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81화 (226/229)

〈 181화 〉 무적기다, 애송아!!(2)

* * *

왜지?

어째서 이길 수 없지?

마지막 신념마저 팔아가며 얻은 힘인데, 어째서 저 자에겐 먹히지 않는 거지?

"야, 루크. 아까 말했다시피 농담이란 건 상대 쪽이 뭔가 반응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거든? 박수를 치기 위해선 손이 두 개 필요한 것처럼 말이야. 근데 한 손으로 박수를 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게 뭔줄 알아?"

이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웃기지도 않는 농담 따먹기. 그만큼 이 싸움에 여유가 있고, 이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모든 것을 걸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데도, 아직도 닿을 수 없단 소리인가?

루미너스 여신 님의 세계에서, 내가 계속해서 패배한 것은 그만큼 그가 여신 님께 강한 힘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런 제한 없이 휘두르는 마법이란 무기 하나 갖고 싸우는 일 대 일의 전투에서 사정거리에 제한이 없는 칼날을 마구 휘두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기에, 그래서 그가 마지막으로 스스로 패배하려고 했을 때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상대도 되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제한 없는 힘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강한 것이 아니라, 그가 다루는 힘이 강한 것이다.

그러한 생각은, 정의의 여신에게 많은 힘을 받았을 때 더욱 확고해 졌다. 루미너스 님보다 더 강한 여신이 준 힘을 받았을 때 온 몸을 휘감는 아득한 전능감을 느꼈고, 확실히 이 정도의 힘이라면 그가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비록 내가 정당하게 손에 넣은 힘이라 부르긴 어려웠지만, 이 정도 힘이라면 그에게서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얼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흙더미로 가득 차기 전까진.

"크윽, 흐아아아아아!!"

내가 단 일격에, 땅바닥에 쳐박혔다고?

마법이 아니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신성력... 여기선 가호와 권능으로 구분하는 그 힘도 아니다. 만일 신에게서 빌려 쓰는 그 힘이었다면, 마찬가지로 유스티아의 힘을 쓰고 있는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정답은, 이거야."

짜아아아아악!!

아찔한 충격과 함께 빙빙 돌아가는 시야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그럼... 저 힘은 대체 뭘지.

마법도, 신성력도 아니다. 순수한 물리력이라기엔 말이 되지 않고, 무언가 특별한 과학 기술을 사용한 흔적도 없다. 그럼... 그럼 뭐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냐? 고작 그 정도로, 정말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냐?"

그는 더 이상 루미너스 여신 님께 빌린 힘도 갖고 있지 않은 데, 거기에 난 유스티아로부터 강력한 힘을 받았는 데, 그런데 왜 나와 그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벌어진 거지? 도대체 왜? 뭐가 문제길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뻐어억!

"워후, 나이스 샷! 아주 멀리도 날아가네."

그저, 조금 덜 아프게 두들겨 맞는 것 뿐.

"....컥, 커흑..."

처음엔 유스티아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목적이 바르다고 해도, 그 수단이 올바르지 않다면 그것을 정의롭다고 말할 수 없었으니까. 정의의 여신이 내건 정의는, 내가 믿는 정의와 달랐으니까.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 나에겐 반드시 쓰러트려야 할 악이었지만, 그와 동귀어진 한 날 루미너스 여신 님께 들었다. 그는 여신 님의 부탁을 받고, 나의 대적자로서 다른 먼 세계에서 온 인간이라고.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모든 악행은,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악을 자처하던 것이라고. 그래서 나는 어쩌면 그의 본성이 선한 인간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여신 님의 부탁 때문에, 일부로 원치 않은 악행을 선보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악인이 아니기에, 내가 칼을 겨눌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라그나 아마게돈'이, 이 세계에서 역사 깊은 한 사막 왕국을 궤멸 직전으로 몰고 간 후에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거부했던 유스티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그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루미너스 여신 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 그는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니까.

