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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74화 (219/229)

〈 174화 〉 이건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3)

* * *

"흠, 여기라면 적당하겠군."

가정 도우미 안드로이드 7호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어느 인적 없는 폐공장이었다. 마지막으로 공장이 기동한 것이 족히 3년은 지난 것만 같은 먼지 쌓인 낡은 일터를 둘러보며,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이곳이라면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으니 나도 행동의 제약이 더 가볍고, 저들의 본성을 손쉽게 드러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곳이 무대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이 쪽을 매섭게 노려보는 살쾡이 같은 두 쌍의 눈동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룰은 간단하다."

나는 굴러 다니던 상표 벗겨진 페인트 통 하나를 들고 왔다. 페인트 통 안에선 도대체 얼마나 숙성된 것인지 코를 쥐어 싸매고 싶을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나는 통을 뒤엎어 불쾌한 색으로 변질된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낸 후, 적당한 막대기를 주워 그 끝에 페인트를 묻혔다. 그리고 페인트가 묻은 막대로 바닥에 원 하나를 그린 후, 막대를 다시 멀리 버렸다.

"제한 시간은 5분. 어떤 수단을 쓰던, 나를 이 원 밖으로 나가게 하면 너희들의 승리. 너희들에게 '심의'를 개화할 기회를 주겠다. 단, 시간 안에 성공하지 못 했을 경우 겁도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에 동의하나?"

"...잠깐. 랜드필의 선생, 당신과 싸우라고? 저 괴물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랜드필의 선생인 내가 가진 개인의 무력은 보잘 것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내 호위로 보이는 눈 먼 저격수가 아니라, 내가 직접 자신들을 상대한다고 하니 그녀로선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의심이 될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말 조심해라. 누가 괴물이라는 거냐? 눈 먼 저격수는, 어엿한 인간이다. 적어도 너희 같은 도적들보다는 더 인간 답지."

그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있는 내 친구의 기분 상하게 하는 건 공감해 줄 수 없었다.

"뭐? 도적? 너, 지금 말 다했어? 우린 도적이 아니라 모험가라고!"

"자신의 입장에서 만만한 상대가,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내놓지 않는다고 무기를 들이밀며 협박하는 사람을, 우리들은 도적이라고 부르지. 그게 사회의 약속이거든."

"이...!"

"하, 우릴 얕봐도 엄청 우습게 보는 모양이네? 좋아, 그 조건. 받아들이겠어."

처음엔 내가 상대라는 말에 의심스러워하던 것들이, 조금만 성질을 긁어주니 곧바로 눈이 돌아가서 무기를 꼬나 쥐는 꼴이라니. 이렇게 속을 알기 쉬운 것들이, 어떻게 모험가 등급을 골드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아니, 어쩌면 저 읽기 쉬운 가벼운 자존심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골드 등급이 한계인 것일 수도 있겠네.

"에드릭! 크리스티! 뭘 보고만 있어? 빨리 너희도 참전해!"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함께 싸워서 이기고 보상을 받자고!"

그녀들의 말에 파티의 리더인 에드릭은 영 내키지 않는 듯 하면서도 결국 무대에 올랐지만, 반대로 크리스티는 이 판에는 도저히 끼고 싶지 않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흠, 그래도 저 여자는 생긴 것 값을 하는 군. 이 싸가지 없는 쌍둥이와는 달리.

츠나세 쿠린도, 마찬가지로 참전하지 않았다. 이미 심의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고, 나에게 적대하는 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전혀 없으니. 뭐, 그게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나랑 싸울 생각이 전혀 없어 보기인 했지만.

"하아, 이 성격 급한 바보들. 문제가 생기면 다 니들 때문인 줄 알아."

"됐으니까, 평소 하던 대로 빠르게 끝내자고."

"맞아. 질질 끌 것도 없잖아?"

나를 앞에 두고, 세 모험가들의 태도는 정말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쌍둥이는 가볍게 산책이라고 나간다는 듯한 투로, 파티의 리더인 에드릭도 그냥 좀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되었다는 기색이 역려할 뿐. 나에게 질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가진 무력에 대해서 별 거 아니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도, 자신들의 무력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든 태도였다.

