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헤으응... 애긔마뻡쏘녀 모모쨩 등쟝☆(3)
* * *
나를 찾아온 여자 아이, 자칭 마법 소녀 모모가 정의의 여신이 보낸 자객이라는 것에 나는 아주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애시 당초 정의의 여신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루크가 휘두르던 것과 같은 종류의, 마치 불길처럼 일렁이는 것 같은 저 주홍색 신성력을 온 몸에서 풀풀 풍기는 사람이 하필이면 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갖고서 나를 찾아다닌다? 이걸 보고서도 정의의 여신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건 어지간히 빡대가리거나 아니면 그 년에게 몰래 뒷돈을 쳐 먹은 놈이라고 보고 목을 쳐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의의 여신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죽이겠답시고 그녀가 준 힘을 조금도 갈무리하지 못하는 애송이를 보내 봤자 그냥 짐승이 사는 우리 속으로 잡아 먹기 편한 먹이를 던져주는 꼴이나 다름 없었다. 나와 이곳에 대해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끝낸 마법 소녀는 나를 쓰러트리기 위해 마법 봉을 꺼내 변신을 시도했다.
그래, 시도했다.
아니, 이게 무슨 만화 속 세상도 아니고 눈앞에서 상대가 대놓고 '나 이제부터 엄청 강해져서 널 엄청 때릴 거야!'라고 화려하게 광고를 해 주는데, 그걸 그냥 지켜볼 멍청이가 어디에 있을까? 화려한 빛과 이펙트를 마구 흩뿌리며 단숨에 옷을 탈의하고 하늘하늘한 복장으로 변신하던 도중에 제 딴에는 예기치 못한 습격을 당한 탓인지 모모는 변신이 풀리며 다시 힘 없는 소녀로 돌아왔고, 그녀가 가진 힘의 근원인 마법 봉은 변신이 풀림과 동시에 모노가 가볍게 낚아채어 우리들은 손쉽게 마법 소녀를 제압할 수 있었다.
"벼, 변신 중에 공격이라니! 비겁해!"
아무래도 그녀가 살던 세상에선 마법 소녀가 변신을 하는 중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룰이 있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악당이란 것들이 마법 소녀가 변신할 때 알몸이 드러나는 것에 신경이 팔려서 그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거나.
그나저나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자객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이 품은 신념보다 일의 성공률을 따져볼 때 암살을 시도할 거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저격하거나 혹은 내가 먹을 음식에 미리 독을 타는 등의 타겟이 목숨의 위협을 미리 알아채고 대비할 수 없도록 은밀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모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을 졸졸 따라 와선, 이 대 일이라는 수적으로 확실히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앞에서 나를 향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내가 많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이면 입국 심사국에서 업무를 보는 이유가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뭐,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법 소녀가 무엇인가? 애초에 어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아니던가?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할 자에게 암살 의뢰 따위를 시키니까 이렇게 처참하게 실패하는 거다. 모모라는 마법 소녀가 가진 개인으로서의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이건 인선을 잘못 배치한 유스티아의 실수가 맞았다. 정의의 여신이 아니라 그냥 병신이었던 모양이지.
차라리 이 화려한 마법 소녀가 내 눈길을 끌게 하고 다른 파트너가 몰래 내게 접근해서 은밀하게 암기를 꽂아 넣었다면 모를까, 이렇게 순수한 소녀 한 명만 딸랑 보내 놓고서 대체 무슨 결과를 기대한 건지. 양파나 토마토 같은 재료 없이 스파게티 면만 꼴랑 주고 스파게티를 끓이라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는 짓거리였다.
"그러니까 고집은 그만 부리고, 그 유스티아인가 뭔가 하는 년에 대해서 뭐라도 좀 불지 그래? 어차피 그 년에게 넌 그냥 버림패라니까? 구하러 올 일 없다고."
그런 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건물 기둥에 묶인 모모는 지극히 마법 소녀스러운 얼굴로 내게 답했다.
