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97화 (170/229)

〈 197화 〉 님들 저 도시 운영 이번이 처음인데 이거 좋은 건가요?(7)

* * *

사전 연락도 없이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기에는 턱 없이 늦은 시간이다. 설령 미리 약속을 잡는다고 해도 이토록 늦은 시간에 약속을 잡는 것은 예의가 아닌데, 해가 다 진 시간에 약속도 없이 찾아가는 것은 비슷한 경우를 찾기도 힘든 무례에 속했다. 그러나 에슐렌 왕비는 망설임 끝에, 결국 그 무례를 범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예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녀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한 틀에 쓸 데 없이 사로잡혀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는 모순을 범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으니까.

"이런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에슐렌 왕비?"

자던 도중에 일어난 것인지, 랜드필의 선생은 헐렁한 잠옷 차림새로 그녀를 맞이했다. 손님을 맞이할 복장은 아니지만, 정말 손님이라면 이런 시간에 연락도 없이 들이닥치지도 않았을 테니 그도 그녀도 서로 그것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고 넘어갔다.

"제 딸아이, 혹시 못 보셨나요?"

"엘리시아 공주님 말씀이십니까? 공주님을 왜 제 집에서 찾는지 그 이유부터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실은... 그 아이가 오전에 당신에게 관심을 드러내더니, 이 시간이 되도록 보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혹시 보신 적 있으신가요?"

"흐음... 여기서 말로 하는 것보단, 직접 보여드리는 편이 나을 테죠. 안으로 들어오세요."

에슐렌 왕비는 라그나 아마게돈을 따라, 그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집이 생각보다..."

"별로 크거나 화려하진 않죠?"

그러했다. 라그나 아마게돈의 거주지는 일반인의 기준에선 꽤 아늑한 집임에는 분명했으나, 일곱 도시의 대표자 중 하나가 거주하는 곳이라기엔 다소 작고 초라해 보이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도 그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다소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보시다시피 랜드필은 땅 자체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땅이 부족한 마당에 큰 건물을 지을 여유가 없어서 대신 작은 건물 위로 여러 층을 증축시키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방법을 사용한 메타버스 시티의 기술자들이 설계했으니, 건물의 견고함 또한 의심할 필요 없이죠. 그리고 솔직히 집이 필요 이상으로 넓어도 별 효용성 없고, 대부분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그런 짓을 벌이지 않습니까? 관리하는 데에는 또 얼마나 비용이 쓸 데 없이 소모되는지... 랜드필은 그렇게 여유로운 곳이 아니고, 저도 그런 넓은 집은 별로 잘 맞지 않아서 일부로 이런 곳을 선택했습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그냥 자신이 전전 세상에서 지내던 아파트를 연상케 하는 이 집이 익숙하고 편했을 뿐이기에 그렇게 설명했지만, 그가 전 세상에서 익힌 귀족의 예법과 야심한 시각, 그리고 그가 풍기는 묘한 어두운 분위기들이 한 데 모인 탓에 에슐렌 왕비의 눈에는 '귀족의 생활에 신물이 나 젊은 나이에 가문을 나선 유능하지만 아픈 사연이 있는 귀족 청년의 씁쓸한 넋두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그 청년에겐 임자 있는 여인의 몸을 거칠게 탐하며 강렬한 소유욕을 드러내던 짐승 같은 면모가 있다는 것을 불과 몇 시간 전에 직접 체험한 적이 있던 에슐렌 부인은 그늘진 그의 얼굴에서 묘한 동정심과 모성애를 느꼈고, 또한 격렬한 육체 관계를 나누었던 남녀가 집안에 단 둘이 있다는 사실에 이유 모를 흥분이 샘솟았다.

그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와 방을 확인한 에슐렌 왕비는, 이내 낙담하여 고개를 떨구였다.

"여기에... 없네요."

