스페라도. 분명 차원을 넘어 이 세상에 오는 '이방인'들을 '모험가'라는 이름으로 묶어 관리하는 '모험가 길드'가 있는 나라로 기억한다. 정말 데스페라도의 모험가 길드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나의 적의를 그 쪽으로 돌리기 위해 그렇게 둘러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용건 하나 꺼내는 데 시간을 참 오래도 잡아 먹는 군. 그래서, 도대체 뭐가 목적이지? 무엇 때문에 날 찾아온 거지?"
"딴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가진 그 힘. 길드에서 그 힘에 대해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기에, 당신이 직접 데스페라도에 와주시길 요청합니다. 물론, 공짜로 부탁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가진 힘에 대한 정보는 현재로서 제법 가치가 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한 마디로, 나보고 데스페라도로 오라고?"
나는 상대가 지닌 무력이나 신에게 받는 총애의 정도와는 별개로, 교섭 실력만큼은 정말 형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보고 랜드필을 떠나라고?
나는 세상을 호령하는 천재 마법사도, 누구를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는 무패의 전사도 아니다. 그저 신적인 존재가 준 힘으로 나쁜 일을 행하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나는 머리가 엄청 좋거나 반사 신경이 무척 뛰어나지 않다. 그저 신의 힘으로 스스로의 감정의 일부를 절제하여, 강력한 적에게 겁에 질리거나 나쁜 일을 행하는 데 망설이는 일이 없어진, 그저 일반인이다.
...물론 니아 씨는 인간이 스스로의 감정을 제어한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글쎄. 그렇다고 해도 내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쨌든 내가 이곳에서 다루는 힘은 굉장히 특별하고, 그것의 가치는 고작 '제법 있다'는 정도로 표현할 수 없다. 그걸 떠나서라도...
내가 굳이 이 공기와 치안이 끔찍할 정도로 나쁜 랜드필에서 머무르는 이유는, 이곳에서 내가 저지르는 행동에 대한 제약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거나 사유 재산을 가질 수 없거나 특정 집단에 소속될 수 없다는 세 개의 제약 외에도 아주 가벼운 것 하나라도 법을 어기는 순간 나의 조건부 석방은 취소되고 나는 죄가 없음에도 다시 새장의 최하층에 수감되는 신세이기에, 나를 옭아맬 그 법이 없는 이곳이 곧 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전장이다.
저런 속이 텅 빈 말을 따라서 데스페라도로 갔다가, 녀석들이 파 둔 함정에 걸려 뭔가 아주 작은 법이라도 어기는 순간, 나는 다시 새장에 갇히는 신세. 그리고 이 녀석의 목적은, 그걸 약점 삼아서 '심의'라는 새로운 힘을 다룰 수 있는 열쇠인 나를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는 것. 그 속셈이 정말 뻔히 보였다.
'특정 단체에 소속될 수 없다'는 제약을 걸어두고서, 자신이 속한 단체에 끌어 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외주를 맡기는 형식으로 붙들고 있다가 만약 필요가 없어지거나 혹은 나로 인해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는 말과 함께 가볍게 털어내 버리겠다는 생각.
그런 추잡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전부 훤히 보여서, 나는 속이 조금 메스꺼워졌다.
이딴 놈들이 이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놈들이라고?
다른 세계에서 넘어 온,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 감옥에 갇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조금 쓸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니까 개수작 부리지 못하고 온갖 목줄을 채워서 풀어 두고, 그리고선 자기들끼리 서로 견제하며 몰래 찾아와 그 목줄을 잡아 끌려는 이런 놈들이?
정말이지... 그 위선의 가면이 가증스럽고 역겨워서,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가 비록 당신보다 무력이 약해서 무례한 태도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좀 선을 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나는 아주 작은 기대를 품었다.
내가 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새장의 최하층에 수감된 것은 유스티아의 독단이며,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꼭 그럴까? 하다 못해 이방인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자유의 나라 데스페라도의 대표자인 정시우... 자신은 언제나 낯선 세계에 와서 고립된 이방인들의 편이라고 주장하는 그 사람 만큼은 나를 찾아왔어야 했다.
한 여신이 제멋대로 병력을 움직여 이방인 한 명을 재판도 거치지 않고 감옥에 가두었는데, 도대체 어째서 그랬는지 직접 찾아와서 확인이라도 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설령 나를 꺼내 줄 수 없더라도, 여신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무고한 나에게 그에 대한 사죄라도 했어야만 했다.
데스페라도의 대표이자 길드 마스터 정시우가 어떻게 나 같은 거 하나 하나까지 신경을 쓰냐고? 그래,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하지만 브레이크윙 교도소장에게 듣기론, 그는 특히 여신에게서 엄청난 총애를 받는 인간이라 이방인들이 어느 세계에서 넘어와 어떤 곳에 도착했는지, 사소한 정보까지 전부 전달 받고 있다고 한다. 즉, 내가 이 세상에 넘어오자 마자 유스티아에 의해 갑자기 새장의 최하층에 쳐박힌 것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걸 알았는데도 움직이지 않았고, 내가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자 갖가지 제약을 거는 것으로 수용소에서 나오는 것을 허락했다. 덕분에, 나도 망설임 없이 악행을 저지를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모두를 위하는 척 하면서, 실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만 손을 뻗는, 그리고 만인을 위하는 척 하는 그 가증스러운 위선이 참으로 역겨워서, 그리고 그런 놈들이 이 세상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고 있다는 말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워서, 나는 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겠다는 외신과의 계약을 아주 충실하게 이행할 생각이 단단히 들었다.
"아쉬운 사람이 직접 와도 모자랄 판에, 지금 누구 보고 오라 가라 이 지랄이야? 일 없으니 썩 꺼져."
"...그런가요. 그건 유감이네요. 하는 수 없죠. 그렇다면...."
그 말과 함께 이방인은 자리를 떠나려는 듯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리며, 자연스럽게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처음부터 경계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일말의 살기조차 내뿜지 않은 자연스러운 동작.
캉, 카가아아앙!
"이 새끼... 어디서 개 수작이야? 우리가 병풍으로 보여?"
"저희들의 선생님에게... 감히 무슨 무례이십니까."
거센 풍압과 함께 술 잔이 떨어져 박살 나거나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카드가 사방으로 흩날리고, 테이블 위에서 사내가 내지른 한 자루의 검은 교차하는 바인의 의족과 아이네의 의수에 가로 막혀 그 예리한 칼날이 내 목젖에 닿지 못하고 그 바로 앞에 정지한 상태였다.
"...그래, 뭐. 보아하니 당신 실력은 보통이 아닌 모양이네. 그런데 말이야, 당신이 하나 착각하는 것이 있어."
나는 특별히 싸움을 잘 하지도 않고, 머리가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내가 당신 생각대로 순순히 끌려가 줄 거라고 생각해?"
머리가 좋은 사람과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을 옆에 두는 것 정도는, 아무런 재능이 없는 나조차도 할 수 있는 일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