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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68화 (213/229)

〈 168화 〉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4)

* * *

그것은 택배였다. 사람 하나는 가뿐하게 들어갈 법한 커다란 박스에 담긴 택배. 거기까지는 뭐,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택배를 시키지도 않은 사람의 집 앞에, 수신인은 커녕 내용물이 무엇인지조자 적혀 있지 않은 택배라니, 이건 수상해도 너무 수상한 거 아닌가?

혹시나 택배인 척 하고 안에 암살자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집중해 보았으나, 택배 상자 안에서 딱히 살아 있는 사람의 감정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정말 택배인가? 도대체 누가 이렇게 큰 물건을 보낸 거지?

뭐, 결국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선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지. 나는 성인 남성 두 명 이상 분의 묵직한 택배 박스를 들고서 집 안으로 들어섰다. 랜드필에서 이제 그 망할 유독 가스는 사라졌지만 아직 공기의 질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떨어졌고, 그 때문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누비스는 먼저 잠에 들었고 모노만이 현관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모노, 아직 안 잤구나?"

"응. 여기서 계속 달링 기다리고 있었지."

"배고파서?"

"배고파서."

모노는 서큐버스 중에서도 특히 식탐이 많았고, 단신으로 그녀의 허기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나 뿐이리라. 기다림에 대한 보답으로서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쌓여 있던 농축한 것을 위 쪽과 아래 쪽에 번갈아가며 듬뿍 먹여준 후에야, 나는 좀 전에 가지고 들어 왔던 택배 상자를 개봉하기 시작했다. 모노는 평소였다면 뱃속에 정기가 가득 차서 포만감에 그대로 잠이 들었을 테지만, 어쩐 일인지 오늘은 택배를 여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자기야, 무슨 택배를 시킨 거야?"

"아, 이거? 내가 시킨 거 아니야."

"그럼 누가 보낸 거야?"

"나도 몰라. 안 적혀 있던데?"

"그럼 안에 뭐가 있는 거야?"

"몰?루?"

나라고 해서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 리가 없었고, 모노는 상자에 다가와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 사이 난 몇 겹이나 덧붙여진 두꺼운 박스 테이프를 전부 뜯어내고서 박스의 밀봉을 풀었다. 상자 안의 내용물은... 정말 생각치도 못한 것이었다.

"...어, 자기야? 난 자기 취향을 존중해 줄게. 음, 그렇고 말고. 아, 혹시나 이런 걸 원한다면 현실에선 무리여도 꿈 속에서라면 가능하긴 한데..."

박스 안에 들어 있던 건... 사람의 신체였다. 그것도 여러 개로 분리된.

"아니, 그게 뭔 소리야. 제대로 봐. 넌 이게 사람으로 보여?"

"으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확실히 겉으로 보기엔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자의 내용물과 실제 사람 간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그래, 대표적으로는... 나는 박스 안에 들어 있던 왼쪽 팔을 꺼내, 본래 어깨에 연결되어 있어야 할 부분을 모노에게 보여주었다.

"히익! 자기야, 갑자기 그런 것 좀 들이밀지 마!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노는 고어 장르엔 내성이 전혀 없단 말이야!"

"헛소리 말고 자세히 봐. 이거 사람 아니니까. 세상에 어느 사람의 몸 단면이 이렇게 되어 있냐?"

마치 자로 잰 듯이 깔끔하게 드러난 단면은, 명백히 기계의 것이었다.

"사람이... 아니라고?"

"응, 이거 사람 아니야."

몸은 뼈와 살 대신 금속과 전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몸 속에 피 대신 전기가 흐르는,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위화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사람과 닮았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

"안드로이드야."

