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싸우지 말고 야스해!!(4)
* * *
"...아.... 아앗..."
"후... 후욱...."
어두컴컴한 어둠 속, 귓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미세한 소음에 그녀는 하품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뭔가, 아주 기분 좋은 꿈을 꾸었던 것처럼 깊이 잠들었던 듯한 감각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전부 씻겨져 내려간 듯한 상쾌함이 온몸에 감돌았다. 그 탓에 쿠린은 자신이 뒤늦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잠에 빠져 들었음을 다시 떠올렸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그녀의 머리에는 마기스토스에서 새긴 마법이 있으니 누군가 정신에 임외로 간섭을 하려고 들면, 반발 작용으로 미약한 두통이 일어내며 강제로 의식을 깨우는 마법이 걸려 있을 터였다. 실제로 같은 여자가 봐도 엄청난 몸매를 가진 여인이 무언가 하려고 할 때에는 그 마법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 여자의 정신 간섭 마법이 너무 강한 탓에 그만큼 쿠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두통도 엄청났지만...
하지만 그 남자는 달랐다. 분명 그 남자가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고, 그 직후 의식을 잃은 것을 보면 그 남자가 무슨 수단을 써서 그녀를 잠재운 것은 틀림 없는 일이었다. 허나 머리에 새겨진 마법은 물리적/정신적 충격에 의한 혼절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대응하기에 수면을 유도하는 약물이나 최면 등의 각종 수단을 튕겨낼 수 있을 터인데 그 남자의 힘은 막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보통 마법이나 공격에 의한 의도치 않은 혼절은 의식을 되찾자 마자 엄청난 두통이 밀려오기 마련인데, 현재 쿠린의 상태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편안해서, 순간 자신이 그 남자에 의해 강제로 의식을 잃었다는 것을 잊었을 정도 였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하긴 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골드 등급 이상의 모험가들의 보험이나 다름 없는 정신 간섭 마법에 걸리지 않고 대상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니, 어떤 수단을 쓴 것인지는 몰라도 그를 상대로 자신의 보험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쿠린은 한층 신중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엔 팔다리가 묶여 있지 않다는 것 정도. 쿠린은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었고...
"앙, 하아앙...!"
"....."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모험가로서 활동하다 보면, 어쩌다 눈이 맞은 남녀가 그대로 그 날 밤에 몸도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흔한 편이다. 쿠린도 나름 남자 경험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녀의 지식에는 없는 것이었다.
걸어다니는 섹스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음란한 몸을 가진 그 여자가, 쿠린을 잠재운 그 남자와 몸을 섞고 있었다. 그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인은 같은 여자가 봐도 매우 매력적인 여자였고, 소문으로 들은 '선생'은 그 칭호에 맞지 않게 꽤 난봉꾼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으니.
다만... 이건 좀.
여자는 두 다리를 바닥을 딛는 대신 남자의 어깨에 걸치고 등을 벽면에 기댄 채 남자의 하반신에 달린, 성인 남성의 팔뚝 만한 거대한 흉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생물학적으로 과연 저게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물건이 마치 성문을 부수는 거대한 공성추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찌르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여자는 다리 사이의 비좁은 아랫입으로 그 흉물을 꾸역꾸역 전부 삼키며 윗입으로는 고통이 아닌 쾌락에 잠긴 신음을 마구 터트렸다.
퍼억, 퍼억, 퍼억. 도저히 남녀의 정사 도중에 나오는 것이라 믿기지 않을 둔탁한 피격음. 저것은 이미 성 관계라기보단, 하반신에 달린 성기를 통한 물리적인 공격에 가까웠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남자에게 약점이라 불리는 성기를 여자의 성기에 꽂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주먹으로 패는 듯한 살벌한 소리가 나는 것인지.
저 정도로 팡팡거리며 강하게 살결이 맞부딪히면 푸르딩딩하게 멍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여자의 망측하리만큼 거대한 엉덩이에 모인
그리고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자신이라면 틀림 없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다 이내 쇼크사를 할 것이 분명한 그런 무지막지한 좆찌르기를 무력하게 맞고 있으면서도 아파하기는 커녕, 칠칠지 못하게 녹아내린 황홀한 표정을 짓는 여인의 얼굴이었다.
"이런, 벌써 일어났나."
"흥으읏...!!"