"하아, 하아...! 사랑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마법 소녀는, 절대 악에게 굴하지 않아...!"
"어제 몇 시간 동안 수십 번이나 항복 선언을 한 입이 요 입이냐?"
"으브브븝...! 나, 나주세여어어...!!"
섹스를 할 때는 뭐든 다 불 것 처럼 굴면서, 막상 멈추면 입을 꾹 닫아버리고, 그렇다고 섹스를 하는 중에는 애가 머리가 맛이 완전히 가버려서 뭘 물어볼 수가 없으니 원...
처음에는 나와 앙숙인 루크를 보내고, 이번에는 아예 상관도 없는 어린 소녀를 보내다니. 그 여신 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그년이 내게 하는 공작이 무의미하던 유의미하던, 일단은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보지를 뻐끔거리며 끈적한 백탁액을 질질 흘려대는 마법 소녀를 묶어 두고서 심문을 시작했지만 좀처럼 일의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
애가 의지 자체는 약한데, 그 의지가 회복되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 그래서 굴복시키려면, 아예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찍어 누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좋아, 네가 말할 생각이 없다면 나야 비장의 수 중 하나를 쓸 수 밖에."
"비장의 수...?"
나는 방의 문을 열고선, 물이 가득 담긴 수조 하나가 올려진 수레를 끌고 들어 왔다. 수조 안에는 금방이라도 넘쳐 흐를 듯이 가득 담긴 물이 출렁이고 있었고, 모모는 내가 왜 이 수조를 갖고 들어온 것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살던 곳에선 한 가지 속담이 있지."
"그... 그게 뭔데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자, 말해! 누굴 생각했... 아, 이게 아니지. 나도 참, 간만에 하느라 좀 신이 난 모양이네."
"어푸! 푸후... 콜록, 콜록!"
나도 모르게 필요 이상으로 솟구친 텐션을 낮추며, 나는 수조 속에 가라 앉은 상태였던 모모의 머리를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 냈다. 젖은 머리카락이 축 늘어져 눈을 가리고, 물 밖으로 마침내 돌아온 입이 거칠게 기침을 토해내며 황급히 신선한 산소를 들이켰다. 물에 푹 담긴 생쥐 꼴을 한 모모를 향해 나는 다시 질문했다.
"자, 이제 유스티아의 속셈을 말할 생각이 들었어?"
"하아, 하아... 사람에게 고통을 주면서 즐거워하다니, 이런 나쁜.. 우우우우우웁!!!"
"내가 물어본 건 그게 아니잖아? 사람이 질문을 했으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게 '예의'잖아?"
나는 이 심성이 순수하다 못해 머릿속까지 순수한 아이에게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예절 중 하나를 가르치며 수업의 비용 대신 그녀의 머리를 다시 수조에 풍덩 하고 담궜고, 꼬르륵거리는 물 먹는 소리와 함께 수면 위로 기포가 방울방울 샘솟았다. 물 밖에 놓인 소녀의 신체는 물 위로 내던져진 물고기마냥 펄떡거렸지만, 그 무의미한 발버둥은 그녀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는 커녕 되려 얼마 없는 체력만 더 깎아 먹는 결과만 초래했다.
"푸하아아! 하아, 하아... 콜록! 콜록, 콜록! 으, 으으으으...."
그래도 몇 번 물에 담궜다가 빼니 나름 학습이 된 것인지, 모모는 더 이상 나를 향해 비난의 말들을 쏘아 뱉지 않았다.
"자, 다시 질문할게. 정의의 여신 유스티아는 무엇을 꾸미고 있지?"
"....."
"어쭈, 지금 묵비권을 행사하는 거야? 그럼 나는 무료 잠수 이용권으로 답해주는 수 밖에 없겠네?"
"아...! 자, 잠... 꼬르르륵!!"
처음에야 막 낚아 올린 활어마냥 신명나게 펄떡이며 수조의 물을 이리저리 날리며 바닥을 적셨지만, 몇 번이고 게속되는 담금질에 체력이 완전히 빠져버린 모모는 더 이상 내게 그럴 듯한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도, 두 번 정도 더 담가주니 끝이 났다.
