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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47화 (147/229)

〈 147화 〉 뭐야, 그거. 몰라. 무서워.(7)

* * *

흐릿한 의식 속, 어딘가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에 어둠 속에 파묻혀 있던 양마담의 정신이 서서히 눈을 떴다.

"아앙, 하아앙...! 조아, 조아아아아!! 더 쑤셔줘...!!"

'아... 이 소리는 발정난 서큐버스의 소리인데.'

그녀의 의식을 깨운 소리는, 홍등회의 우두머리로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자주 들었던 익숙한 소리. 식사를 하지 못해 굶주린 서큐버스가, 마침내 발정기가 찾아와 눈이 뒤집혀 남자를 습격할 때 내던 그 소리였다.

"하앙, 하아앙! 흐읏, 크으읏...! 앙, 하아앙!!"

발정난 서큐버스는 특유의 자극적인 페로몬으로 주변의 다른 서큐버스들도 발정하게 만들기에, 양마담은 랜드필에서 운영되는 모든 매춘업의 관리자이자 장수한 서큐버스로서 발정난 서큐버스로 인해 동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절한 인원 분배를 통해 굶주린 서큐버스가 나오지 않도록 관리했다. 하지만 그녀가 모든 서큐버스를 완벽하게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정기를 섭취해야 굶주림이 가시는 지는 서큐버스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기에 발정난 서큐버스는 아주 가끔씩 어쩔 수 없이 출몰하곤 했다.

"헥, 헤윽... 학, 하아악...! 큿, 하앙! 하아아앙!!"

그 발정난 서큐버스가 수컷 여럿을 쥐어 짜내어 복상사시키며 주변의 다른 서큐버스도 발정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발정난 서큐버스가 출몰할 때마다 양마담은 급하지 않은 다른 업무를 전부 미루고 가장 먼저 달려가 동족을 진정시키곤 했다. 그러니 아마 그녀만큼이나 발정기에 이른 동족을 자주 봤으며 대처할 수 있는 서큐버스도 없을 것이다.

"헤으윽.... 하윽, 헤윽, 응흐으으읏...!!"

'발정난 서큐버스... 얼른 진정시켜야 하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가지...?'

"헤엑, 헤엑... 오고오오옥!!!"

반 즈음 의무감으로 행하던 일을, 언제나처럼 습관적으로 처리하려던 양마담은 문득 자신의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몸에 힘을 쭉 빼고 수면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듯한 두루뭉실한 기분 좋은 감각. 동시에 높은 곳에서 어딘가로 거세게 내던져지는 듯한 감각. 그러나 그 추락감 속에서 고통은 커녕 무언가에 충돌하는 듯한 감각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것은 마치 자신이 꿈 속에 있음을 확인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감각이었다.

...꿈속?

서큐버스가...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

무언가, 이상하다.

서큐버스는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음몽을 꾸게 할 수 있으며,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정기를 착취할 수 있다. 물론 꿈 속에서 얻는 것보다 실제로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얻는 정기가 더 진하고 많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지만, 무엇이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꿈 속 특유의 환경 탓에 직접 하는 것보다 꿈 속에서 하는 것을 선호하는 서큐버스도 있다. 꿈은 현실이 아닌 환상이기에,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으니. 그렇기에 꿈을 꾸게 하는 서큐버스가 자신이 있는 곳이 꿈 속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구분 못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양마담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더라?'

여긴 어디지? 뭘 하고 있었지? 한 가지 단서를 밧줄 삼아 서서히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던 양마담의 의식이, 마침내 서큐버스 퀸과 그녀가 선택한 남자의 선정적이고 적나라한 교미의 현장과 그들에게서 풍기는 자극적인 냄새로 제 몸이 멋대로 반응하던 순간으로... 그리고 두 사람에게 붙잡혀, 집 안으로 끌려 들어가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그러나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두 사람에게 붙잡혀 안으로 끌려 들어간 후...

그 후로, 어떻게 되었지?

"아읏, 흥으읏....! 흐아아앙!! 보지이이이! 기분 좋아아아아아!!♥"

'그러고보니 이 목소리... 어딘가 익숙한 데... 아, 설마...'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생각이, 뿌옇게 흐려진 시야와 몽롱한 향으로 붕 하고 떠 있던 그녀의 의식을 다시 현실로 끄집어 내렸다. 그 직후 온몸을 관통하는 아찔한 쾌감에...

"하아아앙!!!"

그녀의 입에서, 몇 번이고 토해냈던 그 달콤한 교성이 다시금 튀어나왔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느닷없이 머리 위로 찬 물이 쏟아져 내리듯, 몽롱한 의식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양마담은 갑작스레 현실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양마담은 깨달았다.

