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화 〉 무적기다, 애송아!!(1)
* * *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하, 내 인생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놈."
10시간이나 걸리는 비행선을 타고 랜드필에 다시 돌아온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는 얼굴이었다.
루크. 루미너스가 진행한 연극이자 신격 시험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은 남자. 그리고 계획을 세우면, 항상 내가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그걸 망쳐버리는 개 같은 놈.
"호크나에게... 내 동료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당장 말해!"
"정 궁금하면,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서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 보던가."
"개자식..."
워우, 개자식이라니. 나한테 욕 먹은 적은 많아도, 나한테 제대로 된 욕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루크의 입에서 개자식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그게 장족의 발전이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개자식은 주인이 자리를 비운 동안에 집을 개판으로 만든 야생 똥개한테나 할 말이지. 그래, 너 같은 놈 말이야."
내가 비행선을 타고 돌아오는 동안, 루크가 랜드필에서 제법 소란을 피운 모양이다. 여기 저기,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그를 향해 두려움과 분노를 품은 시선들이 마구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말이지.
"어차피 네 목표는 나 아닌가? 왜 애먼 사람들한테 화풀이야?"
스르릉.
내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루크는 검을 뽑아 내게 겨누었다. 칼날의 도신에는 주홍빛 힘이 불길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꼭 나랑 싸워야겠냐? 다른 방식은 진짜 없어?"
"더는 당신과 할 말 없습니다."
"하... 좋아. 그래, 기왕 싸울 거면 어디 사람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게 어때? 난 인명 피해 입히긴 싫거든."
"더는 당신의 수작에 넘어갈 일 없습니다."
"수작이 아니라... 하, 관두자."
원래도 그런 면이 심했지만...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답답한 새끼가 되었구나.
신성력... 신 적인 존재로부터 빌린 힘. 이쪽 세상의 방식으로는, 자신의 의지로 발동하는 '권능'과 보유하고만 있어도 스스로 영향을 끼치는 '가호'로 구분한다. 지난 번에 투기장에서 누비스가 보여주었던, 자신의 몸을 일순간 모래로 바꾸어 대다수의 물리적인 공격을 무용지물로 만들던 것이 그녀의 권능인 셈이다.
누비스의 경우를 보아 알 수 있듯 권능이라고 해서 모두 공격적인 능력은 아니지만, 루크의 저 힘은 100 % 공격과 관련된 권능일 것이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물의 형태가 바뀌는 것처럼, 저렇게 무기에 덧씌우는 방식이라면 무조건 공격에 관련된 힘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공격성 권능에도 어린 소년이 바위를 칼로 내려쳐 부술 수 있게 만들도록 공격 자체의 위력을 올리거나, 아니면 칼날에 닿은 부분이 금방 썩고 부패하게 만드는 것처럼 추가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이 있다. 루크의 저 권능이 마치 불길처럼 일렁이는 걸 보면,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을 테지만.
"그동안 뭐 얼마나 대단해졌나 싶었더니, 널 이용하는 년에게 권능과 가호 몇 개 받은 게 전부냐? 고작 그 정도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진심으로?"
물론 루크의 무력 자체는 전보다 강해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성력 사용자는 하나의 신으로부터 그 힘을 받는다. 애초에 신에게 선택 받는 것 자체가 워낙 희귀한 일이기도 한데, 거기에 둘 이상의 신이 하나에게 꽂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설령 그런 일이 있어도, 한 인간이 두 신의 힘을 빌려 쓸 일은 없다. 신들 자신의 체면도 체면이지만, 전혀 다른 두 힘을 한 인간이 받아내는 것 자체가 육체에 부담을 가하는 데다가 높은 확률로 더 강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억누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루크 이 자식은 그걸 또 해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제 뜻대로 다룰 수 있고, 그런데 자신이 직접 만든 존재가 아니기에 잃어도 큰 부담이 없다니. 이용해 먹기에 이보다 좋은 녀석이 또 어디에 있을까? 물론 아무리 잠재성이 좋아도, 정작 그걸 제대로 활용 못하는 놈이라서 매우 답답하지만.
유스티아의 입장에서, 루크는 어차피 버림 패다. 잃어도 별 상관 없는, 그냥 가볍게 견제할 생각으로 한 번 던져보는 수.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 그건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죠."
검을 쥐지 않은 루크의 왼손 손가락이 허공에 무언가를 그려내자, 이윽고 따끔한 감각과 함께 내 왼쪽 손목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천칭의 표식이 새겨졌다.