그것도 평범한 안드로이드가 아닌, 엄청난 최고급품 안드로이드임이 틀림 없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모노한테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팔을 집었을 때, 그 피부의 감촉이 사람의 것과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인체 조직과 촉감이 매우 유사하다지만 실제로 자세히 만져보면 그 미세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실리콘 고무와 달리, 이 쪽은 진짜 사람의 피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위화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만일 조각 난 신체 부위의 단면에 보이는 저 금속 부분이 아니었다면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피해자를 정성스럽게 토막 낸 후에 정성스럽게 택배 상자에 포장해서 남의 집 앞에 갖다 놓는 정신 나간 살인마에게 원한이라도 산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절로 들 정도로 이 안드로이드의 완성도는 놀라웠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이런 쪽의 기술에 문외한이라고 하지만, 이런 한 번도 본 적 없는 굉장한 퀄리티의 물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단 하나 뿐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메타버스 시티에서 보낸 물건인가? 그럼 이걸 누가 보냈느냐, 이게 문제인데.."

"자기야, 여기 뭐가 같이 들어 있는데?"

"이리 줘봐. 어디... 이거 음성 재생 장치네. 여기 부분을 이렇게 누르면..."

달칵.

[칙, 치직... 반갑다, 랜드필의 선생. 나다, 아카위키.]

누가 보냈나 싶었는데, 그 사이보그 사무라이? 닌자? 같은 녀석인가.

[당신이 이 녹음된 메세지를 재생하고 있다면, 아마 내가 보낸 선물이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뜻이겠지. 별 건 아니고, 오전에 있던 회의에서 내가 보인 무례에 대한 사죄의 선물이다.]

...선물? 회의 때는 그렇게 적의를 드러내 놓고서, 이제 와서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식의 선물을 보낸다라...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혹시 내가 보복을 위해서 위험한 물건을 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할 필요는 없다. 상자에 보낸 물건은 메타버스 시티에서 개발한 안정성이 보장된 가정용 안드로이드 중에서도 가장 최신 기종이거든. 어지간한 일은 다 학습되어 있는 상태이니, 딱히 뭘 새로 가르칠 필요 없고 자체적인 보수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힘들게 관리해줄 필요도 없지. 외형은 물론 최상급이고 말이지. 아직 매물이 별로 풀리지 않아서, 부르는 게 값일 지경이야.]

확실히 품질이 좋아 보이긴 한데... 이런 걸 받아야 하나? 이야기만 들어보면 꽤 비싼 물품 같은 데, 왜 그런 걸 나한테 선물로 보낸 거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냐고 생각할 텐데... 별 거 아니야. 처음엔 생판 모를 누군가 빌가메스를 꺾고 엘드랜드를 속국으로 만들었다고 했을 때, 도저히 인정하기 싫었지. 엘드랜드는 내가 관리하는 도시의 거래처들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큰 곳이었는데, 그게 하루 아침에 날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 누가 좋아하겠어? 하지만, 머리를 식히고 잘 생각 해보니 엘드랜드를 집어삼킨 당신과 적대하는 것보단 차라리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편이 몇 배는 더 낫다는 결론이 나더군.]

그러니까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합리적 이해 관계 때문에 나와의 관계를 다시 고치고자 사과의 선물을 보냈다는 소리군.

[그 선물은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사용해도 돼. 아마 당신이 생각할 법한 기능은 전부 있을 테니. 그럼, 다음 회의에선 우리 관계가 더 원활해지길 바라지. 이상, 녹화 종료.]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재생 장치의 음성이 멎었다. 난 상자에 들어 있는 분리된 안드로이드를 다시 유심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외형은 나쁘지 않다.

굉장히 과묵하고 지적인 메이드의 분위기를 풍기는 안드로이드... 게다가 여기 첨부된 설명서를 보면 가슴 크기 조절이나 안경 착용, 추가적인 대사 입력 등의 온갖 부가적인 서비스를 전부 포함한 풀 세트인 모양인데, '일단은' 저쪽이 '화해의 선물'이라며 보낸 물건을 버리거나 다시 밀봉해서 구석에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95% 확률로 도청기나 카메라의 기능을 몰래 탑재했을 테지만, 그걸 알아채고서 바로 부수는 것보단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는 척하면서 무의미한 정보만 의도적으로 흘리는 편이 저 쪽의 시간과 인력을 낭비 시킬 수 있으니 좋겠지.