두 사람에 붙잡힌 이후, 자신의 몸이 몇 시간이고 쉴 새 없이 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대한 양물이 보지를 푹푹 쑤시고, 우악스러운 손길이 가슴을 쥐어 뜯을 기세 주물거리며, 몽마의 여왕의 혀가 민감해진 음핵을 끈적하게 빨아대며, 부드럽고 능숙한 손길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몸 곳곳의 약점을 마구 자극하여...

거의 하루 동안, 생전에 느껴본 것을 다 합쳐도 따라오기 힘들 거대한 쾌락에, 자신이 반 즈음 정신이 나간 상태로 본능에 따라 그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자신의 의식을 깨웠던 그 어딘가 익숙하게 들리는 발정난 서큐버스의 교성이, 실은 자신이 내뱉던 목소리라는 것까지.

의식이 날아갈 때까지, 아니, 의식이 날아가고 나서도 두 사람을 통해 강제로 쑤셔 박히는 쾌감이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고, 그렇게 인지하지도 못하고 쌓이던 쾌감은 양마담이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무너진 댐에서 담겨 있던 물이 터져 나오듯 그녀의 의식을 향해 범람했다. 자칫 잘못 하면 그대로 다시 정신의 스위치가 off 되어버릴 것만 같은 상황에서, 양마담은 쾌감의 홍수에 의식이 휩쓸려가지 않도록 입술에 피가 나도록 쎄게 깨물어 강제로 정신을 되찾았다.

"서, 선생... 님...! 서큐버...스 퀸...이시여...!"

"응? 뭐야, 정신 차린 모양인데?"

"더, 이상은... 흐읏, 그만... 그마안..."

"이 지경이 되어서도 솔직하지 못하긴... 정말 그만둬 줬으면 좋겠어? 아니, 아닐걸. 정말 서큐버스라면, 우리 자기를 거부할 수 없을 텐데?"

불행하게도, 여왕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반려, 선생은 양마담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존재였다.

몇 번이고 정신을 잃었고 되찾은 탓에 시간 감각이 이상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리 사이가 기분 좋지만 동시에 묘하게 얼얼한 것을 보며 최소 몇 시간은 저 무식하게 큰 양물을 쳐박고 있었다는 뜻일 텐데... 분명 자신이 도착하기 전까지 서큐버스의 여왕과 격렬하게 몸을 섞어 놓고서, 쉬지 않고 다른 서큐버스를 몇 시간이고 범한다니. 사람이절륜한 것에도 정도라는 게 있다. 이런 건, 인간의 정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잔뜩 섭취하고 관련된 운동으로 몸을 다진다고 해도, 이렇게 몇 시간 동안 휴식도 없이 계속 관계를 나눈다는 것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일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여자도 아니고, 서큐버스를 상대로 이 정도로 끈질기게....?

남자들이 이용하는 자위 기구 중에 오나홀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 여성의 생식기를 본 딴 자위 기구이지만, 성욕의 처리가 목적인 자위 기구인지라 당연하겠지만 그것이 주는 쾌감은 실제 인간 여성의 것보다 몇 배는 강하다. 그리고, 서큐버스의 그곳은 그 오나홀보다 배 이상은 강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근에서 정기를 착취하기에 최적화 된 형태의 서큐버스의 성기는, 한 번 맛을 본 남성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그런 서큐버스의 질을 상대로, 그것도 어지간한 서큐버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산 탓에 그만큼 다양한 경험이 축적된 장수한 서큐버스를 상대로 아직도 쏟아낼 정자가 남아 있다니. 도대체 어디서 이만한 정력이 솟아나는 건지.

"또 싼다!"

뷰르르르릇, 울컥...!

"헤으으윽...?!"

그 때였다.

쿠르르르르...

"헤윽....?"

어디선가 들리는 묘한 소리에 양마담은 체면을 차리는 것조차 잊은 채, 괴상한 신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보았다.

방금 막 사정을 마친 후, 모든 정자를 쏟아내어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이 없는 선생의 불알. 그 안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 이윽고 작게 쪼그라든 불알이 마치 풍선이 부풀듯 처음의 빵빵한 형태로 되돌아 갔을 때, 양마담은 자신이 들은 그 기괴한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깨달았다. 그 소리는... 마치 권총에 이미 모든 탄환을 소모한 탄창을 교체하여 새로운 탄환을 장전하듯, 모든 정자를 다 쏟아내어 텅 빈 그의 불알이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새 정자로 다시 가득 차오르는 소리였다.

"히이익....!!"

