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조삼모사(2)
* * *
사람들은 '본능'이라는 영역을 표현할 때, 그것을 늑대와 같은 육식성 짐승으로 그려내곤 한다. 초식 동물을 잡아 먹는 대형 육식 동물, 이성적이고 이타적이기보다는 야만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그것이 사람들이 본능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늑대가 생각보다 영리한 사냥꾼인 것처럼.
"그르르르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저 괴물이 단순히 자신의 욕망대로만 행동하는 아둔한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것도, 저 짐승이 정확히 나만 세 번이나 노리고 나서야.
"하아, 하아...! 이 괴물 자식, 아까부터 선생님만 노리긴...!"
이곳에 따라오지 않은 바인과 아이네 대신 내 호위를 맡게 된 에스크는 벌써 자신의 공격이 세 번이나 빗나간 것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 괴물은 이 사람이라는 생명체의 무리들 중에 내가 우두머리라는 것을 파악하고서, 어차피 자신보다 신체적 능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이들이니 우두머리만 처리하면 나머지 무리들이 패닉에 빠져 흩어질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나만 집요하게 노리는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평정심을 유지해라, 에스크. 네 공격이 세 번이나 빗나간 게 아니라, 저 괴물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세 번이나 지킨 거다."
에스크의 능력은 손이나 무기 등의 끝부분을 기준으로 맞닿은 면에 아무런 힘의 작용 없이 구멍을 뚫는 것. 그리고 그 대상에는 살아있는 것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즉, 에스크가 내지른 뾰족한 세검이 저 괴물의 몸 어느 한 곳이라도 제대로 찌르는 순간, 그대로 저 역겨운 짐승의 두꺼운 가죽을 뚫고 사람의 유해를 쳐먹던 더러운 내장까지 단 번에 관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괴물은 마치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 에스크의 칼날이 자신의 몸에 닿으려고 할 때마다 모든 공격을 포기하면서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짐승으로서의 감이 상당히 예민한지, 다른 이들의 공격은 다 제쳐두고 에스크의 공격 만큼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 챈 모양이다. 그 덕에 전투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카르르르륵...!"
마치 무언가가 목에 걸린 듯한 거슬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의 목 근육이 수축하며 등에 접혀 있던 날개가 활짝 펼쳐진다. 그것은 게임으로 치면, 레이드 보스가 대규모 공격을 하기 전에 미리 보이는 사전 동작이었다.
"...! 다들 귀 막아!"
무언가를 눈치 챈 에스크가 황급히 지시를 내렸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그의 지시를 곧바로 이행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
들리되, 들리지 않는 소음. 눈이 없고 등에 피막 날개가 있는 걸로 보아 박쥐들이 쏘는 초음파의 일종으로 보이는데,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해 놓으면 단순히 사물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쏘는 초음파가 사람의 고막을 터트릴 정도의 물리적인 위력을 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귀를 제 때 틀어막지 못한 이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바닥을 뒹굴었고, 귀를 막았던 이들조차 그리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에스크."
"네, 선생님!"
"지금 여기서 넌 저 괴물에게 제대로 된 피해를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투원이다. 그러니 나를 지키는 것보단, 저 괴물을 죽이는 것을 우선시해라."
"네? 하, 하지만 저 괴물은 선생님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 마라. 나도 내 한 몸 지킬 능력은 있으니. 그리고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정말 내 안전이 걱정된다면 내 안전을 위협하는 저 괴물을 네 손으로 처리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에스크는 괴물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존재가 내 곁을 떠나자, 그것을 기회라고 여긴 것인지 괴물은 나를 향해 도약했다. 다리가 짧아서 이동에 불편할 것처럼 보이지만, 긴 팔로 바닥을 짚고서 마치 자신의 몸을 새총을 쏘듯이 날리는 그 기묘한 돌진 방식은, 의식하기는 쉬워도 대처하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이런 젠장!"
