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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73화 (218/229)

〈 173화 〉 이건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2)

* * *

아카위키는 초조함을 참을 수 없었다. 기껏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메타버스 시티로 돌아왔건만, 아직도 이 망할 고장 난 안드로이드의 몸에서 빠져나오질 못 했다. 랜드필의 선생에게 자신이 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기 위해 계속 기회를 노렸으나...

"음, 여기 생각보다 맛있네."

"하하, 입맛에 맞으시다니 다행이군요."

랜드필의 선생은 곧바로 수리점에 가는 대신, 가게에서 샌드위치 하나랑 음료수 한 잔을 주문해 놓고서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어서 이 망할 의체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아카위키의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안드로이드 A/S 센터에 들어가기만 하면 곧바로 이 지긋지긋한 몸과도 작별인데, 10분 이면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식사 시간이 가게 주인과의 수다로 30분이나 길어지니 그로선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동행인이었던 눈 먼 저격수는 이미 자신이 시켰던 커피를 다 비웠지만, 그는 랜드필의 선생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기다릴 뿐이었다. 조금 전에 시큐리티 대원들이 총을 겨누었다는 이유로 선생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나서서 그들을 작살 냈던 성질 급한 괴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이다.

"잘 먹었어. 여기, 계산."

"예. 다음에 또 오십쇼!"

마침내 라그나 아마게돈의 간단한 식사가 끝났고, 아카위키는 곧바로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이드 대여 및 수리점으로 그를 안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늘 하늘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저기... 혹시 랜드필의 선생, 맞으십니까?"

"내가 랜드필에서 선생이라고 불리고 있는 건 맞는데, 당신은 누구지?"

"와, 진짜 선생님이시구나! 아, 소개가 늦었네요. 전 모험가 길드의 골드 등급 모험가인 에드릭입니다. 이 쪽은 제 파티원인 에밀과 에닐, 크리스티, 그리고 쿠린입니다."

망할, 이 모험가들은 또 뭐야? 메타버스 시티에 관광을 왔으면 그냥 얌전히 지나갈 것이지, 왜 갑자기 와서 아는 척이야? 아카위키는 갑자기 나타나서 랜드필의 선생에게 아는 척을 해오며 그의 앞을 막은 모험가 무리를,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다는 얼굴로 노려보았다. 이 쪽은 한시가 급한 데, 눈치도 없이 끼어들긴...!

"오랜만이군, 쿠린. 그동안 잘 지냈나?"

"...예. 누구 덕분에 말이죠."

"심의를 얻은 후로, 꽤 잘 나가는 모양이더군. 축하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말을 걸어오나 싶었는데, 파티원 중 하나가 구면인 관계였던 건가? 하지만 아카위키는 저 쿠린이라는 여자 모험가가 랜드필의 선생과의 조우를 그리 반갑게 여기지 않음을 눈치챘다. 아카위키는 네트워크 망에 접속해서, 그녀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이름은 츠나세 쿠린. 처음엔 최연소 천재 골드 모험가로 잠깐 유명했으나 오랫동안 플레티넘 등급의 벽을 넘지 못해 조금씩 잊혀졌고, 그러다 랜드필의 선생과의 만남을 계기로 '해신의 창'이라는 엄청난 별명과 함께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 모험가. 그리고 현재로서 데스페라도 소속의 이방인 중 유일하게 랜드필의 선생으로부터 '심의'를 얻은 사람이군.

이전부터 수속성 마법 원소를 무기에 담아서 휘두르는 방식으로 싸우던, 마법을 아주 조금 할 줄 아는 창술사였고 최근에 [그리운 바다]라고 이름 붙인 '심의'를 얻었음. [그리운 바다]는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주변의 풍경을 일시적으로 바다로 변화시키는 것과 바다에 있는 동안 전체적인 신체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는 것. 기존에 있던 마법 창술의 압도적인 상위 호환 능력을 얻게 되어, 현재로서 유력한 플레티넘 등급 모험가 후보 중 한 명이군.