유스티아가 말한 그가 혼돈의 신을 섬기는 자라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가 그러한 행보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그는 일부러 악행을 행해야 할 필요가 없는 이 또 다른 세상에서 전과 다를 바 없는 악행을 저질렀고, 나는 그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나를, 그리고 루미너스 여신 님을 속인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어디를 가도, 그에 대한 소식은 별로 좋지 않은 것 투성이었다.

공중 도시 스카이론의 새장이라는 감옥에 갇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랜드필에 있던 폭력 조직들끼리 패싸움을 붙였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 하나를 끔찍한 몰골로 만들었다는 것, 그에 대한 의심을 품는 계기가 된 '일곱 괴물을 통해 역사 깊은 왕국을 무너트리고 반 강제로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그에 대한 소문은 하나 같이 그 내용이 위험한 것들이었고, 세상 전체가 합심해서 그를 고립시키고자 거짓을 지어내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모든 소문들이 가리키는 바는 간단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악인이라고.

마지막 확인을 위해 그에게 직접 연락했을 때, 그리고 그가 내 동료인 호크나를 언급한 순간, 내 마지막 인내심도 바닥이 나버렸다.

나를 욕하고 때리는 것은 상관 없다. 하지만 내 소중한 동료들을 건드리는 것 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비록 그것이 여신 님이 안배한 것이라곤 해도, 그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나와 함께 해 온 소중한 전우들이다. 물론 나를 동요시키기 위한 거짓말일 수도 있을 테지만, 내가 아는 한 라그나 아마게돈은 다른 것은 몰라도 거짓말만큼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호크나의 행동이 가끔 이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 아마게돈 남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모르는 사이 그의 마수가 호크나에게 미쳤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고, 그에게 상상도 못한 끔찍한 짓을 당했을 터인데도 우리들 앞에선 꿋꿋하게 미소를 짓던 호크나가 얼마나 큰 아픔을 참고 있었는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으며, 동료의 그런 사정조차 알아채지 못한 자신의 한심함에 분노가 치솟았다. 그리고 동료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싸움에서 결코 패배할 순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지만 과거의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이 상대였다면 손쉽게 승리했을 이 강력한 권능과 가호들을 갖고 있음에도, 나는 그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다.

권능 [권선징악]의 힘으로, 내가 가진 올바름에 위반되는 '악당'에게 '기울어진 천칭'의 표식을 새긴다. 그리고 표식이 새겨진 악당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발휘하는, 권능 [징벌의 무구]로 얻은 [심판의 검]은 표식이 새겨진 자의 모든 방어 수단을 무시하고 그 몸에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입히는 강력한 검이며, 또한 내가 가진 가호 [권위의 방패]는 표식이 새겨진 자로부터 직접 받는 치명적인 공격들을 자동으로 반사하며 동시에 대상에게서 받는 모든 피해를 8할 가까이 감소 시켜 준다.

[권위의 방패]를 갑옷의 형상으로 바꾸어 힘을 더 많이 소모하는 대신 사각 지대 없이 쏟아지는 모든 공격을 반사하여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파편 등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피해 또한 최소화한다. 그리고 두 자루의 [심판의 검]으로, 방어할 수 없고 회복할 수도 없는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보다 사기적인 무구도 찾아보기 힘들고, 이런 힘이라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대부분의 공격을 마법적인 수단으로 방어하며 동시에 엄청난 어떤 치명적인 상처를 입던 무시무시한 신체 재생력으로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수복하던 그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이 상대라고 해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길 수 없다.

"뭐하냐? 얼른 안 덤비고."

이런 엄청난 무구들까지 손에 쥐어져 있는 데도, 그에게 제대로 된 피해 한 번 줄 수 없다.

내가 그에게 준 유일한 피해는, 최초의 공격으로 목에 낸 아주 작은 생채기 하나 뿐. 그 이후로는, 모든 공격을 가로 막히며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것이 고작이었다.

