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화 〉 Fuck↗yo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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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없어요. 있을 수 없다고요...! 여자만 보면 손을 댄다고 소문이 나 있던 남자가, 다른 여자도 아니고 저처럼 굉장한 미인이 유혹을 했는데도 그렇게 수도승처럼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모험가 파티 '로즈퀸 나이츠'의 리더이자 홍일점인 로즈네스는 휴대용 손수건을 잘근잘근 씹으며 분을 삭혔다. 어느 도시에서든 남자들의 추파를 받던 매력 넘치는 자신이 그토록 열렬히 구애를 시도했음에도 전혀 관심 없다는 듯한 그의 반응은, 자신의 미모에 상당히 자신이 있었던 로즈네스로선 굉장히 충격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 생활이 문란하기로 소문난 랜드필의 선생의 단호한 거절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본래라면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그를 매혹하고 츠나세 쿠린, 그 주제도 모르고 이름을 날리는 여자보다 강한 힘을 받아서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이 초장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틀어 막힐 줄이야.
"후우, 그러고보니 랜드필의 선생 곁에서는 언제나 딱 달라 붙어 다니는 몽마가 있다고 했죠. 하긴, 그런 천박하고 저급한 마물 따위가 옆에 달라 붙어서 눈을 흐리고 있으니, 제 미모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죠. 암, 그렇고 말고요."
음마의 여왕이자 모든 음마들의 어머니이신 릴리스가 길드 마스터의 손에 토벌된 후, 자신들을 이끌어줄 존재를 잃은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은 모두 투항했다. 그 후 길드 마스터가 자비를 베풀어 그들을 단순히 지성을 가진 마물에서 한 명의 인격체로 대우 받는 이종족으로 편입시켜 주었지만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몽마들을 비롯하여 마물에서 이종족이라는 이름으로 편입된 자들에게 증오와 혐오감을 내비치곤 했다.
로즈네스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특히 꿈 속에서 거짓된 매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정기를 착취하는 저급한 몽마들을 혐오하고 경멸하였다. 그렇기에 랜드필의 선생이 성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과 함께 곁에 왠 예쁜 몽마가 붙어 다닌다는 소문을 접했을 때, 주제도 모르는 마물이 그의 눈을 가리며 이용하려 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진실된 매력이라면 그 거짓된 황홀함을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또한.
다소 오만하다고 느껴질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럴 법도 했다. 확실히 로즈네스는 사람들이 예쁜 사람들을 생각할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든다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여자였으니까.
"랜드필의 선생이 머무는 거처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알아낼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죠. 쥬드, 그의 거처는 알아 내셨나요?"
"네, 아가씨. 이미 '나침반'을 통해 파악해 두었습니다."
"잘 했어요. 역시 듬직하네요."
로즈퀸 나이츠. 직역하면 장미 여왕의 기사. 그들은 파티의 이름 값을 제대로 하려는 듯, 파티의 리더인 로즈네스를 제외한 네 명의 파티원은 모두 기사를 연상케 하는 갑옷 차림새였다. 하지만 그게네 사람 모두가 반드시 전방에서 검을 휘두르는 전위직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쥬드는 로즈네스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파티원으로, 각종 다양한 마법 아티팩트를 어지간한 마법사에게 절대 지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다루는 기사인 만큼 로즈네스가 특히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랜드필의 선생은 지도자이기 이전에 사내이고, 남자 중에 서큐버스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죠. 그가 제 미모를 알아보지 못한 것도, 그 몽마에게 단단히 홀려 있는 탓이겠죠. 즉, 그 몽마만 잘 처리하면... 다시 눈을 뜬 랜드필의 선생은 제게 감사 인사 겸 제 호감을 사기 위한 선물로서 츠나세 쿠린이 다루는 것과 같은 힘을 제게 바칠 거에요. 그러면 모든 문제 해결이랍니다. 아주 간단할 일이지요? 오호호호!"
랜드필의 선생은 바쁜 용무로 인해 오래 잡아두지 못 했지만, 그 잠깐의 시간만으로도 쥬드가 소유한 아티팩트 '길 잃은 자의 나침반'의 사용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나침반의 하나 밖에 없는 바늘은 북쪽이 아닌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 방향을 따라 가면 랜드필의 선생이 머무는 거처가 나올 것이다. 그럼 높은 확률로 그 거처의 안에 숨은 채로, 이 버려진 도시의 지도자를 홀려 제 수족으로 부리려는 사악한 몽마를 깔끔하게 처리하면 끝.
