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82화 (227/229)

〈 182화 〉 무적기다, 애송아!!(3)

* * *

한 손으로 박수를 치는 방법이 뭔줄 아냐며 손바닥으로 루크의 싸다구를 때리고, 유리로 만든 흉기를 날렸을 때는 반응하던 자동 반격이 작동 안 하는 걸 깨닫고 맨손으로 두들겨 패다가 마침내 루크가 최후의 공격을 감행했을 때는, 솔직히 나도 식겁했다. 설마 이 무적기를 가장 먼저 간파한 사람이 루크가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기 때문이었다.

두 다리를 모두 땅에 붙이고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나에게 향하는 공격에 담긴 힘의 방향을 반대편으로 되돌림으로서 거의 모든 공격을 반사할 수 있는, 반격기이자 유사 무적기인 [레인보우 리플렉트]가 이렇게 빠르게 뚫릴 줄이야.

물론 단 하나의 대상 한정으로 완벽하게 그 상태 그대로 고정시켜서 움직임과 공격을 봉쇄하는 수단으로 쓸 수 있는 [하드 본드]가 있으니 막을 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강력한 재생 계통 능력인 [하나에서 둘을], 아직 나도 잘은 못 쓰고 있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한 [참과 거짓], 사용 횟수가 한정된 부활기 [고양이 목숨]까지 있으니 설령 저 공격이 통했다고 해도 진짜로 죽지는 않을 테지만. 기왕이면 가진 패는 감출 수 있다면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편이 유리하며 [하드 본드]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격이였기에 굳이 사용하지 않았다.

내 공격의 사정거리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온 루크의 미간에 주먹을 냅다 꽂았고, 그 충격으로 녀석은 기절했다.

권능은 인간이 신의 힘 일부를 빌려 사용하는 것이기에, 사용자가 의식을 잃으면 저절로 소멸한다. 하지만, 가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권능처럼 신에게서 받은 힘은 맞지만,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상시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설령 보유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해도 조건만 갖춰 진다면 스스로 발동한다.

"쳇, 성가신 녀석."

그래, 지금처럼.

루크를 확실하게 죽일 위력의 공격은, 무엇이든 간에 도중에 막힌다. 유리로 만들어진 창은 물론, 여태껏 놈을 멀쩡하게 두들겨 팼던 내 주먹도 루크의 숨통을 끊을 정도의 위력을 품고 휘두르는 순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충돌하며 튕겨져 나왔다. 아무래도 여태 주먹이 막히지 않았던 것은 목숨 자체에는 지장이 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오히려 루크가 받은 이 권능 쪽이, 내 [레인보우 리플렉트]보다 훨씬 무적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나는 두 발을 바닥에 딛고 있어야 하는 데다가 내가 스스로 유지하는 능력인데, 이쪽은 목숨을 위협하는 공격에 한해서지만 주인이 의식이 없어도 대부분의 공격을 반사해 주니까.

그리고 이 새끼는 유사 무적기를 들고서 나한테 쳐발렸고.

처음으로 내 유사 무적기를 간파하고 파훼한 것은 분명히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그런 강력한 권능을 저렇게 한정적인 방법으로 밖에 사용할 줄 몰라서 패배한 것은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권능이란, 어떤 형태의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지는 물처럼, 상대에게 입힌 상처의 회복을 영구적으로 봉인하는 무기라면 가까이 접근해야만 쓸 수 있는 검보다는 멀리서 쏠 수 있는 활이나 총과 같은 형태가 더 적합했을 텐데.

물론 내가 그런다고 해서 맞아줄 것은 아니긴 해도, 녀석이 쓴 무기가 권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정도의 변형은 확실히 가능하다. 하지만 언제나 무기를 검만 쓰던 녀석이기에, 그 무기를 다른 무기로 바꾼다는 발상 자체를 떠올리지 못한 모양이다. 그 탓에, 이렇게 싱겁게 패배한 거지. 루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더 고전했을 지도 모른다. 녀석이 날 잘 아는 만큼, 나도 녀석을 잘 아니까.

