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 이건 이제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7)
* * *
"...으, 으윽... 젠장."
수 시간에 걸친 격렬한 절정 끝에 결국 몸이 방전되며 꺼졌던 의식이 다시 돌아오자, 아카위키는 아찔한 두통에 머리를 감싸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나치게 강한 충격의 연속과 정신에 가해지는 과부화의 영향 탓인지 몸과 정신의 싱크가 맞지 않아서 매우 힘들었지만, 간신히 제 상체만이라도 일으켜 벽에 등을 기대어 앉은 아카위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끊겼던 정신의 필름을 다시 되짚었다.
분명 처음엔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머릿속에 강제로 때려 박히는 쾌감이 끊임 없이 이어지며...
'머, 멈쳐어어엇...! 가, 가아앗...! 가버려허어어...! 바, 방금 갔는데, 또 가버, 려헛...!♥'
'오옥, 오오옥...♥ 내, 내 몸이... 이, 이상해애앳...!'
'아니야하아...! 나, 나는 느끼거나.. 하아아앗..! 지 않았, 어허어..! 난, 난...!'
'흥기이잇?! 거, 거긴... 아, 안돼! 그, 극태자지가... 약한 부분을 죄다 찔러버려서, 또 가버...! 흐으으으으읍!!♥'
'그렇게 싸도... 임신 못 한다고오오...! 자, 잠깐. 멈쳐어어어엇!!♥♥'
'학, 흐아아악! 너, 너무 거칠어엇...! 주, 죽어버려... 이대로면, 정말로 죽어버...'
"....아."
뒤늦게 머릿속에 복구 된, 그러나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기억들이 저장 공간을 하나 하나 차지해나가기 시작하자 아카위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것은 단순히 남자에게 범해지며 쾌락에 굴복하여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다 결국엔 원치 않은 관계라고는 해도 성 행위 도중에 먼저 실신까지 해버렸다는 수치스러운 일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신을 범한 남자를 향한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 젠장...!"
창백한 피부에 띄워진 발그레한 홍조, 새끼 손가락 한 마디 만큼이나 상스럽게 발기한 유두, 그리고 애액 대신 멋대로 분비된 워터젤로 질척해진 걸로 모자라 안에 가득 찬 끈적하고 하얀 내용물을 꿀렁꿀렁 뱉어내는 붉게 달아오른 음부까지.
아카위키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수치스러운 기억을 되새기며, 동시에 그 사실에 흥분하고 있었다. 그 흥분이라는 것은 단순히 엄청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서 감정이 격해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성적으로 흥분했다는 뜻이다.
분명 그 강렬한 쾌감이 차마 부정할 순 없을 정도로 기분 좋긴 했어도, 쾌감이 끝난 후에는 몰려오는 자괴감과 남자인 자신을 상대로 허리를 흔드는 그를 향한 혐오와 분노만이 떠올랐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미친. 아니야,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내가 어떻게 지켜온 자의식인데...!"
지금 옆에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남자를 보면 떠오르는 감정이라곤... 오로지 성적 흥분 뿐.
마치 몸과 정신에 각인되듯, 진짜 여자의 몸이라면 자궁이 있을 법한 위치에 묘한 감각이 쏠리는 것이 끔찍하리만큼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임신이라는 행위까지는 아직 구현해내지 못한 안드로이드의 육체가 임신을 하고 싶어한다니, 이게 무슨 서큐버스가 경험 없는 처녀라는 것이나 다름 없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인지.
그런데 그게 단순히 질 나쁜 농담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에 아카위키는 경악했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상호 교류한다. 여기서 환경이란 단순히 주변 지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의 관계나 정치적인 제도의 영향 등의 다양한 것을 모두 포함한다.
여태까지 아카위키는 '남자로서 자신의 자의식'을 최대한 온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타인과의 교류를 거의 차단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문서를 통해서만 처리하였으며 직접 나서는 일이라곤 일곱 도시의 대표자들이 모두 모이는 정기 회의가 전부였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최대한 정적의 상태로 만듬으로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새로운 환경의 영향을 일절 차단하고 최초의 상태를 가능한 유지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켜온 그의 정신적 남성성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한 안드로이드의 몸에 자신의 정신을 담는 순간 그 수명이 끝이 난 셈이다.
남자와 격렬하게 성 관계를 나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은 이성애자이다.
아무리 '나는 남자다'는 생각을 강하게 되새기며 버티려고 해도, 남자라면 평생 경험해 본 적 없고 그럴 일도 없을 여자의 쾌감이 그의 정신을 무너트렸다. 머리가 아무리 '나는 남자다!'라고 외쳐도, 몸은 '난 여잔데?'라며 반박하는 상황이 계속되며 점차 스스로도 '어라? 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나?' 하는 생각이 은연하게 스며들기 시작했고, 폐공장에서의 격렬한 연속 섹스가 그 변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남자로서의 자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철저히 차단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지켜 온 수 개월의 노력이, 고작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무너져 내렸다. 이미 정신은 제대로 기억도 잘 안 나는 옛 몸보다는 지금 쓰고 있는 육체 쪽에 더 강렬하고 짙은 기억이 새겨졌고, 자신을 '여자'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냥 여자도 아니고,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범해지며 성적 기쁨을 느끼는 음란한 여자로...