로즈네스는 이 일이 자신이 생각한 대로 흘러 가리라 전혀 의심치 않았다. 그녀와 파티원들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 4년 전, 몽마의 여왕 릴리스의 주도 하에 일어난 제 3차 이세계 침공이었기 때문이었다.
서큐버스를 상대로 전혀 물러서지 않을 외모, 그리고 인큐버스에게 매혹되지 않는 강렬한 자기애. 그 두 가지를 겸비한 로즈네스와 그녀를 따르는 파티원들은 수많은 몽마들의 비열한 수작으로 함께 싸우던 동료가 어느 순간 적으로 돌변하던 그 거친 혈투 속에서도 끝까지 활약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 당시 그녀가 애검으로 베어 넘긴 몽마의 수만 두 자리 수가 넘어갔다. 그리고 그 당시 그녀가 알게 된 것은, 몽마들의 무서운 점은 그 특유의 매력적인 외모와 강렬한 유혹 능력을 통해 아군 사이에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일 뿐 자체적인 전투력은 크게 강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랜드필의 선생을 매혹하고 있을 몽마는 한 마리일 터. 그리고 로즈네스와 그녀의 파티원들은, 그 수 많은 음마들의 유혹 속에서도 끝까지 홀리지 않고 버텼던 강렬한 정신력의 소유자들. 자체적인 무력이 형편 없기에 결국 특유의 매혹으로 불화를 일으키는 것이 전부일 몽마를 상대로, 그녀와 파티원들은 자신들의 완벽한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
"윽, 으윽...!"
"커흑....!"
"모노 양. 이 쪽의 둘은 제압 완료했습니다."
"이쪽은 진즉에 끝났어. 나 참,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를 상대하러 오는 데 사내만 넷이나 데려온 거람?"
"우, 우우우..."
"아아, 아아아아...."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그럴 수가...! 제이콥! 야마다! 어떻게 무기도 없이 그 두 사람을... 영준 씨! 쥬드! 지금 뭐하고 있는 거에요! 얼른 정신 차리세요! 그 어떤 서큐버스가 와도 저에 대한 충심이 변치 않던 당신들이, 어째서 이렇게 간단하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제이콥과 야마다. 두 사람은 일단 모험가 길드 기준으로 실버 등급인 모험가들이지만, 전투 능력 자체는 이미 골드 등급 모험가와 겨루어도 전혀 부족하지 않는 수준이야. 게다가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상대를, 갑옷과 무기를 갖지 않은 채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제압하는 것은 어지간한 기량의 차이로는 어려운 일일 텐데... 그런데 저 두 사람이 덤볐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제압한 저 여자는 대체 정체가 뭐야? 그저 저급 몽마 하나만 쓰러트리면 될 줄 알았는데, 왜 이런 곳에 저런 규격 외의 강력한 여전사가 있는 거야?
게다가 저 몽마 쪽도...! 영준 씨와 쥬드는 나와 함께 릴리스의 침공 당시 전선에서 싸웠던 덕에 골드 등급 모험가들 중에서도 어지간한 정신 공격에는 아주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을 텐데, 어째서 저렇게 쉽게 매혹을 당한 거지? 방심을 했기 때문에?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영준 씨라면 그럴 수 있어도, 쥬드는... 매사에 진지하고 언제나 신중한 쥬드까지 속수무책으로 저 여자에게 이렇게 빨리 매혹을 당했다는 것은, 말도 안 돼. 그럼 설마... 사실 저 몽마는 저급한 서큐버스가 아니라 굉장히 긴 세월을 산 고위 몽마였나?
"윽....!"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야마다와 제이콥을 무기 없이 혼자서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을 지닌 여전사에, 정신 간섭 계열 공격에 높은 내성을 가진 영준 씨와 쥬드를 단숨에 포로로 만들 정도의 강력한 매혹 능력을 지닌 고위 음마라니. 둘 중 어느 한쪽이든, 파티원 전원이 무사하다는 가정 하에 승률을 보장하기 힘든 강적일 텐데 그런 이들이 둘이나 있고 이 쪽은 남은 전력이 나 하나 뿐이라니, 이런 싸움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제 한 명만 남았는데, 어쩌면 좋을까요?"
