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 인간이 다섯 이상 모이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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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된 거지?
처음엔 랜드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무슨 수를 쑤더라도 이 버려진 곳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신참들을 회유하여 목표인 그 남자, 선생을... 하다 못해 그 주변 사람 중 하나라도 납치하여 엘드랜드로 데려가는 것이 계획이었다. 선생이라는 자에 의해 만들어진 능력자들은 매우 강력했고, 한 명 한 명이 중요 전력이니 선생의 입장에선 함부로 잃고 싶진 않으리라. 그러니 선생 본인을 잡을 수 없어도 그의 주변 사람 한 명이라도 잡아올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거래하여 선생을 엘드랜드로 데려올 수 있을 테니까.
선생을 엘드랜드로 데려와라. 그것이 엘드랜드의 위대하신 군주, 빌가메스 님께서 내리신 명령이었다.
처음엔 그리 어렵지 않은 명령이라 여기고 자신의 충성심과 유능함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라 여겼지만, 생각보다 일이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능력자라고 해도 무방비한 상태에서 수면제나 마비약 등으로 제압하면 무용지물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아무도 그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 버려진 도시에서는 약물이나 독으로 상대를 암살하는 수법은 너무나 고전적이고 흔한 수법이었고 랜드필에서 지낸 시간이 긴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파훼법을 몸으로 숙지하고 있었다. 선생을 통해 능력을 얻은 이들 대부분 이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던 탓에, 음식에 수면제를 넣건 뒤에서 몰래 다가가 마비약이 가득 담긴 날붙이를 몰래 찌르던, 그들은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대처했다.
혹시나 음식에 든 수면제를 먹었다면 랜드필에서 발생하는 유독 가스를 가공해서 만든, 몸에는 굉장히 많은 부담이 가지만 섭취하는 순간 8시간 동안은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을 정도로 효과가 강한 각성제를 곧바로 섭취해서 수면제의 성분을 이겨내지 않나.
마비약이 담긴 날붙이로 몰래 찌르면, 마치 사각에서 공격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날붙이가 몸에 닿기도 전에 주먹이나 발길질로 되려 상대를 한 방에 기절시켰다.
나중에는 숫자로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랜드필에 막 들어온 무능력자 일곱이 덤벼도 선생에게 받은 능력자 하나를 이길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 능력자의 대다수가 원래 랜드필을 지배하던 범죄 조직 출신이라 그런지, 능력을 쓰지 않고서도 다수를 제압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결국 나중에는 주변 사람을 노리는 것보다 선생을 직접 노리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표적을 바꾸었지만 결과적으로 선생의 곁에 붙어다니던 호위들 손에 전부 제압되었고... 우리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선생의 반려이자 호위 없이 홀로 이 위험한 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자유분방한 서큐버스를 마지막 타켓으로 삼고 행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빌가메스 님께서 허가하신 시간이 거의 끝나감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 했다는 사실에 초조함과 압박감을 느껴서 최악의 악수를 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더는 고용할 만한 랜드필 신참이 남아 있지 않은 데다가 시간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들이 직접 나선 것이 더 큰 문제였을 지도.
그 서큐버스는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한 손으로 다 움켜쥐기도 힘든 거유가 위 아래로 출렁출렁 상하 반복 운동을 하며 남들의 시선을 절로 끌었다. 사람 머리 크기만한 무식한 크기임에도 아래로 쳐지는 기색이 전혀 없이 봉긋 솟아오른 예쁜 형태를 유지하는, 여자로서는 질투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우월한 신체였다.
거기에 둔부는 또 어떻고? 저 살집이 가득한 빵빵한 엉덩이... 복부나 팔 등 다른 신체로 가야 할 지방을 혼자 독차지 한 듯한 저 살덩어리. 남자들은 저런 엉덩이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잔뜩 뭉쳐 부드러운 살집 덕분에 떡감이 좋다니 어쩌느니...
게다가 얼굴은... 와. 정말 신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저런 미녀가 대쉬해 온다면, 설령 상대가 여자라도 넘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멀쩡하게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단숨에 레즈비언으로 성벽을 뒤틀어 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외모였다. 거기에 목소리도 어찌나 감미로운지, 만일 내가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고백을 바로 박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야.