괴물은 쓰지 않던 날개까지 펄럭이며, 조금 전보다 더 높이 도약했다.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그리고 돌진 도중에 에스크가 칼날로 그 몸을 찌를 수 없을 정도의 높이로. 그렇게 포물선으로 쏘아진 괴물의 거대한 몸집이 나를 향해 날아오고, 괴물은 나를 향해 기괴하리만큼 긴 팔을 휘둘렀다.
"기회라고 생각했냐?"
터엉.
"카륽...?!"
그리고 괴물은, 자신이 휘두른 팔이 내게 닿기 전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 튕겨나간 것에 당혹감을 표출했다.
"나름 머리 좀 쓸 줄 아는 짐승인 것 같은데, 그래봤자 네가 짐승이지."
내가 괴물의 공격을 막은 것과 동시에, 에스크는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그 상태로 그는 손에 든 검을 내질렀고, 그 날카로운 칼날의 끝은 정확히 괴물의 옆구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키샤아아악!!"
하지만 아쉽게도, 괴물은 후방에서 덤벼드는 에스크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세 가닥의 꼬리가 채찍처럼 내질러졌고, 에스크는 혀를 차며 손목을 틀어 괴물의 몸 대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꼬리를 잘라내었다. 그리고 에스크의 칼날이 괴물의 꼬리 하나를 자른 사이, 괴물은 바닥을 박차며 높이 뛰어오르더니 긴 팔을 뻗어 천장을 붙잡아 자신의 몸을 고정했다.
저게 박쥐야, 원숭이야? 괴물은 천장에 붙어 뒤집혀진 자세로 우리들을 내려다보며, 낮게 으르릉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날랜 놈이네. 골치 아프네."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보다 강한 포식자도 없이 편하게 살아왔을 테니 분명 움직임이 굼뜰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의 빠른 속도였다. 게다가 저 날개도. 이 동공의 천장이 그리 높지 않아서 별로 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중간 중간에 활짝 펴서 공기의 저항을 받아 자신의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혹은 도약할 때 높이를 높이는 등의 성가신 활용 능력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골치가 아픈 건, 저 두 팔이다. 압도적인 사정거리와 범위, 그리고 파괴력. 날카로운 이빨이나 고막을 작살내는 초음파 등이 전부 우습게 보일 정도로, 저 길고 두꺼운 팔의 존재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조직원들 중 서너 명은 아직도 초음파의 영향으로 몸을 간수하지 못하고 있었고,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이들도 상당히 지친 상태. 에이 씨, 이거 내가 나서야 할 거 같은데.
"에스크."
"네, 선생님..."
"돌아가서, 조직원들 전투 훈련 좀 빡세게 시켜야겠다."
괴물은 그 예민한 청각으로 이쪽 인원들의 지친 호흡을 캐치한 것인지, 마시 승기를 확신하듯 자신만만하게 천장에서 다시 내려왔다. 본래는 조직원들의 전투 경험 좀 시켜 주기 위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 괴물은 이곳에 있는 인원들로 상대하기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전투 특화 능력자는 에스크를 포함해서 세 명 정도 뿐이라지만, 그래도 하나 같이 그 능력이 뛰어나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기준을 높이 잡았나보네.
"어이, 거기 짐승 놈. 내가 마술 하나 보여줄까?"
"그르륵...?"
"자. 셋, 둘, 하나."
카운트 다운을 마침과 동시에, 나는 보이지 않는 칼날을 내던졌다. 공기를 가르며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칼날의 소음을 눈치 챈 괴물은 황급히 몸을 옆으로 내던지며 그것을 피했으나, 아쉽게도 이 공격은 그렇게 한 번 피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종류가 아니거든.
서걱.
"케에엑...?!"
운동 법칙을 무시하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방향으로 경로를 비튼 투명한 칼날이 불규칙적인 궤도를 그러내며 야수의 두 팔을 단숨에 절단했다.
"쨔잔. 순식간에 괴물의 팔이 잘려나가는 마술!"