"아이, 씻팔. 뭘 멋대로 남의 몸에 문신을 새기고 지랄이야?"
"그건 문신이 아닙니다. 제가 받은 권능, [권선징악]. 그 표식이 새겨진 악당을 상대할 때, 제 무기는 더 무거워지고 치명적이 됩니다. 그리고..."
이윽고 루크의 왼손에서 일렁이는 주홍색 빛이 원형으로 넓게 퍼져나가더니, 입을 벌린 사자가 새겨진 황금빛 원형 방패가 되었다. 오른손의 검 또한, 이전보다 더 길고 화려한 황금의 장검이 되었다.
"권능, [징벌의 무구]. 저의 정의에 위반되는 악당, 표식이 새겨진 자를 상대할 때 압도적 우위를 발휘하는 무구. 이 두 권능이라면, 충분하고도 남겠죠."
"그 지랄을 하더니, 결국 템빨로 이기시겠다? 그래, 어디 해 보자."
기습을 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여전히 일말의 올바름은 남아 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앞에서 지가 받은 새 힘을 자랑하고 싶었던 건지는 몰라도 루크가 준비를 마치는 동안 나 또한 싸울 준비를 끝마쳤다. 루크는 혹시 모를 요격을 대비하여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며 거센 기세로 돌격해 왔다.
뭐... 아마도 저 방패는 이 이상한 문신이 새겨진 사람이 쓰는 공격의 피해를 크게 경감 시킬 것이다. 애초에 달려오는 도중에 뭘 쏴서 맞출 생각도 없었으니 의미는 없었지만.
"하아아압!!"
힘찬 기합과 함께 루크가 휘두른 황금빛 검이 곧장 내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일격에 머리를 벨 셈인가? 그런 수법이 통할 리가 없다는 걸 본인도 잘 알 텐데?
"....크읏?! 뭐, 뭐야...?"
내 목을 그대로 몸으로부터 분리할 기세로 날아든 황금빛 칼날은, 그러나 아쉽게도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 했다.
분명 그가 휘두른 칼날은 내 목에 닿았다. 그러나, 그의 칼날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았다. 루크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다시금 칼날을 쥔 손에 힘을 주었지만, 그런다고 내 몸에 닿는 것과 동시에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된 칼날이 다시 움직일 일은 없었다.
"이건, 대체 무슨 수작을... 설마, 이게 당신이 받은 권능인가?"
"권능 같은 소리 하네.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힘은 다 권능으로 보이냐?"
내가 스카이론의 새장에 갇혀 있을 때 처음으로 심의 능력자로 만든 간수들 중에, 특정한 대상을 고정시키는 능력을 얻은 사람이 있다. 단지 사물을 어딘가에 고정시키는 것에 불과한, 아주 심플한 능력이지만 그만큼 활용도가 높았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사람도 대상으로 할 수 있었으니까. 어느 한 쪽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하던, 그건 상관 없다. 이미 한 번 '고정' 된 상태에선, 내가 해제하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도 그 상태를 해제할 수 없다.
현재 루크가 휘두른 칼날은 내 목에 '고정' 되어 있다.
날붙이가 무언가를 자르는 것의 원리는, 단면적이 좁을 수록 가해지는 압력이 집중되는 것. 그렇기에 무언가를 자르기 위해선, 당연히 그 대상에게 접촉하는 수 밖에 없다.
나는 루크가 칼을 휘두른 순간, 그리고 칼날이 내 목에 닿은 그 순간 녀석의 칼을 내 목에 '고정' 시켰다. 내가 이 '고정'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그 상태를 풀 수 없기에, 루크는 칼을 다시 뒤로 빼거나 혹은 더 힘을 주어 내 목을 잘라낼 수도 없다. 즉, 지금 이 녀석은 손에 든 칼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빈 손에 투명한 유리 검을 만들어 쥐었다.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스카이론의 간수 중 하나가 각성했던 능력, [유리 공예]. 내구도는 최악이라 가벼운 충격에도 금방 깨지지만, 그 대신 무척 예리하며 동시에 투명하고 아름다운 유리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나는 손에 만들어 낸 유리검을 들어 올려, 그대로 루크의 어깨에 내리쳤다.그 순간 그가 쥐고 있던 왼손의 방패에서 일순간 빛이 번뜩이더니, 보이지 않는 충격이 칼날을 받아쳤다.
쨍그랑!