뭐, 어차피 그것도 얼마 안 가겠지만.

"7호. 시작 신호랑 타이머는 네가 재라."

"예.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안드로이드 7호의 선언과 함께, 에드릭이 양팔을 상체 앞에 교차하며 빠른 속도로 알아 듣기 힘든 주문을 영창하자 그의 양쪽 손목과 쌍둥이의 머리 위로 톱니바퀴 형체의 실루엣이 생겨났다. 마법인가? 워낙에 모험가들은 종류가 많으니, 그 중에서 마법을 쓰는 녀석들도 제법 있긴 하지. 츠나세 쿠린만 해도, 나랑 만나기 전에는 창에 수속성 마법 원소를 깃드는 식으로 싸웠다고 바인과 아이네한테 전해 들은 것이 있었으니까.

나한테 쓰는 것이 아니라, 아군인 쌍둥이한테 쓰는 걸 보니 신체 능력을 증가시키는 일종의 버프인 모양이다. 에드릭의 영창이 이어지고, 몇 차례 더 쌍둥이의 머리 위로 버프로 추정되는 실루엣들이 나타나고 사라진 후, 쌍둥이들은 한층 강해진 기세로 자신들의 무기를 뽑으며 단숨에 나를 향해 도약했다.

그럼 어디... '랜드필의 선생 개인이 가진 무력은 별 거 없다'는 소문도, 이제 슬슬 끝낼 때가 됐네.

애초에 그런 소문을 퍼트린 것은, 랜드필이 다른 세력의 공격을 받아낼 무력을 길러내기 전까지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로 내 무력을 감춘 것이었으니까. 엘드랜드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간 친구들이 나랑 함께 하기로 한 이상, 더 이상 약자 코스프레를 할 필요도 없겠지.

눈앞까지 다가온 두 쌍둥이가 입가에 사나운 미소를 띄우며 나를 향해 칼날을 휘두른다. 나를 진짜로 죽일 셈은 아닐 테고, 아마 팔 다리 하나 정도는 썰어도 문제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창술사 쿠린에 마법사 에드릭, 그리고 속도 위주의 근접형 전사로 보이는 두 쌍둥이들. 그럼 마지막 파티원인 크리스티는, 아마 높은 확률로 힐러일 터. 그녀의 회복 능력으로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니, 조금 상처 입히는 것 정도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읏...?"

"어?!"

"그게 다냐?"

내 몸에 닿을 수 있다면, 말이지.

*

폐공장으로 랜드필의 선생과 모험가들을 데려온 아카위키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저 망할 모험가들 때문에 자유를 되찾을 시간이 더더욱 늦어졌으니까. 하지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심의'를 얻을 자격에 대한 시험으로 랜드필의 선생은 자신을 바닥에 그려진 원 밖으로 밀어내는 것을 합격 조건으로 삼았기에, 베일에 쌓여 있던 라그나 아마게돈의 전투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길드 마스터 정시우의 개인적인 의견에 따르면, 랜드필의 선생은 전투에 재능이 없으며 투쟁을 즐기지도 않고, 또 자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존재와 싸워 본 경험이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정보는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읏...?"

"어?!"

"그게 다냐?"

전투 능력이 형편 없다는 것이, 힘이 약하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었으니.

에밀과 에닐 쌍둥이가 쥔 물건.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드디어 기억났다. 다름 아닌, 그가 과거에 만들었던 무기였으니.

무기나 갑옷에 충돌하는 순간 그 충격의 일부를 에너지로 흡수하여 저장하고, 그걸로 베리어 전개와 투사체 발사, 무기 자체의 절삭력 강화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에너지 블레이드. 쌍둥이가 들고 있는 것은, 아카위키가 만든 에너지 블레이드의 실험 버젼 중 하나였다.

길드 마스터와 전에 잠시 충돌했을 때 사죄의 선물로서 그가 선별한 모험가 몇 명에게 적당한 무기 하나 씩을 쥐어주기로 했었다. 그래, 그 때 그 무기를 받아간 사람이 저 쌍둥이였지. 설마 그걸 아직도 쓰고 있었을 줄이야.