"말, 말 할 게요! 말할 테니까, 제발 물은 그만...!"
"그만?"
"그만... 해주세요. 제발, 부탁 드릴 게요...."
드디어 그녀의 입에서 '요구'가 아닌 '부탁'이 나왔기에,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좋아, 그럼 오늘 잠수 수업은 여기까지 하지. 나는 잠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어딜 다녀올 텐데, 그 후에 다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고."
"네, 네..."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결국엔 내 마음을 알아 주었구나. 그래, 세상에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니까? 뭐하러 힘들게 서로 투닥투닥 싸우면서 일을 해결해? 이렇게 원만~하게 말로 해결하면 되는 데.
나는 기쁜 마음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조가 놓인 수레를 끌고 방을 나섰다.
*
"...미, 미친 사람...."
라그나 아마게돈이 수조를 갖고 방을 나서자마자, 모모의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이었다. 사랑과 정의를 위해 싸우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는 마법 소녀의 입에서 나올 말로는 그리 적절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하루 종일 강제로 범해지며 원치 않은 쾌락을 주입 당하고 바로 다음 날은 수 차례 물고문을 당한 마법 소녀의 입에서 나온 것치고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그의 부모에 대한 안위를 묻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심성이 얼마나 고운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우, 웃고 있었어... 사람의 머리를 물에 밀어 넣고, 숨을 쉬지 못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뿐 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물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딱 정신을 잃기 바로 직전에 끄집어 내어, 다시 바깥 공기를 쐬게 해주며 산소의 소중함을 몸에 가르쳐주는 행동. 고문을 당하는 당사자가 기절할 순간을 정확히 재고, 그것을 조절하는 그 솜씨는 이런 류의 고문을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엔 뭔가 오해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였어. 저 사람은... 정말로 나쁜 사람이야. 그것도... 내가 만나 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첫 만남에선 변신 도중에 공격해서 제압하고, 그대로 억지로 범해버리고... 그리고 사람을 고문하면서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웃기까지...
"으으으... 어, 어떻게든 마법 봉만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변신 도중에 습격 당해, 자신을 모노라고 소개했던 언니에게 마법 봉을 빼앗겼던 탓에 현재 모모는 마법의 힘으로 변신을 할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마법 봉만 다시 되찾을 수 있다면 변신을 해서 제대로 싸울 수 있을 텐데...!
끼이익, 하고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나, 아주 푹 젖었구나. 그 사람도 참,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이렇게 어린 애를 상대로..."
그녀는 양마담. 랜드필의 고위 간부 중 한 명이며, 한 때 홍등회라는 조직을 거느리던 여인이었다.
"이런, 괜찮니? 코에 물이 들어간 것 같은데... 자, 흥 해보렴."
"....흥."
그녀가 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나쁜 사람인 라그나 아마게돈과 그런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몽마 모노와는 별개로, 이 양마담이라는 여인은 모모가 이 랜드필에서 만나 호감을 품은,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분명히 라그나 아마게돈의 부하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옴을 알 수 있는 저 걱정스러운 위로는 모모에게 묘한 편안함을 주었다.
양마담의 능숙한 손길 아래, 푹 젖은 모모의 머리카락이 뽀송뽀송하게 마르며 축 늘어져 있던 바보털 또한 다시 정수리에서 꼿꼿이 제 존재감을 과시하게 되었다.
양마담이 떠난 후, 모모는 다시금 탈출 시도를 감행했다. 비록 변신하기 전의 그녀는 아무런 특별한 힘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에 불과했고, 숨이 조금 답답할 정도로 꽉 묶인 밧줄을 아무런 도구 없이 풀어낼 능력은 없었지만, 그녀에겐 도구가 있었다. 여자 아이들이 갖고 있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그 도구의 이름은 바로 헤어핀이었다.