사실, 그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카위키가 스스로의 남자로서의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자신의 자아에 변화를 줄 주변의 환경적 요소를 일제히 차단함으로서 과거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 그것은 십 수 년에 걸쳐 매일 매일이 특별한 변화나 특이한 자극 하나 없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함으로서, 십 수 년 이전의 희미한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사람의 머리란 크게 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일 년의 시간보다, 바로 어제 일어난 특이한 사건을 더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싫은 일이든 간에 말이다. 아카위키의 정신에서 큰 차이 없이 반복한 십 수 년의 시간보다는 그 일이 있기 전의 남자로서의 기억이 더 강했었지만, 십 수 년 전의 일보단 바로 요 며칠 동안 있던 일이 더 강하게 기억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라그나 아마게돈과 교접 당할 때 느껴진 아찔한 쾌감이 뇌를 뒤흔드는 데, 그런 경험이 십 년도 이전의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리라.
"이럴 수는...."
결국 아카위키가 필사적으로 지켜온 남자로서의 자아는 출생 당시 갖고 태어난 인간 남자의 몸을 사용한 기억에 근거한 것이었으나, 고작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그 모든 것이 여자의 강렬한 쾌감으로 덧칠이 되며 아카위키의 자아는 남성성을 잃은 것이다. 결국 그가 지키고자 한 남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젠가 파도에 휩쓸며 무너질 모래성과 다를 것이 전혀 없던 것이다.
"흠, 보아하니 잘 마무리 된 모양이군."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스스로를 여자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되어 좌절한 그의 앞에, 그 자가 나타났다. 2M를 넘는 멀대 같은 키, 깡마른 나뭇가지 같이 얇은 팔과 다리, 달걀이 깨진 것처럼 입 위 쪽부터는 신체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머리와 영혼에 직접 울려 퍼지는 듯한 섬뜩한 목소리.
"넌..."
"눈 먼 저격수. 나의 친우이자 선생께서 이 보잘 것 없는 죄수이며 동시에 괴물이 된 자에게 선물한, 내게 남은 마지막 자랑거리지."
눈 먼 저격수. 엘드랜드를 궤멸로 몰아간 일곱 괴물 중 하나.
그는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태연하게 답했고, 그 모습에 아카위키는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거대한 도시를 홀로 관리하는 천재이자 관리자인 자기 자신조차 스스로가 이런 꼴이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이 괴물은 그걸 이미 알고 있었나?
"나한테 뭘 물어봐도 소용 없을 거다. 난 그저 선생으로부터, 곧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란 암시를 받았을 뿐이니."
그 말은 결국, 라그나 아마게돈은 아카위키가 이렇게 변하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내게 질문을 던져도, 답을 구할 순 없지. 하지만 감히 내 개인적인 추측을 말해 보자면... 아마, 경험이겠지."
경험?
"쉽게 말해서... 당신 같은 자를 만난 것도, 그리고 굴복시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것이겠지."
"....."
처음이 아니다.
나에게 저 자는 한 번도 상대한 적 없는 미지의 적이었으나, 그에게 난 이전에 비슷한 부류를 만난 적이 있던 흔한 적이었던 말인가.
그러나 그 경험의 차이는,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오로지 자신의 불변(?)만을 고수했기에 일어난 일. 흐르지 않는 물은 고이고 썩는 것처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하는 것처럼, 아카위키의 패배는 변화를 거부했던 그 자신의 태도로 인한 것이었다.
"제기랄, 그럼 나보고 뭘 어쨌어야 했다는 건데?"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나는 변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이 싫었다고! 나라는 존재의 상실이 두려워서 수명의 한계가 있는 인간의 몸을 버리고 언제까지고 네트워크의 주민이자 주인으로서 영원함을 얻었는데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됨으로서 기존의 내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어! 죽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이 되기도 싫어! 그래서 발버둥쳤던 것 뿐인데,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이 되어야 했던 건데? 그럼, 그럼 내가 뭘 어쨌어야 했냐고!!"
"혹시 지금 나한테 답을 구하는 건가?"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사실 여기엔 두 사람 말고도 선생과 모험가 쿠린도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아직 정신을 차리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아카위키가 스스로 구하지 못한 답을 요구할 상대는 한 명 뿐이었고, 그 한 명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겠군. 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
사물의 변화에 따른 연속성과 본질에 대한 문제를 제시한 사고 실험. 배에 있는 모든 부품을 교체하였을 때, 그것이 처음의 배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배인가?