[권위의 방패]가 자동으로 반격해 주는 공격은 어디까지나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직접적인 피해' 뿐이기에, 무척 아프지만 죽을 정도는 아닌 그의 주먹과 발길질은 막아낼 수 없었다.

모든 방어 수단을 무시하며 한 번이라도 공격을 허용하면 영원히 낫지 않는 상처를 입히는 [심판의 검]일 터인데,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계속해서 공격이 막혔다.

도대체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그것을 고민하는 사이 라그나 아마게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흐음... 목에 난 상처가 낫지 않네? 그 무기가 가진 힘인가? 제법 귀찮은 걸 갖고 왔네. 근데... 이러면 어떨까?"

뚜드드득.

놀랍게도, 그는 내가 보는 앞에서 스스로 자신의 목의 살점 일부를 뜯어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가 싶었던 그 때, 살점이 뜯겨나가는 것과 동시에 새 살이 돋아나며 순식간에 상처가 사라졌다. 그래... 내가 이 [심판의 검]으로 낸 유일한 상처마저도.

"말도 안 돼...! [심판의 검]이 준 상처는, 그 어떤 수단으로도 회복할 수 없을 텐데...!"

"보통 그런 류의 무기들이 가진 힘은, 무기에 직접 피해를 입은 부위에 한정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 그러니까... 애초에 그 무기가 닿았던 곳을 포함하여 그 주변을 이렇게 통째로 드러내면, 문제 없이 회복할 수 있다는 거지. 나는 그 무기에 다친 부분을 회복한 게 아니라, 그 부위를 포함하는 더 큰 상처를 회복한 것이니까."

나조차도 깨닫지 못한, 내가 가진 무기의 한계를 금방 파악하는 저 탐색 능력.

"그리고 내가 던진 유리로 만든 창은 전부 도중에 박살 내던 네 방어구가 내 주먹은 어떻게 못하는 걸 보니, 그 자동 반격에도 어떤 조건이 있는 모양이네? 그럼, 내가 계속 이렇게 맨주먹만 사용하면 그 잘난 자동 반격도 영구 봉인인 셈이고?"

자신의 힘과, 타인의 힘을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상황 판단력.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날 죽이겠다며? 네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곧 너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죽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이 경우엔, 내가 널 죽이는 사람이 되겠네? 안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죄를 자각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행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도 후회도 보이지 않는 저 잔혹함.

나는 강해졌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강해졌다. 이래서야 루미너스 여신 님의 세상에서 있던 일의 연장선과 다를 것이 없다. 아니, 더 최악이다. 그 때의 그는 날 죽여선 안 되니 일부로 힘 조절을 하며 내게 기회를 계속 주었지만, 지금의 그는 정말로 날 죽일 목적으로 힘을 휘두르고 있으니까.

그는 나를 가로막는 벽이었고, 지금은 나를 짓눌러 죽이기 위해 서서히 다가오는 벽이 되었다.

내가 가진 수단으로는 그를 죽일 수 없는데, 그는 나를 죽일 수 있으며 아직 제 힘을 다 발휘하지도 않고 있다.

이건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던 건가?

아니...

"인정 못 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나는 다시금 힘차게 땅을 박차며 그를 향해 달려 들었다. [심판의 검]을 통해 입은 상처를 그런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회복할 줄은 몰랐지만, 그 방식도 결국 살아 있어야 가능한 일! 단 번에 목을 잘라서 숨을 끊어버리면, 그런 상식을 벗어난 회복 수단도 사용할 수 없을 터! 그래,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방법은 단 하나. 두려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이겨내며, 그의 목을 단숨에 베어 이 거대한 악의 존재에 끝을 맺는 것 뿐!!

처음 [심판의 검]이 목에 닿았음에도 끝까지 베어 넘기지 못하고 멈추었던 것처럼, 그의 방어 수단은 애초에 방어라고 부르기 힘든 것이 분명하다. 본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응용하여,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쓰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심판의 검]이 그것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렇다면...!

"하아아아아아아!!!"

