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87화 (160/229)

〈 187화 〉 Fuck↗you↘(4)

* * *

"하아, 하아...!"

첫 삽입의 순간은 단 한 번도 침입을 허용한 적 없는 곳에 닥쳐온 치명적인 일격에 정신이 잠시 아찔해졌지만, 강인한 누비스는 얼마 안 가 뱃속을 가득 메운 듯한 그 이물감에 적응했다. 비록 몇 번을 애원해도 안 쪽을 무자비하게 쑤셨던 손가락 탓에 몸이 많이 예민하지만,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의식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연이은 쾌감으로 인해 붕 떴던 의식도, 맞물리지 않는 몸의 감각도 슬슬 돌아오기 시작했고.

"큿...!"

하지만 몸의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행운이면서 동시에 불행이었다. 팔다리가 다시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기야 했지만, 몽롱한 의식 속에서 느끼지 못하고 있던 묵직한 쾌감과 직면해야 했으니까. 작열하는 모래 사막에 두 다리를 딛고 경험했던 그 어떤 전투보다도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누비스는 조금씩 투지를 일으켰다. 하반신에서 피가 나오지만, 처녀막이 찢어지는 순간의 감각은 지독한 쾌락 속에 허덕이느라 느껴지지 않았기에, 첫 경험을 고통 없이 시작하게 된 누비스는 본격적으로 반격의 준비를 갖추었다.

본래 그녀는 처음부터 상대를 강한 힘으로 압도하기보단, 연이은 전투 속에서 지치지 않고 점차 제 실력을 발휘하는 타입이었다. 처음엔 느리게 시작하되, 한 번 시동이 걸리면 누구도 따라 잡기 힘들며 끝도 없이 나아간다. 그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은 지금은 더는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후으... 확실히, 이 세상은 서적으로 본 것 만으로는 전부 판단할 수 없겠어. 설마 인큐버스보다 능숙하면서 오크보다 큰 양물을 가진, 이런 인간이 세상에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가만히 지고 사는 것은 내 방식이 아니니까!"

꽈아아아아악...!

"컥...? 미친, 뭐야 이 조임은...! 너, 너 진짜 처녀 맞냐?"

"물론, 난 누구보다 순결한 여성이었지. 불과 몇 초 전까지는."

그가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한 사이, 누비스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러자 두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본래는 라그나 아마게돈이 누비스의 위에 올라탄 형색이었지만, 지금은 누비스가 역으로 그를 깔아 뭉게는 자세였다.

"후우, 후우...! 정말, 무식하리만큼 큰 물건이야. 하지만 원래 큰 놈일 수록 더 사냥할 맛이 있는 법이지...!"

"하... 한 번 당해줬다고, 아주 기세가 등등하네. 뭐, 좋아. 나도 이런 상대는 처음이니... 이번엔 특별히 네 페이스에 어울려주지."

"그 여유가... 과연 언제까지 갈까!"

삶이 곧 전투로 버무려진 누비스답게, 그녀의 섹스 또한 전투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마른 몸에 어울리지 않는 거근을 가진 사내를 바닥에 눕히고 양 손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 억누른 채, 그 흉악한 양물을 뿌리까지 집어 삼킨 상태로 그녀는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쩌걱, 쩌걱!

애액으로 홍수가 난 보지는 규격 외의 물건을 부담 없이 삼켰다가 뱉기를 반복했고, 자지를 끊어 먹을 듯한 강렬한 조임이 두꺼운 육봉을 강하게 압박했다.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른 속살의 감촉에, 처음엔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듯 여유를 부리던 아마게돈의 얼굴이 서서히 쾌감으로 찡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서 누비스는 자신감을 얻으며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지만, 그만큼 되돌아오는 강렬한 반동에 이내 그녀도 조금씩 비틀거렸다.

퍼억! 퍽! 퍼억! 퍼억!

"학, 학, 하악...!"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속에서, 누비스의 얼굴이 점차 붉게 물들어갔다. 아무리 질의 조임이 강하다고 해도, 그녀는 남성 경험이 전무한 여자다. 그에 비해, 그녀의 상대는 두 자릿 수는 가볍게 넘을 정도로 많은 여인들을 맛 본 문란하기로 유명한 남자다. 그녀가 있는 힘껏 허리를 내리 찍을 때마다, 그는 조금씩 우뚝 선 남근의 각도를 조절함으로서 자신에게 오는 자극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약점을 역으로 찌르는, 전투로 치자면 방패로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흘리며 잠깐 생겨나는 틈마다 옅은 공격으로 지속적인 데미지를 남기는 것과 유사했다.