랜드필의 선생이 가진 무력 자체는 별 거 아니라고? 강철로 만든 타워 실드도 종이 자르듯 썰어버리는 에너지 블레이드를 보이지 않는 벽으로 가볍게 쳐내며 여유를 만끽하는 저 모습을 보고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쳇, 뭐야! 이게! 에드릭, 뭐든 좀 해봐!"

"무리야.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법이라면 내가 술식을 읽고 디스펠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분야 밖이라고."

"마법이 아니라고? 그럼 저건 뭔데!"

"아마... 저게 그 '심의'라는 힘이겠지."

그 때 받아간 에너지 블레이드는 확실히 나름 준수한 성능을 갖고 있긴 했다. 하지만 아카위키가 쌍둥이에게 그 귀한 무기를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것은, 저 무기에 한 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점 하나 때문에 상용화가 실패했고, 그래서 그녀들이 받아갔을 때도 그리 오래 쓰이지 않아 금방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데... 설마 저걸 아직까지 쓰고 있었을 줄이야.

쌍둥이는 랜드필의 선생을 향해 열심히 에너지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칼날이 우­웅거리는 살벌한 기계음을 흘리며 날아들었지만, 그 무엇 하나 선생의 몸에 닿지 않았다. 아니, 그 근처에 다가갈 수도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밀려나듯, 그녀들의 휘두른 검은 선생의 몸은 커녕 그 근처에조차 접근하지 못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무슨 비겁한 수를 쓴 거야...!"

"비겁한 수라니, 너희들이 갖고 싶어하던 힘 아니었나? 그리고, 그런 커터칼 같은 장난감으로 정말 나를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냐?"

커터칼이라니, 말이 좀 심하네. 비록 칼날 마다 마디가 나뉘어져 있고, 손잡이에 있는 버튼으로 칼날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긴 한데... 그걸 비유해도 하필이면 커터칼이야? 칼날의 길이를 순식간에 변화시키는 것은 무기 간의 전투에서 가장 큰 이점인 사정거리에서 예측하기 힘든 변화구를 주어 전투를 유리하게 잡기 위함이고, 칼날에 마디가 나뉘어진 것은 설령 강렬한 충격을 받아도 검신 전체가 부숴지는 대신, 칼의 마디 하나만 분리함으로서 검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이란 말이다.

퉁! 투두두두! 팅, 티티팅!

"젠장, 이것도 안 통하네!"

"허... 그럼 설마 그런 우스꽝스러운 장난이 정말 통할 줄 알았냐?"

그리고 무엇보다 커터칼은 저렇게 칼날을 발사할 수는 없잖아! 저 무기는 그게 가능하다고! 칼날 끝마디에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분리하여 발사함으로서 극히 적은 횟수이긴 하지만 원거리 공격도 가능한 만능 무기라고! 나름 내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 중 하나인데, 커터칼이라는 싼 비유를 들지 말란 말이야!

"크윽... 에닐, 작전 변경이야!"

양쪽에서 사납게 달려들던 쌍둥이들은, 제한 시간 5분 중 벌써 절반 이상을 헛되이 흘려보냈다. 두 명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매섭게 무기를 휘두르며 덤벼들어도, 후방의 에드릭이 지속적으로 각종 마법으로 전투 능력 향상 버프 및 지원 사격을 감행했음에도, 라그나 아마게돈을 둘러 싼 보이지 않는 벽은 좀처럼 뚫릴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에, 아주 작은 금이라도 갔는 지는 커녕 애시당초 저게 벽이 맞는지 조차 알 수 없었지만.

"아무리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해도 통하지 않는다면, 한 곳에 힘을 집중하는 거야."

"준비 됐어, 언니!"

양측에서 선생을 공격하던 쌍둥이는 선생의 정면 방향으로 합류하여, 자신들의 검을 그대로 합칠 기세로 맞붙였다. 두 에너지 블레이드가 공명하며 따끔한 스파크를 흩뿌리기 시작하자, 한 눈에 봐도 조금 전과 전혀 다른 위력의 공격이 곧 날아갈 것임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간, 다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

쌍둥이는 마치 한 몸처럼, 앞으로 내민 검을 동시에 내질렀다. 에너지 블레이드가 주홍색 빛을 흩뿌리며, 강렬한 스파크를 동반한 공격이 선생을 향해 사납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선생이 실망했다는 듯 어투로 한숨을 쉬며 가볍게 손을 풀고.

