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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70화 (215/229)

〈 170화 〉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6)

* * *

"응흐으윽...! 하아, 하아... 젠장!"

끊임 없이 이어지던 절정의 여운에서 간신히 벗어난 아카위키는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말을 듣지 않는 몸뚱아리를 힘겹게 일으켰다. 분명 감도는 현실과 똑같은 100%로 고정되어 있을 텐데도 하반신에 아직까지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어지간히도 지독하게 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온몸에서 풍기는 수컷의 진득한 체취에 아카위키는 눈쌀을 찌푸렸다. 설마 자신의 몸에서 다른 남자의 냄새가 이토록 진하게 배는 날이 올 줄이야.

"후우, 후우... 밤꽃 냄새 시발..."

그냥 전부 다 때려치고 가만히 누워서 쉬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마구마구 샘솟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은 해야만 했다. 아카위키는 현재 사용 중인 의체의 아랫배에 손을 갖다 대어 외부 파츠를 개봉하여, 내부에 내장되어 있던 오나홀을 분리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마치 성욕이 왕성한 남자가 수 년은 사용한 것처럼 엉망이 된 오나홀이 방금 막 자신의 안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불편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진짜... 괴물 새끼가 따로 없네."

아카위키가 지금 쓰고 있는 의체에 부착해 두었던 오나홀은, 충분히 관리만 잘 한다면 몇 년은 족히 거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좋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의 손에 들린 오나홀은 마치 몇 년을 거칠게 사용한 것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을 집어 넣어도 도중에 걸리지 않을 만큼 헐렁헐렁하게 확장되었고, 분명 비관통형이었을 텐데 홀의 끝자락이 찢어지기 직전이라 몇 번만 더 박았더라면 아예 관통형 홀로 바뀌었을 정도였다.

"오크 수백 마리가 박아도 멀쩡하던 특수 재질인데, 이걸 고작 몇 시간 만에 거덜 낸다고? 근데 그 와중에 고통 대신 쾌감을... 아, 아니야. 쾌감은 무슨, 난 느낀 적 따위 없어."

지금의 아카위키는 정보화 된 의식을 갖고 떠도는 사이버 망령이지만, 그도 한 때는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그는 남자...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수많은 의체들을 갈아 타면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여성형 의체에 들어간 적도 몇 번 있긴 했지만 대부분 남성형 또는 중성형 의체를 사용했다. 그만큼, 그는 처음의 육체를 상실한 이후로도 그의 의식은 스스로를 '남성'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랬던 확고한 자의식이,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범해진 것만으로 순식간에 뿌옇게 흐려졌다. 그것은 한 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진 저울의 가벼웠던 쪽을 손으로 잡고 그대로 가장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정도였다.

그 긴 세월 동안 남자로서 살아왔는데, 고작 하루 깔린 것만으로도 '어? 사실 난 여자였던 게 아닐까?'하는 말 같지도 않은 의문이 자꾸만 샘솟는 것을 보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카위키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자아의 상실'의 징조였다.

"....읏! 아냐, 아냐...! 난 아직 나야. 여전히 아카위키라고."

육체 없이 오직 정신만이 존재하는 그에게, 자아의 상실은 곧 죽음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에 아카위키는 자신을 부르는 수식어들을 되뇌이며,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입술을 악물고 자신을 다독였다.

나는 아카위키. 메타버스 시티의 관리자, 안드로이드 제작 기술의 최우선 선두 주자, 삼백 아흔 네 개의 발명품의 저작권을 소유한 기술자이자 자신의 의식을 전자화 함으로서 육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무한한 네트워크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된 천재. 나는, 나다.

아카위키를 가리키는 그 모든 수식어들이, 그가 스스로를 잃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동앗줄이었다. 물론, 이번에 그 동앗줄 몇 개가 끊어질 뻔한 위험에 처하긴 했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은 멀쩡하다. 그래, 아직까진.

저 성적인 부분에서는 특히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몇 번 더 깔아 뭉개지고 나면 사실 자신이 남자였다는 사실조차 잊을 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아카위키는 황급히 이 버려진 도시 랜드필에서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젠장... 메타버스 시티와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은 전부 되지만, 내 자의식 같은 대량의 데이터는 송신만 가능하지, 발송은 불가능한 상황이군. 그리고 이 의체의 용량상, 지금 나 하나로도 이미 한계인 상황이네. 그리고... 감도 조절이 현실과 동일한 수치로 고정되어 버린 상태고. 흠, 그럼 일단은 빠진 부품을 되찾아 조립한 후 문제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아니면 다른 수단을 통해 메타버스 시티로 직접 귀환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만 하는데..."