뷰릇, 뷰릇, 뷰르르륵. 질퍽하고 끈적한 무언가가 터져 나오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남자는 여자의 구멍에서 자신의 남근을 뽑았고, 다시 두 다리로 바닥을 딛고 선 여자는 하반신에서 새하얗고 끈적거리며 질척한 무언가를 질질 흘려대며 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니 기다리는 동안에 조금만 즐기자고 하도 졸라서 말이지. 가볍게 한 판 상대하는 사이에 정신을 차렸군."
'가볍게 상대했다고?'
쿠린은 순간 그가 말한 '가볍다'는 단어와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가 사실 발음만 비슷하지 실은 전혀 다른 뜻을 품은 동음이의어가 아닐까 고민했다. 어느 나라에서는 칭찬으로 쓰이는 말이 어느 나라에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욕설로서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러니 다른 뜻을 함축한 은유의 표현이거나 혹은 반어법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그럴듯 해 보였다.
가볍게? 가볍게라고? 여자 쪽을 거의 실신시키듯 무자비하게 찍어 누르던 그 허리 놀림이, 가벼운 거라고?
방금 전 그가 저 여인의 몸에 싸지른 정액의 양은 일반적인 남자의 사정량과 가히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었다. 저런 어마어마한 양의 물질이 대체 저 몸의 어디에서 튀어나왔단 말인가? 게다가 여자는 조금 전의 그 전투에 가까운 격렬한 관계의 여운으로 아직까지 제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황인데, 저게 가볍게 즐긴 거라고? 그럼 가볍지 않게 즐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여자 쪽이 복상사로 죽기라도 하나?
남자가 벗어둔 바지를 다시 입으며 사람보다는 짐승에게 달려 있어야 위화감이 들지 않을 법한 남성기가 간신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쿠린은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바인에게 듣자 하니 데스페라도에서 나를 조사하러 온 모험가라지?"
"...이미 다 알고 있군. 그럼 당신은 그 '선생'이라는 사람이 맞겠지?"
"뭐, 여기선 다들 날 그렇게 부르지. 그래서, 모험가 길드에서는 대체 무슨 이유로 나를 조사하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건 말건, 나와 관계 없는 일이다. 우리들은 모험가, 그저 길드에서 내려준 퀘스트를 수행할 뿐이다."
"누가 모험가 아니랄까 말은 잘하네."
남자의 눈이 아주 잠깐 날카롭게 변했고, 쿠린은 순간 자신이 거대한 뱀을 앞둔 작은 생쥐가 된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좋아, 그럼 그 이야기는 제쳐 두고... 그 먼 도시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그만큼의 보상이 있기 때문이겠지? 너를 보낸 사람은 과연 너에게 무엇을 약조 했을까, 응?"
"그걸 당신에게 그걸 말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
"아직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나?"
"큿..."
쿠린은 마른 침을 삼켰다. 너 따위는 언제든지 가볍게 짓밟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여유가 넘치다 못해 빈틈 투성이인 모습. 그러나 남자의 태도는 절대로 허세 따위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진 랜드필을 다시 하나로 통합한 남자였다. 그가 가진 힘은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상대의 기량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목숨을 건 모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쿠린은 평소라면 별로 자신이 절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을 고를 수 밖에 없었다.
모험가에게 있어서 밥벌이 수단인 퀘스트는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목숨만큼은 아니었으니.
"그, 그냥 넘어가 줄 수는 없을까? 부탁이야..."
그렇게 말한 쿠린은 얼굴을 붉히며 옷 앞 섬을 당겨 가슴 골을 노출했다.
그렇다. 그녀가 선택한 작전은 미인계였다.
쿠린은 나름 외모에 자신이 있는 편이고, 상대는 난봉꾼이라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한 여자의 육체를 격렬하게 탐하던 색정광, 그리고 얼마나 강한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 정신에 간섭하는 계열이며 그에 대한 대비로서 자신의 머리에 새겼던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확인한 시점에서 쿠린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지였다. 물론 미인계 자체를 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에 굉장히 서툴렀지만, 그녀의 외모는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예쁜 편이었다.
"흐음..."