나는 모노와 함께 방금 막 포장을 뜯은 안드로이드를 조립했다. 처음엔 정말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꺼림칙함을 느끼던 모노도, 내가 팔 다리를 몸통에 연결하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흥미를 느꼈는지 나중엔 자기가 먼저 프라모델 조립하듯 부품을 찾아서 맞는 부위를 찾아 끼워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동봉된 조립 설명서에 적힌 대로 조립을 얼추 끝마치니, 나름 봐줄만한 모습이 되었다.

"우와, 이렇게 완성해보니 더 신기해! 가만히 누워 있으니까 그냥 자고 있는 사람 같아! 이제 이 스위치만 누르면 작동하는 거지? 응? 그렇지?"

처음엔 꺼림칙해하더니, 이제는 완전 신났네. 하긴 나조차도 신기할 정도의 최첨단 문물인데, 먹이 수급 문제로 인해 스카이론의 새장 안에서만 지내느라 바깥 세상을 전혀 몰랐던 그녀에게는 얼마나 신기하겠어?

"응, 설명서에 적힌 대로라면 이제 목 뒤의 그 스위치만 누르면 전원이 켜지긴 하는... 엉?"

마치 크리스마스에 새 장난감을 받은 꼬마애처럼, 신이 난 얼굴로 안드로이드 작동 버튼을 누르는 모노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던 나는 바닥에서 반짝 하고 빛난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이거 아까 전에 저 안드로이드 몸통 내부 조립할 때 봤던 부품인데? 근데 그게 왜 여기에 떨어져 있....

"아, 제기랄."

*

"기동 완료. 사용자 식별 확인. 잘 부탁드립니다, 라그나 아마게돈 주인님."

고저의 차이가 없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그러나 기계가 내는 소리 특유의 이질감이나 위화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음질의 목소리로 이제 막 작동을 시작한 안드로이드는 나를 주인으로 인식했다.

"그래, 음...."

"본 기체의 식별 코드는 OM­07입니다."

"그걸 그대로 부를 순 없고... 그럼 일단 7호라고 부를게. 7호, 넌 뭐 하는 안드로이드지?"

그 뭐냐, 로봇과 관련해서 아주 유명한 세 개의 원칙이 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그 중에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 세상에서 그 법칙을 적용하리란 법은 없고, 안드로이드랑 로봇에 들어가는 인공지능이 같을 리도 없겠지만...

"본 기체가 주로 맡고 있는 업무는 빨래, 청소 등의 가사 활동이 주 업무이며, 전투 행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는 교육 및 지시 하에 원활한 수행이 가능합니다."

"싸움 빼고 전부 다 할 줄 안다고?"

"예. 뿐만 아니라 외형에는 인체와 유사한 소재를 사용함으로서, 일부 고객분들이 바라시는 '밤시중' 기능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읍...?!"

밤시중? 그러니까... 안드로이드한테 박아서 성욕을 해소한다고...?

"으음, 아니야. 밤시중은 됐어."

뭐... 정 만날 사람이 없다면, 사람과 다를 게 거의 없는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성욕을 해소할 수도 있지. 근데 나는 이미 옆에 굶주린 서큐버스가 붙어 있고, 곧 따먹을 예정인 여장군도 있으니까 해당 사항이 없다. 하지만 이 안드로이드는 기계 주제에 내 발언에 자존심이라도 상한 것인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본 기체는 내부에 인간 여성의 질의 형태를 본 딴 홀이 부착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다른 형태의 홀로 교체가 가능합니다. 또한 진동 자극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기에 어지간한 여성의 실체 성기보다 강렬한 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실제로 본 기체와 유사한 모델의 해당 기능에 대하여 삼백 명 이상의 고객님들 중 91%가 사용 후기 리뷰에서 별 점 다섯 개와 함께 매우 만족하였다는 평을 남기셨으니, 믿고 사용해 보셔도 좋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후. 지금은 쓸 생각 없으니까 내버려 둬."

"알겠습니다."