통상적으로 방어란, 공격의 경로에 다른 물건을 갖다 대어 공격이라는 행위로 인한 피해를 받아내는 것. 그러니 [심판의 검]이 인식하는 '방어'란, 아마 이 무기가 움직이는 경로에서 무기의 움직임 자체를 멈추려는 시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사용하는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장벽의 작동 원리는...!

"이게, 정답이다!!!"

나는 검에 정신을 모두 집중했고, 마침내 그것을 보았다. 아니, '느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거치는 순간 [심판의 검]이 나아가던 힘의 방향이, 정 반대 방향으로 역변하는 것을.

정면에서 검의 움직임을 직접 튕겨내는 것이 아니다. 특정 영역에 도달하는 순간, 힘의 방향을 반대 쪽으로 왜곡시켜 검의 궤도를 뒤튼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저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무기가 튕겨져 나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방어 수단은 통상적인 방어와는 작동 원리가 다르기에, [심판의 검]이 가진 힘으로 무시할 수 없었다. 검이 향하는 경로 자체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고, 그저 나아가는 방향이 반대 쪽으로 바뀌었을 뿐이니까. 그럼 이 기이한 방어는 어떻게 뚫어야 하나? 그 답은 간단했다.

검이 아직 다 튕겨나가지 않고 저 보이지 않는 영역에 걸쳐 있을 때, 검에 새로운 힘을 가함으로서 힘의 방향을 다시 앞으로 가한다. 그리고 나에겐 그럴 만한 힘이 있다.

"하아, 아아아아아아!!!"

유스티아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무구 [심판의 검]에, 루미너스 여신 님의 힘인 [빛의 가호]를 덧씌웠다.

서로 다른 두 신의 힘이 한 곳에 모일 때 발생하는,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 이전 루미너스 여신 님의 세계에서, 그는 서로 다른 두 힘이 강제로 붙었을 때 서로를 밀어내는 특성을 역이용해 무기를 기준 축으로 두 힘을 강하게 회전시킴으로서 발생하는 강력한 나선의 공격을 즉석에서 떠올리고 알려준 적이 있다. 이것은, 그것을 이용한 방식이다.서로 다른 두 신성력이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이, 뒤로 나아가려던 검을 밀어내어 그 궤적을 다시 앞으로 바꾼다.

검이 저 영역에서 튕겨나가기 전에 더한 힘을 실어, 모든 것을 반대로 튕겨내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고 녀석의 몸에 결정적인 일격을...!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고, 드디어 무방비한 라그나 아마게돈의 몸에 유의미한 피해를...!

"제법이다, 루크."

그러나...

"이 방어를 뚫은 건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이건, 그 작동 원리를 깨닫고 최적의 타이밍에 충분한 힘을 가하지 않으면, 절대 뚫리지 않는다고 자부할 수 있는 방어벽이지. 그래, 적어도 너는 전에 내가 만난 그 건방진 쌍둥이들 보다는 낫구나. 괜히 용사가 아니었어. 하지만... 이 방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하나 잊고 있었구나."

내가 필사적으로 휘두른 검은, 그가 내민 손에 붙잡혀, 그의 목에 내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주 작은 생채기를 그 손바닥에 새기는 것과 동시에, 그대로 멈추어선 꿈쩍도 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유스티아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무구에 다른 신의 힘을 더해, 그 반발력을 이용한 이 일격은 양손의 검에 동시에 적용 시킬 수 있을 만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자루의 검으론, 그의 몸에 작은 생채기 하나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반대쪽 손에 쥔 검으로 다시 한 번 장벽을 뚫고 싶어도, 검을 잡은 손의 반대쪽 팔이 뒤로 이미 뒤로 당겨지고 있는 것을 보고선 내가 너무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나랑 싸운 적이 몇 번 있어서 그런지 나를 상대하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네. 그래도 뭐..."

어차피 이제 나랑 싸울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테지만.

묘하게 후련한 감정을 품은 그의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그의 주먹이 내 시야를 가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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