절삭력은 튼튼하기로 유명한 자이언트롤의 두껍고 질긴 가죽을 색종이 오리듯 잘라낼 수 있을 만큼 살벌하지만 내구성은 주먹으로 옆면을 한 대 후려 갈기기만 해도 박살나 버릴 정도로 형편 없는 유리 칼날은 보이지 않는 반격에 파괴되었지만... 방패의 힘은 유리로 이루어진 칼날이 깨지며 머리 위로 쏟아지는 파편들까지 막아주지는 못 했다.
투두두두둑, 투두둑!
"큭, 크아악...!!"
내 목에 닿은 칼날이 움직이지 않게 되며 루크는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팔이 봉인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그 어정쩡한 자세에서 검을 포기하고 물러나지 않는 이상 내 공격을 막을 순 없을 거라고 본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저 방패에 숨겨져 있던 자동 방어 능력을 믿고, 물러나지 않았다.
어쩌면, 내 공격이 빗나간 순간, 그 틈을 노려 공격할 셈이었을 지도 모르지.하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파편들이 허공에서 느닷없이 급가속하여 탄환의 속도로 자신의 몸을 꿰뚫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 못 했겠지.루크는 황급히 검을 놓고서, 몸을 내던져 쏟아지던 유리 파편의 법위로부터 벗어났다.
단 한 번 공격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 서로의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났다.
루크의 몸은 파편의 급습으로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진 것에 비해 내 몸에 난 상처라곤 목에 난, 아주 살짝 베인 흉터 정도가 끝이었으니까.
정의의 여신에게 받은 권능이라. 한 명을 대상으로 그 사람과의 싸움에서 전투의 우위를 가질 수 있는데, 그야말로 일 대 일의 대인전에 특화된 능력. 하지만 루크가 가진 것은 전투에 특화된 권능 몇 개가 전부인 데 비해, 내가 가진 힘은 그 동안 내가 만들어 낸 모든 심의 사용자들의 기술이다.
길드 마스터나 다른 누가 알게 되면 아마 기겁하겠지. 단순히 타인에게 특별한 힘을 각성시켜 주는 능력과 그렇게 각성시킨 능력을 똑같이 흉내 내어 더 월등한 버젼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으니. 특히 그 대상이 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고 정의의 여신이 예언한 자라면 더더욱. 그래서 나도 정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이상, 직접 전투에 나서는 대신 다른 아군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남들에게 특별한 힘을 주면 줄 수록, 자신 또한 강해진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려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
하지만 루크, 이 녀석은 다르다.
내가 무슨 계획을 세우든, 항상 그걸 망치는 녀석.
이 놈을 상대로, 계획을 세우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아무 계획 없이 죽인다. 그것이 최선. 내가 가진 수단을 아끼지 않고,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
"아직도 싸울 생각이냐?"
나는 내 목에 고정된 검의 손잡이를 잡고서, 고정 상태를 해제하며 검을 뒤로 빼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루크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하긴, 그의 입장에선 분명히 죽일 생각으로 칼을 휘둘렀는데 목이 베이긴 커녕 칼날이 미동도 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손을 놓았음에도 칼날이 중력의 영향을 무시하듯 처음의 각도 그대로 내 목에 붙어 있던 모습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볼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일 테지. 자기 눈을 의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당신, 정체가 뭐야?"
마치 인간을 흉내내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대하는 듯한 그 태도에 불쾌함이 느껴졌다.
"나? 라그나 아마게돈."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잖아!"
"그럼 뭔데. 목적어를 똑바로 말해야지 알 거 아니야?"
루크의 눈에 두려움이 맴돌았지만, 그는 도망가기는 커녕 오히려 비어 있는 오른손에 신성력을 끌어 모으더니 황금빛 장검을 또 한 자루 만들어 내어 쥐었다.
"이제야 확신이 섰다.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당신은..."
"나 이제 남작 아니다."
"당신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혼돈의 신을 위해, 이 세상을 어지럽히고자 하는 괴물에 불과해."
루크는 내가 도중에 건 태클을 무시한 채, 제 할 말만 중얼거렸다. 가끔 보면 저 녀석도 절대 정상은 아니야.
"용사의 일은, 선량한 약자를 핍박하는 악을 베는 것... 당신은, 자신과 전혀 상관 없는 이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당신은, 내가 베어야 할 악이야!"
"내가 남작이 아닌 것처럼, 너도 이제 용사 아니거든?"
"라그나 아마게돈! 당신의 음모는, 여기서 내가 저지하겠어!"