"그 부족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서 도출해 낸 답변이, 고작 그거냐?"

마치 날벌레를 쫓아내듯 허공에 손을 한 번 내젓자.

"별로 기대하진 않았는데, 그보다 더 최악일 줄이야."

쌍둥이의 혼신을 다한 일격이, 마치 바위 위에 내던져진 계란처럼.

"시간 낭비군."

콰직.

"어?"

"아?"

보이지 않는 예리한 송곳니가 물어 뜯겨, 허무하게 박살 났다.

"내가 이미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나? 너희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애병이 나뭇가지 부러지듯 박살이 나 버린 상황에 뇌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 쌍둥이들은 멍하니 부러진 칼날을 내려다 보았고.

"너희들이 뚫지 못 하던, 그리고 비겁하다고 매도한 힘이 문제의 그 '심의'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러는 사이, 제한 시간은 이미 1분 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줄 수 있는 '심의'를 갖고 싶다고? 그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힘인지, 어떤 원리인지 설명을 해 줘도 이해하기는 커녕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녀석들을 상대로, 내가 왜 그 힘을 주어야 하지?"

아카위키는 깨달았다.

처음부터 저 모험가 세 명이 랜드필의 선생을 바닥의 원 밖으로 내보낼 방법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랜드필의 선생은 그들의 무력이 아닌,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심의'란 것이 무엇인지 이미 말해 주었고, 전투 중에 그 몸을 보호하던 것이 '심의'라는 것을 눈치 챘음에도 어떻게 해야 돌파할 수 있을 지 제대로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방식으로 무리하게 답을 끼워 맞추려는 그 발악이, 선생의 마지막 인내심을 날려버렸다.

시험 도중에 '심의'의 의미와 정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는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쌍둥이와 에드릭은 미지의 것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그것들을 자신들에게 맞추려고 했다. 그가 부리는 힘을 조금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선생이 처음에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줄 수 없다'라고.

'심의'가 어떤 힘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거기에 이해할 생각도 없으면서 무작정 갖고 싶다니. 사람을 벨 수 있는 진검이 그저 멋지다는 이유로 갖고 싶어하는 철 없는 어린 남자 아이도 아니고, 당사자의 입장에선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게 들릴까?

그것과는 별개로, 아카위키는 아마게돈에게서 길드 마스터 정시우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랜드필의 선생은 전투에 재능이 없고, 전투를 즐기지 않으며, 전투 경험도 부족하다. 그래,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투 능력'이 수준 미달이더라도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 이상이었다. 그는 전투는 미숙해도, 폭력에는 익숙했다. 아니, 아주 능숙했다.

절대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를 힘을 가져선 안 되는 자가,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일곱 명 중 하나가 되었다. 만일 그가 일곱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가 된다면?

여태 자신들을 향하지 않던 폭력이, 그 때 가서도 여전할 것이라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랜드필의 선생이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던,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던, 아카위키에겐 이제 상관 없었다. 그는 약자들의 악몽이었고, 자신이 그 약자가 되기 전에 먼저 싹을 짓밟고 뿌리를 뽑아야 하는 악이었다.

본래의 몸을 되찾는 대로, 메타버스 시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의 성장을 견제해야 한다. 그의 도시가, 버려진 자들의 도시가 이 이상 힘을 기르게 두어선 안 되었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의 말이 맞았다. 이 자는, 이 세계의 균형을 깨트릴 해악이었다. 기껏 되찾은 이 균형을 지키기 위해, 이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배제해야만 한다.

설령 그 균형을 세운 자가 이 자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해도.

"제한 시간, 종료입니다."

그 날을 위해, 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안드로이드를 연기하겠다.

나는 지금 안드로이드 OM­07. 메타버스 시티의 관리자 아카위키가 관계 회복을 위해 선물로 보낸 가정 도우미 안드로이드...

*

"그 몸뚱이 안에 네가 들어 있다는 걸, 내가 설마 정말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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