아무튼, 그녀는 내가 미리 생각해 둔 거짓말에 넘어가 나를 따라서 뒷골목으로 걸어왔다. 내 동료들이 만발의 준비를 한 채로 몸을 숨긴 그 뒷골목으로.
분명 이 여자는 서큐버스라고 들었는데, 혹시 내가 잘못 안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서큐버스에게 유령처럼 벽을 뚫고 다니는 능력 따위는 없었을 텐데.
게다가 그녀가 벽을 통과해 사라진 직후, 갑자기 동료들이 뭔가에 홀린 듯이 내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들이 여기가 어딘가의 건물 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하의를 훌렁 벗어던지며 다리 사이에 달린 징그러운 것을 나한테 들이밀었을 때까지, 나는 이 상황에 조금의 현실감도 느끼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이곳에 파견된 우리 조 중에서 나는 유일한 홍일점이었지만 누구도 나를 이성으로서 대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애시당초 엘드랜드의 여자 시민 평균 이하의 빈약한 내 몸 따위 전혀 취향이 아니라던 놈들이, 나한테 자신들의 껄떡이는 성기를 들이밀 때만 해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가로서...
푸욱.
"으윽....! 아, 아파앗....!"
나는, 전혀 상상치도 못한 곳에서, 전혀 상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나의 첫 경험을 상실하게 되었다.
"뭐야, 이 년 처음이었어? 평소엔 잘난 듯이 지껄이더니..."
"아파, 아파아아...! 너, 너...! 지금 대체 뭐 하는 짓거리야?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여자가 고팠으면 저기 창관에 들리기라도 할 것이지, 왜 여자로 보지도 않던 나한테 이런 걸... 우우웁!"
"닥쳐!"
하반신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불에 데인 듯이 뜨거웠다. 첫 경험은 아프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라고 들은 적은 없었는데. 녀석들은 내 옷을 너덜너덜하게 찢으며, 동시에 내 마음도 함께 찢어발겼다. 고통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들을 나무랐지만, 그마저 오래 가지 않았다. 더는 내가 하는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다른 한 명이 살점으로 만든 버섯 같은 그 징그러운 물건으로 내 입을 틀어 막았으니까.
"후, 씨발년... 입 보지는 참 끝내주네. 물어 뜯기만 해봐, 이빨을 전부 뽑아버릴 테니까."
"읍, 으으읍...! 으으으윽...!!"
짜고, 쓰고, 비리다. 이 버려진 도시의 주인의 눈을 피해 다니느라 오래 씻지 못한 동료의 물건에선 퀴퀴한 냄새가 물씬 풍겼고, 그런 물건이 자꾸 목젖을 찌르다 보니 자꾸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는 이런 내 생각 따위 관심 밖이라는 듯, 내 머리카락을 붙잡고서 허리를 흔들었다. 마치 내 입을 도구로서 자위하듯이. 그대로 입 안에 든 것을 물어 뜯고 싶었으나, 몸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마치 몸이 마비된 것처럼. 하지만, 정말로 마비되었다면 이런 아픔이 느껴질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
"야, 너희 둘이서 다 하면 난 뭘 하라고."
"이 쪽을 쓰면 되잖아?"
"오?"
"으그읏...?!"
남은 동료 중 하나가 굵은 손가락으로... 외부에서의 삽입이 아닌 내부에서의 배출을 위한 용도로만 존재하는 구멍을 벌리려고 들었을 때 더욱 확신이 들었지만, 이 더러운 물건이 입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터라 내가 낼 수 있는 것은 뭐라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아 듣기 힘든 망측한 신음 뿐이었다.
"크큭. 좋아, 그럼 이 쪽의 처녀는 내가 받아간다."
이윽고 또 하나의 남근이 비좁은 뒷구멍을 억지로 벌리며 안으로 침임해 왔고...
"으으으으으으으읍!!!"
처녀를 잃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정말로 뒷쪽이 뜯겨 나가는 듯한 아찔한 고통에 나는 몸부림쳤다.
"쳇. 너희 셋이서 다 독차지 하기냐?"