처음부터 별 기대도 안 했지만, 역시 말이 안 통하는 군. 분명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도저히 대화가 맞물리지 않아. 역시 같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서 무조건 동등한 존재로 생각해선 안 되는 거군. 나는 루크로부터 노획한 칼을 바닥에 꽂고, 다시 양손에 유리로 이루어진 무기를 생성했다. 이번에는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명중시키는 것이 목적이니, 칼보다는 창의 형태가 더 적당할 테지. 조근 전의 유리검보다 더 얇고 예리하게, 그리고 깨지는 순간 그 파편이 사방에 화려하게 흩어지는 형태로.
루크가 방패를 갑옷으로 변형시켜 제 몸에 두르고 나머지 손에 또 한 자루의 칼을 만들어 쥐는 동안, 나는 벌써 서른 자루의 단창을 만들어 냈다. 단창이라곤 해도, 어차피 파괴될 때 파편이 퍼져나가며 피해를 주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내부를 비우고 얇게 만든 물건이지만.
"한 자루로 안 된다면, 두 자루로 휘두르겠다! 방패로 막을 수 없다면, 갑옷으로 견뎌내겠다! 각오해라, 라그나 아마게돈!"
"야, 루크. 너 그거 혹시 아냐?"
나는 마치 자신이 불패의 장군이라도 된 것 마냥 당당하게 선언하는 루크를 향해, 비웃음을 가득 담아 말했다.
"쌍검은 패배의 상징이야."
"하아아아아아아아!!"
"...농담이란 건, 상대가 뭔가 반응을 보여야 재미있는 건데."
스스로 귀머거리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내 말을 아예 씹어 먹으며 달려드는 루크. 나는 돌진해 오는 그에게 만들어 낸 유리 창들을 내던졌다. [유리 공예]로 만든 무기가, [왜곡 곡예]를 통해 예측하기 힘든 궤도와 속도로 사방에서 날아 들었다. 공격이 날아들 때마다 루크가 입은 갑옷이 번쩍 번쩍 빛나며 보이지 않는 반격으로 날아든 무기들을 요격했고, 파괴된 무기가 흩뿌리는 작고 흉악한 파편들의 2차 공격 또한 전부 튕겨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좀 지나칠 정도로 갑옷이 번쩍 번쩍 빛나서, 없던 폴리곤 쇼크도 일어날 정도였다.
어우, 저거 눈뽕 개 심하네.
"그 공격은, 더는 통하지 않아!"
그럼 네 공격은 통하겠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엔 확실히 사정이 다르긴 하다. 사물을 고정시키는 능력은 한 번에 한 쌍의 사물만을 서로 고정시킬 수 있기에 동시에 둘 이상의 사물을 붙여둘 수 없고, 이미 한 번 고정된 물체에 새로운 물체를 고정시킬 수도 없으니. 루크가 저 모자란 머리를 쥐어짜 낸 수법인 '하나로 안 된다면 두 개는 어떨까!'는 실제로 통하는 방식이었다. 칼 하나를 고정하는 동안, 다른 한 칼날이 내 목을 벨 테니.
근데 네게 똑같은 수법을 허용하지 않는 데, 나라고 해서 같은 수법을 허용할까?
장식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화려한 외형에, 그러나 실제론 사람 목 하나를 벨 정도의 위력은 충분히 담겨 있는 두 자루의 검이 나를 향해 날아 들었다. 하나는 내 오른팔을, 다른 하나는 내 왼팔을 목적지로 삼고 있었다.
캉, 카강!
"크읏?!"
그리고 그 공격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튕겨나갔다. 에밀과 에닐 쌍둥이를 상대할 때 사용한, 그 투명한 방어벽 말이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이번에 쓸 심의는, 그래. 조직원들 중 하나가 각성했던 [불릿 블로우]라는 능력. 맨손 공격을 할 때 주먹의 위력과 내구성, 그리고 팔을 휘두르는 속도를 몇 배로 뻥튀기해서 만화에서나 볼 법한 러쉬 공격도 쓸 수 있게 해주는 능력. 그 친구도 처음엔 굉장히 좋아했지만, 이내 맨손일 때만 쓸 수 있다는 사실과 팔보다 사정거리가 긴 무기를 든 사람 상대론 무의미하다는 사실에 좌절했었지. 내가 그 능력으로 (전)용사를 흠씬 두들겨 패 주었다고 말하면, 좀 자신감을 가질까?
"왜! 어째서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덤볐으나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당황해서 소리치는 그에게,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무적기다, 애송아!!"
까아아앙!!!
쇳덩이가 으깨지는 듯한 살벌한 소리와 함께, 루크의 대가리가 땅에 쳐박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