"으음, 글쎄....? 여기 넷은 먼저 우리에게 무기를 휘둘렀으니까 정당방위라고 주장할 순 있지만, 저 여자는 아직 우리한테 공격을 하지 않았잖아?"
"예? 어차피 어디 으쓱한 곳에 조용히 묻어서 은폐하면 그만 아닌가요?"
"...너, 생각보다 무서운 아이였구나?"
저런 강력한 여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몽마 같은 마물을 도울 리가 없어. 그래... 아마 저 여자도 저 몽마에게 매혹된 희생자일 거야. 서큐버스의 매혹의 희생자는, 남자 뿐만 아니라 동성애를 하는 여자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저 큰 키에 남자처럼 시원시원한 태도... 저 여자는 몽마를 없애기 위해 온 또 다른 사람이고, 서큐버스가 토벌되기 전에 마지막 발악 삼아 사용한 매혹에 재수 없게 걸렸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여자의 적이나 다름 없는 서큐버스를 도울 리가 없지.
간악한 몽마! 랜드필의 선생 말고도, 저렇게 강하고 예쁜 여전사까지 매혹시켜 자신의 꼭두각시로 삼을 줄이야. 절대 살려 보낼 수는 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여기서 쓰러트려야 해!
저 몽마만 쓰러트리면, 저 여자도 멀쩡하게 돌아올 거야. 그러니 여기서 노려야 할 건... 저 서큐버스! 나는 평범하게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니까, 저 서큐버스가 매혹을 걸어 봤자 효과가 없어. 인큐버스였다면 조금 위험했을 수도 있지만, 상대는 서큐버스니까! 쥬드가 내게 선물로 주었던, 이 마검의 힘으로 저 사악한 몽마를 없애주겠어!
내 검, '레드 로즈 레이피어(Red Rose Rapier)는 마기스토스에서 고위 마법사의 인챈트를 받은 특별한 마검! 그리고 이 검에 저장된 마법은 '패럴라이즈 아로마'! 냄새를 맡는 순간 곧바로 몸을 마비시키는 향을 풍길 수 있어! 즉효성 마비인 탓에 지속 시간 또한 짧은 것이 흠이지만, 저 괴물 같은 무력을 지닌 여자를 잠깐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충분해.
영준 씨와 쥬드를 단숨에 매료 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고위 몽마라면 자신의 몸을 영체화시켜 마비의 효력을 피하는 것도 가능할 테지만, 여전사는 무력이 매우 강할 뿐이지 그 육체는 그냥 평범한 인간! 여전사의 움직임을 아주 잠깐이라도 봉인할 수 있다면, 곧바로 저 무방비한 몽마의 목을 날릴 수 있어!
"퍼져라, 매혹적인 장미의..."
콰직.
"향....?"
어...? 내, 내 검이...? 마기스토스에서 인챈츠를 받은, 내 붉은 장미의 검이...?
"예전부터 우리 자기가 항상 하던 말이 있었어. 상대가 굳이 '나 지금부터 엄청 수상한 짓을 할 거다'라는 식으로 대놓고 영창을 하는 데, 그걸 그냥 지켜보는 사람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더라."
"눈앞에서 마법 영창을 하는 데, 그걸 그냥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고요? 오히려 저도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군요."
"왜? 관심 있어?"
"아뇨. 적어도 그런 사람이 제 아랫사람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내 검이...! 쥬드가 내 생일에 선물해 준, 내 하나 뿐인 애검이!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한 손으로 칼날을 부러트릴 수가 있어? 이건, 이건 그냥 힘이 쎄다는 수준이 아니잖아! 평범한 인간 여자가, 맨손으로 칼날을 부러트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 아아...!"
이, 이건... 승산이 전혀 없어. 다양한 마법 아티팩트로 각종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를 해 주던 쥬드와 남들과는 다른 사고 방식으로 이따금 예상치 못한 활약을 하는 영준 씨는 여전히 저 몽마에게 매혹되어 있고, 제이콥과 야마다도 바닥에 얼마나 세게 내던져진 건지 아직 정신을 차릴 기색이 보이지 않고... 이대로 싸워봤자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길드에 지원을 요청해야 해! 강력한 여전사의 호위를 받는 고위 몽마가, 랜드필의 선생을 홀려서 제 맘대로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길드 마스터에게 전해야...!
"뭐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소란스러워?"