자신이 옳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그렇기에 타인의 의견에 쉽게 자신을 굽히지 않는 꽉 막히고 고집 강한 성격. 이미 굳어진 사고의 틀을 변형시키기 쉽지 않기 때문에, 권능이라는 활용도 높은 힘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반푼이. 아군이 아니라 적이어서 참 다행인 놈이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죽여야 하나...? 어디 유독 가스로 가득 찬 밀폐된 방에 집어 넣거나, 잘 타는 것 위에 올려 놓고 아래에서 불을 지를까? 아니면 그냥 깔끔하고 간단하게, 어디 높은 곳에서서 던져버려?"

이 녀석의 가호인 공격 반사가 발동되는 조건은, 아마 죽일 목적으로 휘둘러 졌으며 목숨에 지장이 갈 수 있는 공격일 터. 그렇다면 반사할 대상이 없으면 되지. 유독 가스나 불길의 연기를 통해 내부에서부터 썩거나 타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못할 테고, 추락사도 어찌 대비할 방법이 없을 테지. 그렇게 내가 루크를 죽일 수단을 고민하는 사이,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이런, 이게 누구야? 설마 이런 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루크를 어떻게 끝장낼 지 고민하며 흉흉한 살기를 온몸에서 내뿜고 있던 내게 겁도 없이 다가온 누군가는, 지금의 나조차도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 아득히 먼 곳의 강자였다. 홀로 이 넓은 세계의 끝 없이 이어지던 전쟁을 종결시켰으며 동시에 이 세상의 균형을 잡고 있는 최강자, 그리고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남자.

"보아하니 중요한 일은 이미 다 끝난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혹시 그의 신변은 내게 양도해줄 수는 없을까?"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묻기에 앞서, 우선 왜 당신이 여기에 있는 지부터 알려줄 수 있을까? 데스페라도의 길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 정 시우.

....네가 왜 랜드필에서 나와?

"내가 왜 여기에 있냐고? 그게 실은, 요즘 내 길드원들 사이에서 랜드필이 요즘 많이 변했다는 소식이 자꾸 들려오길래, 그게 정말인가 싶어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고 찾아왔지. 물론, 어쩌면 운 좋게 랜드필의 선생과 만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하, '어쩌면 운 좋게'라고?

하긴,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와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면, 정말 때 마침 그러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예를 들어 루크, 이 얼간이와 나의 격렬한 싸움으로 인해 어중간한 약자들이 죄다 도망쳐서 주변에 보고 들을 눈과 귀가 아무도 없는 지금 같은 상황 말이지.

루크는 내 실력을 확인할 겸 나를 견제하기 위해 유스티아가 보낸 버림말일 텐데, 그가 찾아온 것이 오히려 길드 마스터 정 시우가 원하던 환경과 기회를 제공했군. 이게 그를 사랑하는 행운의 여신, 티케의 힘인가? 이걸 '행운' 정도로 치부해도 괜찮은 거 맞나?

"보아하니 이 친구는 이방인 출신에, 거기다가 조금 전에 얼핏 본 걸로 추측하자면 아마 정의의 여신의 사도인 것 같은데...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 정의의 여신은 요주의 대상이거든."

"그 말은?"

"그녀는 이 세계의 소유권에 관심이 없음에도,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예를 들어, 그래. 하운드 부대. 그것들은 유스티아 여신 직속이라서, 우리들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거든. 그녀의 인성이나 덕망과는 별개로, 그 힘과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서 말이지. 엘레이스타와 내가 당신을 그 감옥에서 꺼내준 것도, 사실 정의의 여신이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 이야기는 나로서도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를 방치했던 게 아니라, 여신의 눈치를 보느라 손을 쓸 수 없었다고? 그럼 내게 조건부 석방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도, 여신의 눈이 잠시 다른 곳으로 향한 사이에, 이후 여신에게 합당한 변명을 대기 위한 행동이었던 건가? 왠지 루미너스 여신의 연극을 도울 당시의 내가 떠올라서, 묘하게 공감이 가는데...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맞아. 아마, 당신과 연관이 깊은 존재가 손을 썼을 테지."

나와 연관이 깊은 존재... 일단 루미너스는 제외. 그녀의 힘은 아직 다른 세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그럼 죽음의 여신 헬과 고대의 외신 니아. 둘 중 하나일 텐데... 아마 니아 씨가 손을 써준 걸 테지? 아, 그러고 보니 헬과 만나지 않은 지도 꽤 됐네. 물론 다시 만날 방법도 모르긴 하지만.