모모는 뒷머리가 상당히 긴 여자 아이였고, 라그나 아마게돈의 물고문에 의해 푹 젖어서 축 늘어진 머리카락은 그 끝이 그녀의 묶인 손에 닿을 정도였다. 그렇게 정신 없이 수면 안과 밖을 오고 가던 와중에도 탈출의 수단을 손에 넣은 모모는,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없는 바로 지금 과감한 탈출 계획을 시도했다. 머리 핀의 뾰족한 부분이 밧줄에 파고 들고,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열심히 움직이며 한참을 낑낑거린 덕에 결국 모모는 밧줄 하나를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밧줄 하나가 잘리자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줄었고, 다음 밧줄은 더 짧은 시간에 끊어낼 수 있었으며, 마침내 밧줄이 충분히 헐렁해지며 빠져나온 모모는 그대로 방의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마법 봉을 들었다. 그리고 느긋하게 변신 장면을 누릴 시간조차 없었기에 변신하는 과정을 과감하게 스킵하여 마법 소녀 특유의 핑크핑크하고 레이스가 잔뜩 달린 짧은 복장으로 탈의한 모모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드디어...!"
본래는 라그나 아마게돈을 쓰러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지친 상태에서 다시 그를 노려 봤자 또 다시 붙잡혀서 그보다 더한 고문을 당하는 미래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모모는 일단 후퇴를 결심했다. 이 도시를 빠져나간 후, 충분한 대비를 갖춘 후에 다시 도전하자. 그런 생각과 함께 출입구의 문을 연 그녀의 앞에.
"까꿍?"
"....에?"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출입구 너머에서 장난기를 머금은 미소를 짓고 있던 그가, 모모를 향해 발을 날렸다.
"....으읏!!"
처음에야 그가 보인 생긴 것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민첩하고 묵직한 일격에 당황하여 변신 중에 방해를 받았다지만, 이미 변신이 완료되어 본격적으로 전투력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 멍청하게 그 일격을 얻어맞고 쓰러질 만큼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 아무리 거센 고문으로 지쳐 있었어도, 그동안 적들과 싸운 경험을 토대로 그녀는 본응적으로 마법봉을 눕혀 그의 발차기를 받아 내었다. 그 덕에 멀리 나가 떨어져 벽에 부딪히지는 않고, 그저 뒤로 조금 밀려나가는 것에서 그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랜드필의 선생은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흐음. 확실히, 변신이 끝난 후에는 전투력이 상당하네. 그냥 가볍게 차긴 했지만,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으로 찼는데 그걸 받아냈네?"
"제가... 이 건물을 빠져 나올 줄 어떻게 알고...!"
"으음, 그거? 그야 뭐, 뻔하지. 너 같은 류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내거든. 그렇게 심하게 고문을 당했는데도, 끝까지 눈에서 힘이 빠지지 않는 걸 보고 확신했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추측인데, 정답이였네."
마치 너는 내 손바닥 위에 있다는 듯한, 자칫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어투. 그러나 그 말에 담긴, 수 차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견고한 확신.
"하지만... 지금 저는 온전히 변신을 끝낸 상태! 비록 만전의 상태는 아니더라도..."
"그리 쉽게 쓰러지지는 않을 거에요,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
자신이 할 말의 선수를 빼앗겨 당황한 모모에게, 라그나 아마게돈은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의의 히어로, 그리고 올곧은 히로인. 너희들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아. 강력한 힘 앞에 결국 부러질 지 언정, 결코 휘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 그렇다면 너희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선, 뭐가 제일 좋을까? 그야 간단하지."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시작하겠다는 듯한, 어딘가 조금 신이 난 어투로 그는 모모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최악의 형태로 굴욕을 주는 거야. 우선은 네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전투부터 시작하는 거지. 어디, 온 힘을 다해 덤벼 봐."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에요!!"
모모가 마법 봉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고쳐 쥐자, 마법 봉의 끝부분의 별 모양의 심볼이 주홍색 힘에 휩싸이더니 이내 거대한 망치의 머리가 되었다. 어린 여아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 마법 봉이 순식간에 거대한 워 해머로 탈바꿈 되었음에도, 그것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치고 있음에도, 남자의 얼굴에선 긴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듯이.