쓰읍... 묘하게 성처리 기능을 강조하는 것을 제외하면, 진짜 그냥 평범한 안드로이드 같은데. 아니, 아까 회의에서 나를 잡아 죽일 듯이 으르릉거리던 놈이 갑자기 이런 선물을 보낼 리가 없어. 분명 무언가 수작을 부려 놓았을 거다. 그래,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어디서 어떻게 해야 더 나쁜 상황에 빠질 지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야 대비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거야.

"흐음, 인간을 본 따 만들어진 기계 인형이, 스스로 진짜 여성보다 기분이 좋을 거라고 주장한다라... 자기야, 이 안드로이드 한 번 써볼래?"

"뭐? 갑자기 왜?"

"이 안드로이드의 그쪽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도 솔직히 궁금하잖아?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사람들이 진짜보다 좋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보고 판단해보고 싶어서."

이 녀석 설마 안드로이드들 때문에 서큐버스가 실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가? 뭐... 실제로 산업 혁명 당시 기계가 사람 일을 뺏는다며 노동자들이 시위를 일으켜서 기계를 부순 일도 있었으니 그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리고 나도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건 몰라도 묘하게 성처리 부분에서 상세한 정보를 말하는 것도 수상하고... 함정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선, 일단 접근하는 방법 밖에 없겠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알겠어. 음, 7호. 네가 자랑하던 밤시중 기능을 한 번 써 볼게."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주인님. 그럼,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위이이이잉. 사람처럼 생긴 외형과 달리, 그녀의 몸 안에서 들려온 것은 명백히 이질적인 기계음이었다. 혹시나 저 로봇의 아래 구멍에 박는 순간 갑자기 칼날 같은 게 튀어나와서 나를 고자로 만들어 버린 다던가, 하는 그런 끔찍한 함정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안드로이드 7호는 기본적으로 착용된 메이드 의복을 걷은 채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분비된 미끌미끌한 젤로 안 쪽의 홀이 남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고, 어서 한 번 박아 보라는 듯 모노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엘프에, 수인에, 드래곤(인간형)까지 박아봤지만, 설마 안드로이드한테도 박는 날이 올 줄이야. 이거 나중엔 나무나 진짜 짐승한테 박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어쨋거나 나는 바지를 벗은 후 다리를 양옆으로 쫙 벌려 음부를 완전히 드러낸, 보통 사람이라면 수치스러움을 못 참고 얼굴을 가렸을 민망하고 음탕한 포즈를 취하면서도 얼굴에 수치심은 커녕 다른 일말의 감정조차 드러내지 않는 안드로이드의 음부에 내 남근을 갖다 대었다.

"쓰읍, 혹시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걱정마십시오, 주인님. 본 기체의 내부에 장착된 홀은 감촉도 감촉이지만, 신축성 면에서도 그 효용성을 인정 받아 어지간한 물건은 아무런 문제 없이... 없이..."

자랑스럽게 자신의 기능을 소개하면서 고개를 숙인 안드로이드는, 도저히 그 비좁은 구멍에 들어가지 않을 거대한 크기의 육봉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을 잃었다.

"....."

그 모습은, 마치 한 번도 성적인 쾌감을 느낀 적 없던 무표정의 여자가 생전 처음 보는 거근에 놀라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여서, 특히 이 안드로이드의 외형은 진짜로 인간이랑 다를 게 전혀 없어서, 나는 기계한테 박는다기 보다는 진짜 사람과 한다는 착각에 빠졌다.

알다시피, 내 성적 판타지는 '양쪽 모두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내 움직임으로 상대가 쾌감에 허덕이는 모습이 곧 나의 정신적 만족감이었기에,'난 섹스로 기분 좋은 적 따위 없어'라고 무덤하게 말하는 감정 표현이 적은 여자를 상대로는 '정말로 쾌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고 오기가 생기는 법이다. 원래 그런 무표정한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이 눈물 콧물 땀을 다 흘리며 쾌감에 허덕이며 애원하는 모습이 꼴리는 법이었기에, 나는 안드로이드가 다른 대답을 하기도 전에 허리를 내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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