"지금 그걸 답이라고 말한 거야? 당연히 전혀 다른 배지! 모든 부품을 교체했는데, 그게 어떻게 처음의 배와 같은 배야!"
아카위키에게 있어서, 테세우스의 배는 처음의 배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모든 부품을 교체했다면 이전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인데, 그게 어째서 처음의 것과 같은 물건이냐는 것이다. 장기 기증이나 의수 같은 신체의 일부만을 바꾸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곧 전과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랬기에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현재'의 나와 전혀 다른,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웠으니까.
그러나 괴물에겐 아니었다.
"글쎄.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지."
"뭐?"
"손상된 배의 다른 부품은 교체할 수 있어도, 절대 교체할 수 없는 부품이 하나 있지."
"...용골."
방대한 정보의 바다에서 살다시피 한 덕에, 그에 대한 정보도 아카위키의 머릿속에 있었다. 아카위키가 거의 반사적으로 내뱉은 그 대답에, 눈 먼 저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용골. 인간으로 따지자면 척추에 해당하는 곳이지. 용골이 손상된 배는 움직일 수 없다. 그 부분을 새로운 걸로 교체하려면 배를 분해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게 낫지. 그래서 설령 다른 모든 손상된 곳은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배의 용골 만큼은 처음의 그것이다."
"...."
"아무리 변화를 겪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변화를 통해 바뀐다고 해도, 자기 스스로가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고 여기지 않는 이상 너는 여전히 너다. 네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나는 지금 이 모습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시 하고 있다. 이전의 내가 갖고 있던 기억, 행동, 성격, 그리고 사고까지 똑같다. 달라진 것이라곤, 겉모습이 전부이지. 그러니 나는 아직도 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아카위키는 괴물의 말을 함부로 흘려 들을 수 없었다. 그의 말은, 아카위키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내가 내가 아니게 된 변화'를 이미 경험한 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였기에.
"네가 겪은 모든 경험과 변화는 너의 것이기에, 네가 아무리 변했어도 그것은 처음의 네가 맞다. 너는 다른 존재가 된 것이 아니라, 그저 전과 다른 너가 된 것 뿐이다. 너는 여전히 너다."
눈 먼 저격수 특유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울리는 듯한 깊은 목소리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무언가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아카위키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타오르는 분노와 끝 없는 좌절, 그리고 저 괴물의 방아쇠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 밀고 싶어하는 충동이 깔끔하게 사라지며 마치 눈앞을 가리고 있던 안개가 깨끗이 개인 듯한 상쾌함이 느껴질 리 없으니까.
"물론 이건 나의 답이고, 그게 반드시 너의 답이 될 순 없겠지."
아카위키는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 누구에게도 답을 구하지 못 했기에,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그 모든 행동이, 설마 인간과 거리가 먼 괴물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로 설명과 정리가 가능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몇 번 실수를 하긴 했어도 기본 적으로 스스로 천재라고 자부했던 아카위키였기에, 그녀는 이 순간에서까지 자신의 행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다.
"아니, 그걸로 충분해. 정말... 고마워.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알려줘서."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즈음은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때도 있는 법이지."
"그래... 그렇겠지."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을 수차례 범한 사람의 얼굴만 봐도 몸이 제멋대로 달아오르며 흥분하게 되어 버렸지만... 아카위키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답답하게 막혀 있던 속이 뻥 뚫린 듯한 시원한 기분이었다. 비록 인간의 몸을 갖고 있던 시절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걸까? 저 자의 말대로, 결국 그건 나였는데.
인간의 몸을 잃기 전의 나도, 인간의 몸을 잃은 후의 나도, 그리고 남자의 정체성을 잃은 나도, 결국 모두 나 자신의 모습 아닌가? 그 중에서 무엇 하나가 맞고 나머지는 틀린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씩 다른 차이가 있을 뿐 모두 다 나의 모습인 것인데.
"본래라면 랜드필의 선생이 내게 저지른 짓은 도시 간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 무례한 일이지만... 그의 친구이자 제자를 자청하는 네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 건은 그냥 넘어갈게. 그리고... 혹시, 눈 먼 저격수라는 호칭 말고 네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눈 먼 저격수는 상실하여 존재하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내 이름... 이제는 선생과 나 자신 외에는 기억할 이 없던 내 이름은, 카스파다."
카스파.
엘드랜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켜 사형을 선고 받은 죄수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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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상황은 참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카위키는 내게 굴복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가한 무례는 애초에 자신이 먼저 스파이 짓을 위해 침투한 것으로 상쇄함으로서, 서로 쌤쌤으로 치자는 셈이었다. 메타버스 시티를 꿀꺽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메타버스 시티에 출입 금지를 당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선생님. 자신을 루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랜드필에 만들어 두고 온 임시 치안 유지 부대의 입에서 그 망할 이름이 언급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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