그 경험에서 오는 차이는, 이 뒤집힌 관계가 그리 오래 가지 않음을 알리고 있었다. 아무리 순수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높은 그녀라고 해도, 섹스에서는 상대 쪽이 훨씬 능숙한 경험자였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이점을 더 가질 수 있는 것은 상대의 움직임을 대다수 봉쇄하는 이 체위 뿐이었으나, 이미 실신하고도 남을 정도로 진득한 애무를 받아 성적으로 매우 민감해진 그녀의 몸은 아마게돈이 조금씩 가하는 그 빗겨나가는 공격조차 무척 치명적이었다.

"하아, 하아...!"

"뭐야, 얼마나 자신만만한가 했더니 벌써 지친 거야?"

"읏....!"

자신을 깔보는 말. 그것은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함이 명백한 질 낮은 도발이었으나, 기껏 우선권을 얻었음에도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다시 이 상황이 역전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던 누비스는 평소라면 흘러 넘겼을 그 도발에 넘어가, 마무리를 짓기 위해 허리를 높이 들었다가 있는 힘껏 내리 찍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가 바라는 바였다.

푸우우욱!!

"응오옥...!!♥"

"큿... 하."

라그나 아마게돈은, 누비스가 마무리 일격을 위해 귀두가 보지에서 뽑혀 나오기 직전까지 허리를 들어 올렸다가 강하게 내리 찍는 그 타이밍에 맞추어 허리를 강하게 튕겨 올렸다. 그것은 서로의 급소에 날리는 강렬한 크로스 카운터. 그러나 충격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던 아마게돈과 달리, 누비스는 자신의 체중을 실은 강력한 일격의 반동 + 길고 격렬한 애무로 무척 민감해진 성감 +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날아온 반격의 삼위일체로 단숨에 절정으로 치닫았다.

"학, 하아악....♥"

푸쉬이이이이....

강렬한 쾌감이 뇌를 강타하며, 괄약근에 힘이 풀리며 누런 색의 따뜻한 액체가 그의 하반신을 더럽혔다.

"하하... 이것 봐라. 설마 자기가 주도해서 기승위를 하다가, 요란하게 가버리면서 오줌까지 지릴 줄이야. 아주 대박이네."

"학, 하으윽... 하악...♥"

불행인지 다행인지, 순간 한계를 벗어난 쾌감에 넋이 반 나가 있던 누비스는 아마게돈이 놀리듯이 뱉은 비아냥거림을 듣지 못 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 다시 힘을 주어 그녀를 밀어 바닥에 눕혔다. 단, 이번엔 처음과 체위가 달라졌다. 누비스의 등이 위로 향하도록 눕힌 상태로,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짓누르며 풀어질 대로 잔뜩 풀어진 보지에 오크보다 더 오크스러운 자지를 강하게 때려 박았다.

파아앙!

"햐윽...!!!♥"

하반신에 가해진 강렬한 충격에 누비스는 한 발 늦게 정신을 차렸으나, 아쉽게도 이번엔 반격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단순히 힘을 주기만 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고, 거기에...

'거, 거기... 민감한 데...에엣...!!'

고개는 바닥에 거의 박았지만 엉덩이는 위로 치켜든 그 자세에서 자지가 박히면서, 정액으로 빵빵할 불알이 누비스가 평소 자위를 할 때 주로 건드리느라 상당히 민감했던 클리토리스를 때린 것이다.

"역시, 나는 이 체위가 제일 좋다니까."

파앙! 파앙! 파앙! 파앙!

"학, 하악! 흐윽, 흐아아악!!♥"

참을 수 없는 신음을 토해내며, 자신을 강하게 찍어 누르는 쾌감에 누비스의 동공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런데 문득 누비스는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아무리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자세가 허리를 꺾다시피 한 자세라고 해도 신장은 그보다 더 클 텐데, 어떻게 위에 올라타지 않고 한 손으로 엉덩이를 잡은 채 뒤에서 박으면서 다른 한 손은 자신의 머리를 찍어 누르고 있는 것이지? 팔의 길이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누비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고, 그의 모습을 다시 눈에 담았다. 분명 처음엔 자신보다 작은 그였는데, 지금은 되려 그녀보다 5cm는 더 커 보였다.