"그럼 먼저 쓰지 그랬냐."
"에라이 씨... 가장 먼저 싼 놈은 비켜. 순서대로 하자고."
"콜."
아프다. 몸도, 정신도, 하나 같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나는 빌가메스 전하께서 내리신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이 오고 싶지 않았던 지독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 쓰레기 도시에 온 것인데, 도대체 왜 나를 여자로 보지도 않던 동료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는 걸까. 그들은 내 고통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쾌락을 위해 허리를 흔들었고, 나는 내 몸이 그들의 성욕 배출구가 되었다는 사실에 비참함을 느꼈다.
여자 같지도 않은 납작하고 마른 몸이라며 무시할 때는 언제고... 애초에 나도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랑 몸을 섞고 싶은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는데...
한 명은 뿔테 안경을 쓴 멸치 놈, 다른 한 명은 여자 쪽에선 징그럽게 정도로 근육이 쓸 데 없이 많은 대머리, 또 한 명은 배만 불룩 튀어나온 중년에 마지막 한 명은 껄렁거리며 아무 여자에게 성희롱이나 다를 바 없는 저질스러운 추파를 던지면서 한 번도 여자랑 밤을 보낸 적도 없는 아다인데....
오히려 내 쪽에서 거절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녀석들에게 억지로 범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나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프고 괴로워야 하는 거야. 왜, 도대체 왜...!
"....시발, 왜 질질 짜냐. 기분 나쁘게."
퍼억!
"으구욱...!"
"웃어, 시발련아. 응?"
젠장. 저질스러운 성희롱만 하는 아다 새끼인 줄만 알았는데, 저항 못하는 상대의 배에 주먹질을 꽂아 넣는 최악의 인간일 줄이야. 평소에는 나한테 되려 얻어터지는 주제에, 내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좋을 대로... 응?
...맞아. 평소엔 내가 이 녀석들을 이길 수 있잖아. 네 명이 다 덤비면 힘들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길 수는 있는데... 그리고 이렇게 방심한 상태라면, 내 입에 더러운 걸 자꾸 밀어 넣는 녀석의 것을 물어 뜯은 후에 나머지 셋을 때려 눕히면 끝인데, 왜 나는 그러지 않고 있는 거지?
조금 전에도 느꼈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 서큐버스가 갑자기 유령처럼 벽을 뚫고 사라진 것부터, 나를 여자로 보지도 않고 거기에 나보다 약한 이 녀석들이 갑자기 나를 덮쳐서 강간하는 것부터, 내가 이 자식들에게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는 것까지. 도저히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으윽?!"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나는 여자의 입장에서 고개를 들기 힘든 망측한 자세로 묶여 있었고, 조금 전까지 나를 범하고 있던 녀석들은 저쪽 기둥에 다같이 묶여 있었다. 녀석들이 찢었던 옷은 마치 그런 적이 없다는 듯이 멀쩡했고, 입과 앞쪽, 그리고 뒷쪽은 여전히 얼얼했지만 그곳에 뭔가 드나든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전부, 환상이었나?
"어머, 벌써 일어난 거야? 생각보다 머리가 좋나 보네."
"너... 서큐버스...!"
그제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던 것인지 이해했지만, 동시에 그 사실을 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음, 네가 동료들이 숨어 있는 뒷골목으로 나를 데려갈 때부터? 연기는 제법 잘 했는데, 다른 녀석들이 숨어 있는 티를 너무 내서 금방 알겠더라. 그래서... 내 힘을 써서 너희들 모두 사이 좋게 꿈나라로 보내줬지."
역시나.
저 서큐버스가 갑자기 벽을 뚫고 사라진 것도, 동료들이 느닷없이 나를 덮치고 강간한 것도, 그리고 내가 녀석들에게 조금도 저항하지 못 했던 것도, 전부 저 여자가 꾸게 한 지독한 악몽이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명백히 별개의 영역인데, 도중에 의식이 끊어지는 느낌이 조금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꿈을 꾸고 있었다니. 아무리 서큐버스가 음몽을 꾸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지만, 이 정도로 자연스러운 음몽을 꾸게 만드는 서큐버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의식을 잃는 순간의 기억조차 없이 자연스럽게 꿈 속의 세상으로 보내버리다니. 평소 동료들과 다른 태도에서 오는 위화감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꿈이었다. 현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생생한 감각을 느끼는 꿈이라니, 온몸에 소름이 절로 돋았다.