쿠린은 서서히 사그라들던 그의 하반신에 다시 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어설픈 유혹이 먹힌 것이다. 이제 자신을 범하려고 다가올 때, 룬에 저장된 쇼크 마법으로 상대를 무력화 시켜서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비록 간이 룬의 마법 자체가 그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쇼크 마법은 신체에 맞닿은 상태에서 최대 출력으로 발동한다면 사람 한 명을 아주 잠깐 동안 기절시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여자 쪽은 선생과의 격렬한 성관계의 영향으로 아직도 제 다리로 일어서지 못하고 후들거리고 있고 이 선생이라는 자는 성욕이 아주 강해서 이 제안을 거절할 리 없으니, 이대로 이 남자가 다가오면 기절시킨 후 이 장소를 빠져나가면 된다. 그런 탈출 계획을 세우고서 틈을 노리던 쿠린을 향해, 선생이라는 사내는 말했다.
"그럼 벗어."
"....뭐?"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의아하게 바라보는 쿠린을 향해.
"네가 들은 거 맞아."
사내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벗으라고."
그녀에게 명령했다.
"네 손으로 직접."
*
랜드필 통합은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이 허무하리만큼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홍등회, 송곳파, U.F, 도계. 랜드필을 지배하는 다섯 조직 중 넷이 모인 연합은 내가 주었던 재정비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덕에 생각보다 내부에서의 균열이 거의 없었다. 아무리 홍등회의 소속의 반 이상이 비전투원인 매춘부이며 송곳파가 다른 조직에 비해 조직원의 수가 적다는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전력의 차이가 완벽히 네 배는 아니라고 해도, 에시드 패밀리가 홀로 다른 네 조직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물론 녀석들은 비행선 선착장이 있는 동쪽 구역의 지배하는 조직 답게 메타버스 시티에서 밀수입한 최첨단 장비들, 각종 화기류와 자율 병기 등으로로 교전을 해 왔지만...
'누구든 착용하는 순간 최소 전투력 랭크 B 이상을 보장한다'는 캐치프라이즈로 유명한 메타버스 시티의 최첨단 병기 전신 파워 슈트를 착용한 인원이 다섯이나 있던 신생 조직 '러스트리온'조차도 능력을 개화한 송곳파 하나 만으로 압살할 수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인원과 강한 힘을 가진 조직원들이 마찬가지로 능력을 개화했으니 어떤 최첨단 무기를 가져오든 제대로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없었다.
특히 이번 전투에선 '도계' 소속의 능력자들이 아주 큰 공을 세웠다.
도계의 조직원들은 대부분 검을 매게로 하는 능력을 얻었으며 수장인 도성운의 능력은 '거합발도술'. 칼을 검집에 최소 1분 이상 납도하는 것이 발동 조건이며, 발도하는 순간 검이 나아가는 궤적에 무엇이 있든 반드시 베어버리는 능력이다. 도성운이 사무라이마냥 칼을 한 번 뽑을 때마다 단단한 철문이 붙어 있는 벽 채로 잘려나가고, 그렇게 길을 트면 조직원들이 총알이든 병기든 죄다 베어버려서 싸움은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이 났다.
에시드 패밀리의 보스인 에시드가 마지막 발악 삼아 나한테 일기토 신청했다가 쳐발린 것은 사소한 일이고... 아무튼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기에 홀로 두었던 모노를 다시 데려가려고 찾아갔더니, 글쎄 오늘 새벽에 바인와 아이네가 잡아온 침입자를 구경하러 갔다나? 그래서 그 침입자를 잡아둔 곳에 갔더니, 탈출하기 직전인 침입자와 실랑이 중인 모노의 모습이 보이길래 일단은 침입자 쪽을 잠재웠다.
보아하니 마기스토스의 각성 마법을 머리에 새긴 모양인데, 그 마법은 의식이나 기억 등에 영향을 끼칠 때 발동하지만 나는 오로지 감정, 그 중에서 욕망이라는 분야에만 걸치고 있기 때문에 내 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침임자의 '수면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증폭시켜 재우고 나자...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침에 실컷 하고 왔음에도 그 새 발정이 나버린 서큐버스, 모노였다.
"넌 아침에 그렇게 했는데 또 하고 싶어?"
"응! 설마... 자기는 안 하고 싶어?"
"내가 널 거부할 리가 있냐?"
그리고 나는 애무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그대로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삽입했다. 보통 여자와 관계를 갖기 전에는 충분한 애무를 통해 내부에서 애액이 나오도록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모노는 매일 발정 중인 서큐버스라 언제든 안 쪽이 따뜻하고 촉촉하게 데워져 있었기에 문제 없었다.