"난 말이지, 섹스를 하는 상대방이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좋아한단 말이지. 내 자지가 이렇게나 큰 이유는 반 정도는 내 욕망도 있지만, 나머지 반의 이유는 상대 쪽에 있지. 이 정도로 크면, 어딜 어떻게 찌르던 최소한 그 사람의 약점 하나 정도는 맞출 수가 있거든.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쫓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니까."

"무슨... 말을..."

"아무래도 이 쪽은 작은 것보단 큰 게 낫잖아?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그렇게 생각하지. 내 몸에 달린 이 물건은, 그 욕망으로 인한 결정체야. 그리고 지금의 이 몸도, 크게 다를 것 없지."

그제서야 누비스는 라그나 아마게돈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깨닫고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아마게돈은 되려 그런 그녀의 반응이 귀엽다는 듯, 낄낄거리며 웃더니...

푸욱!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누구보다 크고 강하며 튼튼한 우리 대장군 누비스께서, 설마 자기보다 큰 사람에게 무력하게 범해지고 싶다는, 남들에게 알리지 못할 욕망이 있었다는 걸 말이지."

자지를 뿌리까지 깊이 박은 후, 그걸 다시 뽑은 대신 그대로 그녀의 뱃속을 완전히 뚫어버리려는 듯이 힘을 주어 안 쪽을 꾸욱꾸욱 짓누르기 시작했다. 무식할 정도의 굵기와 길이를 가진 것이, 끝까지 들어온 걸로 만족 못하고 더욱 들어가고 싶다는 듯 옆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계속해서 파고드는 그 집요한 쾌감은, 이번이 첫 성교인 누비스가 견딜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입에서 항복 선언이나 다름이 없을, 까무러치는 연약한 신음이 툭툭 튀어나왔다.

"그, 그만... 해애..."

"그만 하리니, 정확히 뭘 그만 하라는 걸까?"

장난기가 다분한 그의 물음에, 누비스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고 지나친 쾌감과 함께 닥쳐오는 어마어마한 수치심에, 눈물을 글썽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런 말... 하, 하지... 마아..."

평소의 강건한 모습과는 180도 다른, 당장이라도 부숴질 듯한 그 연약한 모습은 마침내 아마게돈의 성욕의 불길에 기름을 통째로 들이 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조금만 쉬고 싶다고 애원을 했음에도, 되려 더욱 격렬해진 허리 놀림에 누비스는 간드러지는 교성을 토해내며 몸을 크게 떨었다. 언제나 자신보다 작은 이를 상대로 싸울 수 밖에 없었으며 매일 승리만 하던 그녀였기에, 자신보다 큰 적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한 줌의 쾌감이 진흙 속에서 드러난 진주처럼 번쩍이며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읏, 흐으응...♥ 가, 가버려어..! 또, 또 가하아아앗...!!♥"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그 황홀한 쾌감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제 몸에 아주 짧은 단검 한 자루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누비스는, 그 단검보다 크고 굵은 몽둥이에 쑤셔지면서 비교할 수 없는 기분 좋은 감각에 헐떡였다. 어느 순간부터 또 체위를 바꿔서 그와 입을 맞추고 서로의 혀를 격렬하게 탐하고 있었으나, 누비스는 더 이상 그런 자잘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그 어떤 순간보다 기분 좋고 행복하다는 것 뿐.

군인의 자식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전사로서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고 계속 억누르던 쾌감이 터져 나오며 그녀의 정신을 휩쓸었다.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쾌감에,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되려 그의 품에 매달리고 있었다. 수 킬로 미터를 행군해도 멀쩡한 튼튼한 다리를 교차하여 그의 허리를 휘감고, 폭력을 휘두르더라도 손톱을 세우거나 손바닥으로 때리기 보단 주먹을 움켜쥐던 손으로 그의 등에 자신의 흔적을 지워질 수 없을 만큼 진하게 새겼으며, 당장 후계를 이을 씨앗을 토해내라는 듯 자신의 안에 처음으로 들어온 남자의 양물을 강하게 쥐어 짜낸다.

아무리 왕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었다고는 해도 젊은 여성의 몸으로 수십 만의 대군을 이끄는 대장군이라는 위치까지 도달한 여인의 피지컬과, 다른 건 몰라도 섹스에 한해서는 몽마들의 차기 여왕조차 백기를 들게 만들 정도의 성욕 몬스터가 진심을 다해 서로를 꺾어 누르고자 온 힘을 부딪혔다. 그것은 진실로, 전투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뜨겁고 격렬한 육체의 대화였다. 그리고 이 대결의 승자는...