"그러니까 난 당신이 우리와 적대적이지 않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들도, 당신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주고 있거든."

"내가 랜드필에서 했던 연설, 들었나?"

"물론. 나는 엘레이스타가 감옥에 갇힌 당신에 대해 설명했을 때부터, 당신을 주시하고 있었거든.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내가 찾아 헤매던 마지막 조각이 아닐까 하고."

이 자식은 또 왜 지 혼자만 알아 들을 소리를 하는 거야? 그게 뭔데 십덕 새꺄! 좀 알아 듣게 말해!

"아마 묻고 싶은 게 많겠지. 하지만 자세히 설명하기엔 너무 길고, 거기에 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여기서 말해주긴 좀 그렇네. 나중에 우리 도시에 한 번 찾아와. 그럼 궁금한 것들을 전부 알려줄 테니까."

"흠..."

전부터 길드 마스터가 내게 과도한 호의를 보내던 것이 뭔가 의심스럽긴 했는데, 역시 뭔가 목적이 있었던 건가. 그래도 뭐, 뒤에서 흉계를 꾸미는 것보단 차라리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편이 더 믿을 만 하니... 그리고 나로서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사람을 굳이 적대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래서, 루크 이 녀석은 왜 데려가겠다는 거지?"

"어쩌면 이 친구를 통해서, 유스티아가 무슨 목적인지 알아낼 수 있을 지도 모르잖아? 당신도 정의의 여신과 별로 좋은 관계는 아닐 테고, 그리고 이런 쪽의 일이라면 이 쪽이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까. 이쪽에는 나름 전문가들이 있거든."

루크 녀석을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히 끝장내지 못한 것은 엄청 아쉽긴 하지만... 확실히, 이 녀석 하나 잡는다고 그 유스티아라는 년과의 악연이 끝나는 건 아니지. 그 여신은 니아 씨에게 원한이 깊어 보이고, 그것 때문에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으니... 어라? 그럼 결국 내가 아니라 니아 씨가 문제인거 아닌가?

아무튼 여기선 길드 마스터가 그동안 내게 보여준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자칭 정의의 여신이라는 그 미친 년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루크의 신병을 양도하는 쪽이 맞겠지.

"좋아, 그런 이유라면 데려가도 좋아. 어차피 나도 이 새끼 얼굴 오래 보고 싶지도 않았거든. 대신, 유의미한 결과를 내길 기대하지."

"하하, 보아하니 구면인 데다가 악연이 꽤 깊어 보이네?"

"이 녀석한테는 개인적으로 쌓인 감정이 꽤 많아서 말이지. 기왕 고문할 거면, 최대한 고통스럽게 부탁하지."

나는 결국 루크의 신병을 그에게 양도했다. 루크를 포함시킨 계획은 무엇이든 간에 망해버리는 징크스가 있긴 한데,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남자라면 단순히 행운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강력한 그 가호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겠지.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그 유스티아라는 년은 대체 뭔 생각이지? 루크가 한 말을 들어보면 아무래도 내 거래 상대인 니아 씨에게 적개심이 강한 것 같은데, 아티피아를 갖고 싶은 것도 아닌데 이곳 사람들의 대표자 격인 정시우를 비롯한 이들에게 적의를 사 가면서까지 멋대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속셈을 꾸미고 있길래, 여기 저기서 적을 만들고 다니는 거지? 단순한 객기를 부리는 것은 아닐 테고,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건 분명한데...

에라, 모르겠다. 자기 말이 곧 정의라고 하는 미친 년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미친 년의 생각은, 미친 놈이나 알고 있겠지.

*

모험과 자유의 도시, 데스페라도.

그곳엔 모험가 길드가 있다.

길드가 하는 일은 다양하다. 이방인들을 모험가라는 이름으로 고용하여 해야 할 일을 주선하고,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며, 또한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통제하고 관리하기도 한다.

길드 본관의 1층은 로비, 각 도시에서 보낸 의뢰들을 수주할 수 있으며 모험가들끼리 파티를 맺거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2층은 길드에서 일하는 사무직들이 지내는 업무 및 생활 공간, 그리고 3층에는 길드 마스터의 방이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경로로 얻을 수 있는 정보. 그러나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모험가들은 선임인 베테랑 모험가들로부터, 길드 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젠장! 이건 진짜 말도 안 돼! 어떻게 거기서 그게 터져?! 이게 게임이냐? 엉! 이게 게임이냐고!"