중요한 부품이 빠져있지만 겉으로는 멀쩡히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그 자가 굳이 힘들게 이 안드로이드 의체를 다시 분리하고 문제의 부품을 재조립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럼 그에게서 문제의 부품을 되찾아서 다시 조립하는 방향을 생각해야 하는데, 안드로이드의 안에 메타버스 시티의 관리자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면서 그에게서 중요 부품을 되찾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아카위키는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 랜드필은 현재 라그나 아마게돈의 영역이고, 일단 그에게 선물이라고 보냈던 이 가사용 안드로이드가 주인의 허가도 없이 멋대로 메타버스 시티로 향하는 비행선에 탑승할 때까지 그 자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그리고 비행선 표를 살 돈도 없고. 그럼 차라리 이 의체 대신 다른 의체로 갈아타서 메타버스 시티로 복귀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으나, 이마저도 역시 무리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랜드필은 버려진 도시이며, 메타버스 시티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의체들은 기껏해야 결함이 매우 심각한 불량품 혹은 너무 낡아서 작동도 하지 않는 고물들이 전부일 것이다. 아카위키라는, 용량이 어마무시한 살아있는 시스템을 담을 정도의 물건은 아마 없으리라. 있다고 해도, 현재 사용 중인 최신형 의체와 버젼이 다르니 호환이 되지 않아서 정보 이전 자체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메타버스 시티에 새로운 의체 제작 및 현재 주소로 배송을 주문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나 아카위키는 이내 그 선택지도 깔끔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쓰고 있는 의체와 호환이 되는 버젼의, 그리고 일반적인 인간보다 차지하는 용량이 큰 아카위키라는 거대한 데이터를 수용 가능한 고급 의체를 지금 당장 주문해서 제작하고 이 랜드필로 배송하기까지 걸리는 시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일주일이라니. 그 미친 성욕 몬스터에게 이틀만 더 깔려도 남자로서의 자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뻔한데, 일주일을 어떻게 버티라고?

"결국 망가진 기능을 회복하는 것 말곤 방법이 없네."

그가 가지고 있을 문제의 부품을 회수하거나, 아니면 비어있는 부품과 같은 것을 끼워 넣어서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이었다.

"어디..."

아카위키는 손을 조작하여, 안드로이드 의체의 상반신 안면부를 열람했다. 실제 사람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굉장한 완성도의 인공 피부가 갈라지며 각종 기계 장치들이 어지럽게 연결된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안드로이드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던 아카위키는 그 안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금방 파악했다.

"음, 음... 부족한 부품은 A­8번이네. 그나마 다행이네. 만약 없는 부품이 A­8이 아니라 A­2번이었다면, 이 의체를 통제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하마터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안에 갇혀서, 자신의 몸을 좋을 대로 사용하는 자와 원치 않은 관계를 이어나가다 끝내 쾌락에 저항하지 못하고 이에 순응한다는, 그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끔찍한 미래가 펼쳐질 뻔 했다. 그나마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최악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카위키는 상체를 다시 조립하고서 방을 나섰다.

"일단... 세척부터 해야겠네."

본래 안에 있던 오나홀은 너덜너덜해져서 더 쓰기 힘들다. 그러니 동봉했던 에비용 홀로 교체해야...되나?

"쓰읍... 어차피 홀을 교체해 봤자 또 이 꼴이 될 텐데, 굳이 교체해야...? 사실 홀을 못 쓰게 만들면 범해질 일도 없을 테니.... 아니, 아니야. 그랬다가 의심을 사게 되면, 그대로 다 끝이야."

이 안드로이드 안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선, 평범한 안드로이드인 것처럼 행세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격렬한 밤시중의 영향으로 내부 홀이 망가진 상태에서 그것을 새 것으로 교체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자신이 설계한 완벽한 자율형 가사 도우미 안드로이드(밤시중 기능 포함)가 할 법한 행동이 아니었다.

택배 박스에 들어 있던 예비용 오나홀의 포장을 뜯어 자신의 의체 하반신에 갈아 끼우며, 아카위키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예비용 홀을 네 개나 택배 박스에 같이 넣어둔 멍청한 과거의 자신을 욕하면서 입술을 악물었다.

내일도... 다시 범하겠지? 그 말도 안 돼는 물건으로, 안 쪽을 부숴버릴 기세로 마구마구 쑤셔대며... 오나홀을 몇 번을 세척해도 절대 냄새가 빠지지 않을, 수컷 향이 강하게 진동하는 끈적한 백탁액을 안 쪽 깊숙한 곳에 가득....

"씨발, 정신 차려! 난 아카위키야. 대부분의 기술의 선도 주자이며 저작권 소유자. 그리고 가장 뛰어난 안드로이드 기술자이며 과학자! 자신의 정신조차 데이터화해서 과학의 도시를 지배하는, 메타버스 시티의 영원불멸의 관리자라고! 그런 내가, 고작 이런 냄새나고 더러운 도시에서, 선생인가 뭔가 하는 저 미친 성욕 몬스터에게 범해져서 굴복할 순 없어...! 한 도시의 대표자인 내가, 저딴 놈에게 암컷 타락할 리가 없잖아!"

무너져가는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고자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간신히 안정을 되찾은 아카위키는 '안드로이드가 할 법한 행동'을 함으로서 선생의 의심을 사지 않으며 동시에 이 망할 도시와 그 자식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다시 자신의 도시로 되돌아 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졌다.