"흐으읏...! 하아앙...! 정말, 언제 먹어도 끝내주는 자지야앗...!"
"후, 내가 할 소리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해댄 끝에 나온 결론인데... 모노의 안은 여자의 생식기라기보단, 상시 사용이 가능한 오나홀에 가까웠다. 서큐버스의 특성상 특별히 약을 먹지 않아도 피임이 가능하고, 질의 조임은 남자의 성기에 기분 좋은 쾌락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오나홀에 가까우며 인공적인 자위 기구인 오나홀보다 더 생기가 넘치고 기분이 좋은 것이, 언제 몇 번이고 박아도 질리지 않는 훌륭한 명기였다.
"흐읏, 하아앗...!"
물론 성욕이 강한 것과 별개로 섹스는 굉장히 약한 편이지만.
"허접 보지 서큐버스."
"허접이라고, 하지마아앗...!♥ 내가, 흐읏, 약한 게 아니라앗...! 자기가아...! 비정상인, 햐악, 거야아아앗...!"
나랑 몸을 섞은 횟수가 벌써 두 자리 수를 넘었음에도, 모노는 여전히 섹스 중에 주도권을 잡지 못 했다. 하긴, 그게 당연할 지도 모른다. 현재 그녀가 사용하는 육체는 고대의 외신이 내 환심을 사기 위해 선물로서 만들어준 거이고, 육체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조정되어 있다. 몸에서 나는 체취, 섹스를 할 때 취할 수 있는 체위, 뒷치기를 할 때 잡히는 가슴의 그립감이나 허리를 팡팡 부딪힐 때 쿠션처럼 부드럽게 받아주는 엉덩이의 살집까지. 그야말로 나를 위해 만들어진 여체에, 언제나 섹스에 고픈 발정난 서큐버스가 들어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하아, 하아, 아흐으윽.... 자기 조아아... 하아, 하아... 진짜, 진짜 조아아...!♥"
하도 박아댄 탓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이제는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할 능력도 남아 있지 않는 건지, 모노는 내게 매달린 채 신음 소리를 앙앙 터트리며 계속해서 낯뜨거운 고백을 이어나갔다.
"자기이이... 조아아아...! 하아, 하아...! 그 답답한 곳에서, 윽, 하읏... 나오길 잘했어어...! 자기를, 헤으읏, 따라오길 잘해써어어...! 절대앳...! 떨어지지 않을 거야아...! 자기는, 자기는 내 꺼야아...! 하아, 하아...! 응흐읏...! 절대, 누구에게도 못 줘...!"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 건지 모노는 평소엔 숨기고 다니는 서큐버스의 상징인 꼬리랑 날개, 뿔까지 전부 드러낸 상태였다. 뾰족한 손톱으로 내 등을 할퀴며, 지나친 쾌감으로 인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얼굴을 숨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긴 혀를 축 내밀며 헥헥 거리는 모습. 온몸에서 색기를 풍기며 여유로운 태도로 남자를 매혹하는 서큐버스라는 종족이, 나로 인해 이렇게 쾌감에 헐떡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정복감을 주었다. 그래서, 머릿속의 생각이 필터를 거치지도 않고 행동으로 나갔다.
"으그으읏...!!"
모노의 몸을 들어 올려, 그녀의 두 다리를 내 어깨에 걸친 채 벽으로 밀쳐 그대로 온힘을 다해 허리를 부딪혔다. 그렇지 않아도 큰 쾌감이, 벽이라는 고정된 면을 등지고 가하게 부딪혀 오니 이내 모노는 눈을 까뒤집으며 상스러운 신음을 마구 토해냈다. 그리고 바인이 잡아온 침입자, 데스페라도에서 온 모험가가 정신을 차린 것은 나와 모노가 그 자세로 대략 삼십 분 가량 쉴새 없이 박아대고 있던 도중이었다.
모노의 안에 정액을 가득 싸지른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의 나에게, 제법 봐줄 만한 외모를 가진 여자 모험가의 미숙하고 어리숙한 매혹은 꺼지기 직전인 불길에 장작을 던져 놓는 꼴이었다.
욕망의 불꽃은 오늘도 뜨겁게, 매섭게, 그리고 화려하게 타오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