하지만 랜드필의 선생과 어떤 관계인지, 상세한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랜드필 같이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작정하고 어떤 일을 숨기려고 들면, 누구도 밝혀낼 수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심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쿠린의 태도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아카위키가 츠나세 쿠린에 대한 정보를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파티 리더 에드릭이 긴 대화 끝에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제 파티원, 츠나세 쿠린이 최근 얻은 힘은 랜드필의 선생님께 받았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정확히는, 그녀 스스로 그 힘을 일깨울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었을 뿐이지."

"아, 그럼 소문이 정말인 것이군요! 그렇다면 혹시, 저희들도 그 '심의'라는 힘을 받을 수 있을까요?"

결국 이 모험가들이 랜드필의 선생을 붙잡은 것은, 요즘 소문이 도는 '심의' 때문이었다.

메타버스 시티의 병기와 달리 큰 돈을 들여서 구매하거나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고.

마기스토스의 마법과 달리 선천적인 마법에 대한 재능이나 뛰어난 두뇌가 필요하지 않고.

신의 권능과 가호처럼, 어떤 신에게 운 좋게 선택 받을 날만을 계속 기다릴 필요도 없다.

누구나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일개 개인이 품기에는 매우 강력한 힘. 매일 매일 목숨을 건 모험을 해야 하는 모험가들의 입장에 그것보다 급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쉽게도 그럴 순 없겠군."

"아, 혹시 소정의 대가가 필요합니까? 비록 저희가 모험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골드 등급 답게 모아둔 돈은 꽤 됩니다. 얼마나 필요할까요?"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다."

처음엔 두 사람의 대화가 언제 끝나는지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초조하게 기다렸던 아카위키였지만, 선생의 말이 길어질 수록 점차 그 내용에 흥미가 쏠리기 시작했다.

"'심의'의 힘이란, 정확히는 그 사람이 내면에 품은 마음이 현실로 실체화되어 물리력을 갖는 것이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본연의 힘이야. 내가 하는 일은 그저 욕망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매게로, 그 사람이 보다 쉽게 내면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것 뿐. 그리고 욕망을 매게로 하기에 나를 통해 각성한 '심의'는 대다수가 그 사람이 바라는 것, 혹은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한 힘의 형태를 띄게 되지."

"그럼..."

"하지만, 너희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이윽고, 랜드필의 선생은 굉장히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너희들이 바라는 건 뭐지?"

"예? 가, 갑자기요?"

"그래. 바라는 것을 말해 봐라."

"음... 플레티넘 등급의 모험가가 되서, 돈 좀 많이 벌고 싶네요."

"그건 네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얻고 싶은 것이지. 그 둘의 차이점을 모르기에, 너희들은 안 된다고 하는 거다."

랜드필의 선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가 진정 무엇을 바라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자신의 바람을 이룰 힘을 줄 수는 없지. 도구를 쓸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쥐어 줘 봤자 제대로 활용을 못할 뿐 아니라, 되려 그 도구를 망가트릴 수도 있는 법이니."

"하, 웃겨."

"그럼, 쿠린은?"

라그나 아마게돈의 말에, 에드릭의 파티원이었던 에밀과 에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에게 쏘아 붙였다.

"그녀는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 물론, 그녀의 바람을 내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으니 궁금하다면 그녀에게 직접 묻도록."

"우리도 진짜로 바라는 것 정도는 하나 씩 있거든?"

"댁이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겠지만, 우릴 언제 봤다고 멋대로 단정하는 거야?"

"그 '심의'인가 뭔가 하는 힘을 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지 무슨 이상한 변명을 하는 거야?"

"그러게.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으면, 그렇다고 말하던가."

"진짜 짜증나."

"내 말이."