그 아이라면, 어릴 적부터 좋은 것만 보여준 탓에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는 그 아이라면, 분명 마음에 든 상대에게 바로 고백을 하기 위해 찾아왔을 것이라 여겼는데. 그러나 정작 있어야 할 딸아이가 없으니, 에슐렌 왕비는 되려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곳에 없으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혹시... 어디 나쁜 일에 휘말리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비록 일곱 대표자들의 도시 중 하나로 선별된 후로 랜드필이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랜드필은 과거 질이 좋지 못한 이들이 살던 위험한 곳. 혹시나 어디서 나쁜 사람들에게 붙잡혀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이 아닐까 하는 자식을 향한 걱정이 앞선 에슐렌 왕비는, 방 안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 했다.

"잠시... 어, 그래. 이 시간에 미안한데... 응. 부탁하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랜드필의 선생은 자신의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잠시 연락을 하더니 이내 에슐렌 왕비에게 돌아오며 안심하란 듯이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랜드필은 완전히 제 손바닥 안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쪽의 사람에게 연락해서 공주 님의 행방을 찾고 있으니,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이 일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보답, 말씀이십니까?"

그의 목소리에 담긴 묘한 열기에, 뒤늦게 그와 눈을 마주친 에슐렌 왕비는 그의 어두운 눈동자 속의 맹렬한 열기를 목격했다. 그것은 이성이라는 감옥 안에 갇힌 굶주린 야수, 당장이라도 눈앞의 먹임직스러운 먹잇감을 취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 그것과 마주친 에슐렌의 몸 또한 몇 시간 전의 격렬한 쾌감을 기억해내며, 점차 묘한 열기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인데 이미 축축하게 젖어버린 아랫도리는, 점잔은 그만 빼고 당장 그 뜨겁고 단단한 육봉을 다시 자신에게 달라며 그녀의 이성을 향해 애액을 질질 흘려대는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랑이를 시작으로 젖꼭지, 엉덩이, 혀, 클리토리스 등이 하나 둘 씩 일어나 그의 육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물리적 자극 없이 단단해진 젖꼭지, 이미 껍질이 완전히 벗겨진 클리토리스, 엉덩이 구멍은 뻐끔거리며 이번엔 자신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조르고, 혓바닥은 그의 뱀 같은 혀와 다시 한 번 진한 인사를 나누고 싶다며 침을 마구 분비하기 시작했다. 몸이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눈앞의 상대를 향해 굴복하는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한참 발정기에 들어선 암컷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 잠깐.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가요?"

제 입가가 묘하게 호선을 그리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 채, 에슐렌은 제 몸이 외치는 것과 정 반대되는 내용을 내뱉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 라니. 그건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저벅, 저벅.

또각, 또각.

그의 몸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에슐렌 왕비는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서로의 차례에 체스 말을 옮기듯, 일정한 박자로 반복되던 걸음 소리는 건물의 벽면에 에슐렌의 등가가 닿는 것과 동시에 끝이 났다.

체크메이트.

숨을 수도, 달아날 수도 없이 그를 마주하게 된 에슐렌을 향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귀하신 여인 분께서 혼자 이성의 집에 연락도 없이 찾아 오다니.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말 모른다고 하실 셈은 아니시겠죠?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닌,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런 관계를 나눈 남자의 집에... 자신의 딸의 행방을 묻기 위해 온 것이라면서, 호위 한 명 동행하지 않고? 부인, 스스로가 들어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 그건..."

에슐렌 왕비가 랜드필의 선생의 모습과 태도만으로 그가 어디 귀족의 숨겨진 후예가 아닐까 착각한 것처럼, 에슐렌 왕비의 행동은 딸의 행방을 찾으려는 어미의 것이라기 보단 그것을 빌미로 한 번 맛 본 쾌락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온 정에 굶주린 미망인의 것에 가까웠다. 뒤늦게 자신의 말과 행동에 그러한 오해의 요소가 있음을 깨달은 에슐렌 부인은 이에 대하여 해명하려고 했으나, 랜드필의 선생이 그녀가 목에 건 스카프를 잡은 순간 마치 목덜미를 붙들린 고양이처럼 움찔 하며 몸을 멈추었다.