"하아, 하아...! 거기 사막 쪽 여자는, 다 이 정도인가? 후우..."

섹스가 끝난 후에도, 의식을 잃은 채 쩍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서 하얀 정액을 울컥울컥 토해내는 누비스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주물거리며 갖고 놀던 라그나 아마게돈이었다.

"그러고보니 모노, 너는..."

그는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이 방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같이 있었으나 대결이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잠깐이나마 그 존재를 잊은 여성을 향해 말을 걸며 고개를 돌렸지만...

"어이쿠야."

그곳엔 제 흥분과 질투심을 감당하지 못해, 격렬하게 자기를 위로하다 끝내 도중에 혼절하고 만 안쓰러운 몽마만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을 뿐이었다. 분명 관계를 나눈 사람은 한 명인데, 처참한 꼴로 바닥에 널부러진 여자는 둘이었으니. 이것이 일석이조라는 것일까?

"...덥네. 환기라도 좀 시킬까."

방 안 가득 맴도는 매서운 열기와 진한 살 냄새에, 라그나 아마게돈은 한숨을 쉬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너, 거기서 뭐하냐?"

"...딸꾹."

분명히 꽁꽁 묶어서 반대쪽 방에 던져 놨을 터인데, 어느샌가 복도에 나와 있던 금발 머리의 포로는 자신에게 꽂히는 그 살벌한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향해 우람하게 솟은 물건과 눈을 마주친 후, 정말 놀란 듯이 딸꾹질을 했다.

모험가 파티, 로즈퀸 나이츠의 리더 로즈네스. 굉장히 큰 오해를 품고서 모노 릴리스를 습격했다가 역으로 털려서 붙잡힌 여자. 아마게돈이 그를 처분하지 않고 가둬두기만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길드 마스터인 정시우에게서 모험가의 처분 권한을 양도 받았다는 이야기는 순 뻥이었으니까.

다른 무엇보다도, 제 식구 하나는 참 징글징글하게 지키는 길드 마스터다. 팔은 굽어도 안으로 굽는다고, 그는 자신의 파티원이 잘못을 저질러서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가능하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내리고자 했다. 그런 그가, 아무리 호의를 사고 싶다고 해도 아직 이쪽 세상에 넘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내에게 자신의 식구를 처벌할 권한을 넘길 리가 없다. 물론, 정작 그 대상자인 모험가들은 잘 모르는 사정이었지만.

애시당초에, 랜드필은 아직 하나의 도시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 다들 버려진 도시라고 많이 부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곳들에서 자치권을 포기한 그 땅덩어리에 전국에서 버려지고 추방된 이들이 모여서 얽혀 살기 시작하며 그런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을 뿐, 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랜드필은 도시로서 그리고 국가로서 인정 받기 힘든 곳이었다. 로즈네스가 아무리 침공 전쟁 당시에 마물로서 상대했다고 해도 지금은 지성체로 인정 받은 서큐버스를 습격하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을 느끼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무법지대에 정식으로 인정 받은 도시도 아니다 보니, 여기서 지은 죄는 죄로서 심판하기 어려운 것. 라그나 아마게돈이 이 랜드필에 오기 전에, 이곳 사람들의 주요 수입원이 불법적인 상품 밀거래의 장소 제공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떠올리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하, 이년 보게....?"

라그나 아마게돈은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으로, 여전히 꽁꽁 묶여 있기에 제 발로 일어나 걷기도 힘든 금발 미녀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애벌레마냥 엉금엉금 기어서 탈출한다면 진즉에 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런 그녀가 아직 이 집 안에 있는 것, 그리고 그녀가 입은 드레스의 앞섬 아랫쪽이 굉장히 익숙한 무언가로 축축해져 있음을 보면 답은 금방 도출되었다.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싸가지 없는 게 전부가 아니라, 다른 남녀가 섹스하는 걸 몰래 훔쳐보며 아랫 쪽을 적시는 답 없는 개 변태 관음증 년이었네?"

자신에게 꽂히는, 낯선 경멸과 혐오의 감정에, 로즈네스는 고개를 푹 숙이며 수치심과 자괴감, 그리고 왠지 모를 묘한 고양감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