에밀과 에닐 쌍둥이는 한 명이 말을 끝내면 다음 한 명이 바로 이어 받는 식으로 랜드필의 선생을 쏘아 붙였다. 그리고 아카위키는 저 싸가지 없는 두 쌍둥이의 공격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동행인인 눈 먼 저격수가 아직도 총을 뽑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조금 전에 선생에게 적대적으로 굴던 시큐리티 열 다섯은 단숨에 제압하더니, 왜 이 쌍둥이에겐 무기를 겨누지 않는 거지? 대체 저 괴물의 행동 원리는 뭐야?

"용건이 그게 전부라면, 이만 실례하지. 가야할 곳이 있어서 말이야."

"가긴 어딜 가."

"대답은 마저 해야지."

"애들아, 잠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실례가 되는..."

"닥쳐, 에드릭. 이건 중요한 문제야."

"맞아. 제대로 된 근거를 대란 말이야."

파티장인 에드릭이 그만두라고 말하지만, 저 개성 넘치는 쌍둥이 파티원은 리더의 말을 깔끔하게 묵살하며 라그나 아마게돈의 앞길을 막은 채 그를 쏘아 보았다. 아카위키는 쌍둥이의 손이 각자 등에 에너라이즈 사 특제 에너지 블레이드의 손잡이로 향하는 것과 동시에, 눈 먼 저격수가 허리 춤의 총에 손을 얹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여기서 에밀 에닐 쌍둥이가 성질을 못 참고 무기를 뽑는 순간, 머리 없는 사내의 눈 먼 탄환이 저 쌍둥이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직감했다.

"..."

"..."

그러나 쌍둥이도 조금 전에 저 괴물이 벌였던 사건을 목격했던 것인지, 무기에 손을 얹기는 해도 그것을 뽑지는 않았다. 아마 그녀들도 뒤늦게 깨달았으리라. 자신들이 선생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순간, 선생의 동행인이 뽑은 무기가 불을 뿜을 것을.

당장이라도 총을 뽑아 발포할 듯한 사나운 기세의 괴물, 등에 맨 무기에 손을 얹은 채 사납게 노려보는 쌍둥이, 쌍둥이들의 돌발 행동에 이마를 감싸며 한숨을 쉬는 에드릭과 갑작스러운 신경전에 어쩔 줄 몰라하는 크리스티,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된 츠나세 쿠린.

그리고 그 사이에서, 너무나도 여유롭고 태연한 얼굴로 서 있는 랜드필의 선생.

"언제까지 길을 막고 있을 생각이지? 볼 일이 끝났으면, 슬슬 비켜주지 그래?"

"말했잖아. 우리에겐 그 힘을 주지 않는 이유를 대라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도록."

"우리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러는 줄 알아? 우리도 굉장히 그 힘이 급하게 필요하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유로 그 강한 힘을 주는 것을 거부하면."

"우리가 그냥 '아, 그렇군요.' 하고 넘어갈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에밀과 에닐 쌍둥이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녀들의 특기는 마치 한 몸처럼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협공이지만, 골드 등급으로 오르기 위한 시험은 개별로 치루고도 가뿐히 통과했다는 점에서, 그녀들은 그저 마음만 앞서는 꼬마들이 아니라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제법 한 가닥 하는 어엿한 모험가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지만... 상대가 적절하지 않았다.

세간의 소문 속에서 라그나 아마게돈은 일곱 괴물을 통해 엘드랜드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간 사내이자, '심의'라 불리는 특별한 힘을 줄 수 있는 존재. 그러나 정작 자체적인 전투력은 거의 없다시피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빌가메스를 대신하여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체적인 전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은 사실 그가 일부러 꾸며낸 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아마 쌍둥이가 이토록 대담하게 나선 것은, 선생의 동행인인 저 괴물이 무력을 꺼내들더라고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투 능력 없는 가사용 안드로이드와 타인에게 강한 힘을 줄 수 있지만 자체적인 무력은 없다시피 한 깡 마른 사내. 아무리 저 괴물의 기이한 사격이 위협적이더라도, 두 짐을 짊어진 채로 싸운다면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믿은 것이다.