그 사실을 깨달은 양마담의 얼굴에, 마침내 공포가 떠올랐다. 아무리 사내의 자지로부터 정자를 쥐어 짜내면 뭐하는가? 그 빈 자리를 고작 몇 초만에 다시 새 것으로 가득 채우는 데. 서큐버스가 아무리 남자의 정자를 착취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어도, 체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어지간한 수컷의 것과 비교도 안 되는 우람한 기둥, 끝도 없이 다시 채워지는 정자, 수많은 여자를 탐하며 늘어난 테크닉... 남자의 천적이 서큐버스라면, 이 사내는 서큐버스의 천적이다. 그리고 서큐버스 퀸도 감히 감당하기 힘든 수컷을 상대로, 자신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양마담은 도망치고자 하는 의지를 버린 채, 그의 품에 안겨 한동안 다시 겪기 힘들 쾌감에 잠겼다.

양마담이 다시 의식을 되찾은 것은, 대략 세 시간 정도를 더 범해진 후였다.

"으, 으읏....!"

뱃속에 무언가 가득 찬 듯한 묵직한 느낌. 아마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뱃속이 그가 싸지른 정액으로 빵빵하게 가득 찼을 것이다.

"후우, 아무리 나라도 하루 동안 계속 허리를 흔드니 조금은 지치는 군."

하루 종일 두 여자를 동시에 따먹어 놓고서 한다는 감상이 '조금 지친다'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건지... 양마담은 정욕의 악마 아스타로트의 화신이라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듯한 이 인간이 왜 인큐버스로 태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너에게 내리기로 한 처분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와 랜드필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준다면, 다음엔 상을 주도록 하지."

'상'

양마담은 그가 내뱉은 그 한 마디에, 충분하고 넘칠 정도로 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아랫배가 저릿저릿 저려오는 자신이 정말 싫어졌다. 그렇게 신물이 날 정도로 따먹혔음에도, 아직 그녀의 몸은 만족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래, 뭐. 분명 기분이 좋기야 했는데... 그 쾌감은 일반적인 쾌감이 아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는 듯한 위험한 쾌감이었기에... 양마담은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내면에서 꾸물꾸물 샘솟는 묘한 열기를 애써 억눌렀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 이상 이 자리에 있다간, 또 어느 샌가 정신을 놓고서 그에게 범해질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묘하게 그것을 바라게 되는 스스로가 두려워진 양마담은, 선생과 서큐버스 여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선 황급히 건물을 나왔다. 서큐버스의 페로몬과 진한 밤꽃향이 어우러지는, 어지간한 최음향 못지 않은 강렬한 냄새가 진동하는 공간에서 나와 시원한 바깥 공기를 쐬자 그제서야 양마담은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듯 했다.

"흐... 정말, 정말 위험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굵은 몽둥이에 거칠게 쑤셔지던 보지가 아직까지도 욱신거렸다. 벌겋게 부어 따끔하면서도, 마치 그곳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빈 듯한 묘한 공허함... 무언가 텅 비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안에 뭘 담아야 할 지 모를 설명하기 힘든 감각에 양마담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자신이 나왔던 건물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황급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서큐버스들이 남자의 정기를 착취하는 모습 때문인지, 세간에서 음마에 대한 인식은 절제가 없고 방탕하다는 식이다. 그러나 적어도 양마담 만큼은 그 방탕하고 절제가 없는 서큐버스에 속하지 않았다. 발정기에 들어선 동족이 다른 수컷을 말라 죽여 또 다른 동족이 발정기에 들어서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만 했고, 양마담이 그 역할을 맡아 왔다.

다른 서큐버스들이 발정기에 들어서지 않게 창관을 찾은 손님들과 연결시켜 주어 그녀들의 욕구를 주기적으로 해소시켰고, 그녀 자신 또한 발정기에 들어서지 않고 일정 기간을 간격으로 다른 이들과 몸을 섞으며 적절하게 욕망을 해소하며 배를 채워 왔다. 하지만...

저 안에 있었을 때, 그녀는 동족들의 상황이나 자신들을 믿고 따르는 홍등회의 조직원들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저 선생과 여왕이 주는 쾌감에 몸도 마음도 완전히 녹아내렸다. 허나 그게 완전히 싫지만은 않았다.

매일 무거운 것을 매고 있다가 그것을 내려 놓았을 때 어깨가 무척 가볍게 느껴지듯, 랜드필에서 상당히 많은 이들을 신경 쓰고 관리하던 양마담은 저 안에서 보낸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동안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한층 자유로워진...

"...너무 박혀서 잠시 머리가 맛이 간 모양이네."

양마담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자꾸 머릿속에서 드는 허튼 생각을 저멀리 날려버린 후, 저도 모르게 드는 아쉬움을 뿌리치며 다시 홍등회의 본부로 되돌아갔다.

"하아아아아앙!!"

....마치 그런 그녀에게 다 때려치고 이곳으로 와서 쾌감에 몸을 맡기라고 유혹하는 듯한, 그 새를 못 참고 다시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여왕의 달콤한 교성을 뒤로 한 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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