애초에 이 도시에 갇히게 된 이유가,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는 것도 거의 잊은 채.

*

아카위키는 화장실에 들어가, 메이드 복을 벗은 후 샤워기를 틀었다. 난방이 조금도 되지 않아서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래도 인간의 몸이 아닌 기계로 이루어진 육체였기에 어느 정도는 참을 만 했다. 기계의 몸이었기에 질병에 걸릴 일이 없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감기에 걸릴 정도로 차가운 냉수였다.

"후...."

일단 외부에 남은 정사의 흔적을 전부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씻어내고서, 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후 다시 메이드복을 입었다.

"후, 이럴 줄 알았으면 다양한 의복을 보낼 걸 그랬어."

또 한 번 생각이 짧은 과거의 자신을 욕하며, 아카위키는 방을 나왔다. 그가 나온 옆방은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데, 그 문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한 쌍의 짐승들이 내지르는 환장의 협주곡이 아카위키의 청각을 관통했다.

"학, 하악! 흐아아악! 흐읏, 하으으윽!! 지, 짐스으응...!"

"후우, 후우...! 그르르르...! 그래서, 싫어?"

"꺄흣, 그럴리 가하아아앗...!!"

굳이 문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않아도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두 사람의 격렬한 신음과 묘한 대사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아카위키는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방을 황급히 지나쳤다. 나도 꽤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새 발의 피였네. 빌가메스 녀석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후, 진짜 징글징글한 것들."

저 짐승 같은 남녀의 끝을 알 수 없는 정욕은 참 무서울 정도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회였다. 저 둘이 육욕을 탐하는 것에 정신이 사로잡힌 지금이라면, 문제의 빠진 부품을 어디에 두었는지 탐색할 수 있을 테니까. 아카위키는 두 사람의 신음 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문제의 부품 수색에 열중을 가했다. 중간 중간에 들려오는 여자 쪽의 기쁨 어린 비명과 몇 시간 전 자신이 겪었던 쾌감이 문득 머릿속에서 겹쳐질 때마다 몸이 절로 반응을 했지만, 그것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집 안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제기랄, 어디에도 없잖아."

아무런 수확도 건질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 망할 부품은 지금 랜드필의 선생이나 그 파트너인 저 서큐버스가 소유하고 있으리라. 이 랜드필에서 문제의 부품을 대신할 대체제를 찾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성공률이 낮았기에, 결국 아카위키는 다시 자신이 처음 눈을 떴던 방으로 돌아가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후우. 괜찮아, 괜찮아. 앞으로 한 두 번 정도는 버틸 수 있어. 고작 그딴 놈에게 몇 번 박힌다고 해서, 내가 나를 잃어버릴 리가 없잖아. 나는 아카위키야. 메타버스 시티의 관리자이자, 누구보다 뛰어난 기계 공학 기술자이며 천재 과학자인 아카위키라고."

전투 기능 하나 없는 가정용 안드로이드 안에 갇힌 상태에서, 오류가 생긴 기능을 수리하기 위해 선생의 몸에서 문제의 부품을 회수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그것은 다시금 그가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도록 유도한 후, 자신의 몸을 쓰는 것에 정신이 팔린 동안에 그의 옷 주머니 어딘가에 있을 부품을 몰래 꺼내는 것.

아카위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되뇌였다. 또 다시 그의 밑에 깔려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자꾸만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은, 아마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또 한 번 그 무지막지한, 가히 폭력에 가까운 육체 관계를 경험하는 순간 지금까지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에서 오는, 자신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 그래,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에 있는 내가, 전혀 다른 무언가로 바뀔 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거부감으로 인한 공포일 것이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남자인 자신이 다시 한 번 남자에게 무자비하게 범해져야 한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심박수의 급격한 증감은, 자아의 상실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젖꼭지가 멋대로 딱딱하게 변한 것은 이 의체에 깃든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신체의 모든 부위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사소한 조작 미스일 뿐이며.

하반신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것은 그가 이 의체를 지나치게 험하게 다룬 것 때문에 워터 젤을 보관하는 기관이 맛이 가버려서 이따금 멋대로 내부의 내용물을 흘리는 것 뿐이고.

존재하지도 않을 자궁이 큥큥거리는 기이한 감각은 그 남자가 그 거대한 물건으로 비관통형 오나홀을 관통형으로 억지로 바꾸어 버릴 정도로 이 의체를 험하게 사용한 것에 대한 충격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은 낯선 쾌감으로 인한 자아의 혼선과 자기 상실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뿐, 그게 전부다. 그 외에 다른 가능성은 존재할 리 없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의 존재를 확신하는 동안, 내가 나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금 굳건한 다짐하며, 아카위키는 강철 같은 의지를 굳혔다.

*

"오...오오옥....!"

그리고 다음 날, 아카위키의 강철 같은 의지가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에 불과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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