"에드릭. 자신의 파티원들이 내게 범하는 무례를 계속 보고만 있을 셈인가? 파티의 리더라면, 자신의 파티원들 정도는 통제해야 하지 않나?"

"에, 에드릭 씨... 지, 지금이라도 저 두 분을 말리는 게..."

크리스티의 다급한 부탁에도, 에드릭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그의 생각을 파악한 아카위키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안면 파츠를 조정했다.

에드릭은 지금 고민하고 있다. 쌍둥이들의 기세에 편승해서, 협박에 가까운 방식으로라도 선생에게서 '심의'라고 불리는 강력한 힘을 뜯어낼 것인지.

아니면, 파티의 리더로서 쌍둥이들을 말리고 선생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함으로서 이 상황을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할 것인지.

보통의 상황이라면, 여기서 대다수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아무리 쌍둥이가 제법 뛰어난 모험가라고 해도, 선생의 옆에 있는 괴물은 오랫동안 이 세계의 경제의 흐름을 움켜쥐고 있던 거대한 왕국 하나를 하루 아침에 끝장내버린 일곱 마리의 괴물 중 하나이다. 그리고 눈앞에서 그 괴물이 열 다섯이나 되는 치안 유지관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것을 보았을 터.

그러나, 그들의 파티원은 츠나세 쿠린의 존재 때문에 오히려 에드릭은 망설였다.

골드 등급 모험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최연소 천재라고 불렸으나 이내 플레티넘 등급의 벽을 넘지 못해 잊혀진 모험가가, 그 '심의'라는 힘을 얻자마자 순식간에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공적을 쌓고 있다. '만약 나한테도 그런 힘이 있다면' 이라는 욕망이, 왕국을 멸망 직전으로 몰고 간 괴물을 향한 공포를 마비시킨 것이다.

익히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재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법, 모두 신의 선택에만 달려 있기에 그저 간절히 기도할 수 밖에 없는 권능과 가호, 돈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어지간한 빽이 없는 이상 꿈도 못 꿀 메타버스 시티의 병기.

그것들에 맞먹는 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눈앞에 있는데, 누구라도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밖에 없겠지. 쿠린이 다루는 것과 유사한 힘을 얻기만 하면, 개인의 무력이 최우선 요소로 자리 잡은 이 세상에서 인생이 핀 것이나 다름 없기에, 저 두려운 괴물을 상대로도 오히려 물러서지 않게 무기를 뽑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이겠지.

그들의 모습이, 아카위키는 그저 한심하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저열한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이 괴물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 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얼간이들. 저런 놈들 때문에, 자신이 자유를 되찾을 시간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니.

보다 못한 아카위키가 시큐리티들을 호출해서 저 망할 모험가들을 죄다 잡아들이려는 그 순간.

"그렇게 바란다면, 기회는 주도록 하지."

선생이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돌려 아카위키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한 쌍의 눈이 자신에게로 꽂히자, 아카위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나마 조금 전에 얼굴 표정을 고정시켜 둔 덕분에 그리 티가 나진 않았다. 안 그랬다면,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보며 화들짝 놀라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7호. 이 근처에서, 주변에 폐가 가지 않으며 두 사람 이상이 싸움을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곳으로 안내를 부탁한다. 예를 들면, 음, 인적이 드문 공터 같은 곳?"

아카위키는 그의 요청대로 네비게이션 기능을 켜서 주변 지형을 탐색하면서, 속으로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저 눈치 없는 망할 모험가들 때문에 또 자유를 찾는 시간이 늦춰졌으니.

다음 번에 정시우를 만나면, 제발 애들 관리 좀 똑바로 하라며 정강이를 걷어 차 주겠다고 다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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