괴물은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당혹스러운 신음을 토해냈다. 녀석의 기동성은 그 잘난 팔에서 나오던 것인데, 문제의 팔이 잘려나가니 이제 더 이상 그 특유의 괴상망측하면서도 재빠른 몸놀림은 보여줄 수 없을...
"크르아아아아악!!"
푸샤아아아악!
"아니, 이런 미친."
괴물이 몸을 뒤로 돌릴 때만 해도 난 놈이 나한테 겁을 집어 먹고 달아나려는가 싶었다. 갑자기 녀석의 등에서 대량의 유독 가스가 힘차게 분출되기 전까지는.
"선생님! 위험합니다!"
"흡...!"
다급히 녹스가 옥시드, 그리고 레토가 해독 능력을 사용해서 유독 가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퍼지기 전에 막아냈지만, 그 사이 저 빌어먹을 짐승은 조금 전 초음파를 얻어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조직원 하나에게 달려들어, 쥐의 것처럼 보이는 마디가 나뉘어진 두 개의 꼬리를 그의 목에 휘감았다.
"이런 씹...."
자기 부하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에스크가 칼을 들고 한 발 앞으로 나서자.
"케야아아아아악!"
꽈아아악.
"커, 커헉...!"
괴물은 흉포한 괴성을 터트리며 붙잡은 조직원의 목을 자신의 꼬리로 졸랐다. 그리고 에스크가 혀를 차며 다시 뒤로 한 걸음 물러서자, 놀랍게도 놈은 꼬리를 다시 느슨하게 풀었다. 허, 참... 저 망할 짐승 새끼가, 사람을 인질로 잡아?
우리를 먹이로 보고 덤볐던 것은 여태껏 위에서 떨어지던 시체를 먹다 보니 식성이 그 쪽으로 바뀌었다고 쳐도, 인간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일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그렇지 않아도 죽여야 할 놈인데, 더더욱 살려둘 이유가 줄었다. 저 놈이 이 폐광을 빠져나가면, 추적하기 매우 골치 아플 것이다.
아, 그래. 여기서 죽여야겠다.
*
오싹.
"크륵...?!"
그 짐승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는지 그 기억조차 없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이 좁고 어두운 곳에서 뭔지도 모를 고기를 본능적으로 물어 뜯고 있던 기억. 사방에는 고기가 널려 있었기에, 배를 곪을 일은 없었다. 자신이 사는 공간이 점차 자신의 몸에서 나온 가스로 가득 찰 때 즈음에는 공동에 남아 있던 먹이도 바닥을 보였지만, 그 대신 공동의 천장에 난, 짐승이 지나가기에는 조금 작은 구멍 사이로 새로운 먹이가 떨어졌다.
물론 새로 떨어지는 먹이는 기존에 있던 것보다 냄새가 고약하고 맛도 질겼지만, 짐승에겐 그것이 먹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위에서 떨어지는 먹이를 먹고, 가스를 뿜어내며, 마석을 싸지른다. 그것이 짐승이 이 비좁은 지하 세계에서 살아가던 삶이었다.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날도 짐승은, 위에서 떨어진 먹이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떨어진 먹이는 아사한 것인지 먹을 부위가 적었고, 그래서 충족되지 못한 공복감에 어디 다른 먹을 것이 없나 주변을 살피던 중에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괴물이 먹던 먹이와 똑같이 생겼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들은 가만히 널부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발로 걸어다니며 움직이고 있었고, 전까지 먹던 먹이에 비해 훨씬 싱싱하고 살이 오른 것들이라는 점.
마침 아직 배가 고팠기에, 짐승은 배를 채우기로 했다.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먹이는, 죽어서 꿈쩍도 하지 않는 먹이보다 먹는 것이 어려웠다. 쉽게 잡히지 않고, 손에 든 이상한 것들로 몸을 때리거나 찌르면 아픔이 느껴졌다. 이에 짐승은 점차 열이 받기 시작했다. 평소대로 나한테 먹히면 될 것을, 괜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들에게 짜증이 났다.
그들을 주시하던 중, 가장 중앙에 있는 먹이가 무언가 소리를 내면 그에 따라 주변의 다른 먹이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구나. 저 중앙의 먹이가 문제구나.