"아, 혹시나 오해할 까 미리 말해주는 건데... 너와 네 동료들이 꾼 꿈은 내가 만들었지만, 그 내용까지 내가 전부 설계하진 않았어."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벽을 뚫고 사라지는 것까지는 내가 만든 그대로지만, 그 이후는 네 동료들이 원하던 대로 흘러간 거라고. 저 녀석들, 평소엔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실은 기회만 되면 너를 범하고 싶었던 모양이더라? 아무리 자기가 여자로서의 매력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매일 무방비하게 살갗을 노출하면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음심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암, 그렇고 말고~"
"....."
저 여자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설마... 저 자식들이, 평소에 나를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다 함께 덤벼도 나를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약하고, 거기에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저 자식들이, 평소엔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며 그렇게 무시했으면서, 실은 기회만 된다면 나한테 그런... 그런 심한 짓을 저지르고 싶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거, 거짓말이야. 증거도 없잖아."
"증거라면, 저~어기."
"....."
그녀의 검지 손가락을 따라 나는 시선을 돌렸고, 그리고 보았다.
기둥에 단체로 묶여서, 아직 꿈 속에 빠진 네 명의 동료. 녀석들의 바지춤이, 이 거리에서 보아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빳빳하게 부푼 모습을.
"너는 먼저 꿈에서 깨어났지만, 재네들은 아직 꿈나라에 있거든. 저 사람들, 아직도 네 몸을 쓰면서 놀고 있어. 어머, 저런 플레이는... 나도 생각 못한 건데. 나중에 우리 달링한테 부탁해야겠다. 메모...."
"우욱, 우웨에에엑...!"
"아, 토해버렸네."
구역질이 났다.
한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름 동료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론 나를 상대로 어떤 추잡하고 역겨운 망상을 하고 있었는지,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본 것도 아니고, 이 서큐버스가 꾸게 만든 꿈에서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되었으니, 도저히 속이 뒤집히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내가 저딴 것들을 동료라고...!
"그렇게 나를 원망스러운 시선으로 노려보지 말아줄래? 만약 내가 꿈을 꾸게 만들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에게 범해지고 있는 것은 꿈 속의 네가 아니라 나였잖아?"
"그건..."
빌가메스 전하께서 내리신 명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생을 데려오라는 것.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곳의 선생에게 엘드랜드로 가서 이득이 될 것이 없었기에, 우리들은 그녀를 인질로써 선생을 데려가려고 했다. 그리고 목숨이 아깝다면 인질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말을부정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애초에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면 동료인 나조차도 거리낌 없이 억지로 범하려고 드는 놈들인데, 나보다 여자로서 훨씬 매력이 넘치는 이 서큐버스를 저 녀석들이 포로라고 그냥 얌전히 내버려 둘까?
차라리 고양이한테 생선 가게를 맡기는 편이 더 안전하리라. 틀림 없이 내가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운 순간, 어차피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며 멋대로 인질의 몸을 써서 자신들의 욕구를 해소할 테지. 비록 꿈속이지만, 그들의 추잡하고 추악한 얼굴을 보았기에, 나는 서큐버스의 말에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할 말이 없으면, 이만 입을 막아둘게? 슬슬 우리 자기가 돌아올 시간이라서 말이야."
"자, 잠깐... 우읍!"
서큐버스는 내 말을 무시하더니, 재갈로 내 입을 틀어 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찾던 인물이 내 앞에 나타났다. 빌가메스 전하께서 어떻게든 데려오라고 한 인간, 랜드필의 선생.
"그건 자기에게 주는 선물~"
"오, 고맙다."
그리고 선생의 바지 앞섬이 꿈 속에서 나를 범하는 동료들처럼, 아니, 그보다 더 크게 부푼 모습을 보며, 나는 나에게 닥칠 미래를 예감할 수 밖에 없었다.
....하다 못해 첫 경험은 상냥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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