꽈아아아앙!
강렬한 충돌음이 울려 퍼지며, 모모의 망치가 날아든 방향의 반대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보이지 않는 벽에 충돌하듯, 손의 통제를 벗어난 망치의 움직임에 모모는 당혹감을 금치 못 했다.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트럭조차도 멀리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으로 후려쳤는데, 도대체 어떻게...?
"우선은, 이거."
촤좍, 촤좌좌좍!
"읏...!?"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사방에서 쇄도하며, 그녀가 입고 있는 마법 소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옷이 조금씩 찢겨 나가며 그녀의 맨 살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게 방어도가 낮은 옷을 입으면, 이런 공격에는 어떻게 대처하려고?"
"읏, 으으으읏...!!!"
마법 소녀의 옷은, 조금만 쉽게 힘을 주면 금방 찢어질 듯한 연약한 외견과는 반대로 강렬한 마법의 힘으로 보호 받는 물건이다. 고작 칼날 따위로 찢으려고 한다고 찢겨지는 허접한 물건 따위가 아니었다. 그런 마법 소녀의 옷이 색종이가 찢기듯이 너덜너덜해져가는 상황에서, 모모는 황급히 뒤로 스텝을 밟아 그의 정체모를 공격으로부터 벗어났다.
"으윽, 흐으...!!"
이미 그녀의 마법 소녀 옷은 반 정도 뜯겨 나가서, 미성숙한 젖가슴이나 거대한 엉덩이 등의 속살을 거의 다 드러내고 있었다. 아예 홀딱 벗고 있는 것보다, 부끄러운 부분만 노출되는 상황에서 묘하게 더 많은 수치심을 느끼며, 모모는 다시 자세를 다잡았다.
"처음은 네 쪽에서 왔으니, 이번엔 내 차례겠네?"
그 말과 함께, 그는 탓 하고 바닥을 박차며 순식간에 모모에게 다가왔다. 모모는 황급히 마법으로 만든 망치를 휘둘러 그를 공격했지만, 라그나 아마게돈은 좀 전의 그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그녀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내며, 그녀의 하반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리를 노릴 셈인 걸까? 근접 전투에서, 무기를 휘두를 팔과 이동에 필요한 다리에 부상을 입는 것 만큼이나 치명적인 전투력 감소는 없었기에, 모모는 급히 마법의 힘을 두 다리에 둘러 그의 공격에 대비했으나.
"미안하지만, 내가 노릴 곳은 이곳인데?"
찌걱?!
"흥으읏...?!"
그의 손은, 그녀의 다리를 상처 입히는 대신 조금 전의 공격으로 옷이 찢겨나가며 드러난 그녀의 음부를 노렸다. 기다란 검지와 중지가 지난 밤의 격렬한 관계로 인해 아직 채 다물어지지 않은 무방비한 입구를 통과하며 안 쪽을 파고 들었고, 모모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 마냥 달아오른 숨을 토해내며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의 머릿속에 분노가 밀어 닥쳤다. 자신은 이렇게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는데, 그 상대는 자신의 몸을 희롱하다니...!
"젠...장!"
부웅! 붕!
"어이쿠, 위험해라. 하마터면 아주 큰 일 날 뻔 했어, 응?"
그제서야 모모는 상대의 노림수를 파악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힘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서 그녀를 꺾으려던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조심하라고, 마법 소녀. 안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네가 따먹히는 장면이 생중계할 수도 있으니까."
모모가 팔다리가 묶여서 무방비한 상태도 아니고 진심으로 적을 쓰러트리고자 덤비는 상황에서 그 몸을 희롱함으로서, 단순한 전투로 꺾을 때는 줄 수 없는 수치심과 무력함을 동시에 체감시키려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추잡하면서도 더 없이 효과적인 수단에, 자신이 제대로 된 저항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모모가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 * *