스륵, 스르륵. 목에 두른 녹색 빛의 스카프가 벗겨진다.

상대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여인의 의복을 벗기는 행위는 분명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였으나, 에슐렌 왕비는 그의 무례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포식자를 앞둔 소동물처럼, 잔뜩 긴장하여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마침내 스카프가 그녀의 목을 완전히 떠났을 때, 그곳엔 여전히 그가 남긴 흔적이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새하얀 목덜미에 활짝 만개한 붉으스름한 꽃은, 그녀와 그가 나눈 그 황홀한 시간이 꿈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것도 내가, 당신에게 새긴 흔적을 지우지 않은 채로 말이죠."

"....."

"잘 했어요. 그럼 상을 드려야 겠네요."

부드러운 손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사람이 아닌 귀여운 애완동물을 대하는 듯한 태도, 허나 그 행동에 담긴 형용할 수 없으며 무시할 수도 없는 미묘한 무게감과 위압감. 에슐렌 왕비는 긴장 어린 침을 꿀꺽 삼키며 묘한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는 가슴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마치 사람이 손을 외치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을 때, 훈련 받은 개가 그 소리에 맞추어 사람의 손 위에 자신의 앞발을 올리듯이. 선생의 입 끝이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서, 그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자신의 행동이 정답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원하시는 걸 말씀해보세요."

악마와 같은 달콤한 속삭임에, 에슐렌이 이성을 벗어 던지고 그의 품에 격렬하게 안기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흐흥흥. 분위기 좋네. 역시 우리 자기야. 여자 홀리는 솜씨 하나는 진짜 수준급이네. 인큐버스로 태어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라니까? 아, 인큐버스로 태어났으면 나랑 남매여서 서로 경쟁했으려나? 흐음... 자기랑 내가 남매 사이라. 음마들끼리 서로 투닥거리며 근친 섹스... 스읍, 아 입맛이 싹 도는데? 오히려 좋을 지도?"

"이게, 이게 무슨..."

라그나 아마게돈과 에슐렌 왕비가 다른 사람들이 결코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관계를 나누고 있는 방, 아주 살며시 열린 옷장 안에서 두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한 명의 이름은 모노 릴리스. 제 3차 이세계 침공을 주도한 침략자이자 모든 몽마들의 어머니이며 여왕인 릴리스의 이름을 계승한 그녀는, 현재 라그나 아마게돈의 연인 같은 존재로서 그 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매우 유명한 음마이다. 유일하게 자신의 정욕을 온전히 채워줄 수 있는 남자의 곁에서 즐거운 생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요즘 관심거리는 아마게돈이 다른 먹음직스러운 여자와 충분히 만족스러운 관계를 맺게 함으로서 그의 음기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샴발론 왕국의 공주 엘리시아. 그녀는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오늘 처음 만난 상대에게 관심이 생겼고 자신을 제대로 봐주지 않는 약혼자 대신 자신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하는 말을 경청해주는 선생과 보다 가까운 관계가 되고자 이 밤중에 몰래 숨어 들어와 육탄 돌격을 시도했으나, 그 계획이 성공하기 직전 바로 옆의 음마에게 사로 잡혀 버린 비운의 여인이었다.

"어, 어머니가... 하지만, 어머니에겐 아버지가... 어째서..."

충격, 혼란, 당혹. 수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혼탁해지는 가운데 떠오르는 하나의 어두운 감정. 그것을 목격한 모노 릴리스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아, 아아...♥ 자, 잠깐... 아, 안돼. 거긴... 아아앗...♥ 가, 가버렷...♥ 하아, 하아... 너, 너무 격렬... 하으읏...♥'

예기치 못한 곳에서 제 어미의 외도를 목격한 공주는 처음엔 큰 혼란에 빠졌고, 이윽고 믿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하필이면 어머니의 외도 상대가 자신이 마음에 든 남자라는 사실에 설명하기 힘든 당혹감을, 그리고 이내...