그럼 저걸 먼저 먹으면, 다른 것들도 쉽게 먹을 수 있겠네.
짐승은 중앙의 먹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옆에 붙어 있던 먹이가 그것을 방해했다. 자신의 이빨만큼 날카로운 것을 든 먹이. 그 먹이의 공격은, 다른 먹이들의 것과 달리 맞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짐승은 그 먹이의 공격만은 피하며, 계속해서 먹이들을 사냥했다.
가스를 뿜어내고, 초음파를 쏘고, 긴 앞 발을 휘두르거나 채찍 같은 꼬리를 휘둘렀다.
그러나 중앙의 먹이가 나선 순간, 느닷없이 두 팔이 잘려 나갔다.
누군가와 싸울 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적도 없던 짐승이 처음으로 느낀 아픔은... 굉장히 불쾌했다.
하지만 짐승은 달아나지 않았다. 이 비좁은 세상은 짐승이 살던 세상. 이곳에서 짐승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여태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기에.
가스를 뿜어 위험한 먹이를 위협하고, 가장 만만한 먹이를 붙잡는다. 우선 붙잡은 먹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먹으려고 했으나, 꼬리로 목을 조르자 다른 먹이가 뒷걸음질 치는 것을 보고 다시 꼬리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 짐승은 깨달았다.
아하, 이렇게 하면 저 먹이들이 꼼짝 못하는 구나.
새로운 것을 알았다.
이제 저 먹이들도 여태껏 먹어온 것들과 마찬가지로 혼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즐거움을 느끼던 짐승은, 자신에게 위협을 주었던 그 먹이와 눈이 마주쳤다.
첫 아픔에서도 두려움은 커녕 불쾌함과 분노만 느꼈던 짐승은, 생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분명 그 먹이는 자신보다 한참 작고, 연약하다. 한 입 물어 뜯으면, 그대로 뜯겨나갈 연약한 살점을 가진 작은 먹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런 먹이에게 잠시나마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이, 짐승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곳은 나의 세상인데. 여기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없었는데.
그래, 너희를 전부 먹어서 없애 버릴 거야. 그럼 다시 전부 내 마음대로 될 거야.
유치하기 그지 없는, 논리라고 부르기도 힘든 허접한 논리가 행동을 결정했다.
위협적인 먹이가 다시 팔을 올린다. 조금 전에 먹이가 저 행동을 했을 때, 갑자기 뭔가가 날아와서 두 팔이 잘렸다. 분명 피했는데, 피했을 텐데 다시 날아온 공격. 그것을 기억하는 짐승은, 그 먹이가 똑같은 짓을 하게 둘 수 없었다.
두려움, 고통, 분노, 불쾌함.
흥분한 짐승은 어리석게도 꼬리로 붙잡고 있던 인질을 놓고서, 위험한 먹이를 향해 덤벼 들었다. 자신에게 있던 유일한 이점을 내던지며, 짐승은 가장 위험한 먹이를 바로 처리하려고 했다. 그 때, 그 위험한 먹이가 짐승으로서 그 뜻을 알 수 없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짐승은 코웃음쳤다. 이제 와서 뭘 하기엔 늦었다. 이미 이빨이 그 연약한 살점에 닿았...
"반으로 갈라져서 뒈져."
서걱.
그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반으로 갈리지는 것이, 괴물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서,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에스크는, 조금 전 거대한 괴물은 최후의 발악으로 선생을 물어 뜯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보다 몸집이 큰 짐승에게 물리면 보통은 죽거나, 운이 좋아도 겨우 불구가 되어서 살아남는다.
"예,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저건 사람이 아니다.
괴물의 강력한 턱 힘에 물려 뜯겨나간 살점이 순식간에 재생되어 상처가 아물고, 아프다는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말하는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인간 아닌 존재의 적이 아니라 부하라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그 때 그의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 정답이었다고 에스크는 또 한 반 자신의 직감이 정답을 맞추었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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