이, 이 목소리는... 랜드필의 선생! 어째서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지? 쥬드는 분명 최소 1시간 이상은 걸릴 거라고 말했는데, 어째서 반 시간 만에...!
"아, 자기 왔구나. 별 거 아니야. 그냥 또, 날 노리는 습격자들일 뿐이지."
'또 날 노리는 습격자'...? 어쩐지 대처가 너무 능숙하다 싶었더니, 저 몽마를 노린 사람은 우리 뿐만이 아니었던 건가? 저 서큐버스는 도대체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습격을 받아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지금까지 멀쩡했던 거지?
"이 녀석들, 조금 전에 만났던 모험가들이네? 내 집은 또 어떻게 알고 쳐들어온 거야?"
아, 답은 내 눈 앞에 있구나. 랜드필의 선생, 라그나 아마게돈. 퇴물 취급 받던 츠나세 쿠린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게 해준, 그리고 황금의 왕국을 하루 만에 집어 삼켰다는 일곱 괴물을 부리는 남자. 버려진 자들의 왕이자, 이 세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자. 그리고... 길드 마스터가 '절대로 접촉하지 말라'고 경고한 위험 인물.
그래, 지금 희망은... 이 사람 뿐이야.
"랜드필의, 선생...! 당신은, 당신은 지금 저 음마에게 속고 있는 거에요! 저 서큐버스의 능력에 매혹되어서,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요! 어서, 어서 정신을 차리세요!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너 같은데. 바쁜 사람을 붙잡고 난데없이 여기 없는 사람의 뒷담을 까다가 대가를 지불할 생각도 없이 자신의 요구만 일방적으로 내뱉고, 그걸 거절하니 멋대로 남의 집에 쳐들어 와서 내 사람을 해치려고 들고, 그런데 이제는 내가 속고 있는 거라고? 정말로 진실을 보지 못 하는 게 누구일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현실이 그렇게 변하는 건 아니거든?"
이 남자... 설마, 매료되지 않은 거야? 그럼, 매혹에 걸린 것도 아닌데 서큐버스 따위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서큐버스는, 음마는 마물이야! 사람을 속이고, 정기를 착취하는 괴물이라고!"
"그 서큐버스는 불과 몇 년 전 너희 길드 마스터가 이종족에 편입시켜서 지성체로서 인정 받았거든? 그리고 괴물이면 뭐 어때?"
"뭐...?"
이 사람,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이 랜드필의 별명이 뭔 줄 알아? 버려진 도시다. 다른 왕국과 도시들, 그곳에서 버려지거나 도망쳐 나온 이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쓰레기장. 갈 곳 없는 이들의 최후의 보금자리이자,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뒤엉켜 살아가는 도시라고. 몸이 불편하면 뭐 어때? 괴물이면 뭐가 어쨌다고? 나를 배신할 생각만 없다면, 난 누구든 받아줄 의향이 있다. 설령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끔찍한 괴물일 지라도, 나의 아군이며 내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그들을 쳐내지 않을 거다."
마지막 희망이, 부숴졌다.
괴물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무슨 그럼 끔찍한 소리를... 괴물은 없애야만 한다. 더럽고 추악한 것들을 없애야, 비로소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만이 남으니까.
"다, 당신...! 내가 여기서 사라지면, 길드 마스터께서 당신을 의심할 거야!"
"아, 그거 말인데."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조금 전에 너네 길드 마스터랑 이야기를 나눴거든? 자기가 그렇게 열심히 충고하고 경고했는데도 무시하고 멋대로 나한테 해를 끼치는 모험가가 있으면, 자체적으로 처벌을 해도 된다고 하더라? 어차피 자기 말을 듣지 않을 놈들 계속 교육시키는 것도 슬슬 지쳤다나? 특히 너, 공주병 말기 환자는 전쟁 당시에 활약한 것이 좀 있어서 최대한 참아주고 있는데 최근 여기 저기서 사고 친 것 때문에 더 이상 감당이 안 된다던데?"
그것은, 악마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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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비스, 넌 왜 헐벗은 차림인 건데?"
"아, 그.... 한창 옷을 갈아 입던 도중에 습격을 당해서... 어? 선생? 눈이 조금 무서운 것 같은..."
"자기야. 내가 아주 맛있게 뎁혀놨으니까, 마음껏 먹어."
"역시 우리 모노 밖에 없다니까. 그럼...."
"자, 잠깐...! 선생, 잠시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잘먹겠습니다~."
"햐아아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