"응, 게임 맞아. 네가 개못하는 거야~."

"역배충 꼴 좋~다! 자, 이제 누구 대가리가 깨졌지? 응? 응?"

모험가 경력과 인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 길드원들에겐 길드 건물 아래에 숨겨진 곳으로 가는 비밀 번호를 전달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바란다면, 언제든 이 길드 지하 1층에 있는 곳... 카지노에 도달할 수 있다.

모험가 길드 밑에 카지노가 있다니, 아마 누구도 믿기 힘들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길드 마스터 정시우에게 이 카지노는 반드시 필요한 곳이었다. 누군가의 행운이 누군가의 불행이 되는 이 장소에서, 한 줌의 행운만 있다면 긴 시간의 노력으로 사야 할 재물을 손에 거머 쥘 수 있는 곳에서, 과연 어떤 신을 가장 많이 찾게 될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간단한 사실이었다.

오늘도 카지노에선 누군가가 대박을 터트리며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고, 누군가가 가진 돈을 전부 탕진하며 슬픈 절규를 내지른다. 이곳에서 영원한 패자도, 영원한 승자도 없다. 하지만 만일 영원한 승자가 있다면, 그건 오직 한 명 뿐이리라.

"잭, 너 오늘따라 돈을 제법 많이 딴다?"

"하하. 내가 오늘은 운이 조금 좋은 모양이네. 티케 님께 감사를!"

"흐음, 그래...? 그럼 나랑도 한 판 해볼까?"

몇 분 전까지 카드 게임으로 연전 연승을 터트리며 단숨에 재산을 몇 배로 불려서 기뻤던 모험가 잭은, 얼굴을 로브로 가린 상대의 정체도 파악하지 않은 채로 그 도전을 승낙했다. 그리고...

"크크크, 이런 세상에! 티케 님께 감사를, 내 패는 포 카드다!"

잭이 공개한 패는 다이아몬드 10, 클로버 10, 스페이드 10, 스페이드 10, 하트 A.

포커의 족보 중에서 상당히 높은 측에 속하는 포 카드, 그것도 심지어 10 네 장과 나온 포 카드다. 심지어 하트 A마저 쥐고 있던 탓에, 저 패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강한 패는 스트레이트 플러쉬, 백 스트레이트 플러쉬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당한 거금을 건 게임에도 불구하고, 잭의 패를 확인한 상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임에도 상대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패를 뽑았길래 그렇게 웃고 있는..."

잭의 게임 상대는 자신의 패를 테이블 위에 내려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에 뒤집어 쓴 로브를 벗었다. 그리고...

"기, 길드 마스터?"

"잭... 너에겐 참 유감이다. 아무리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고는 해도, 설마 동료를 속이며 제 살을 찌우려고 할 줄이야."

길드 마스터의 패에 잡힌 카드는 A 세 개와 클로버 2, 다이아몬드 3으로 이루어진 트리플이었다.

"자, 잠깐... 이, 이건 뭔가 오해가...!"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나보다 높은 패가 나오다니, 참 운이 좋구나? 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응?"

스르릉. 살벌한 소리를 울리며, 그는 검을 뽑았다.

"자신의 추악한 악행을 숨기기 위해 행운의 여신 님의 이름을 들먹인 자, 길드 마스터로서 처벌을 결정한다. 지하 2층 행이다."

"...아, 안 돼! 길드 마스터! 제발, 제발 부탁드릴게요! 저는, 그,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하, 하, 한 번만! 딱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그곳은, 지하 2층 만은 제발...!!"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 받는 길드 마스터는, 일반적인 도박에서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 매번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뽑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 상대에게 패배할 패는 뽑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시우의 패가 잭의 것보다 족보가 낮은 이유는 단 하나... 잭이, 속임수를 썼다는 증거였다.

그 죄에 대한 벌로서 정시우가 명령한 지하 2층, 그곳은 징벌방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티원들을 살해 및 배신한 중범죄자들이 주로 갇혀 있는 장소.

그 중엔 최근 일곱 대도시 중 하나로 편입된 랜드필에서 소란 행위, 살인 미수, 폭행, 내란 시도 혐의로 수감된 루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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