"...내가, 먼저 마음에 들어 했는데..."

깨끗한 도화지처럼 순수한 그 마음에, 한 방울의 거무튀튀한 감정이 물감 퍼지듯 번져 나간다.

"으흠, 성공적으로 완성인 느낌♪"

모노 릴리스의 유일한 관심사는, 라그나 아마게돈의 양기를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드는가 뿐이다.

그녀는 라그나 아마게돈이 자신이 품은 욕망이 해소되어 만족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그의 정기가 더더욱 복잡하고 깊은 맛을 품게 됨을 알아채고, 그가 질이 좋은 여자들과 어울리면 어울릴 수록 자신이 맛볼 정기의 맛 또한 크게 상승하게 됨을 깨달았다. 그를 더욱 맛있게 하기 위해, 그녀는 그가 맛볼 여자를 선별하고 특별한 조미료를 가하기 시작했다.

엘드랜드의 대장군 누비스에겐 남녀 관계에 대한 흥미를 심어 줌으로서 딱딱한 그녀가 보다 쉽게 그와 연결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시티의 관리자 아카위키는 관계를 자주 나누도록 유도함으로서 그가 남자를 여자로 타락시키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엘리시아 공주는... 깨끗한 순백이다.

더럽혀지지 않은 그 깨끗함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얼마나 맛이 있는 음식이든 그것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 엘리시아 공주의 순수함은 라그나 아마게돈의 입맛에 별로 맞지 않음을 모노는 알 수 있었다.

그래, 처녀. 처녀 좋지. 다른 남자의 손길이 조금도 닿지 않은 순수한 여인을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과정은, 남자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요소 중에서도 매우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이니. 하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이 상대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우위를 점거할 수 있을 '처녀'라는 타이틀은, 안타깝게도 라그나 아마게돈을 상대로는 그리 경쟁력이 좋은 요소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가 정복한 처녀의 수가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처음이야 상당히 만족스러울 테지만, 그것이 몇 번이고 반복되면 아무래도 질릴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엘리시아 공주는 예쁜 편에 속하긴 해도, 처녀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지금 라그나 아마게돈의 곁에 있는 다른 여자들을 상대로 경쟁력이 있는 요소를 찾기 힘들었으니까. 이제는 순수함 하나만으로 다른 매력적인 여인들을 제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고, 게임이란 끝으로 향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겨울 수록 그 끝에서 얻는 보상이 달콤한 만큼 쉽게 공략이 가능한 상대는 별 매력이 없기 마련이기에, 모노는 엘리시아 공주를 더 '완성'시키고자 묘수를 냈다.

그것이 바로 이 상황이다.

자신의 마음에 든 남자가, 눈앞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외도를 벌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그녀는 누구를 미워할 것인가?

오늘 처음 만난 주제에 자신의 어머니를 꾀어내어 불륜을 하도록 만든 문란한 카사노바?

아니면, 제 딸아이가 좋아하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자신의 남편을 두고 딸이 반한 상대와 몸을 섞는 지조 없는 어미?

"내가,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다른 사람의 개입 없이, 내가 고른 첫 번째 사람인데..."

그리고 공주의 선택은, 후자였다. 자신의 어미를, 어머니가 아닌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로 여기는 그 어둡고 공허한 눈동자에 담긴 끈적하고 질척한 질투와 시기의 감정은, 간이 조금도 되지 않은 담백한 음식에 뿌려진 매콤쌉쌀하고 자극적인 향신료였다.

'가버려... 가버려어어어...!!♥'

공주의 싸늘하고도 뜨거운 시선이 제 어미의 안을 마구 쑤시던 두꺼운 육봉에 꽂히는 것을 보며, 모노는 소리 없는 웃음을 흘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